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일하며 독립출판사를 운영할 때 인연을 맺은 K가 기획한 행사였다.
약 3년 전에는 나는 편집자로서 K에게 연락했었다.
K의 글을 우연히 읽고 마음에 들어서 원고를 청탁했다.
당시 기획했던 잡지에 K의 소설 두 편을 실었다.
지금 K는 출판사 대표로 일하고, 나는 소설을 쓴다고 소개하니 입장이 바뀌었다.
조용한 책방에 수십 명이 모여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기하게도 행사 진행을 작가의 연인 분이 맡으셨다.
둘의 가까운 관계에서 풍기는 말의 분위기가 다정했다.
한편으로는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행사가 끝나고 K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본 지 한두 달 정도가 지났던 것 같았다.
각자 일상을 공유하면서 쭈뼛댔는데, 누군가 옆에서 보면 인사치레로 느껴질 말들이 오고 갔다.
나는 소셜미디어로 소식을 잘 보고 있다고 말하며, 한동안 바빴을 것 같다고, 고생 많으셨다고 했다.
K도 종종 여기에 쓰여진 내 일기를 보고 있다고 하며, 나 역시 바빴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는 바로 민망해졌다.
이곳에 일기를 원래도 그다지 정성스럽게 쓰는 편이 아니기는 했지만, 요즘은 더욱 열심히 대충 쓰면서 지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을 이리저리했다.
앞으로도 그다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면서 일기를 쓸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누군가 보고 있으니 몇 가지는 노력해 봐야지 했다.
읽을만한 것을 제공하기는 해야지, 원래 다짐했던 것처럼 조금 더 솔직한 나의 일상과 생각을 담아봐야지, 모호하고 추상적인 사념의 전시가 아니라, 내가 본 것, 겪은 일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낼 수 있게 노력해야지, 그렇다고 너무 정제된 글보다는 휘갈긴 글로 남겨둬야지, 따위의 생각을 했다.
이 마음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사 왔다.
한잔하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