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0월9일

한글날이다.
일주일 전 즈음인가, 오늘 열리는 예술인 대상 라운드 테이블을 신청했었다.
당시에는 쉬는 날에 열리는 행사인지 몰랐지...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참여하는 행사였는데, 너무 가기 귀찮았다.
당시에는 이렇게 귀찮을지 몰랐지...
그래도 신청을 했으니 가야지 싶어서 무거운 몸을 지하철에 실었다.

막상 현장에 가니 그래도 잘 왔다 싶었다.
십여 명의 낯선 예술인들이 둥그렇게 자리에 앉았다.
자본주의가 어쩌고 예술인이 저쩌고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예전에 애정하던 친구와 너무도 닮은 분을 봤다.
말하는 투나 목소리까지도 비슷했다.
분명 다른 사람이지만 이렇게 비슷한 사람도 있구나 신기했다.
이후에는 참여자 각자가 자기소개도 하고, 자본주의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경험을 나눴다.
나도 작업을 한답시고 활동을 하니까 이런저런 말을 덧붙였었는데, 끝나고 나서는 내가 한 말들이 별로 쓸모가 없을 것 같아서 민망했다.
웃겨 보겠다고 예술가는 돈이 없으니까 지출을 줄이자는 시답잖은 얘기도 꺼내고...ㅎ
어쨌든 예술 작업하는 한 명의 예술인으로서 경제적 조건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에는 관심이 많다.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을 들으니, 나만 하는 고민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데 또 이와 비슷한 자리를 찾아서 갈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지금 내가 겪는 경제적 조건 그대로라면 더욱 찾아가지 않겠다.
우선 내 작업에 집중하고, 소득의 선순환을 고민하고 만들어 내는 게 우선순위에 맞겠지.

라운드 테이블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봤던 그 사람을 통해서 옛 친구의 생각이 났다.
공식적인 연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당시의 서로를 대하는 마음은 연인으로 만났던 것 같다.
지금도 잘 지내고 있겠지 생각하며 집 근처에 왔는데, 이게 웬걸... 영화 촬영하는 젊은 예술인들이 집 앞 골목에 있었다.
5-6명의 젊은 친구들이 카메라 앞에서 서성였다. 한 명은 붐 마이크를 들고, 한 명은 카메라를 들고, 연출인 것 같은 한 명은 중년의 남자 배우가 쪼그려 앉아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찍으려고 연기 가이드를 하고 있었다.
무슨 날인가 오늘...
어떤 영화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 영화를 보게 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하겠지만, 영화 찍는 그 젊은 예술인들을 응원한다.
좋은 결과물로 많은 관객을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