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7월14일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다가 든 생각

예전에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알랭드보통이 원격으로 출현해서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성공이라는 것은 결과의 상태가 아니라 어떤 것이 잘 수행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맥락으로 설명했던 것 같다
때문에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성공적일지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가정적인 남편으로서 성공적이면서 동시에 일터에서는 아직 성공적이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
부모님에게 좋은 자녀로서 성공적일 수 있지만 반면에 연인에게는 그다지 성공적인 애인이지 못할 수 있다는 것
그저 가만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아침에 일어나서 나를 돌보는 것도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것
삶의 한 부분에서는 성공적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것
인간은 모든 영역에서 성공적일 수 없다는 것


며칠 전 제갈건의 장자 강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다
그중 용무용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알랭드보통의 말과 궤를 함께 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장자는 쓸모와 무쓸모의 상생과 조화를 강조했던 것 같다
다만 여기서 장자는 생각을 더 나아갔다
쓸모 있음으로 인해서 겪는 고초를 말하고
쓸모 없음으로 인해서 형성되는 쓸모 있음을 말하고 있다
개인으로 대입한다면,
세상의 기준에서 나의 쓸모 있음(쓰임받음)은 나를 소진 시키는 화가 될 수 있고,
세상의 기준에서 나의 단점(쓸모 없음, 쓰임 받지 못함)이 어떤 관점에서든 결국 쓸모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장자와 알랭드보통의 차이는,
알랭드보통이 인간이 가진 성공에 대한 집착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라는 점에서 성공을 철학하고 있다면, 장자는 성공(유용)과 그렇지 못한 것(무용)의 관계를 전복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