2024년12월31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것,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의 차이.
올해가 끝났고, 내년이 시작된다.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려고 한다. 매일 5시 30분에 눈을 뜨면 어둑한 방이 고요하다. 몸을 일으키고 앞으로 숙여서 등과 다리를 늘리다 보면 정신이 든다. 마음을 늘리는 것보다 몸을 늘리는 게 쉽다.

2024년12월29일

28일 저녁에는 채널 1969에 방문.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서울전자음악단의 노래와 연주를 들었다. 재미나게 놀고, 오늘이 되니, 큰 사고가 났다. 힘든 겨울을 보내게 될 사람들이 늘었겠다.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쉽지 않다.

2024년12월27일

새벽요가, 오전작업, 오전요가, 점심식사, 오징어게임2 에피소드 1화 시청, 오후작업, 손님맞이 저녁식사, 보드게임(보난자)하며 와인 마시기, 취해서 헤롱거리며 취침하러 간다.

2024년12월26일

크리스마스가 후룩 지났다. 이브에는 멀리 남해에서 서울에 방문한 친구와 을지로에서 술을 마셨다. 지난 9월에 보고 3개월이 흘렀는데, 그새 서로의 삶에서 변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사랑과 이별, 권태와 설렘을 가로지르며 술과 함께 말을 주고받았다. 다음 만남을 기다린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팟캐스트 녹음을 흥겹게 했다. 첫 게스트가 출연했다. 세 명이 떠들려니 정신이 없긴 했는데, 이것도 몇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익숙해지는 게 무섭기도, 고맙기도 하다. 오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함께 일하고 생활했던 지난 얘기, 각자가 지닌 상처와 그 기억들이 슬며시 꺼내졌다. 만나서 마주 보고 대화하니 지난 시간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그때는 참 서로가 힘들기도 했을 텐데, 떨어지고 나서도 힘겨운 시간을 각자가 보냈을 텐데, 그것도 모두 지나고 지금이 왔다. 지금은 조금은 달라진 것도 같다는 서로의 말에 각자가 의심을 하기도 했다. 사실 뭐가 변한 걸까 싶기도 하니까. 그래도 무언가가 흐르고 또 계속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삼일이 후루룩 흘러가듯.

2024년12월23일

새벽요가, 점심요가, 데스커 라운지 다녀온 날. 몸이 시원하고 뻐근하고 피곤하다. 데스커 라운지 직원이 공간 투어?를 시켜줬는데 발성과 제스처가 부담스러웠다. 마치 애플스토어 직원처럼... 

2024년12월21일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2024년12월19일

오늘도 도서관에 다녀옴. 오전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점심먹고 다시 도서관행. 점심먹고 잠깐 진선과 얘기하다가 집을 나왔는데, 진선 기분에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는데, 마침 저녁에 열리는 북토크에 가자고 제안. 에세이 선생님이자 동료이자, 친구 임지은 작가 북토크 방문. 재미난 이야기, 흥미로운 이야기 많이 듣고서, 근처 주점 동휴에 갔다. 안주가 아주 맛났음. 취향에 딱 맞음. 보리 소주도 두잔 마시고 집으로 복귀. 제법 걸었다 오늘.
에세이를 쓰는 것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제 마음 먹고 쓰려고 하는데, 멋진 선배들 이야기 듣는 시간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도 한줄한줄 써보겠다는 힘을 얻었다. 
아 취한다.

2024년12월18일

오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봤다. 평일 오전에는 사람이 참 없더라. 조용한 도서관이 더욱 적막했다. 가만히 책을 읽는 기분이 좋았다. 점심은 집으로 돌아와서 먹었다. 진선이 잡채를 했고, 은송이 술안주(팟캐스트) 녹음으로 집에 방문했다. 셋이 수다를 떨며 잡채를 냠냠. 다 먹고 녹음은 안 하고 보드게임했다…. 오랜만에 기즈모. 두 판 했는데 나만 못 이겼다. 게임이 끝나고 은송은 낮잠 좀 자겠다며 누웠고, 나는 짧은 시간이라도 작업을 할까 했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딴짓만 했다. 은송을 깨워서 녹음. 오늘 녹음에서 내 연애 이야기를 살짝 꺼냈다. 쉽지 않아…. 어쨌든 녹음은 잘 마치고, 은송은 빠이 집으로 갔다. 진선과 요가원에 다녀오는 길에 로또를 샀다. 1등 예감. 1등 돼서 상금 받으면 뭐 하지.

2024년12월17일

애프터 양, 늦은 관람. 이렇게 정적으로 흐르는 영화인지 모르고 봤다. 오랜만에 차분하게 요동치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게 반가웠다. 그의 시선을 엿보았을 때 기억나는 것, 그제야 발견되는 것들이 인물을 움직인다. 돌아보면 나도 그렇게 배우고 움직이는 게 아닐까. 사랑하는 이의 시점과 관점을 엿보면서.

2024년12월16일

다음달 소설을 겨우 겨우 써냈다ㅠㅠ 매달 쓰는데 익숙해지지를 않네... 쓰고나서 읽어보니 정말 황당한 이야기가 나왔다... 저번 책모임 때 오한기 소설 읽어서 그런듯...ㅎ

2024년12월15일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인상적인 순간들이 있다. 옛 기억을 꺼내며 감상에 젖은 표정을 지을 때, 후회스러운 자기 삶의 선택과 순간들을 회상할 때, 부모가 아니라 한 사람, 개인으로서 자식에게 남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늙어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부모라는 역할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다시금 바라보게 되고, 모순되게도 그랬을 때 더욱 부모의 존엄을 느끼게도 된다.

2024년12월14일

탄핵소추 의결. 지난달에는 아버지 생신으로, 오늘은 어머니 생신으로 김포에 가서 식사를 했다. 국회 앞 집회를 다녀온 친구들은 신나 했다. 아랫집에서 물이 샌다고 올라왔다. 뭔지 몰라서 일단 물을 안 쓰고 있었는데, 조용한 집에 물 새는 소리가 들렸다. 보일러가 돌아가면서 물이 새는가 싶다.

2024년12월13일

요가원에 갔다. 고문당하는 것 같았던 시퀀스... 다리가 후들거리고 어깨와 고관절이 작살... 그래도 개운하다.
+이겨도 기분 좋지 않은 내기도 있다.

2024년12월12일

영화 카지노를 봤다. 스콜세지식 마피아 갱스터 무비의 틀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대체로 유사하게 인생의 허무함을 유발한다. 낭만과 쾌락으로 쌓아 올린 삶에 각종 소동에 살인과 폭력, 감정의 소용돌이 이후에 찾아오는 고요함. 그 진폭은 영화적인 설정으로 인해 허구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글쎄, 한 개인의 삶이 다 이런 패러다임이지 않을까. 보여주는 삶에 어느 정도 납득을 하니까 이렇게 재밌게 영화를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2024년12월11일

금연 1년 3개월을 지나고 있다. 처음 끊겠다고 마음먹고서도 그랬지만, 지금도 담배를 피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주변 흡연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한 번에 끊을 수 있냐고 묻기도 했는데,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냥 생각하지 않을 뿐. 그동안에 두어 번 정도는 친구들과 폈던 적도 있긴 했는데, 오랜만에 맡는 냄새나 맛이 역했다. 이전에는 어떻게 피면서 지냈을까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다시 피지 않을 듯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습관이 생겨서 그런 걸까. 몸에 안 좋은 것에 거부반응이 제법 강하게 올라온다. 수면 습관도, 식습관도, 운동 습관도 마찬가지. 좋은 컨디션과 상태를 만들기 위한 관성이 생긴 것도 같다. 주변에도 종종 말한다. 좋은 습관을 잘 만들어가고 싶다고. 이 하루, 이 순간의 나를 잘 제어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절하게 누리면서 사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물론 의지를 잃고 몸이 퍼지는 때도 당연히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신념이 그다지 강한 사람은 아니라서, 삶의 태도를 엄격하게 지키지는 못한다. 모순된 내 생각과 행동도 잘 합리화한다. 다만, 습관이라고 일컫는 내 신체가 움직이는 방향성만큼은 꾸준히 챙겨가려고 노력한다.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습관들은 개인의 정서를 여유롭고, 건강하게 만든다. 사회도 마찬가지. 집단으로서 좋은 선택을 만들어낼 습관, 혹은 그 습관 전에 그 방향으로 향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모순되는 마음들이 충돌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 의지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기가 찾아온다. 힘겹게 가다 보면, 어느새 관성이 생기고, 습관이 만들어지고, 집단에 해가 되는 것들에 역하게 반응할 수 있겠지. 안정적인 상태는 하나의 요소로 결정되지 않는다. 밥도 잘 먹고, 운동도 하고, 잠도 잘 자고, 청소도 부지런히 했을 때, 그제야 나(또는 집단)를 괴롭게 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질 수도 있겠다.

2024년12월9일

5~6일 충북 진천, 7일 부산을 다녀와서 몸이 축 늘어졌다. 어제는 작업을 하겠답시고 자리에 앉았지만, 별 소득은 없고, 머리가 조금 멍했다. 버스랑 기차를 오래 탔나 싶었다. 국내 지역을 오가는 동안 핸드폰을 들고 실시간으로 뉴스를 살폈고, 사람들은 TV 모니터 앞에 삼삼오오 모였다.

진천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처음 방문했고, 진천에 대해 아는 건, 무빙에 나온 캐릭터 진천(백현진 배우)정도…. 20여 명의 인원이 함께 다니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라, 따로 개인적인 시간이나 여유는 없었지만, 다음에 다시 혼자 들러서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면 좋을 듯싶었다. 산도, 강도, 시골 풍경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부산은 구경할 새도 없이 북토크 참석만 하고서, 밥을 먹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몇 주 전 내가 만들었던 잡지를 중심으로 지역 소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북토크 제안 메일이 왔다. 남해를 떠나온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는 게 걸려서 거절할까 싶다가, 현 상황을 공유했는데, 흔쾌히 지금의 이야기를 꺼내도 좋다는 회신이 왔다. 당신의 책갈피 관계자분들의 초대에 감사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싶어서 지난 책들을 살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 것 같기도 했는데, 만들었을 당시보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이 내게 읽히고 감각되는 것들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서, 책 내용보다는 지금 책을 읽는 나와 내 판단에 관한 이야기를 더 준비했던 것 같다. 참석자분들과의 대화는 인상적이었다. 한동안 의식적으로 남해에서 지냈던 기억을 뒤로 미루고, 지금 내가 진행 중인 작업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었는데, 오랜만에 옛 기억을 꺼내게 되는 시간이었다.

에세이 수업도 끝이 났는데, 이제 정말 써야 할까 싶은 순간들이 생긴다. 지난 시간을 갈무리하고, 내가 뭘 느꼈는지도 모르게 지나온 것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잘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2024년12월6일

어제 충북 진천에서 하루를 지내고 서울에 왔다. 진천에 생긴 스토리 창작 공간을 방문하고, 진천의 곳곳을 구경하는 팸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지금 너무 피곤해서 못 쓰겠다ㅎ 내일 아침 일찍이 부산에 가야 해서... 일단 자고 나중에 적어야겠다.

2024년12월4일

어제저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관련 뉴스를 시청하다가 새벽 4시에 잠들었다. 원래는 새벽 6시 요가를 가야 했는데…. 그놈의 계엄 소식 살피다가 늦게 자고, 요가도 못 가고 12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내 일상…. 일어나서 뒹굴뒹굴하다 밥 먹고 진선과 집 청소를 한창하고, 에세이 수업을 다녀왔다. 수업에 참여한 지 어느새 8주가 지났다. 뭘 했다고? 많이 배웠지만, 참 짧다…. 마지막 날이라고 뒷풀이에 가서 맥주도 벌컥벌컥, 이야기도 도란도란 나눴다. 이제부터는 정말 혼자서 써야 한다. 함께 하던 동료가 사라진 기분. 몇 번이나 겪어봤지만, 이 기분이 마냥 즐겁지는 않다. 그래도 글쓰기는 혼자 하는 거겠지. 이제 마음 단단히 먹고 쓰자.

2024년12월3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문예지 좀 읽어야지 싶어서 낮에 이발을 하고 도서관에 갔다. 조용하고 아담한 도서관 3층에서 현대문학을 펼치고 읽는데, 도서관이 조용하더라. 도서관에 가는 일이 없는 일상이었는데, 막상 가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교양도 챙기는 것 같고 좋더라. 12월에 도서관 가는 일정을 캘린더에 채웠다. 

2024년12월2일

오전 요가... 고관절 부셔져... 점심 짜파게티, 낮에 진선 스쿠터 연습을 하던 중 넘어졌음ㅋㅋ 저녁 라따뚜이랑 바케트 그리고 와인 한 잔. 저녁 미친 듯이 에세이 퇴고... 하루 끝...

2024년12월1일

12월이 시작됐다. 정말로 2024년이 끝나간다. 딱 10년 전, 2014년에 처음 만났던 친구 W를 오랜만에 만났다.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각자의 안부와 근황을 묻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자연스레 지난 시간도 오랜만에 문득문득 떠올렸는데, 그제야 내가 요즘에는 한창 작업을 하고 현재를 살았나보다 싶었다. 종종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겠지.

2024년11월29일

한편 제출…. 더 쓰고 더 내려고 했지만,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 그래도 한 편 낸 게 어디냐…. 저녁 요가로 하루 끝!

2024년11월28일

글자를 뒤적뒤적 퇴고한 날. 중간에 을지로도 다녀왔다. 을지로 골뱅이는 안 먹고 우육면을 먹었다. 종업원이 입구 문 앞에 앉으라고 안내했는데, 추워서 옮겨 달라고 했다. 

2024년11월27일

일찍 잠든 어젯밤, 오늘 새벽에 일어나니 창밖에 눈이 쌓였다. 어스름한 시간대에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도, 인근 주택 옥상에도, 인도와 차도에도 쌓였다. 올해 첫눈을 봤다.


2024년11월25일

바빠서 못 갔던 요가원을 오랜만에 다녀왔다. 아우 몸 아파…. 동작을 하면 항상 원장쌤의 위로(?) 담긴 말들이 나오는데, 오늘도 역시 좋았다.
너무 답답해하지 마세요. 마음을 몸과 분리해 보세요. 몸이 학습하는 중이니 너무 조급해 하거나 답답할 필요 없어요.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그저 동작에서 머물고 호흡하면 돼요.

2024년11월24일

21일부터 어제까지 삼 일간 친구가 연출하는 영화 촬영을 돕기 위해 현장을 다녀왔다. 하루 대략 15시간 정도씩 일하다 보니, 집에 오면 그냥 바로 뻗어버려서… 일기를 못 썻다. 사실 글 쓰느라 한창 바쁠 시기인데… 3일을 비우고 딴 일을 하는 게 괜찮을까 걱정도 됐다. 그렇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지 않은가.

