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9월6일

흔히들 삶은 여행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일상에서는 종종 여행자의 마음을 지키기 어렵기도 하다.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 눈 앞 가까이에서 펼쳐지는 일이어서 그런 걸까.
그럴 때 종종 삶 속의 작은 여행을 떠나도 좋다.

지내던 곳을 떠난 지 5일차다.
하루를 보내는 방법은, 일어나서 글을 끄적이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이동할 곳을 찾고, 숙소를 정하고 예약하고, 교통편을 찾고 예매하고, 이동하면서 보이는 것들을 구경하고, 사진 찍고, 생각나는 말을 메모하고, 중간중간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스마트폰도 만지작 거리고, 잠에 들고 다시 다음날 반복한다.
여행자가 되었다는 느낌은 이런 하루의 흐름과 더불어서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다.
대부분은 여행이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을 하고, 지쳐 보이고, 가까운 사람들과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나만 다른 상태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외형으로도 뚱뚱한 백팩과 사이드백, 옷은 추레하고, 시선은 두리번두리번...
이렇게 여행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면, 그제서야 원래의 여행이라고 불리는 나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 를 잘 살게 해야, 다른 것, 이 좋아진다.
우리, 라는 말로 무언가 행해지는 것은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
나, 가 있어야 너, 가 생긴다.
불평불만 가득하고, 짜증이 많고, 게으르고, 패배주의에 젖어있고, 몸과 마음이 아픈, 나, 는 너, 와 함께하는 좋은 삶을 상상할 수 없다.
너, 가 없는 상태의 나, 를 잘 살게 해야 한다.
너, 와 함께 하니까 아무 것도 상관없고 다 괜찮다는 말은 나, 를 속이는 일이다.

내 앞에 나타나는 풍경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여행자의 마음을 오래 간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