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12월27일
며칠 전 저녁에 러닝을 했다. 집 주변을 이리저리 뛰다가 저 멀리 있는 초등학교까지 달렸다. 학교 운동장에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슬쩍 구경하면서 운동장 트랙을 돌았다. 한 부부가 앞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한 번 제치고, 다시 또 제치며 계속 달렸다. 그리고 슬슬 집으로 향할까 싶어서 걷기 시작했다. 앞에 부부가 축구하는 아이들 방향을 바라보니, 축구를 하던 한 아이가 소리쳤다. "엄마 아빠,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요.". 엄마는 "그래." 하고 대답했다.
2025년12월22일
행사장에 스트레스 검사 부스가 있어서 참여했는데…. 점수가 개똥으로 나왔다. 신빙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걱정도 되고 관리가 필요한 건가 싶어서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뛰기 시작했다. 한 30분 뛰니 몸에 열도 오르고 기분도 좋아졌다. 집 와서 씻고 나오니 무쟈게 개운하네…. 억지로 기운 내려고 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해야, 그제야 뛰나 보다. 자주 뛰자.
2025년12월21일
순간에 휘몰아치는 것들이 잔뜩이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투성이다. 어느새 차가워진 바깥바람을 맞는 것도, 생각난 김에 갑자기 산 기타를 튕기는 것도, 노래를 부르면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찾는 것도, 비대면으로 수다를 떨며 근황을 묻고 답하는 것도, 읽기로 한 책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접는 것도, 통화로 들리는 목소리를 가늠하며 괜찮다고 답하는 것도, 많은 게 뜻대로 되지를 않는다. 비행기 항공권을 찾아보며 이 날짜 저 날짜를 살펴본다. 그래도 연휴인데 서울에 가는 게 좋을까 그냥 집에 박혀서 푹 쉬어볼까. 쉬는 것마저 뜻대로 되지를 않던데. 아무도 만나지 않고 쉬는 것도, 과연 마음먹는 대로 잘 되려나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혼자면 뭔가 허전해서 또 어떤 유혹을 쫓게 되려나 싶기도 하고…. 항상 이것과 저것 사이를 헤매며 산다. 잠이나 자자.
2025년12월16일
지난주 저녁을 먹었던 햄버거 가게에 우산을 두고 나왔었다. 미리 연락하고, 오늘 저녁 우산을 찾으러 방문했는데, 주인 할머니가 계셨다. 보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얼굴의 주름을 구기며 웃었다. 몸을 돌려 나가려는 나에게 "다시 찾으러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했다. 이게 무슨 뜻?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내가 잃어버렸던 물건을 찾으러 간 게 고마울 일인가. 다시, 찾으러, 와줘서, 고마워요. 찾으러 다시 와주면 고마운 건 할머닌가 우산인가. 아니면 다른 누구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교회 앞 벤치에 앉아서 잠깐 쉬었다. 성탄절이 다가오니 교회 외관을 LED 조명으로 조악하게 꾸몄다. 반짝이는 교회, 차가운 벤치 위로는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얼마 전까지 빽빽하고 풍성했던 잎이 인상적이었는데, 이제는 대부분 바닥으로 떨어졌다. 눈길을 끄는 건 앙상한 나뭇가지보다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은행잎이었다. 천천히 그 위를 걸었다. 푹신한 땅을 걸었다.
2025년12월15일
기다림 또는 인내를 수행하면 성취하게 되는 것이 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가볍게 혹은 쉽게 가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더 무겁게 더욱 끈질기게 더더욱 숨을 죽이고 가다 보면 질주할 수 있다. 어제 임시극장 친구들의 공연 및 전시 <밤 흙 악몽>을 관람했다. 다시금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닿는 그곳을 살짝 엿봤다. 기다림은 누군가를 지치게도 하고, 멀어지게도 하고, 궁금하게도 하고, 유혹하기도 하고, 지겹게도 하고, 의심하게도 하고, 불안하게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한다. 하지만 결국에 닿는 한 장면, 그 장면에 도달하면 얻게 되는 정화작용이 있다. 모든 걸 해소하게 되는. 갈망이 아닌 완결된 만족감. 오늘 밤에는 제주로 향한다.
2025년12월13일
서울에 왔다. 공기가 차다. 잠을 잘 못자서 피로함을 못이기고 낮잠을 잤다. 밤이 됐다. 내일은 아침부터 바쁘다. 얼른 자야지. 오랜만에 서울이다. 기운차게.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기분이 산뜻하다. 잠이 잘 오겠다.