뱅~ 돌아갔는데, 역시 격언에는 힘이 있다. 돌아가길 잘했다.
글 쓰는 시간은 줄었지만. 글을 써야 하는 마음은 올바로 섰다.

아름다운 추억이 생겼다.
영화인들은 대단하다. 모든 영화는 대단하다.
미술, 연출, 제작, 촬영, 배우, 각자 맡은 역할을 20여 명의 인원이 분주하게 수행한다.
주어진 시간에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 나간다.
연출과 촬영 감독이 장면에 대해 논의하고 조명, 카메라 세팅을 한다.
배우는 대사 연습을 하면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중간중간 의상과 미술은 배우와 소품을 매만진다.
그리고 모든 스태프의 밥과 컨디션, 촬영 시간을 챙기는 제작과 연출.

짧은 독립 영화가 이런데, 스케일도 큰 장편을 찍는 현장은 어떨까.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물론 일하는 거 말고…. 힘들어….

어떻게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가능한 걸까.
아무리 그 현장에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봐도 모르겠다.
영화는 돈으로 찍으니까, 돈이 달까. 글쎄.
영화 현장에서는 강렬한 욕망이 짧은 시간 내에 폭발하는 것 같다.
한 편의 영화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개인들의 '어떤 것'들이 뒤섞여서 앞으로 나아간다.
삼 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 기간에도 많은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좋은 연출, 촬영 감독, 스태프와 배우들을 보고 배운다.

나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서 글을 매만진다.
한동안 영화를 보면 이제 지난 며칠이 떠오르겠다.

2024년11월17일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볼까 싶어서 뉴스 기사를 보면, 참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아갈까 싶다. 그러고는 맛있는 밥을 먹고, 디저트로 빵또아까지 먹으면, 이게 사는 거지 싶다. 빵또아 맛있다. 

2024년11월16일

생일을 보냈다. 나이를 먹으니 생일이 대단한 건가 싶지만 축해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그래도 일년에 하루정도 이벤트가 되는 구나 싶다. 진선이 끓여준 미역국, 저녁에 후무스와 피자를 먹었던 퍼멘츠, 게스트하우스 정서를 지닌 이상한 공간 호사가, 두겸의 반찬선물로 마무리.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이리끌고 저리끌고 침대에 누웠다. 하루가 지났다. 내일은 날씨가 많이 추워진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집으로 걸어올라오는 길에 가로등이 새로 생긴 것 같았다. 새로 생기면 새롭다. 졸리다.

2024년11월15일

한 미술가의 작업 이야기를 썼다. 무심한 성격의 미술가는 주변인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작업에 대한 열망만 있을 뿐. 그가 맞이할 결말을 비극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막상 쓰다 보니 그렇게 모질게는 안 되더라. 마냥 쓸쓸하지 않은 건 역시 사람으로 위로받을 수 있어서겠다.

근데 매달 한 편씩 쓰는 거 왜 이렇게 힘드냐…. 그래도 썼다…. 휴

2024년11월13일

종종 혼동할 수 있지만, 성취와 패배, 수치심과 자부심은 다른 영역이라고 했다. 임작가는 오늘 수업에서 이 네 가지 개념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인상 깊었다. 성취를 해도 수치심이 있을 수 있고, 실패했지만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욕망과 목표에 닿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영향을 받고 겉으로 보이는 결과와 심리적 상태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격차를 드러내는 글에서 우리는 화자와 감정적 교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수치심을 글로 드러냈을 때 그동안 내가 믿어왔던 것이 나를 배반을 할 수 있다는 임작가의 말에 나는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무엇에 수치심을 느낄까, 나는 언제 수치스러웠나, 이런 수치로 인해 나를 배반하는 될, 내가 믿어왔던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을 글로 옮길 마음의 준비가 나는 되었을까.

2024년11월12일

오한기 소설 재밌다. 방금 책모임을 했는데 그의 단편집 바게트 소년병을 읽고 있다. 황당한 전개를 유머러스하게 밀어붙이며 설득한다. 나는 설득됐다. 그의 블랙코미디를 한 주간 더 즐길 예정.

2024년11월11일

오늘은 빼빼로데이. 빼빼로 대신 맛동산을 먹었다. 
아... 글이 안 써져서 스트레스 받는다...
일기도 며칠 넘겼고... 오늘도 대강 쓰네...
이번 주는 계속 이럴 것 같다ㅠ

2024년11월8일

삶에 이야기가 얼마나 쌓였나. 얼마나 차곡차곡 모았나. 매월, 매년 이야기를 잘 저축하되 너무 모으기만 하는 것도 미련하다. 죽으면 다 사라지는 걸. 적당한 때에 인출도 하자. 이야기가 빈약한 삶은 싫다.

2024년11월6일

오늘은 이동을 제법 했다. 서가수 집에서 점심을 먹자는 제안에 증산에서 목동까지 왕복, 에세이 수업으로 증산에서 신촌까지 왕복. 스쿠터를 타고 한강을 건너고, 도로를 달리는데, 와 오늘 캡짱 추웠다…. 이제 겨울이야 진짜…. 근데 오늘보다도 더 추워진다는 걸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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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책 모임을 했다. 호주로 간 소형과 오리 그리고 진선과 나까지 넷이 함께 작년부터 이어오던 책모임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채식주의자>다. 노벨문학상 기념으로 한강 소설을 읽었다. 줌으로 호주 소식도 듣고, 고양이 구경도 하고, 책 얘기도 도란도란 나눴다. 호주 집 좋더라… 날씨도 따뜻하겠지? 책 모임이 끝나고 점심은 목동에서 먹을 예정이었다.

서가수 집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서가수는 집 수도관 문제로 생활이 불편했다. 집에서 물을 쓰려면 수도 계량기의 밸브를 열었다 잠갔다 하면서 집 안과 밖을 오가야 했다. 이렇게 어떻게 사냐 싶었는데, 서가수는 나름 재밌다고 하더라. 즐기는 마음은 세계 제일이다. 아무튼 수도 공사 문제로 집주인과 소통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카톡을 뭐라고 보낼까 전전긍긍하고 있어서 내가 대신 대충 정리해서 보여주니 좋다더라. 자신은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게 돼서 집주인에게 좋은 말이 안 나간다고 했다. 내가 쓴 글은 적당히 단호하고 친절하다고 했다.

배불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진선은 몸이 안 좋아서 쉰다고 했다. 나는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목동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벌써 수업에 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에세이 수업에 갈 준비를 느릿느릿했다. 그리고 수업에 다녀왔는데…

아 너무 피곤하다. 자야지.

2024년11월5일

조용하게 소주 한 잔과 고기 한 점. 조용한 고깃집에 한두 팀이 더 들어왔다. 소란스러워도 소주 한 잔과 고기 한 점. 오늘 꽤나 게을렀다. 맛있게 먹었으니 내일 하자.

2024년11월4일

오늘은 우체국 방문의 날. 한 달간 준비했던 짧은 소설을 서류뭉치 구독자에게 보냈다. 매월 이렇게 보내는 것도 어느덧 7개월이 지나간다. 잊을 만하면 우체국에 들어간다. 지금 우편물을 부치면 수신자가 받기까지 약 일주일간의 시간 공백이 생긴다. 요즘에는 메신저로 발송 및 수령 여부를 추적하기도 하지만, 내가 이용하는 일반 우편 서비스는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오늘 보낸 우편물이 구독자들에게 언제 어떻게 닿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서, 미지의 어떤 모습 때문에 약간의 두근거림이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편지도 함께 써볼까 싶다. 아무것도 알 수 없어서 일어난 고요한 설렘이 담긴 몇 마디.

2024년11월3일

저녁 산책을 하는데 날씨가 너무 딱 좋았다. 다음 주 화요일에는 5도까지 떨어진다는데, 상상이 안 된다. 수많은 해의 겨울을 겪었는데도 상상을 못 하겠다니…. 여하튼 오늘 날씨 너무 좋았다. 출근 시간대의 사람들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저녁에는 활기차 보인다.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빠르게 걷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사람 모두 살맛 나 보인다. 나도 하루 종일 모니터 보면서 글을 쓰고 매만질 때는 표정이 퀭했던 것 같은데, 나가서 걷다 보니 속이 풀리는 것도 같다. 더 자주 걸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 올해 가기 전에 며칠이라도 더 걷자.

2024년11월2일

오랜만에 영상자료원에 다녀왔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관람. 예전에 봤었지만, 촬영감독 정일성 회고전으로 기획되어, 영화 상영과 함께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강연 프로그램도 있어서 다녀왔다. 영화를 보고서 정성일 평론가의 강연은 장장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됐다. 알았으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겠지만, 몰랐다. 한 시간 하려나 했는데 3시간…. 힘들더라. 그래도 오랜만에 품격 있는 영화 이야기를 들었다. 에이포 용지를 몇 장을 준비했는지, 3시간 동안 계속해서 종이를 한 장씩 들고 내리는 모습이 인상 깊더라. 다시 본 영화는 정성일 평론가의 강연으로 더욱 풍성하게 기억될 듯싶다. <취화선>이 내 취향에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임권택과 정일성(촬영감독)에게 선사하는 듯한 강연은 취향을 넘어서는 품위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기억에 남는 몇몇 문장. (맥락은 따로 있으나 기록하지 않겠음)
―서사에 복종하지 않는 화면
―시행착오로 영화를 발전시킨 이
―영화를 아프게 만드는 건 연출의 일이지만, 화면을 아프게 만드는 건 촬영이 할 일
―화면비의 변화는 촬영의 입장에서는 구도의 문제, 연출의 입장에서는 동선의 문제다
―어떤 말들은 촬영이 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화면에 아픔이 담겨야 한다는 말.
―촬영이 감각이 아니라 감정을 목표로 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사후적 표현은 가능하겠으나, 찍어야 하는 대상에 아픔을 둔다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걸 찍고 싶은 마음

2024년10월29일

어느덧 10월이 끝나간다.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아무것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잊지 말자.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 2을 봤다. 어제부터 시작했고, 오늘 3화를 틀었는데, 못 보겠더라. 하차. 안녕. 저번에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재밌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2화까지 보고 하차... 내 취향에 맞는 드라마는 이제 더는 나오지 않는 거니... 내가 못 찾는 거니... 내가 써야지 뭐...

취향이라는 말이 좋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이라는 사전 정의가 나온다. 아름다운 말이다. 취향.

영화나 책, 드라마를 보면, 꼭 하는 게 왓챠 별점을 매기는 행위다. 여기서 별점은 비평적 관점에서의 평가 수치라기보다는 나의 취향 수치에 가깝다. 이 영화는 내 취향 별 세 개, 저 책은 내 취향 별 두 개 라는 식이다. 이런 취향의 교집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까운 지인은 음악 취향을 믿는다고 하더라. 음악 취향이 안 맞는 사람은 정서도 안 맞는다고 했다. 난 힙합은 잘 안 듣는다. 그럼 힙합 듣는 사람들과 정서가 안 맞으려나?

오늘은 프랑스 밴드 L'Impératrice 의 Voodoo? 라는 곡을 들었다. 예전에 드라이브 할 때 라디오로 종종 듣던 '이승열의 세계 음악 기행'에서 들었던 곡이다. 오랜 만에 들으니까 좋더라. 추천!

사람의 취향은 음악만 있는 것은 아니지. 영화도, 미술도, 드라마도, 책도, 여행도, 알고 보면 참 다양한 기준에서 취향을 쌓아간다. 그런데 지옥 시즌 2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과 또는 그런 경향과 맞지를 않아... 

2024년10월28일


브런치북을 처음 만들어봤다. 지난 6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고서,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포스팅했다. 작업하면서 흔치 않게 찾아오는 보상이다. 쓰다 보면 종종 이런 일도 찾아온다. 알 수 없는 순간을 대비하는 방법은 없으니 계속 써야 한다. 쓰기 싫은 마음도 잘 돌봐야지.

이틀 전에 할로웨이가 첫 ko를 당했다. ufc는 세대 교체를 직유로 보여준다. 영원한 건 없다.

2024년10월26일

막걸리를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사실을 왜 막걸리를 마실 때는 잊는 걸까. 아니 잊지는 않았지. 분명히 알고는 있지만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서 마시게 된다. 어제는 막걸리를 많이 마셨다. 많이 취했고, 오늘 아침에는 머리가 아파서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계속 누워있었다. 동거인은 일하러 밖으로 나갔고, 혼자 남은 나는 침대에 누워서 릴스 따위나 보면서 시간을 축냈다. 점심쯤 되니까 뭐라도 먹어야지 하고 일어났는데, 딱히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덱시부프로펜을 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안 먹었다. 

배를 채우기 위해서 뭐라도 먹으려고 거실에 나오니까, 어제저녁 술자리 흔적이 밝은 햇빛에 드러났다. 식탁에는 빈 막걸릿병 6개가 라벨이 뜯긴 채로 자리하고, 다 먹고 아무것도 든 게 없는 피자 박스, 사이드로 주문한 치킨텐더, 프렌치프라이 박스도 자리했다. 막걸리를 따라 마시던 유리컵을 보니 속이 좀 안 좋은 것 같기도 했지만, 빈속이라 그렇겠지, 하면서 식탁을 치웠다. 다 치우니 뭘 해 먹기가 귀찮아서 라면을 하나 끓였다. 신라면 건면인데, 튀긴 면이 아니라서 그냥 신라면과 비교하면 열량이 낮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건강이나 다이어트랑 상관없이 건면이 입맛에 맞다. 라면을 끓이고 그릇에 덜어서 치즈 한 장을 올리니 김밥천국이 따로 없었다. 뜨끈한 라면과 고소한 치즈를 후루룩 다 먹고는 집 청소를 간단하게 했다. 설거지도 하고, 분리수거도 하고.

작업을 하려고 모니터를 보지만,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냥 유튜브나 보자. 뮤지션들 라이브 영상도 보고, 개그맨들의 콩트도 보지만 감동도 없고 입꼬리도 그다지 올라가지 않는다. 오전에 머물던 침대에서와는 또 다르게 시간을 축냈다.

카톡으로 사진 21장이 왔다. 서가수가 보낸 사진들이다. 어제는 사실 팟캐스트를 시작하는 기념으로 사진을 촬영한 날이었다. 서가수는 친구 손권에게 부탁해서 우리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나는 어제 손권을 어제 처음 만났는데, 그는 삼국지 손권 이름을 따서 별명처럼 쓴다고 했다. 왜 하필 손권이었을까. 나는 삼국지를 만화로 읽었는데, 내 기억 속 손권은 조금 애매한 인물이었다. 만화에서는 손권을 뚝심 있는 것 같지만 조금 고지식하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묘사했다. 처음 보고 이야기 나눈 손권은 만화 속 손권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의 배경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실행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뭐 첫 만남에 사람을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마는…. 왜 손권으로 지었는지 물어볼걸…. 여하튼 나, 서가수, 손권은 술에 취해서 되지도 않는 얘기들을 떠들었다. 기억이 자세히 나는 건 아니지만, 영화 얘기가 나와서 미드소마가 어쩌고 재밌고, 유전 어쩌고 무섭고, 연극 얘기가 나와서 극단이 어쩌고, 배우가 어쩌고, 중간에는 기타치고 노래도 했었네…. 그렇게 떠들다가 자리의 목적이 우선 사진찍기였으니, 취해서 떠드는 나와 서가수의 모습을 손권이 찍었다.

