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8월17일

아침에 일어나고 느긋하게 움직이고 앉아있는데 코피가 났다.
어릴 때에도 코피가 잘 났고, 커서도 종종 나기는 했으니 별 일은 아니었다.
잘 안 멎어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했다.
아침 몸을 일으킬 때 그다지 개운하지 않았었는데, 피곤한가 싶기도 했고.

점심이 다가오고 있을 때, 10월의 소설을 써야지 하다가 소재를 찾기 위해 박물관에 갈까 싶었다.
지도 앱을 키고서, 서울역사박물관이 눈에 띄었다.
머리가 많이 자랐는데, 나가는 김에 미용실 예약을 했다.

커트를 마치고 미용사님이 설명을 해주시는데, 코피가 주륵 다시 흘렀다.
하루에 두 번이나 코피가 나다니...
나는 사람은 별일 아니긴 하지만, 보는 사람은 조금 놀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몸이 많이 피곤한가 싶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밥을 먹고 책을 읽으면서 쉬었다.

시간이 4시가 지났는데, 몸도 조금 괜찮아 진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박물관에 갈까 싶었다.
박물관이 에무시네마 근처이길래, 영화도 볼까 해서 시간표를 보니, 공드리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예전에 봤던 <수면의 과학>이 상영하길래 관심이 생겼다.

결국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1시간 남짓 시간을 남기고 상설 전시관을 구경했다.
처음 가본 서울역사박물관은 규모가 제법 상당했다.
토요일이라서 가족 단위 관람객도 많았다.
시간이 촉박해서 그랬나, 급하게 유물들을 보고, 설명을 읽었다.
결국 1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공간도 내용도 좋았는데, 다음 주에 다시 가서 천천히 구경할까 싶다.

나오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다.
우산은 없고, 비는 금방 그칠 테니, 얼른 에무시네마 갔다.
카페에서 책을 읽을 생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곧바로 '영화보러 오셨어요?' 묻는 소리에 엉겁결에 '네'라고 대답했다.
뭐 원래 영화를 볼까 싶기도 했으니, 그냥 예매를 했다. 
굿즈로 포스터를 주더라.
커피 한 잔과 책을 읽으면서 영화 상영 시간을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흘렀나, 비는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조용한 카페에 빗소리만 가득했다.
영화가 끝났는지,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산 없는 사람들은 카페에서 어수선하게 돌아다니고, 서있고, 창밖을 바라봤다.
그렇게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화구통을 든 한 여자가 빈 자리를 찾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4인 석에 혼자 앉아 있는 게 신경이 쓰여서 여기 앉아도 된다고 말할까 싶다가 관뒀다.
사람들은 계속 좌석을 찾고, 비 그치기를 기다리며 서있고, 비는 계속 내리고, 카페는 어수선했다.
시간이 지나고 비는 그치고 사람들은 나갔다.

다른 영화 상영 시간이 찾아오자, 카페에는 사람들이 늘었다.
다시 카페의 자리에는 사람들이 찼고, 사람들은 빈 좌석이 있나 돌아다녔다.
초록색 나시를 입은 한 여자가 화장실을 드나들고 빈 좌석을 찾았다.
눈이 마주쳤다.
자리에 앉아도 된다고 말할까 싶다가 관뒀다.
영화가 시작했는지, 카페에 사람은 다시 줄어들었다.
조용한 카페에서 계속 책을 읽었다.

다른 영화 시작 시작이 다가왔나 보다.
사람들이 늘었다.
<수면의 과학>도 곧 시작할 듯 했다.

사람들은 빈 좌석을 찾아서 돌아다녔다.
노란색 셔츠를 입은 한 여자가 와서 물었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눈이 마주쳤다.
비포선셋 영화 포스터를 들고 있었다.
편하게 앉으라고 대답하고는 각자 책을 읽었다.
각자 받은 다른 영화 포스터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다.
그래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데, 인연인가 싶어서 말을 건넬까 싶다가 관뒀다.

영화 시간이 됐고, 나는 영화를 보러 상영관으로 이동했다.
<수면의 과학>을 어릴 적에 봤던 기억이 있다. 오래 전이다.
그때는 흥미롭지만 내 취향은 아니네 싶었는데, 다시 보니 재밌더라.
왓챠피디아에 별점을 올렸다.

오늘은 코피를 두 번 쏟고, 세 여자와 눈이 마주쳤고, 영화에 대한 감상이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