2025년12월12일
계속해서 요동치는 것들에 멀미가 난다. 피곤한 몸은 잠자리에 뉘이면 회복되는 것만 같다. 마음은. 지치는 마음은 어떻게 챙길 수 있는지…. 아직도 쉽지가 않다. 자신을 제법 다스릴 줄 안다고 생각했었나.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은 자랐다고 느꼈나. 사실 여전히 몸도 마음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타인에게 민감하지만, 나에게는 둔한. 너는 괜찮니? 너는? 너는 어떠니? 근데 나는 어떻지. 나는 괜찮은가. 단단하게 굳어진 습관이 저주가 되는 때는 자신을 괴롭게 만들 때가 아닐까.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괴로움이 결국 나를 파괴하게 된다면. 구원의 존재가 내 앞에 찾아왔을 때 과연 알아차릴 수 있을까. 고통을 버티라고 다그치는 것은 해답이 되지 못한다. 사랑으로 감싸는 건 많은 것을 감춘다. 찰나의 깨달음은 다시금 혼란하게 무의식의 길로 들어선다. 나는 구원의 손을 잡기에 너무 취해버렸다. 술이 깰 때까지 잠을 자야지.
잠이 안 와서 끄적이게 되네. 지금이 언제쯤인지 어딘지 뭐 하는 중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게 좋은 게 아닐지…. 항상 무언가를 알아야 좋다고 생각했던 게 나를 괴롭게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2025년12월8일
종종 아버지와 연락한다. 별일 없으시냐는 내 질문에, 별일이야 많지. 라는 대답을 듣는다. 별일 없이 산다는 장기하 노래가 있다. 별일은 '드물고 이상한 일', '특별히 다른 일'을 뜻한다. 별일 사실로 존재한다기보다는 내 주변 사건과 내 상황을 인지하는 관점이다.
어제 낮, 오현네 방문하자마자 재현까지 셋이서 회의하고 서는 장례식장과 화장장에 방문했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이 거기에 있으니까. 별일이다 싶게도 장례 산업과 관련해서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장례지도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화장장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대화를 나눴다. 죽음은 별일 같은데, 막상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별일이 아니라는 느낌으로 말하고 움직인다. 한 발짝 다가가면 풍경이 변하고 사건이 바뀐다.
2025년11월17일
월요일의 시작. 마음이 좋다가도 힘들다가도 만족스럽다가도 불안해진다. 잘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일을 꾸린다는 건, 그 일의 시작을 만들어 낸다는 건, 지속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것들을 시도하고 앞으로 찾아올 문제와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건, 참 부담스럽다. 정말. 근데도 해보려는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올라오는 걸까. 가보자.
2025년11월16일
어제는 진선과 시간을 보냈다.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를 막국숫집에 가서 시원한 국물로 해결하고,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가, 영화 보러 고고. <부고니아> 봤는데, 아쉬운 느낌이…. 끝나고 피자 먹으러 스파카 나폴리 합정에 갔다. 기가 막힌 피자요…. 너무 맛있게 먹고서 집으로 오니 저녁 9시가 넘었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놀았다.
낮에 돌아다니는 중에 만원 버스 안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한 여자분이 앉아 있는 자리 앞에 서서 진선과 음악을 들었다. 진선이 추천하는 'the lemon twigs'의 음악을 들었는데 아주 만족스럽게 이동 시간을 채웠다. 아무튼 둘이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보며 가는데, 여자분이 매우 신경질적인 행동을 했다. 머리를 뒤로 넘기는 것도 팍팍, 버스 창문도 팍팍 닫고…. 이후 진선의 표현은 예민함을 인간으로 표현하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라고….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 안에서 그런 사람을 앞에 두고 서 있으니, 서울에 와있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여하튼 좋은 음악 들으며, 사람들이 밀치는 힘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가는 중에,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와 그 엄마가 버스에 올랐다. 내 뒤로 그 아이가 바닥에 쿵 하고 넘어졌고, 그 엄마가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데, 내 앞에 앉아 있던 그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분이 곧바로 아이에게 '여기 앉을래?' 하면서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그러면서 버스 뒤쪽으로 사람들을 신경질적으로 밀치며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그 사람을 신기해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은 참 입체적이고 다양한 면면이 있다. 누구든 좋아할 수 있는 모습이 있고, 미워할 수 있는 모습이 있다.