어젯밤에만 해도 취해서 뭘 찍는지 어떻게 찍혔는지 대강 보고 좋네! 잘 나왔다 떠들었는데, 오늘 맨정신에 사진을 보니 술 냄새가 풍겼다. 서가수가 황정민이 조승우랑 놀러 가서 찍은 것처럼 술톤으로 찍히기를 원했던 것 같다.

다시 작업을 하려고 모니터를 보지만, 그다지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어느새 하루가 끝나가서 일기라도 남겨본다. 내일은 오전에 한강을 둘러보는 일정이 생겼다. 늦지 않게 자야지. 내일은 작업도 열심히 해봐야겠다.

2024년10월24일

아침에 미적미적 일어났다.
침대에서 나오기가 싫더라.
동거인의 도움으로 몸을 기우뚱 일으켰다.
가볍게 씻고, 설거지를 했다.
냉장고를 열어서 요거트에 믹스 견과류를 한 움큼 넣어서 냠냠.
모카포트로 커피도 내려서 한 모금.
천천히 PC를 켜서 할 일과 작업량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그냥 미루자. 귀찮다.
뭉그적뭉그적 쓰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검색도 이리저리하다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쓱 읽었다.

잘 쓰네. 재밌네. 재미없네. 별로네. 재밌다. 좋네. 부럽다. 재수 없네. 잘 썼다. 열심히 했겠지. 천잰가 재밌다. 재미없네.

질투, 시기, 존경, 유희를 오가면서 살피고는 다시 나태함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팟캐스트 녹음하는 날.
서가수가 집에 왔다.
들어오자마자 한숨을 내쉬고는, 집에 물이 안 나온다고 불평했다.
몇 년간 그 집에 살면서 물 문제가 잦았다는 걸 알았다.
페트병 3개를 들고 와서 우리 집 물을 담는 모습이 웃겼다.

자리에 앉아서 녹음 뭐할까 말을 주고받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기타를 쳤다.
서가수도 오랜만에, 나도 오랜만에,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고.
오랜만에 치니까 어색하기도 했고, 얼마 전에 쳤던 것 같기도 하고, 이상했다.

주저리주저리 팟캐스트 녹음을 마치고 서가수는 집으로 돌아갔다.
책이나 읽다가 자야지.
 

2024년10월23일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어려운가 혹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아직 모르는가.
나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혹은 표현하는 게 어려운 걸까.

에세이 수업을 위해 글을 써가니, 합평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의견이 나왔다.
그러다 찾아온 진짜 숙제는, 나 스스로를 모르는 가 혹은 꺼내기 어려워하는가였다.
사실 이 고민 탓에 수업을 신청한 거지만, 내 문제는 내가 풀어내야겠지.

나름으로 열심히 써간 글을 함께 읽고, 거기에 의견을 더하고 또 더하는 과정은 즐거웠다.
한편으로 내 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기분이 나빠질 만한 시간일 수도 있지만,
수업을 진행하시는 임 작가님의 합평 가이드라인과 분위기를 잡는 탁월한 실력으로
모두의 마음을 돌보면서 3시간을 만들어 갔다.
4편의 에세이와 9명의 의견이 시간과 장소를 꽉 채웠다.
이 시간에서 계속 이어질 나의 글쓰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수업 중에 '원하는 곳으로 미끄러지게 만드는 글'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내가 원하는 곳이 어딜까, 독자를 어떻게 그곳으로 미끄러지게 할까.
이 두 가지 질문을 잘 가지고 가련다.

2024년10월22일

화에 대하여.

내일 가는 에세이 수업을 숙제로 글을 써야 했다.
내가 감정적으로 잘 아는 것, 이라는 주제가 주어졌다.
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짧게 쓰는데,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
화 많이 내면서 살았다 증말...
이제는 좀 기운을 빼고 살아보자.
글을 쓰는 것도 어떤 치유의 기능이 있으려나?
오늘 쓴 글의 한 부분...을 보면, 치유는 고사하고, 자기 반성이라도 했으면 좋겠네...

[상황에 따라서 분노가 잘 먹힐 때가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성숙한 어른이라면 감정 조절이 중요한 법이다. 이성적으로 말하고 대화하며 갈등에서 최선의 답을 찾아내야 그 마무리도 아름다운 법이니까. 그런데 어쩌나, 내가 아는 것과 나의 행실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날 탓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랴?]

2024년10월20일

고통의 재현.

국립극장 ITA live <입센의 집>을 봤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통을 겪는 이들의 서사와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괴로운 만큼 놀라웠던 작품.
세련된 무대 연출과 촬영, 리드미컬한 사건들의 연결로 숨차게 달렸다.
후반부에서는 개인적인 연극 취향으로 인해 이야기가 과열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긴 했지만,
그런 개인의 취향 문제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을 한다.
연극 보러 가자고 제안해 준 K에게 감사를...

연극 시간 앞뒤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굴국밥과 쌀국수.
굴국밥 식당에서 굴을 소개하는 패널이 하나 있었는데, 인상적인 문구 '에로틱한 음식, 굴'

어쨌든 배 터지고, 머리 터지고, 감정 터진 날.

연극이 끝나고 호주에 간 J와 W의 소식..
길거리에서 호주 10대들에게 다굴당하고, 병원에 갔다는...
뭐야 오늘...
얘들아, 아프지 말고 놀라지 말고 건강하게 좋은 시간 보내다가 오렴...

2024년10월19일

사주팔자.

동거인 A의 초대로, 집에 방문한 손님들 3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무조림(나야 들기름), 대파찜, 샐러드, 된장찌개, 매실 장아찌, 죽순 장아찌, 쌀밥.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와인도 한 잔, 포도도 한 입.
배가 진짜 터지는 줄 알았다.

S와 D가 사주에 관심이 있고 봐주기도 한다고 했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요청으로 사주를 돌아가며 봐줬다.
나는 을유일주란다. 나무와 닭.
큰 나무는 아니고 덩굴처럼 작고 유연한 나무.
나무는 장작불이 되고, 불은 재를 만들고, 재는 땅이 되고, 땅은 철을 만들고, 철은 물길을 내고?(여기가 기억이 안나네), 물은 나무를 키운다.
음양오행의 세계관.
파묘가 생각나네...

각자의 삶의 궤적과 운명 따위로 떠들며 많이 웃기도 했다.
불안해서 보는 게 아니라 웃음으로 봤다.
사주를 보는 그 시간이 웃음을 줬다는 게 좋은 거지.
맛있는 거 먹고, 배부르고, 웃었으니 즐거웠다.

2024년10월18일

비가 내린 날.

우산을 들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늦지 않게 도착했다.
면접장에는 N이 있었다.
우연히 만난 N은 이곳에서 전시를 준비했고, 오늘이 오프닝이라고 했다.
면접이 끝나고, 전시를 살펴봤다.
요술 같은 작품을 보고, 요술 같은 이야기를 읽었다.

오늘 다녀온 장소(문래동)는 5년 전 내가 작업하고 작품을 전시한 곳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찾으니 제법 많이 변했다.
주변에 상권도, 내가 머물렀던 건물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한 장소가 가진 분위기는 무엇으로 변하는 걸까.
기억 속과는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살짝이나마 예전 모습이 그리웠다.

사람도 비슷하겠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 그가 겪은 세월의 풍파, 기쁨과 슬픔은 예전과는 다른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변한 모습을 만나면, 새로움과 함께 그리워지는 것도 생기겠지.

반면에 스스로에게는 오랜만이 없어서 그리움이 없다.
내가 날 그리워하는 방법은, 지난날 머물렀던 장소를 가는 것과, 그때의 날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겠다.

잠시 그리워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느새 비가 그쳤다.

2024년10월17일

결말까지 쓰였다.

하루 종일 집에서 작업했다.
어떻게 결말을 지어야 하나 지난 며칠 동안 고민하던 내용이 끝났다.
어떤 때에는 결말이 잘 그려지지만, 어떤 때에는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을 때는 괴롭다.
어디를 향해 가는 건지 흐릿한 채로 방향을 잃고 허우적거린다.
걷다 보면 어디든 도착하는 것처럼, 도착한 곳이 목적지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그곳이 운명으로 남는 것처럼, 이야기에 결말도 그렇게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퇴고하면서 수정될 수 있겠지만...ㅎ


2024년10월16일

자괴감에 빠졌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니 A가 반겨줬지만, 자괴감이 든다.

오늘 저녁은 에세이 쓰기 첫 수업을 다녀왔다.
평소에도 일기를 계속 쓰려고 하고, 브런치 연재도 잘하고 싶어서, 희곡, 소설과는 별개로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항상, 관심을 가지는 대상은 어렵다.
일기 쓰기도 어려웠는데, 에세이는 말해 뭐하나.
일단 뭐라도 써 갔지만, 수업을 들으니,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내 글의 문제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런데 자괴감이 드는 사실은, 선생님의 방법론을 들으면 얼추 아는 사실이라는 거다.
희곡을 쓰면서 항상 주의 깊게 신경 쓰는 사실, 이야기가 리얼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메커니즘.
물론 안다고 다 적용이 가능한 건 아니다. 그게 됐으면, 뭐든 다 기가 막히게 썼겠지...
도저히 적용이 안 된다.
에세이는 쓰는 게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오늘 받았던 질문, 내가 생각한 에세이란? 
내 대답, 일기와 비교해서, 일기는 그날에 딱 달라붙은 감상이라면, 에세이는 그 하루하루의 일기를 실로 잘 꿰어 내는 의식의 작업.

뭐 어쨌든 이런 자괴감 타임도 필요하지.
오히려 적절한 때에 찾아온 것도 같다.
얼른 자고 내일 일어나서 써야겠다.
쓰자... 뭐라도 쓰자...
다음 주 수업 때 다시 자괴감에 빠져야지...ㅎ

2024년10월15일

며칠간 일기는 안 썼지만, 일상에 충실했다.

오랜만에 연극 공연을 봤고,
친구들과 술을 진탕 마시고 4컷 사진을 남긴 후 다음 날 숙취로 고생했으며,
긴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과 간장게장을 먹었다.
에세이 쓰기 수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숙제로 짧은 글을 썼고,
매월 한 편씩 쓰는 단편 소설에 집중하는 중이다.

오늘은 J를 인천공항에 바래다줬다.
그리고 10월 15일 오늘은 그와 만난 지 8주년이 된 날이다.
8년을 만났는데, 1년이나 떨어져 지내게 되는 건 처음이다.
J는 워낙 활기차고 열심히 하는 친구라서 크게 걱정되는 건 없다.
그저 좋은 시간을 겪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나도 호주에 놀러 가고 싶다…
잊고 지내던 호주에서의 시간이 드문드문 떠오른다.

얼마 전부터는 만나면 즐거운 친구 S와 함께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매주 녹음을 하고, 현재 업로드된 에피소드는 3개.
인스타스토리에 알림 겸 소식을 올렸는데, 정말 오랜만에 L에게 전화가 왔다.
L은 지난 군 생활할 때 선·후임으로 만난 사이다.
팟캐스트를 너무 재밌게 들었다며, 계속 응원한다는 말을 듬뿍 받았다.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냥 유쾌한 L을 못 본 지 6년이 지났다.
시간을 헤아리니 더욱 보고 싶었다.
울산에 있어서 쉽게 만나지는 못하지만, 곧 얼굴 보고 떠드는 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인연의 시간이 쌓일수록 아름다운 추억이 남는다.
그리고 지금 오늘부터 이어지는 앞으로도 그러하도록 애써야겠다.

2024년10월11일

하루종일 글은 안 쓰고 딴 짓만 한다.
이소라 3집 <슬픔과 분노에 관한>을 방금 다 들었다.
좋네.
슬프고, 분노가 인다...
얼른 글쓰자...ㅠ

2024년10월9일

한글날이다.
일주일 전 즈음인가, 오늘 열리는 예술인 대상 라운드 테이블을 신청했었다.
당시에는 쉬는 날에 열리는 행사인지 몰랐지...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참여하는 행사였는데, 너무 가기 귀찮았다.
당시에는 이렇게 귀찮을지 몰랐지...
그래도 신청을 했으니 가야지 싶어서 무거운 몸을 지하철에 실었다.

막상 현장에 가니 그래도 잘 왔다 싶었다.
십여 명의 낯선 예술인들이 둥그렇게 자리에 앉았다.
자본주의가 어쩌고 예술인이 저쩌고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예전에 애정하던 친구와 너무도 닮은 분을 봤다.
말하는 투나 목소리까지도 비슷했다.
분명 다른 사람이지만 이렇게 비슷한 사람도 있구나 신기했다.
이후에는 참여자 각자가 자기소개도 하고, 자본주의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경험을 나눴다.
나도 작업을 한답시고 활동을 하니까 이런저런 말을 덧붙였었는데, 끝나고 나서는 내가 한 말들이 별로 쓸모가 없을 것 같아서 민망했다.
웃겨 보겠다고 예술가는 돈이 없으니까 지출을 줄이자는 시답잖은 얘기도 꺼내고...ㅎ
어쨌든 예술 작업하는 한 명의 예술인으로서 경제적 조건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에는 관심이 많다.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을 들으니, 나만 하는 고민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데 또 이와 비슷한 자리를 찾아서 갈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지금 내가 겪는 경제적 조건 그대로라면 더욱 찾아가지 않겠다.
우선 내 작업에 집중하고, 소득의 선순환을 고민하고 만들어 내는 게 우선순위에 맞겠지.

라운드 테이블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봤던 그 사람을 통해서 옛 친구의 생각이 났다.
공식적인 연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당시의 서로를 대하는 마음은 연인으로 만났던 것 같다.
지금도 잘 지내고 있겠지 생각하며 집 근처에 왔는데, 이게 웬걸... 영화 촬영하는 젊은 예술인들이 집 앞 골목에 있었다.
5-6명의 젊은 친구들이 카메라 앞에서 서성였다. 한 명은 붐 마이크를 들고, 한 명은 카메라를 들고, 연출인 것 같은 한 명은 중년의 남자 배우가 쪼그려 앉아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찍으려고 연기 가이드를 하고 있었다.
무슨 날인가 오늘...
어떤 영화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 영화를 보게 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하겠지만, 영화 찍는 그 젊은 예술인들을 응원한다.
좋은 결과물로 많은 관객을 만나길...

