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7월7일

점심 때까지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서 게으름이 피우다가 샤워를 했다
샤워하면서 생각한 것

뻔한 말이지만 질문이 빗나가면 제대로 된 대답을 얻기 어렵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가 아니라 삶을 뭐라고 생각하는 가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어떤 철학자는 형식만 남으면 공허하고, 내용만 남으면 맹목적이라며 둘의 조화를 강조했던 것 같다
대화라는 것에도 형식과 내용의 조화가 이뤄졌을 때 그 여운이 남는다
관계라는 형식과 진실이라는 내용

대화의 내용은 언제나 진실에 닿아야 한다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오고 그 파동이 타인의 고막을 울린다는 신체적 교류는 단지 현상적일 뿐이라서 결국에는 관계라는 형식만 잔류하게 되고, 이후 공허한 기억으로만 남는다
진실을 얘기하고, 진실을 듣고, 더 분명한 진실에 닿으려는 질문과 대답의 노력들이 쌓였을 때 진정 대화의 내용이 형식과 조화를 이루며 존재할 수 있다
연인, 친구, 부모자녀, 스승제자 등 관계라는 형식 안에 각자가 추구하는 진실의 내용이 담겼을 때야 건강한 대화는 만들어진다

종종 일상적으로 휘발되는 사실의 나열로 내용 없이 관계에 기댈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런 형식만 남은 공허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진실에 닿으려는 노력으로 관계에 채워 넣는 질문과 대답이 없다면 어떤 대화도 여운을 주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