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2월9일

5~6일 충북 진천, 7일 부산을 다녀와서 몸이 축 늘어졌다. 어제는 작업을 하겠답시고 자리에 앉았지만, 별 소득은 없고, 머리가 조금 멍했다. 버스랑 기차를 오래 탔나 싶었다. 국내 지역을 오가는 동안 핸드폰을 들고 실시간으로 뉴스를 살폈고, 사람들은 TV 모니터 앞에 삼삼오오 모였다.

진천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처음 방문했고, 진천에 대해 아는 건, 무빙에 나온 캐릭터 진천(백현진 배우)정도…. 20여 명의 인원이 함께 다니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라, 따로 개인적인 시간이나 여유는 없었지만, 다음에 다시 혼자 들러서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면 좋을 듯싶었다. 산도, 강도, 시골 풍경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부산은 구경할 새도 없이 북토크 참석만 하고서, 밥을 먹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몇 주 전 내가 만들었던 잡지를 중심으로 지역 소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북토크 제안 메일이 왔다. 남해를 떠나온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는 게 걸려서 거절할까 싶다가, 현 상황을 공유했는데, 흔쾌히 지금의 이야기를 꺼내도 좋다는 회신이 왔다. 당신의 책갈피 관계자분들의 초대에 감사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싶어서 지난 책들을 살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 것 같기도 했는데, 만들었을 당시보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이 내게 읽히고 감각되는 것들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서, 책 내용보다는 지금 책을 읽는 나와 내 판단에 관한 이야기를 더 준비했던 것 같다. 참석자분들과의 대화는 인상적이었다. 한동안 의식적으로 남해에서 지냈던 기억을 뒤로 미루고, 지금 내가 진행 중인 작업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었는데, 오랜만에 옛 기억을 꺼내게 되는 시간이었다.

에세이 수업도 끝이 났는데, 이제 정말 써야 할까 싶은 순간들이 생긴다. 지난 시간을 갈무리하고, 내가 뭘 느꼈는지도 모르게 지나온 것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잘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