2024년10월8일 (2)

저녁에 북토크를 다녀왔다.
남해에서 일하며 독립출판사를 운영할 때 인연을 맺은 K가 기획한 행사였다.
약 3년 전에는 나는 편집자로서 K에게 연락했었다.
K의 글을 우연히 읽고 마음에 들어서 원고를 청탁했다.
당시 기획했던 잡지에 K의 소설 두 편을 실었다.
지금 K는 출판사 대표로 일하고, 나는 소설을 쓴다고 소개하니 입장이 바뀌었다. 

조용한 책방에 수십 명이 모여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기하게도 행사 진행을 작가의 연인 분이 맡으셨다.
둘의 가까운 관계에서 풍기는 말의 분위기가 다정했다.
한편으로는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행사가 끝나고 K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본 지 한두 달 정도가 지났던 것 같았다.
각자 일상을 공유하면서 쭈뼛댔는데, 누군가 옆에서 보면 인사치레로 느껴질 말들이 오고 갔다.
나는 소셜미디어로 소식을 잘 보고 있다고 말하며, 한동안 바빴을 것 같다고, 고생 많으셨다고 했다.
K도 종종 여기에 쓰여진 내 일기를 보고 있다고 하며, 나 역시 바빴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는 바로 민망해졌다.
이곳에 일기를 원래도 그다지 정성스럽게 쓰는 편이 아니기는 했지만, 요즘은 더욱 열심히 대충 쓰면서 지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을 이리저리했다.
앞으로도 그다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면서 일기를 쓸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누군가 보고 있으니 몇 가지는 노력해 봐야지 했다.

읽을만한 것을 제공하기는 해야지, 원래 다짐했던 것처럼 조금 더 솔직한 나의 일상과 생각을 담아봐야지, 모호하고 추상적인 사념의 전시가 아니라, 내가 본 것, 겪은 일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낼 수 있게 노력해야지, 그렇다고 너무 정제된 글보다는 휘갈긴 글로 남겨둬야지, 따위의 생각을 했다.

이 마음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사 왔다. 
한잔하고 자야지.

2024년10월8일

사람들이 우루루 몰리면 어색하다.
각자가 어색한 상황에서 하는 생각과 행동이 있겠다.
그게 그 사람의 본이 아닐진대, 시도 때도 없이 가늠하는 버릇이 있다.
이야기가 얕다.
헤어짐의 결과는 만남일 수도 있겠다.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침에 일어나서 삶은 달걀 하나와 바나나 한 개를 먹고, 커피를 한 잔을 내려 마셨다.
피로가 은은하게 몸에 쌓인다.
이 피로가 언젠가 풀리기는 하는 걸까.
등 허리가 뻐근하다.
내가 말하는 투가 마음에 안 든다.
마음에 안 드네...

2024년10월6일

어제도 하루종일 장막 희곡을 퇴고를 하다가 늦은 밤, 마침내, 탈고했다.

그렇게 열심히 고치고, 쓰고 하던 글을 제출했다.
몇 가지 추가 서류가 필요했는데, 한 꼭지에 작품 의도를 쓰란다.
의도라...
과연 의도라는 것이 명확할까.
언어화하는 순간 진짜 의도는 바로 숨어버리는 게 아닐까.
그래도 형식을 맞추기 위해서 작성해야 하니...

오늘부터는 다시 소설을 써야지. 

2024년10월4일

하루 종일 퇴고 한 날...
글자 많이 봤다...
중간에 요가 다녀왔는데, 고관절 부서진다...

2024년10월3일

어제 에세이 쓰기 수업을 신청했다.


요 근래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 결정을 했다.
소설과 희곡을 주로 쓰니 관련한 수업을 듣는 게 좋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내 스스로 잘 따라가면서 배울 것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 왜지... 이미 꾸준히 써오고 있어서 일지도...

내가 이야기를 만들고 쓰려고 하는 동기, 계기, 목적이라 불리 우는 '정체성'을 탐구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에세이가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정체성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계속 변할 수 있다. 
아닌가... 변하지 않는 것일지도...

그저 모호한 것들이 많은 지금의 상태를 조금은 분명하게 만들고 싶다.
혹은 더욱 분명하게 모호해지고 싶은 걸지도...

2024년10월2일

어제 늦은 밤, 근처 영화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 조커를 봤다.
전작의 흥행과 논란으로 많은 이들이 후속작에 관심을 가졌다.
막상 보니 영화는 그저 그랬지만, 그 시간, 친구들과 쪼로록 앉아서 극장에 앉아있는 그 모습이 재밌었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와서는, 새벽 기운에 각자가 피곤함을 안고서 몇 마디 말을 나눴고 웃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잠에 들고 아침이 되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오전 시간을 푹 쉬고 점심이 지나고 나서야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려고 한다.
집중하자.

2024년10월1일

10월이라니, 2024년이 저물어간다.

오늘 날씨는 흐리지만, 오전에 한강에서 요가하고 차 마시는 피크닉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가기 전에 일기 쓰기...

어제는 작업하고 밥 해 먹고 책 읽느라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일정도 정리하다 보니까, 많이 밀렸다... 부지런하게 글을 써야 한다...

10월 중에는 서류뭉치 11월 편 소설도 쓰기 시작 해야 하고, 집필 중인 희곡도 이번 주 중에 탈고해야겠고, 지난 서류뭉치 소설들도 몇 편 골라서 퇴고를 하려고 한다. 단막극도 하나 쓰려고 했는데... 이게 가능한 일정이니...?

새로운 달이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얼른 써 재끼자.

2024년9월30일

아침 샤워하면서 생각한 것.

참 비겁하던 기억이 많다.
거짓을 고백하고, 마음을 숨기고, 심술로 빼앗고, 인정하지 못하고.
두려움 앞에서 용기를 낼 수도 있었을텐데, 주로 비겁했다.
타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보통 나의 비겁함은 다른 이가 알아채지 못한다.
나밖에 모르는 비밀.
앞으로도 이 비겁함을 숨기면서 살아야하는데... 어이고...

2024년9월29일

설거지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면서 생각한 것.

세상에 참 억울한 일이 많다.
그래서 이것저것 생기는 지도 모른다.
음악이 생기고, 집이 생기고, 판사가 생기고, 연인이 생기고, 친구가 생기고, 대화가 생기고, 두 손이 생기고, 생각이 생기고, 시간이 생기고, 농사가 생기고, 숫자가 생기고,  그림이 생기고, 은행이 생기고, 영화가 생기고 등등등.
이렇게 생긴 것들이 억울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억울함이 사라지나, 그냥 달래주는 거지.

2024년9월28일

9월이 끝나간다.

오늘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을 만난다.
여전히도 메신저에서 낄낄대고 농담따먹기나 하는 사이인데, 두 명은 어느새 아빠가 됐다고 한다.
그 중 한 명은 애가 둘이란다...
점심 약속을 잡아서 만나는데, 애를 데려와도 되냐고 한다.
세월 참 묘하다.

재미난 친구의 제안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매주 겪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상의 기록을 목적으로 한다.
앞으로 내 일상에 대한 기록이 이 일기와 함께 말로도 남겠다.
잘 녹음해봐야지.
시간이 흐르고 나중에 들으면 재밌겠다.
그때도 세월이 참 묘하다고 느끼겠지.

2024년9월26일

설거지를 하다가 생각한 것.

일반화의 어떤 부분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상대적이다 라고 단정하는 건 아쉽다.
상대성이 많은 것을 안심(?)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일반성을 무시하는 것이 가능할까.
다만, 일반성과 절대성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인지해야겠지.

다르다는 것의 집착은 외롭고 아프다. 그만큼 아름답기도 하겠지만.

2024년9월25일

안경을 새로 맞췄다.
오늘 새로운 안경을 낀 모습을 보니... 어색하네.
머리도 했다.
거울을 보면 어색하다.
내가 나를 보는 게 어색하다.
이상하네.

2024년9월24일

안경이 무거워서 요즘 계속 바꿔야지 했는데 오늘 맞췄다.
돈 좀 썼네... 오래 쓰고 다녀야겠다.

오랜만에 매트릭스봤는데 무쟈게 재밌넹...

2024년9월23일

이틀 전, 성미산알루에서 반년 만에 만난 친구와의 술자리.
-맥주 2잔, 한라산 2병, 골뱅이쫄면, 순대야채볶음

어제, 책모임을 가장한 을밀대에서의 저녁식사 +포켓폴 내기(졌음)
-평냉, 녹두전, 수육

오늘, 희로에서 일기 모임 만남 예정.
저녁에 합정에서 전지한 씨 버스킹 공연도 있다고 했는데 보러가야지.

아, 어제 을밀대 가기 전에는 에무시네마에서 <수유천>을 보고 사직 커피에 갔다.
<수유천>을 보며 제법 낄낄댔고, 홍상수는 여전하고, 김민희는 스타일도 연기도 대단했다.
영화를 보며 웃긴 했지만, 그 이야기와 상황을 에워싸는 서늘한 감각이 인상 깊었다.
그의 초기작 느낌이랄까.
사직터널이 보이는 카페 풍경은 새로웠다.

2024년9월20일

지난 이틀 간 행동 정지.
기분은 상황을 해석한다.
좋으면 좋게, 불편하면 불편하게.
그러고 보면 진짜 상황은 기분이 찾아오고 나서 시작된다.

어제 짧은 추리 소설을 몇 편 읽었다. (미스테리아 43호)
복잡한 범죄 상황을 멋들어지게 해결하는 탐정이 있고, 변호사가 있고, 경찰이 있다.
추리의 과정은 난장이다.
사실과 정보가 파편적으로 나열되고, 주인공은 그것들을 우연히 또는 필연히 만난다.
인물과 사건, 의도와 방법, 시간과 장소 같은 것들이 뒤죽박죽이 된다.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퍼즐로 완성되는 때를 위한다.
10월에는 추리 소설을 써 볼까 했는데,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

미스터리가 내 주변에서 보이기를 기다려본다.
그 진상을 파헤쳐 볼 수 있으려나.

2024년9월18일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들이 찾아오면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오늘도 끝이다.
연휴라고 다를 것도 없는데 풀어진다.
가을이 오면 달라지겠지.
겨울도 다시 오면 지금은 지나가 버린 때가 된다.


2024년9월17일

추석 당일이다.
친구 두 명이 저녁에 집을 방문했다.
같이 밥을 해 먹고, 술도 한 잔 하고, 얘기도 나누고, 홀덤도 몇 게임 했다.
참 시시하지 않은 게, 좋은 사람을 만나는 순간에 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그새 각자의 이야기를 쌓아 올렸다.
각자의 분위기를 만들고, 거기서 각자가 자랐다.
하나도 시시하지가 않다.

낮에는 『미스테리아』에 실린 정성일 평론가의 글을 읽었다.
영화 <큐어>에 대한 비평이었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에 대한 생각을 잠깐 했다.
글을 쓰면서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인 것 같았다.

꿈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나는 꿈을 자주 꾸지 않는다.
꾸겠지만 기억에 없다.
현재 나에게 기억에 남는 꿈은 손가락에 꼽는다. 
한 다섯 개 정도가 또렷하게 남아있다.
기이하고 으스스한 꿈들인데, 이 기억이 소중하다.
동거인을 비롯해서 종종 꿈을 잘 꾸는 친구들을 만나면 조금 부러울 때도 있다.
나에게 꿈은 너무도 강렬한 장면이다.
기이한 이미지, 깨고 나면 으스스한 느낌.
여기서 출발하는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꿈을 언제 다시 꾸려나.

2024년9월16일

혼자서 좋은 시간을 만드는 것의 어려움.

혼자 집에 있으면 하염없다.
생각은 단정하지 못하고, 몸은 늘어지니 생활을 챙기기 어렵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핸드폰으로 짧은 영상을 보는데, 글쎄 이 스크린 안에 뭐가 담겨있는지도 생각하지 않을텐데 왜 보고 있나 싶다.
글을 쓰는 건 고사하고 읽는 것도 쉽지 않다.
꼭 혼자 있게 되면 좋은 시간이 힘들다.
말을 하거나 듣지는 않으니, 생각과 움직임으로만 있어야 할 텐데.
고독하다는 것도 가만히 느끼고 있지를 못한다.
혼자고, 누구도 없으니 분명히 고독해야 하는데, 혼자라서 고독함을 잘 못 챙긴다.
오히려 누구라도 옆에 있으면 고독이 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역설이란...

2024년9월15일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가족들을 만나고, 맛있는 추석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겠다.
명절에 가족들을 만나지 않은 것도 벌써 몇 해가 지났는지 모르겠다.
2019년부터는 명절에 본가(경기도 김포)에 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지방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까, 명절 교통 상황을 고려해서 일부러 피하곤 했다.
올해는 추석은 작업 일정이 밀려서 연휴 동안에는 이동하지 않을 계획이다.

오늘 오전에는 책 모임을 하고 오후에는 뒹굴거리며 시작을 죽였다.
저녁이 되니, 뭐라도 할까 싶었지만, 딱히 무얼 하지는 않았다.
써야 할 글이 있는데 미루기만 했으니 내일은 또 마음이 바쁘겠다.

글도 글인데,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 계정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이 들었다.
그래도 나름 출판 계정인데, 독립 출판을 이어서 해봐야 할까 싶다가.
새벽 한 시에 인스타 라이브를 켰다.
몇몇 아는 사람들이 들락날락했다.
인사를 나누고 이렇게 일기를 이어서 쓴다.

무난하게 하루가 흐른다.
인생도 무난하게 흘러가려나 싶지만, 머릿속에 찾아오는 질문들이 쉽지 만은 않다.
쉽지 않은 인생이라고 즐겁지 말라는 법은 없다.
걱정할 것도 없다. 사실 걱정은 된다. 사실 엄청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다 모를 것들이다. 내 마음도 생각도.

책 모임에서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읽고 있다.
기가 막힌 소설이다. 반 정도 읽었는데, 남은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내 삶도 반 정도 지났다고 보는데, 남은 이야기도 기대해봐야겠다.
잘 쓰여진 소설보다야 재밌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내 삶인데 내가 기대해야지.

2024년9월14일

단편 하나가 또 얼추 정리됐다.
여섯 번째로 쓰는데 여섯 배 어려워졌다.
하면 할 수록 어려운 것...
다음에는 조금 더 수월하기를 바라며...
추석 연휴에는 희곡을 쓰게 되겠다.
조용하게 글 쓰는 시간을 만든다.

2024년9월13일

비가 내린다.
요즘 빌 에반스를 듣는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씨랑 잘 어울리네.

2024년9월12일

S와 팟캐스트 녹음을 했다.
역시 마이크가 앞에 있으면 말하는 게 어렵다.
앞으로 매주 녹음을 할텐데 익숙해지겠지.

