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들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늦지 않게 도착했다.
면접장에는 N이 있었다.
우연히 만난 N은 이곳에서 전시를 준비했고, 오늘이 오프닝이라고 했다.
면접이 끝나고, 전시를 살펴봤다.
요술 같은 작품을 보고, 요술 같은 이야기를 읽었다.
오늘 다녀온 장소(문래동)는 5년 전 내가 작업하고 작품을 전시한 곳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찾으니 제법 많이 변했다.
주변에 상권도, 내가 머물렀던 건물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한 장소가 가진 분위기는 무엇으로 변하는 걸까.
기억 속과는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살짝이나마 예전 모습이 그리웠다.
사람도 비슷하겠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 그가 겪은 세월의 풍파, 기쁨과 슬픔은 예전과는 다른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변한 모습을 만나면, 새로움과 함께 그리워지는 것도 생기겠지.
반면에 스스로에게는 오랜만이 없어서 그리움이 없다.
내가 날 그리워하는 방법은, 지난날 머물렀던 장소를 가는 것과, 그때의 날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겠다.
잠시 그리워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느새 비가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