H가 저녁에 와서 맥주를 한 잔 했다.
오랜만에 만난 H는 요즘 생각이 많다고 했다.
먹고 사는 걱정, 창작하고 싶은 표현 욕구,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 등
다들 살면서 걱정과 고민이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A는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잠결에 이런 저런 대답을 하면서 뭐가 재밌는 사람일까 생각해봤다.
재미는 상대적인 것이겠지.
살면서 잘못한 것 세 가지를 말해보라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많았지만, 몇 가지 추려서 말했다.
학생 때 어머니께 소리 지른 것.
군대에서 후임 때린 것.
8살인가 9살 때, 다투던 친구 집까지 따라가서 괴롭힌 것.
지금 생각하면 다 왜 그랬나 싶다.
사는 건 미안한 일을 많이 만드는 것과 같다.
살면서 받았던 것 중에 좋았던 게 무엇인지 세 가지 말해보라고 했다.
이 역시 너무도 많았지만 추려서 말했다.
졸업 후 막막한 미래에 좌절했을 때, 내가 잘 할 거라고 믿는다며 아버지의 응원을 받았을 때.
열심히 공부한 결과를 보고 내가 인정하는 사람으로부터 진심 어린 칭찬을 들었을 때.
가지고 싶었던 물건을 A에게 깜짝 선물 받았을 때.

좋은 삶은 뭘까.
20대 초반에는 깊은 생각이 좋은 삶을 만들지 않을까 싶었다.
몇 해 전에는 적절한 질문이 좋은 삶을 만들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은 글쎄, 좋은 습관이 그에 걸맞은 삶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

2024년9월10일

2018년 아는 지인에게 오디오 믹서를 중고로 산 적이 있다.
당시 팟캐스트를 한 번 해볼까 싶었는데, 무엇이든 장비빨 아닌가.
마이크, 믹서 등 집기를 구입해서 친구들과 놀면서 녹음을 했었다.
물론 얼마 후 바로 창고행이었지만...
이후로 이사를 몇 번이나 다녔지만 믹서는 그때마다 창고에 쏙쏙 들어갔다.

올해 2월에 또 다른 친구 S와 팟캐스트를 해볼까 말을 꺼내고 몇 번의 테스트 녹음을 했었다.
핸드폰으로 장난치듯이 녹음을 했었는데, 그것도 몇 번 하고서 중단된 상태였다.

오늘 오랜만에 다시 S와 녹음 일정을 잡고서 집 창고에 있던 믹서를 슬슬 꺼냈다.
그렇게 먼지가 쌓여있던 믹서는 2024년 9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먼지도 닦고, 사용 방법도 찾아보고, 테스트도 이리저리 했다.
팔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았던 물건을 다시 꺼냈는데, 반갑더라.
이 반가움은 물건이 지니고 있는 내 과거의 한 순간 때문일지도...

S는 삶의 이야기를 꺼내며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할까 의견을 냈다.
그렇게 우리 둘은 일상에서의 에피소드를 무겁지 않게 기록해보기로 했다.
뭐 그렇다고 아무거나 말하지는 않겠지, 소리로서, 말로서 기록할 만한 이야기들을 생각해야겠다.
의미 없는 잡담은 아니고, 그렇다고 대단한 정보도 아닌... 무엇이 될 지는 해보면서 알게 되겠지.
내일 본격 녹음을 시작하기로 했다.

2024년9월9일

지루함을 느끼는 건 역량이 부족해서라고...
끄덕끄덕.

2024년9월8일

지난 저녁 짧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청소를 하면서 생각한 것.

지난 저녁 A는 의욕? 의지? 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무언가 생활이 무기력한 것 같았다.
나 역시 종종 그럴 때가 있기는 하지.
무엇도 하기 싫고, 귀찮고, 원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평온한 상태는 아닌.
삶의 무게에 짓눌리는 느낌.

청소를 마치고 샤워를 하면서 생각한 것.

그렇다면 그 상태를 어떻게 잘 지날 수 있을까.
몇 개의 습관이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의지는 별다른 해결책이 안 되지, 변덕이 너무 심하니까.
그렇지만 습관이라는 관성력은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작동이 된다.
여독을 풀기 위해 오늘 아침 늦잠을 더 자려고 했지만, 일어난 것처럼.
일어나서 세면을 하고, 스쿼트 하고, 집 청소를 간단하게 하고, 커피를 내리고, 계란을 삶는 것처럼.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 몸이 움직이게 되는 것처럼.
무기력한 몸을 이끌고서 그냥 움직이는 것처럼.
그렇게 삶을 어찌어찌 걷다 보면 어느새 오르막, 내리막을 지나곤 한다.

2024년9월7일

어제 태안에 도착했다.

미리 여행을 시작했지만, 원래 함께 놀자고 했던 친구들 4명도 서울에서 태안으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했다. 
5일 간 혼자 여행할 때는 입 밖으로 말을 뱉는 때가 많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편의점에서 물건 사고 말하는 '감사합니다' 정도만 있었을 뿐...
신나서 여행 중에 생각한 것들과 본 것들을 들려주는데, 말은 참 신비롭다.

말은 현장성이 지배한다.
내용과 표현방식의 조화, 말하고 있는 장소, 정해진 시간, 함께 있는 사람들의 특징 등등.
말을 하고, 듣는 사람의 태도는 인격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말'의 요소 자체를 즐기는 편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나도 대답하고, 복수의 인원이 말을 주고 받으면서 대화의 레이어를 하나하나 쌓아가는 과정, 한 편의 작고 소소한 연극이 만들어지는 시간들.

그런데 글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엇을 쓰고, 어떻게 쓰고, 얼마나 쓰고...
뭐라도 쓰고 있지만, 이게 무엇인지는 아직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여행은 끝나가고 오늘 저녁에는 서울에 있겠다.

2024년9월6일

흔히들 삶은 여행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일상에서는 종종 여행자의 마음을 지키기 어렵기도 하다.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 눈 앞 가까이에서 펼쳐지는 일이어서 그런 걸까.
그럴 때 종종 삶 속의 작은 여행을 떠나도 좋다.

지내던 곳을 떠난 지 5일차다.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일어나서 글을 끄적이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이동할 곳을 찾고, 숙소를 정하고 예약하고, 교통편을 찾고 예매하고, 이동하면서 보이는 것들을 구경하고, 사진 찍고, 생각나는 말을 메모하고, 중간중간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스마트폰도 만지작 거리고, 잠에 들고 다시 다음날 반복한다.
여행자가 되었다는 느낌은 이런 하루의 흐름과 더불어서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다.
대부분은 여행이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을 하고, 지쳐 보이고, 가까운 사람들과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나만 다른 상태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외형으로도 뚱뚱한 백팩과 사이드백, 옷은 추레하고, 시선은 두리번두리번...
이렇게 여행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면, 그제서야 원래의 여행이라고 불리는 나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 를 잘 살게 해야, 다른 것, 이 좋아진다.
우리, 라는 말로 무언가 행해지는 것은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
나, 가 있어야 너, 가 생긴다.
불평불만 가득하고, 짜증이 많고, 게으르고, 패배주의에 젖어있고, 몸과 마음이 아픈, 나, 는 너, 와 함께하는 좋은 삶을 상상할 수 없다.
너, 가 없는 상태의 나, 를 잘 살게 해야 한다.
너, 와 함께 하니까 아무 것도 상관없고 다 괜찮다는 말은 나, 를 속이는 일이다.

내 앞에 나타나는 풍경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여행자의 마음을 오래 간직해보자.

2024년9월5일

광주에서 진땀 난 썰...

어제 저녁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서 늦은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왔는데, 어라?
핸드폰을 두고 나왔네?
어? 숙소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0201* 삐삐삐
2010* 삐삐삐
2001* 삐삐삐
0212* 삐삐삐
삐삐삐삐
완전히 잊어버렸다...
하...
호스트와 연락은 에어비앤비 메신저로만 했으니...
나가서 피씨방을 가거나 사람들한테 부탁을 해야 했다.
후...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이란...
그렇게 광주의 밤거리를 헤매기 시작했다.
길을 잘 모르겠어서 멀리는 못가겠고, 낯선 사람들은 무섭기도 하고, 피씨방은 안 보이고...
그렇게 결국 길을 지나는 한 여성 분에게 민망한 부탁을 하려고 했다.

-제가 이상한 사람은 아닌데... 광주 여행 어쩌고, 에어비앤비 어쩌고, 어플 어쩌고...
-(겁에 질려서) 죄송해요 제가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후다닥)
-아...

그래...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겠다... 놀래켜서 죄송하네...
그냥 피씨방이나 물어봐야겠다...
배고프네... (앞에 타코야끼집) 타코야끼나 먹어야지...

타코야끼 먹으면서 사장님께 한 번 더 물어볼까 싶어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역시나 잠시 경계 하시다가, 흔쾌히 핸드폰을 빌려주셨다...
그렇게 메신저를 다시 보니, 비밀번호는.... 0701* 이었다....
왜 이게 생각이 안 나서...
타코집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듬뿍드리고, 근처 편의점에서 간식도 사다드리고, 숙소로 복귀...
기운이 빠져서 영화 한 편 보고서 늦게 잠에 들고...

눈떠서 핸드폰을 보니 10시 30분... 미친...
체크아웃 시간은 11시였다.
정신없이 씻고, 준비하고 나왔다...

그렇게 광주의 하루가 지나가는데, 여행 계획은 완전히 변경되어서, 목포와 해남은 안녕...
다시 대전으로 돌아간다...ㅎ

2024년9월4일

계획대로 흘러가는 건 많지 않다.
가려고 했던 곳은 멀어지고 새로운 풍경이 찾아온다.
사람들 사이에 사건을 또 생겨나고, 누구는 괴롭고 힘들고 지치겠지.

별다른 계획 없이 홀로 여행을 떠나오니까 순간 순간에 민감해지는 것도 같다.
잘 모르는 곳에서 평소에 하던 행위(식사, 잠, 휴식, 작업 등)을 하는 건 생각보다 수월하지는 않다.
그래도 여기도 저기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원래 가려고 했던 행사가 취소됐다.
앞으로 며칠 간 어디로 흐르려나.

우선 광주로 이동한다.

2024년9월3일

지난 밤, 금산에 도착하고 친구 집에 왔다.
집은 그 사람의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요소를 감각화한다.
집에서 나는 향기, 벽에 붙은 포스터, 책장의 책들, 사진들, 그림, 가구의 배치, 화장실, 냉장고 등등 모든 곳에 집 주인의 어떤 것이 스며들어 있다.
개성이 담겨있는 집을 방문하면 반갑다.
오늘은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저녁이 되면 누군가의 마음과 실천이 담긴 집이 아니라 상업 숙소에서 잠을 청하게 되는 것이 아쉽다.

2024년9월2일

오랜만에 고속버스를 탔다. 내일은 정말 오랜만에 기차도 탄다. 무궁화호. 기차타고 여기저기 다녀본 게 얼마만일까. 13년도에 내일로 티켓으로 다녔던 기억이 흐릿하다. 14년에도. 어느새 십여년이 지났다. 그때를 지금 추억하듯이 지금을 나중에 추억하겠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풍경이 바뀌고, 어디엔가 도착한다.

2024년8월31일

2024년 8월의 마지막 날

시간은 어떤 기념을 위하여 발명된 것 같다.
끝없는 기념의 늪에서 허우적되겠지.

2024년8월30일

퇴고 중에 나온 문제

배부른 만큼 쓸쓸한 산 자, 굶주린 만큼 즐거운 죽은 자

2024년8월29일

세상에 사건 사고가 참 많다
뭘까 이 세상은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 뭘까
어제만 해도 꽤나 평온한 삶을 산다고도 생각했는데
달이 한번 뜨고, 지고 나니까
생각이 바뀐다
쉽지 않은 게 세상살이야...
어디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어디는 싱크홀이 생겼다고 하고
어디는 청문회한다고 하고
어디는 재판한다고 하고
어디는 잘하고 있다고 하고
어디는 나가 죽으라고 하고
어디는 무죄라고 하고
어디는 범죄라고 하고
어디는 뭐라뭐라 하고
나는 가만히 집에 앉아서 세상 돌아가는 걸 본다고 하고

2024년8월28일

어제는 늦게 잠들었다
친구들이 집에 왔고, 이야기를 나눴다.
우연히 만난 인연들이 생겼다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지.
여러모로 반갑고 신기한 시간.

일어나서는 조금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서 대단하지 않은 정도로 작업을 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저녁에는 요가를 다녀오고, 사랑하는 이들과 맥주 한잔.
틱틱 대는 말에서도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잔소리도 주고 받는 시간, 별 것 아닌 이 시간에도 무언가가 발견될 수 있겠지.
요즘 참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도 느꼈지만, 항상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으니, 지금을 잘 즐기고 지내야지.

나이는 하나둘 먹고, 생활을 여전히 궁핍하다. 그렇다고 삶에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천천히 무언가가 쌓이고 있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무엇이 옳은지, 어떤 삶이 내가 원하는 것인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어디에 있는 지...
삶은 끝없이 탐구하는 과정인가보다.

내 삶은 계속 이런 걸까. 그렇다면 재미를 잃지 않을 수도 있겠다.
불안하고, 위태로울수록 재밌는 거니까.
단단하게 머물도록 하자. 
누구를 만나도, 어떤 상황에서도 비겁하지 않도록.
이미 많이 비겁해 봤잖아.

2024년8월27일

아침에 포털 뉴스를 보다가.



신뢰회복, 갈등해소같은 것들은 소식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갈등을 겪는 누군가의 소식이 나에게 아무리 이롭다고 해도 내 감정과 기분이 온전히 회복되지는 않으니까.

커다란 젠더갈등, 세대갈등, 종교갈등, 지역갈등
상대적으로 작은 가족, 연인, 친구 관계에서의 갈등
모든 종류의 관계에서 그렇다.

갈등을 겪는 대상의 일상적인 소셜미디어를 들여다 본다고 나아질까. 시작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런 소식으로는 사이가 개선될 수 없다. 미친 듯이 좋은 소식을 듣는다고 치더라도 좋은 기분이 생길 리 만무하다. (모두 어느 정도의 확증 편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점으로 보아 현대사회에서 뉴스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포털, 유튜브, sns, 모든 종류의 미디어에서 그렇다. 뉴스를 보는 나는, 세대적으로, 젠더적으로, 직업적으로, 사회적 존재 그 자체로 혐오의 대상이자 주체가 된다. 그렇다면, 주체 사이의 신뢰회복, 갈등해소는 가능할까.

갈등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 내 일상에 놓여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상징화 되는 인물이라도.

세대갈등이 문제라면 내 일상에 중년, 청소년, 노년이 있어야 한다.
젠더갈등이 문제라면, 다른 젠더의 존재가 내 일상에 머물러야 한다.
지역갈등이 문제라면, 다른 지역 출신이 내 옆에서 생활해야 한다.
가족이나 연인과의 갈등이 있다면, 그가 내 앞에서 말을 하고 대답을 해야 한다.

물론 그 인물마다의 개성이 있으니까, 그가 갈등을 더욱 야기한다면, 다른 인물을 찾고 다시 일상에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사회적, 개인적 갈등을 표상하는 인물이 내 일상에 놓여야 한다.

그리고 그 사사로운 생활 안에서, 소식(뉴스)보다 실재하는 서사에 나 스스로가 참여할 때,
그때 비로소 대상과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는 낙관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

2024년8월26일

스스로의 삶을 꾸리는 것보다 다른 이의 삶을 엿보는 것이 즐거운 세상

2024년8월24일

저녁 산책하며 생각한 것.

붉은 빛이 많이 보인다
자전거 후미등, 분수 조명, 신호등, 대형 전자시계, 다리 조명, 교회 십자가
붉은 색에 물드는 밤은 위험해 보인다
나아갈 수 없다는 기호들
이렇게 생각하면 산책하는 것이 더욱 기분 좋아진다
하지 말란 것을 할 때처럼
계속해서 붉은 것을 지나친다

2024년8월23일

8월이 끝나간다
9월이 되면 써야 할 소설의 소재를 찾는다
서울역사박물관에도 다녀왔는데 역사 소재를 다뤄볼까
연애나 사랑 이야기를 써볼까
내 주변에 부조리함은 뭐가 없을까
어떤 인물을 생각해볼까
여성이 좋을까 남성이 좋을까
청년 또는 중년 또는 노년 혹은 비인간
1인칭으로 써볼까 3인칭으로 써볼까

한 달의 반은 쓰고 반은 쓸 것을 찾는다

2024년8월20일

서울역사박물관 재방문.

서울의 과거와 지금까지의 변화를 가늠하는 시간들... 
하지만 결국 오늘도 끝까지 다 못봤다...
다음에는 꼭 다 보고, 옆에 경희궁도 구경해야지.


짧았지만 함께 일하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지역에서 프리랜서로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는 연락.
그리고 지난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을 봤다.
고맙고, 응원해.

2024년8월19일

태풍 '종다리'가 북상한다는 소식이다.
왕좌의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이러면 생활 못하는데...

2024년8월17일

아침에 일어나고 느긋하게 움직이고 앉아있는데 코피가 났다.
어릴 때에도 코피가 잘 났고, 커서도 종종 나기는 했으니 별 일은 아니었다.
잘 안 멎어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했다.
아침 몸을 일으킬 때 그다지 개운하지 않았었는데, 피곤한가 싶기도 했고.

점심이 다가오고 있을 때, 10월의 소설을 써야지 하다가 소재를 찾기 위해 박물관에 갈까 싶었다.
지도 앱을 키고서, 서울역사박물관이 눈에 띄었다.
머리가 많이 자랐는데, 나가는 김에 미용실 예약을 했다.

커트를 마치고 미용사님이 설명을 해주시는데, 코피가 주륵 다시 흘렀다.
하루에 두 번이나 코피가 나다니...
나는 사람은 별일 아니긴 하지만, 보는 사람은 조금 놀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몸이 많이 피곤한가 싶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먹고 책을 읽으면서 쉬었다.

시간이 4시가 지났는데, 몸도 조금 괜찮아 진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박물관에 갈까 싶었다.
박물관이 에무시네마 근처이길래, 영화도 볼까 해서 시간표를 보니, 공드리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예전에 봤던 <수면의 과학>이 상영하길래 관심이 생겼다.

결국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1시간 남짓 시간을 남기고 상설 전시관을 구경했다.
처음 가본 서울역사박물관은 규모가 제법 상당했다.
토요일이라서 가족 단위 관람객도 많았다.
시간이 촉박해서 그랬나, 급하게 유물들을 보고, 설명을 읽었다.
결국 1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공간도 내용도 좋았는데, 다음 주에 다시 가서 천천히 구경할까 싶다.

나오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우산은 없고, 비는 금방 그칠 테니, 얼른 에무시네마 갔다.
카페에서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곧바로 '영화보러 오셨어요?' 묻는 소리에 엉겁결에 '네'라고 대답했다.
뭐 원래 영화를 볼까 싶기도 했으니, 그냥 예매를 했다. 
굿즈로 포스터를 주더라.
커피 한 잔과 책을 읽으면서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흘렀나, 비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조용한 카페에 빗소리만 가득했다.
영화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산 없는 사람들은 카페에서 어수선하게 돌아다니고, 서있고, 창밖을 바라봤다.
그렇게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화구통을 든 한 여자가 빈 자리를 찾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4인 석에 혼자 앉아 있는 게 신경이 쓰여서 여기 앉아도 된다고 말할까 싶다가 관뒀다.
사람들은 계속 좌석을 찾고,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서있고, 비는 계속 내리고, 카페는 어수선했다.
시간이 지나고 비는 그치고 사람들은 나갔다.

다른 영화 상영 시간이 찾아오자, 카페에는 사람들이 늘었다.
다시 카페의 자리에는 사람들이 찼고, 사람들은 빈 좌석이 있나 돌아다녔다.
초록색 나시를 입은 한 여자가 화장실을 드나들고 빈 좌석을 찾았다.
눈이 마주쳤다.
자리에 앉아도 된다고 말할까 싶다가 관뒀다.
영화가 시작했는지, 카페에 사람은 다시 줄어들었다.
조용한 카페에서 계속 책을 읽었다.

다른 영화 시작 시작이 다가왔나 보다.
사람들이 늘었다.
<수면의 과학>도 곧 시작할 듯 했다.

사람들은 빈 좌석을 찾아서 돌아다녔다.
노란색 셔츠를 입은 한 여자가 와서 물었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눈이 마주쳤다.
비포선셋 영화 포스터를 들고 있었다.
편하게 앉으라고 대답하고는 각자 책을 읽었다.
각자 받은 다른 영화 포스터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그래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인연인가 싶어서 말을 건넬까 싶다가 관뒀다.

영화 시간이 됐고, 나는 영화를 보러 상영관으로 이동했다.
<수면의 과학>을 어릴 적에 봤던 기억이 있다. 오래 전이다.
그때는 흥미롭지만 내 취향은 아니네 싶었는데, 다시 보니 재밌더라.
왓챠피디아에 별점을 올렸다.

오늘은 코피를 두 번 쏟고, 세 여자와 눈이 마주쳤고, 영화에 대한 감상이 바뀌었다.


2024년8월16일

해가 뜨고 해가지면 달이 뜨고 다시 해가뜨고

꽃이피고 새가날고 움직이고 바빠지고

걷는사람 뛰는 사람 서로다르게 같은 시간속에

다시 돌고- 돌고- 돌고- (춤을 추듯) 돌고 (노래하며)

운명처럼 만났다가 헤어지고 소문되고

아쉬워지고 헤매이다 다시 시작하고 다시 계획하고

우는 사람 웃는사람 서로 다르게 같은 시간속에

다시 돌고- 돌고- 돌고- (춤을 추듯) 돌고 (노래하며)

어두운곳 밝은 곳도 앞서다가 뒤서다가

다시 돌고- 돌고- 돌고-


*돌고돌고돌고 노랫말

2024년8월15일

오늘은 광복절.

어제는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왔다.
<사물은 어떤 꿈을 꾸는가>, <정영선 :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두 개의 전시를 관람했다.

정영선씨는 1941년생으로 1세대 조경가이자 여성 1호 국토개발기술사라고 한다.
내가 조경 지식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그가 얼마나 성실하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작업했는지는 전시 공간을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일하면서 과거에 겪었던 어려운 상황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 그리고 조경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를 꾸준하게 밀고 왔던 그의 삶의 궤적, 그의 생각은 유쾌하고, 정직해보였다.

사실 전시를 보러 간 이유는 내 작업이 잘 안 풀려서...였는데, 그렇게 만난 작가들과 작업들이 반가웠다.

온통 답답하고 어렵다가도, 반가운 어떤 것 때문에 하게 된다.

2024년8월14일

어제는 YDP창의교육센터에 다녀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중고등학생의 예술활동이 인상깊더라.
한 중학생의 소설을 잘 읽었다.
같이 쓰는 사람으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줬는데, 계속 쓰기를 바란다.


연일 날씨가 덥다.
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니는데 어제는 도로에 서 있기가 싫더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18878686

지난 번에 쓰던 희곡 자료 조사를 하다가 찾았던 2015년 기사.
가뭄의 주기가 있다고 주장하는 교수는 2025년에는 대가뭄이 온다고 한다.
또 기사에 따르면 가뭄주기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서 기상 학계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한다.

근데 요즘 날씨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과연 내년은...


2024년8월12일

새벽요가와 저녁요가를 다녀왔다.
그 사이에는 글쓰기.
제법 꽉 찬 하루.
마트에서 물회랑 도다리회를 사다가 냠냠.
배가 부르니 살살 졸리다.

2024년8월11일

pc용 스피커를 당근 거래로 구입했다.
소리가 잘 들린다.
원래 소리를 안 키고 작업 했는데, 소리가 나오니까 조금 딴짓을 한다.
유튜브도 더 보는 것 같고 음악도 이리저리 틀어보고
오늘 샀으니까 아직 새로워서 그런가 보다 싶다.
내일은 작업하자.. 제발..ㅠ

2024년8월10일

어제는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에 갔다.
집 근처라서 스쿠터 타고 10분이면 갈 수 있었다.
도서관 입구 쪽은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 촬영 장소 중 한 곳이기도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알차게 도서관이 구성되어 있었다.
도서관을 구경하고 근처 카페에서 작업을 했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잘 안 풀려서 답답한 마음으로 몇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어쩌겠나 계속해서 다시 써야지.

8월도 열흘이 지났다.
7월이 어떻게 흘러 갔는지 회고도 제대로 못했는데 벌써 8월이 10일이다.
지난 달 회고에서 7월은 글쓰기 바쁜 한 달이 될 것 같다고 적었는데 사실이다.
한 달 동안 단편 소설 한 편 장막극 한 편을 써냈다.
8월도 사실 마찬가지 일듯 싶다.
매월 글 쓰는 일이 새롭게 반복된다.
좋은 지 나쁜 지도 모를 일상이 흐른다.

7월에서 8월초에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로베르 브레송 <몽상가의 나흘밤>을 관람했다.
집에서 히치콕 <이창>을 봤다.
책모임에서 카프카 <성>을 다 읽었고 현재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을 읽고 있다. 
병렬식 독서에 관심을 두고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을 읽고 있다.
정동진 독립영화제를 다녀왔다.

8월에는 쓰는 만큼 쓰여진 것들, 다른 사람이 만든 것들을 보는 시간을 잘 만들고 싶다.
계속 쓰자 써~~

2024년8월8일

불광천을 걸었다
2시간 정도
다 걸으니 만보정도 된다
매주 두세 번씩은 걸으려고 한다
두 시간이라는 시간을 걷지 않으면 생각하는 때가 별로 없다
시간이 나기만 하면 알고리즘에 지배 당해서 계속 숏폼만 본다

걸으면서 벤치에 앉아 울먹이는 듯이 기도에 열중하시는 아주머니를 봤다
풀벌레 소리를 들었다
열심이 조깅하는 중년들을 봤다
자전거를 타는 연인을 봤다
천 주변으로 높이 올라간 아파트와 상가 건물 간판의 불빛을 봤다
열차가 지나가는 굉음을 들었다
오리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봤다
아이가 아빠한테 업어 달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아빠는 산책은 스스로 걷는 거라고 말해줬다
중장년 수십명이 모여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모습을 봤다
음악은 빗속의 여인이었다
입추가 지났지만 오늘 밤은 더웠다

2024년8월7일

늦게 일어나는 것과 책을 읽는 것.

잠이 늘었다. 
아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
수면 패턴은 만들기도 유지하기도 어렵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일찍 일어나는 게 좋은 듯 하다.
늦게 일어나면 기분이 우선 좋지 않다.
개운하게 잔 것 같지도 않고.
하루가 짧아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짧은 하루 압축적으로 잘 보내면 되겠거니 하지만 또 그게 쉽지 않다.


어제 저녁에는 근처 모임 공간에서 열리는 독서 모임에 참여해서 책을 읽었다.
다른 책모임에 참여하고 하고 있지만, 병렬식 읽기에 관심을 두고 있고 조금씩 시도도 하고 있어서 다른 책을 들고 가서 읽었다.

병렬식으로 여러권 읽는 것이 오히려 독서에 대한 저항감을 낮춘다고도 한다. 
뭐 이러나 저러나 읽어야겠지.

2024년8월5일

동해 바다를 보며 한 생각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어간다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 양식(작업물 포함)을 보면서 내뱉은 무심한 배타적 태도는 그들을 다양성을 지켜내는 역할자보다는 자폐적 공상가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타자와 마주하면서 얻는 행복과 즐거움만큼 그 관계에 상처를 받고, 수치를 느낀다. 부정적 감정이나 자극이 긍정적인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오래 잔여하는 탓에 결국 관계로부터의 회피나 부정으로 결과 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상처가 쌓인다. 수치스러운 기억이 늘어난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은 혼자만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한 없이 고립되는 방향만은 아니겠지. 그렇지만 한동안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계속되는 충돌에서 견디기 어려운 아픔이 생기지만, 뭐 어쩌겠나. 누구든 만나면 언제나 겪는 상황인 걸. 그렇다고 나의 성급한 태도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을 온당하다고 생각하거나, 타인이 받는 상처와 그에게 불러일으키는 수치심이 마땅하다고 합리화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인격의 문제이지.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고 수치일 수 있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을 해야만 하겠지. 평생을 다해서.

다만 관계에서는,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사과로서 미안함을 표현하고 다시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행동 양식으로 타자를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나로서 다시 타자를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어떻게 본다면 다시 타인에게 고통을 주겠다는 시위 같기도 한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고통을 받겠다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계속 누군가가 느끼는 부정적 혹은 긍정적인 어떤 것에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할테다. 
내가 거기에 겁을 먹고 회피하고 부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시 한걸음 다가갈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동해 바다는 그 모습이 시원시원하다.
서울에 다시 왔다.

2024년8월4일

정동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오랜만에 바다도 보고 회도 먹고 야외에서 상영하는 영화도 봤다
먼 길 달려와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으니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는 구나 싶다
영화는 유이수 감독의 <명태>를 인상 깊게 봤다


오늘도 바다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 먹다가 느지막하게 서울로 돌아갈 듯
동해는 역시 동해다

2024년8월3일

어제는 숙취로 고생을 했다.
지난 장례식장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을 보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친구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좋은 날에 다시 마주하기를 기다리면서.

슬픔을 품에 두고 오늘은 정동진으로 이동한다.
정동진 독립영화제가 26회가 되었단다.
긴 시간이다.

9월의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24년8월1일

어제는 7월의 마지막 날.
장막극 하나를 탈고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사랑에 관해서, 관계에 관해서, 가족에 관해서, 정상과 비정상에 관해서, 다양한 것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많이 취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아프더라.

오늘은 8월의 첫 날.
친구 아버지 부고 소식을 들었다.
장례식장에는 오랜만에 간다.

2024년7월29일

어제는 오랜만에 서울 이곳저곳을 다녔다
장안평에 가서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근처 국밥집에서 순대국에 소주 한 잔,
그리고는 혁신파크에 갔다

서울혁신파크가 없어진다는 소식은 들었다
관련해서 해당 장소에 위치한 카페 쓸 이라는 곳에서
서울시와 분쟁이 있다고 한다
지난 2017년에 혁신파크에서 일하던 때가 있었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이고, 마침 카페 쓸에서 현재 상황을 알리고 연대하기 위한 공연을 준비했다고 하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둑한 저녁이라서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혁신파크는 여전해 보였다
사이니지도, 공터도,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도.
다만, 내가 일했던 건물에는 은평세무서 현판이 붙어 있었다.

카페 쓸에서 김반장 공연도 보고, 중간중간 근처 산책을 계속 했다.
사람들은 조깅을 하기도 하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도 있고, 강아지와 산책도 하기도 했다
어두운 장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예전 생각이 새록새록 나더라
한 7년 만에 방문이니 오랜만이기도 했다
퇴사한 이후 여러 장소로 나를 옮겨가며 살았는데
다시 옛 장소로 돌아와서 둘러보니, 그 풍경에 감상적으로 빠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2024년7월27일

밀린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한 것.

하루를 규칙적으로 보내고 싶다
하루하루가 쌓이면 삶이 만들어 지겠지
그런데 삶에 규칙이 있나
움직이고, 변하고, 고여있는 듯 하면서도 다시 어디론가 흐르는
사회에는 규칙이 있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하기는 하지만 그 단면에는 규범이나 원칙이 있다

종종 괴리감이 드는 이유는
사회에 만들어져 있는 일시적 틀을 개인의 삶의 기준으로 둔다거나, 삶의 규칙 없음을 사회에 호소하는 계몽적 태도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그냥 하루 잘 살아보자는 의지와 소망, 정성스러운 태도나 갖추자

설거지 끝.

2024년7월26일

나태함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나...
오늘 참 게을렀다.
일기 쓰기도 귀찮을 정도.
잠이나 자자.

(240726. 3h)

2024년7월25일

작업하다가 찾아오는 자괴감이 있다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을 때
생각보다 생각(?)이 안 따라줄 때
속도가 잘 안 나올 때
지난 글을 돌아봤는데 별 감흥이 없을 때

과정이라 생각하지만 고단하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어디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지, 어디부터 마음을 내려놓아야 할지, 참 결정하기 어렵다
잡념.

덧. 장을 봤는데 12만원이 나왔다.
덧2. 연어 오차즈케 해 먹었는데 먹을만 했다

(20240725. 7h45m)

2024년7월24일

일어나서 작업하다가 밥먹고 작업하다가 요가 다녀와서 밥먹고 영화보고 누워서 잔다.
영화는 히치콕 이창.
내일 일찍 일어나야지.

(240724. 4h30m)
(240723. 1h30m)

2024년7월23일

어제는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셨다
술 마시면서 떠드는 이야기는 재밌다
어찌 보면 참 무용한 이야기인데

오래보고 만난 친구들이라 그런 지 이제는 아줌마, 아저씨스러운 이야기들도 꺼낸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여기서 중년의 느낌이라 하면 과거보다 부끄러움이 상대적으로 없는 것이겠다
누가 듣기에는 민망하고 추잡할 수도 있는 에피소드와 주제들,
그리고 잔뜩 취한 상태에서 마지막 화두는 수치심이었다

새벽 늦게 마무리된 술자리에는 각자의 수치스러움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건 좋은 거다


(240722. 5h15m)

2024년7월21일

며칠간 외출을 했다
생일인 J를 축하하기 위한 외식, 보드게임카페, 네컷사진
오랜만에 가는 연희동 카페 데스툴에서의 작업과 라이카 시네마에서 영화관람과 투다리 맥주한잔
책모임 참석과 필름포럼에서 영화관람 그리고 커피 맛있는 카페 커피상점 이심

외부일정으로 습하고 꿉꿉한 날씨를 직격으로 체험했다
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것도 생각보다 즐거운 대화소재가 된다
비 올 것 같은데?
구름의 움직임을 보면서
저기서 저리로 움직이니까 비는 안 올 듯 봐봐 먹구름이 멀어지잖아

혼자서도 생각한다
비가 이렇게 갑자기 많이 내리니 스쿠터는 못 몰고 가겠다 그냥 세워두고 이동해야지

시원한 실내에 있다가 나오면
어우 더워
습해서 그래
너무 덥다 기운도 없고 더위 먹은 것 같아
아니야 그냥 더워서 그래 더위 먹으면 이러고 못있지

영화를 보고서는
영화 속 날씨 같다
영화는 태풍클럽을 봤다
두 번

(240721. 2h)
(240720. 3h)

2024년7월19일

오늘은 새벽에 요가를 다녀왔다.
그래서 이렇게 피곤한 걸까.

toe 음악을 듣는다.
좋다.

요즘 네 멋대로 해라 드라마를 본다.
한 화를 보면서 몇 번을 울컥한다.
고복수.

방영한 지 22년이 지났더라.
22년.

2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갈 줄 그때의 나는 알았을까.
지금의 나는 앞으로도 22년이 더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240719. 3h15m)
(240718. 6h45m)

2024년7월17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다
가만히 누워서 핸드폰도 하다가 멍 때리고 있는데
창밖으로 번쩍 불빛이 일었다
곧 천둥이 치겠구나 했는데
대포 소리가 크게 나서 살짝 놀랐다
오랜만에 커다란 소리를 들은 것 같다

한참 내리던 비가 잦아들고 있는데
부침개 생각이 난다
날씨에 맞는 음식이 몇 가지 있다

비 올 때 부침개, 눈 올 때... 맑을 때... 뭐가 있지
추울 때는 뜨끈한 국밥, 더울 때는 냉면이나 콩국수

통제할 수 없는 상황(날씨)에 맞춰서 생존의 조건(음식)에 변화를 주는 것도 삶의 리듬을 만드는 일이겠다

2024년7월15일

집중도 안 되고, 글도 안 써지고, 아주 답답한 며칠을 보낸다~
앞으로도 한동안 정신이 흐리멍덩할 것 같다..

2024년7월14일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다가 든 생각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알랭드보통이 원격으로 출현해서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성공이라는 것은 결과의 상태가 아니라 어떤 것이 잘 수행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맥락으로 설명했던 것 같다
때문에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성공적일지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가정적인 남편으로서 성공적이면서 동시에 일터에서는 아직 성공적이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
부모님에게 좋은 자녀로서 성공적일 수 있지만 반면에 연인에게는 그다지 성공적인 애인이지 못할 수 있다는 것
그저 가만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서 나를 돌보는 것도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것
삶의 한 부분에서는 성공적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것
인간은 모든 영역에서 성공적일 수 없다는 것


며칠 전 제갈건의 장자 강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다
그중 용무용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알랭드보통의 말과 궤를 함께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장자는 쓸모와 무쓸모의 상생과 조화를 강조했던 것 같다
다만 여기서 장자는 생각을 더 나아갔다
쓸모 있음으로 인해서 겪는 고초를 말하고
쓸모 없음으로 인해서 형성되는 쓸모 있음을 말하고 있다
개인으로 대입한다면,
세상의 기준에서 나의 쓸모 있음(쓰임받음)은 나를 소진 시키는 화가 될 수 있고,
세상의 기준에서 나의 단점(쓸모 없음, 쓰임 받지 못함)이 어떤 관점에서든 결국 쓸모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장자와 알랭드보통의 차이는,
알랭드보통이 인간이 가진 성공에 대한 집착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라는 점에서 성공을 철학하고 있다면, 장자는 성공(유용)과 그렇지 못한 것(무용)의 관계를 전복시킨다

2024년7월13일

휴일처럼 아무 생각 없이 집에 있다가 오랜만에 한국 영상 자료원에 다녀왔다
로베르 브레송 감독 <몽상가의 나흘밤>을 봤다

감독에 대해서도 영화에 대해서도 아는 건 없었는데
보고 나니 얼마 전에 관람했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가 생각났다

찾아보니 로베르 브레송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두 작품 모두 간결하고 적막하고 풍성한 영화였음 추천

요즘 영화 많이 못봤는데, 로베르 브레송 영화는 더 찾아서 봐야겠다




추가.
잘라고 누웠는데 두통이..
기분도 뭔가 다운되는 것이.. 
잠이나 잘 자자

2024년7월12일

제목이나 이름을 붙여주는 건 그렇게 불리워지라는 소망을 담고 싶어서겠지.

소설 제목 짓기가 어려워서 웹소설식 제목을 찾아봤다. 낯설어서 어질어질하다.

2024년7월11일

날씨도 날씨고 특별한 일도 없어서 며칠 간 집에만 있었다
단편소설과 장막극 집필을 같이 병행하고 있다
둘 다 마감이 다가오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다음 달에는 정동진영화제에 가려고 하는데
이번 달 작업이 잘 마무리 되어야 마음 편히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정동진에 가서는 9월 소설 소재를 정해야겠다
매월 무엇을 쓸 지 고민하는 게 일이다

2024년7월8일

요가원을 다녀왔다
어느새 3개월 정도 다녔다
아직 몸의 움직임이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래도 안 되던 자세가 될 때나 생각보다 몸이 더 움직여줄 때를 느끼면서 보람을 갖기도 한다

오늘 선생님이 노력의 방향 이야기를 했다
아치 자세에서 나중에는 다리로 일어서야 한다면서 하체에 힘을 보내는 방향으로 자세를 유지하라고 했다
손 또는 허리에 가는 힘으로 유지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하는 거란다
잘못된 방향의 노력으로 시간이 축적되지 않도록 의식하라고 한다

요가든 일이든 작업이든 뭐든 방향을 잘 잡아야 덜 후회하게 될 것 같다

2024년7월7일

점심 때까지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서 게으름이 피우다가 샤워를 했다
샤워하면서 생각한 것

뻔한 말이지만 질문이 빗나가면 제대로 된 대답을 얻기 어렵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가 아니라 삶을 뭐라고 생각하는 가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철학자는 형식만 남으면 공허하고, 내용만 남으면 맹목적이라며 둘의 조화를 강조했던 것 같다
대화라는 것에도 형식과 내용의 조화가 이뤄졌을 때 그 여운이 남는다
관계라는 형식과 진실이라는 내용

대화의 내용은 언제나 진실에 닿아야 한다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고 그 파동이 타인의 고막을 울린다는 신체적 교류는 단지 현상적일 뿐이라서 결국에는 관계라는 형식만 잔류하게 되고, 이후 공허한 기억으로만 남는다
진실을 얘기하고, 진실을 듣고, 더 분명한 진실에 닿으려는 질문과 대답의 노력들이 쌓였을 때 진정 대화의 내용이 형식과 조화를 이루며 존재할 수 있다
연인, 친구, 부모자녀, 스승제자 등 관계라는 형식 안에 각자가 추구하는 진실의 내용이 담겼을 때야 건강한 대화는 만들어진다

종종 일상적으로 휘발되는 사실의 나열로 내용 없이 관계에 기댈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런 형식만 남은 공허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진실에 닿으려는 노력으로 관계에 채워 넣는 질문과 대답이 없다면 어떤 대화도 여운을 주지 못한다

2024년7월6일

새해가 시작될 때 계획한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낯선 곳에 가보는 것

오늘은 연희동에 있는 낯선 카페에 왔다
카페 샘
도착했을 때는 카페에 아무도 없었다
자리 잡고 작업을 시작하니
사람들이 찾아와 카페 주인분과 편안한 대화를 나눈다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인가 보다 싶었다
이후에도 젊은 부부, 동네 아저씨, 아이들이 찾아오고 이야기를 나눈다
카페에는 다른 식료품도 팔고 있었다
발사믹 식초, 올리브, 파스타, 허브 등 간단하게 진열하고 팔고 있다
이 낯선 카페에서 지난 달을 생각하고 다가올 한 달을 그려본다

6월에는 여기에 성실히 일기를 써보려고 했다
21일간의 기록이 남았다
간단하게 남기는 글 이었다
일기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무엇을 써야 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 지 아직도 감이 오질 않는다
물론 일기에 답이 있느냐는 질문에 할 말은 없지
그래도 어렵다고 느껴지는 걸
내 일상을 복기하는 것이 이렇게 어렵다

이제 곧 합평 모임에 간다
이번이 네 번째인가...
소설 쓰기를 시작하면서 참여하게 된 합평 모임은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소설이라는 것을 써보겠다는 의지를 심어주기도 했고
이렇게 사람들이 소설을 애정하고 또 쓰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처음 참여해 본 모임인데도 좋은 느낌이었다
다만, 생애 첫 합평 모임이다 보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할까
다른 이들은 소설을 가지고 어떤 말들을 주고 받을까 궁금함이 생기기도 한다
오늘을 기점으로 지금의 모임을 참여를 줄이려고 마음 먹었다
쓰는 시간도 더 확보하고 싶고, 혹시 다른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렇게 하려고도 한다

7월은 쓰기에 바쁜 한 달이 될 듯 싶다
소설도 소설이지만, 집필 중인 희곡을 이번 달 중에는 탈고해야 하는 일정이니...
주저리 주저리 많이 떠들었지만
7월도 일기를 잘 써야겠지

2024년7월5일

새벽요가를 가려고 시도했지만 실패.

일찍 일어나는 건 항상 어렵지만
다시 시도하고 싶어진다

작은 진동소리에 잠에서 빠져나온다
어둑한 새벽에 일어나 굳은 몸을 욕실로 끌고가서
양치질과 세수로 흩어지는 정신을 붙들고나서
모카포트로 내린 커피 향으로 몸과 마음을 달랜다
요기거리로 삶은 계란과 토마토를 베어 물고
잔잔한 음악을 깔고서 글쓰기를 시작한다

글로 써놨으니 실천하자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지
오전 시간을 소중하게

2024년7월3일

어제는 집에 놀러 온 친구들이 있었다
술도 한잔 걸치고 게임도 하고
대화도 나눴는데

말을 건네고 대답을 듣고 생각을 나누고 이유를 찾고
의견을 만들고 논쟁도 하고 공감을 이루고 웃음도 짓고

대화 사이에서 감정도 일어난다
중간중간 찾아오는 침묵도 대화의 한 방법이겠지

오늘은 신사에서 오랜 친구를 만난다

만나서 사는 얘기 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모두들 각자 애환이 있다

2024년7월2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저녁에 뉴스로 교통사고 소식을 봤다.
안 좋은 사건을 보면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죽은 자들이 편안하길.
아픈 자들이 회복하길.
산 자들이 너무 괴롭지 않도록 적당한 때에 하늘이 개었으면 한다.




2024년7월1일

7월이 시작됐다. 
2024년 하반기다.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
시작

이야기
대화
글쓰기

움직임
만남
교감
사랑

고요
새벽녘
커피
운동

청소
건강
정리정돈
살림

웃음
사색
경청

2024년6월30일

도서전 마지막 날이다
사람들 많이 만났다

서류뭉치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는데
내가 만들고 있으면서도 
이걸 누가 좋아해주려나 했는데
기대보다 많은 이들이 관심갖고 좋아해줬다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우소방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 것 같다
지금은 서울에 올라왔지만 6년간의 지역에서의 삶은 어떤식으로든 기억되고 남는다

기억에 남는 다는 것은 판단과 함께한다

나와 대화했던 사람들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나와 일한 사람들
나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나와 인사했던 사람들
나와 식사했던 사람들
나의 글을 읽은 사람들
모두는 다르게 기억하고 판단한다

나도 이번 도서전에서 만나고 대화했던 수많은 이들을 내멋대로 기억하겠다




2024년6월29일

6월이 끝나간다
한해의 반이 지난다
나머지 반
반이나 남았네 반 밖에 안 남았네
계속 앞으로 가는 수 밖에
가다보면 펼쳐지는 풍경들을 기대하며

도서전에서 몇번의 사인요청을 받았다
항상 생각하지만
좋은 기록으로 남을 수 있게 사인 연습해야겠다..

2024년6월28일

지하철 안
사람들
피곤

어제 술을 좀 마셨다
집에 들어와서 씻고 침대에 누웠다
유튜브로 옛 노래 영상들을 봤다
오랜만에 듣는 김연우 이별택시
중2때 처음 들었었는데

그때가 사라지지 않고 아직도 있다

2024년6월26일

서울국제도서전이 시작됐다.
하루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힘들다~~~
증산에서 삼성까지 너무 멀어~~~
사람들은 출퇴근 대중교통 어떻게 버티는 걸까...

역시나 도서전에는 사람들이 많다.
인사 많이 나눴다.
또 만나서 반가운 사람들
처음 만나서 반가운 사람들

출판사는 참 많다.
책도 많고
읽는 사람도 많다.
어디 숨지 말고 다시 만나기를.

2024년6월24일

하루 건너 하루 일기를 쓰게 된다.

어제는 머리를 잘랐다. 파마도 하고.
오랜만에 파마를 했는데, 미용사 분이 친절하셨다.
머리도 머리지만 편안하게 해주시는 게 좋았다.
머리 말 때 잠깐 졸기까지 했으니.
말도 많이 안 걸어 주셔서 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가만히 혼자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문득 미용실의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렸다. (실제 음향이 높아진 건 아니다)
소리를 녹음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녹음기기는 혁신이었겠다.
소리를 담아낼 수 없고 재생할 수 없는 시대의 고요함에 대해 생각했다.
자연의 소리 외에는 배경 음악이 없던 시절.
그때의 미용실에서는 음악이 없으니 고요했겠다.
미용사는 말이 없고, 손님도 말이 없고,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만 남을 테다.
그 순간을 겪어 본 적도 없는데 그리웠다.

2024년6월22일

어제는 하지(夏至)였다. 하지파티를 하자는 제안을 했던 친구네 집에 사람들이 모였다.

약 2년 만에 다시 만난 친구, 자주 보던 친구, 처음 보는 친구, 얼굴만 한번 봤던 친구, 이런저런 친구들이 9명이나 모였다. 목동의 위치한 빌라 5층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밥을 해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긴 낮 시간을 지나고 밤이 오니 더욱 술이 들어갔다. 취했다. 말도 많아지고 소리도 커지고 웃음도 많아졌다. 하지의 밤이 짧다. 그래서인가 몇 명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도 아쉬운 마음에 계속 놀다 보니 새벽 2시가 넘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3시다.

서울 와서 한동안 사람 만나는 일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계속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안에서 타인에게 배우는 것도 생기고, 나의 미숙한 언어와 행동을 반성하기도 한다. 끝없는 굴레다. 그래도 즐거운 시간은 변함없이 찾아온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웃고 떠드는 시간들을 즐거워 하지만 정확히 그곳에 가시가 있기도 하다. 어떠한 때는 아름다운 만큼 통증이 따르기도 한다. 즐거움에 눈과 귀가 멀어서 아픈 기억으로 남기지 않도록 하자... 그런데 숙취로 고통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2024년6월20일

하루가 짧다.
짧다고 느꼈으면 뭐라도 하고 부지런했어야 했는데
그런 건 없이 그냥 짧다.
신경질이 아주 약간 나는 하루랄까.

가끔씩 생각하지만 기분이나 정서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순간적인 감정도, 끝없이 가라앉는 무기력함도,
표현되는 것이 어떻느냐에 따라서.......

아니다.

표현이 어떻게 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냥 마음과 생각과 감정이 필터링 없이 보여지도록 투명해질 때도 있는 거지.

아니다.

표현하는 것에서 다시 내 기분이 재배치 되기도 한 것 같다.
꼭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나의 생각을 잘 갈무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잘 표현도 하고
그리고 나를 위해서 고마운 말들도 스스로에게 해주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자.
끝. 




덧.
오늘 카페폭포 앞에서 맥주 마시면서 김일두, 야생마와 자유부인 봤다.
알바하는 조웅도 봤음. 멋진 뮤지션들.

2024년6월19일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남의 삶에 관심이 생긴다.
내 삶이나 잘 챙기고 잘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스크린 속 삶은 삭제된 것이 많잖아.
그렇다고 너무 회의적일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연결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무언가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삶에 대한 태도에 배울 것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일상의 아름다움이 부럽다면 부럽고
팬심이라면 팬심이고 사적 관심이라면 관심이겠지
근데 그걸 구분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돌 좋아하는 사생팬도 그 정도를 찾기 어려워서 그런건가
범죄는 다른 문제지 스토킹이잖아
베이비레인디어...

2024년6월18일

7월 단편 소설 집필을 막 끝냈다...
아우 왜 이렇게 힘드냐... 매달 쓰는 게 쉽지가 않어...
그래도 이번 소설 쓰면서 많이 배웠다.
요즘 읽는 카프카의 <성>도 참고가 많이 됐다.
<성>은 정말 재밌더라. 아직 읽는 중이지만, 신비로운 이야기다.

소설은 끝냈으니, 에세이 한 편과 장막극 한 편 집필을 시작해야한다...
끝없는 글쓰기...
아무리 쓰는 게 괴로워도, 지금이 좋은 때라는 건 확실히 안다.
계속 쓰면서 이런저런 궁리를 많이 하자.

서울국제도서전에 26일에 나가는데, 그전에 홈페이지를 준비하고 공개하려고 한다.
앞으로의 작업도 잘 기록되고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게 정리 해보자.

2024년6월17일

디엠지 축제 기간이 끝났다. 3일이 참 짧았다. 기분 좋게 시간을 보냈네. 콘텐츠 생산자가 소비자로서 역할을 하다 보면 찾아오는 조급함과 걱정거리가 있다. 항상 결론은 같다. 가끔씩 찾아오는 즐거운 순간을 잘 보내려면 일상에서 인내하고 꾸준하게 무언가를 위해 애쓰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미루지 않고 당장 집 청소를 하는 것. 

몸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운동하는 것. 

책을 읽고, 전시를 보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좋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포착하는 감각을 훈련시킬 것. 

그렇게 나도 모르게 축적된 무언가를 활용하여 작업을 할 것.

다시 일상을, 내 삶을 잘 살아가자.

2024년6월16일

디엠지 2일차

다리아프다

무릎도 아프다

젊은이들 따라서 놀기 힘들다

그래도 재밌음

뼈칼국수 먹으러 간다

2024년6월14일

디엠지피스트레인 피스캠핑 및 전야제에 왔다.

내일부터 본 행사인데 디제잉 구역에서 젊은이들이 신나게 놀고있다.

기운도 좋다.

편안한 분위기의 페스티벌로는 역시 피스트레인만한 곳이 없다. 

도착해서 잠깐 미소 감독님 뵈었는데 조만간 인사드리러 가야지.

근처 식당에서 해물칼국수를 먹고 왔다. 익숙한 얼굴의 뮤지션도 보이고 사람들도 이제 시작하는 축제에 기분이 좋아보인다

원호가 공연을 시작했다.


2024년6월13일

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를 떨었다

둘 다 웃으며 얘기 했지만, 울었던 혹은 울고 싶었던 시기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으로 상처를 받거나 관계로 고통을 받았던 기억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 지에 대한 놀람

인간 관계가 대단한 게 없다는 체념

결국 나보다 타인이 먼저일 수는 없다는 깨달음

좋아하는 일과 사람으로 위로 받는다는 결말

나이듦에서 찾아오는 작고 소소한 기준들이 있다

거기에 기대어서 버텨나가는 거겠지



그러곤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에 모바일 홀덤을 깔고 한참을 했다

새벽 2시에 잠든 것 같다

오늘 겁나 피곤하네


2024년6월11일

게을러서 작업을 안 했다.

2024년6월10일

샤워하다가 생각한 것.


차이와 충돌의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흔히 다름을 인정 하자고 하는데, 거기에는 차이는 있겠지만 충돌이 거세 된다.

충돌 없는 차이는 무력하다.

충돌 없는 차이는 동일함으로 향한다.

충돌 없는 차이는 같음으로 쉽게 전이된다.


2024년6월9일

어제 합평 모임에 세 번째로 나갔다.
네 명의 평을 들었다.
오랜만에 타인들의 평가를 듣는 시간이었다.
부분적으로 도움이 됐다.

평가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면 사람 좋은 척 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물론 이런 위선을 벗어나는 경우도 많지만...

사실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평가든 뭐든 '척'하는 일이겠다.
무언가 아는 척, 뭔가 더 있는 척, 이해했다는 척
한동안 질려왔던 척에 지금은 머물만하다.

2024년6월7일

오늘 아침에 코피가 났다.

요즘 종종 코피를 흘리는데 피로가 쌓였나 싶었다.

신체도 늙어가는 게 느껴진다.

낮잠을 잤다.

피로가 풀리는 것도 같다.

오늘 작업할 게 조금 있었지만 컨디션 조절도 할 겸 쉬었다.

종종 쉬어주면서 작업하자.

2024년6월6일

짧은 편지
 
어느새 죽음의 문턱을 구경한 지 2년이 흘렀네. 모두 그때와는 또 다른 위치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 생각하니 새삼스럽다. 어떤 기억들은 흐릿해지기도 하는데 그 사건을 다시 생각하면 또렷하고 생생한 느낌이야. 평소 일상에서 그때만 회상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데 말이야. 이후에 겪은 기분도 다시 생각하면 참 느껴보기 힘든 감정이었던 것도 같다. 나는 다시 살아가고 있고, 너희도 계속해서 잘 살아가고 있기를 바라며 쪽지글 남긴다. 여름이 다가오는 게 느껴지네. 비가 많이 내리면 그때 생각이 다시 날 것 같다. 산 김에 잘 살다가 다시 또 넷이 드라이브 한번 하자.

2024년6월5일

더워진다. 여름이 오려나 보다.
에어컨 청소를 했다. 틀어봤는데 제법 시원하다.
근데 벌써부터 에어컨을 틀면 한여름을 버티지 못하겠지.

분량 채워서 작업하는 게 왜이리 힘드냐.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아이디어 고갈인데, 집중력은 똥이고,
그래도 써야지. 쓰는 게 일이지.

오늘은 D가 집에 와서 릴스 콘텐츠 촬영을 해줬다.
작업하기도 버겁지만, 작업물을 노출시키거나 판매하는 것도 꾸준히 고민해야겠다.
뭐 이렇게 할 게 많은 가.

2024년6월2일

A와 스탠드업 공연을 봤다. 

지난 해 작은 행사에서 이벤트로 스탠드업 코디미언을 본 적이 있었는데, 정식 코미디 무대는 처음이었다. 5명의 코미디언 농담과 유머에 많이 웃었다. 한편으로 웃기는 재주가 너무나 대단해보였다. 50여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서 각기 다른 이야기와 액션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다니.

5명의 코미디언이 있다면 다섯 가지의 웃기는 방법이 있다. 한 사람의 것은 개별적인 하나로 완결된다. 살아간다는 것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완결성을 지니게 될테다. 언제 그 완성이 되는냐의 시간적 차이만이 존재하겠지.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면 코미디언의 공연을 자주 보면 좋겠다. 음악이나 영화, 책과는 다른 문화적 결핍을 채워준다. 웃음. 고도의 언어유희. 일상을 사유하는 방법. 


2024년6월1일

6월이 시작됐다.

지난 3월에 아르코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 문학 창작산실에 희곡 한 편을 제출했다. 남해에 머물던 때 초고를 집필했었는데, 4년도 넘은 원고라서 많이 어설프더라. 이리저리 손을 보면서 퇴고를 했다.

어제 사업 결과 발표를 확인했는데, 선정됐다. 처음이다. 기분이 좋더라. 오래가지는 않았다. 소액이지만 지원금 받는 것 역시 기분 좋다. 그래도 이미 쓴 작품보다 앞으로 쓸 것들에 더 마음이 간다.

쓰느라 바쁜 6월이 될 것 같다.

2024년5월31일

제비다방에서 김일두 공연을 J와 봤다.

24년 5월의 마지막 날이다.

마침표.

김일두는 본인이 과거에 찍었던 마침표를 오만하다고 했다.

오만하게 찍은 마침표에 관객들의 빛이 쏟아지면 그림자가 생기고 쉼표가 된다고 했다.

잠시 쉬어가는 때.

함부로 마침표를 찍지 말자.


2024년5월30일

집에 작은 바퀴벌레가 나왔다.
물을 적신 휴지 뭉터기를 던져서 잡았다.
제법 효과적인 방법이다.

2024년5월28일

어제는 A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는 녀석인데. 여전했다.

최근에 겪은 다이나믹한 연애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친구를 만나다가 헤어지고 애매한 관계에서 바람도 피운다는 이상한 관계의 모습들.


재밌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거리를 뒀지만, 사실 이입도 제법 됐다.

대화 사이사이 예전에 내가 하던 연애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릴 땐 뭐가 그렇게 심각했을까.

웃어 넘기고 사랑하면 그만인 것들이 그때는 왜 이렇게 중요했을까.


이렇게 과거를 돌아보면 지금의 내가 뭔가 성장하고 자란 것 같다는 착각도 한다.

지금도 다를 바 없는 사랑을 하고, 다를 바 없는 생각과 행동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고 스스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과거에 만나던 그리고 만날 뻔 했던 몇 명의 친구들에게 미안함이 든다.

만나지도 않을 거면서 사랑을 주고 받는 경우까지.

사과를 하고 싶은 만큼 사과를 받고 싶기도 한 성애적 관계들.


결국 나르시시즘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기억들.

멈추는 게 좋겠다.


2024년5월27일

블로그를 만들었다.
일기를 써볼까 싶어서...

지저분한 생각과 추잡한 마음을 배설하는 배설구.

나는 과연 얼마나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

종종 생각나면 와서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