2025년11월15일
어제 새벽 서울에 도착했다. 밤을 새우고 비행기를 타서 어떻게 출발하고 어떻게 도착한지도 몰랐다. 그냥 머리만 앞뒤 좌우로 흔들었을 뿐... 진선과 연락을 하면서 증산 집에 도착했다. 가구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물건들도 여전했다. 반갑고 편안한 기분이 찾아오는 와중에도 너무 졸려서 소파에 누워 그냥 자버렸다. 뒤척이며 시간을 보니 11시를 지나고 있었고, 슬슬 출출해지던 때 소형과 연락하면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뻑뻑한 눈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마치니 그제야 그래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기운을 얻었다.
합정에서 만나 최강금돈까스를 먹었다. 역시 맛도리... 한 보름 만에 만난 소형은 집에 콕 박혀서 작업하고 일상을 보낸다는 서울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제주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인연, 앞으로 할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카페로 고고. 카페에서도 떠들다, 그래도 일을 해야 할 듯싶어서 작업을 살살했다. 영화 한 편 볼까 싶어서 얘기하다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는 <세계의 주인>을 골랐다.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는데, 서울은 확실히 차가 많다…. 조심히 운전해서 간 극장에 이게 웬. 향통이 있었다. 우연히 만나서 반가운 사람. 영사실에서 일한다며 짧은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를 보러 입장했다. 향통도 참 신기해…. 영화를 잘 관람하고…. (영화 얘기는 따로 적어야지…. 너무 잘 봤다) 나와서 향통과 짧은 수다. 제주로 이주했다고 하니 웃더라. 웃긴 일이지…. ㅎ
저녁 약속을 했던 단지와 정감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근황도 나누고 술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웠다. 그러다 단지가 일찍 도착해서 선물을 사봤다며 꺼낸 장갑…. 감동... 셋이서 장갑 받고 다시 즐거워했다. 2차로 근처 술집에 들어가서 또 이야기 나누다가 내가 졸려서 하품을 계속했다…. 이젠 안 되겠다 싶어서 빠빠이. 집으로 가려고 진선에게 연락했는데. 목소리를 듣자마자 더 놀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도…. 옆에서 소형이 더 놀자고 신나서 방방 뛰니…. 소형 진선 또 3차를 갔다…. 노가리 집에서 어묵탕에 소주…. 셋이서도 뭐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각자의 고민과 서운한 것들. 어려운 것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건과 일렁이는 감정들. 어묵탕 앞에 두고 테이블 위로 눈물도 흘렀고 웃음도 터졌다. 가게 마감 시간이라 쫓겨나와서는 집으로 왔다. 하루가 길었다. 익숙한 것들이 쌓이는데, 왜 인지 새롭게 느껴진다.
2025년11월11일
피곤하당.. 일기를 써야 하는데…. 눕고 나니까 다 귀찮다. 창밖으로 회색빛이 스민다. 허리가 뻐근하고 눈이 뻑뻑하다. 출출하지만 걍 자야지. 가만히 누워서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 괜찮은 상태인가 보다.
2025년11월10일
이틀째 잠을 잘 자지 못했다. 토요일에는 잠을 어찌나 설쳤는지 한 시간마다 깨고 자고 깨고 자고를 반복했다. 어제는 그래도 잠이 든 편이었지만 역시 새벽에 서너 번은 깼다. 오늘은 잘 잘 수 있을까…. 평소 잘 자던 내가 이러니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교육받으며 스트레스받나? 지난주에 술자리를 가지면서 들쭉날쭉한 수면시간 때문인가? 애정하는 이에게 쓰이는 마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관계? 걱정스러운 미래? 이 모든 게 다? 오늘은 잘 자보자….
2025년11월9일
어떤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보통 일상에서 만나는 이에게 내밀한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다가 한 번쯤, 아주 직감적으로 이 사람에게는 말해도 안전하겠다는, 아니 말하고 싶다는 미묘한 감각이 찾아온다. 그렇게 꺼낸 이야기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게 되는데, 대뜸 그 사실을 깨달으면 갑작스러운 두려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만약 내가 틀렸다면. 어떤 근거도 없이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 그냥 틀린 감각이었다면. 타인에게 나에 대한 편견과 고정된 인식이 생긴다면. 그리고…. 하염없는 걱정이 되기도 하지. 그럼에도 그 첫 느낌. 아 속 시원하게 말해도 좋겠다, 이 사람에게 말하고 대화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그때가 반가운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참 인간적인 교류가 생기기도 한다. 요즈음이 그랬는데. 반가운 만큼 혼자 걱정도 한다. 참 나도 후회나 미련이 많나 보다.
2025년11월7일
지완이 빌려준 <실패를 통과하는 일>(박 소령 저)을 방금 다 읽었다. 퍼블리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스스로 끝맺는 이야기.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넘기며, 남해에서 일하던 때가 생각나서 눈시울이 몇 번이나 붉어졌는지 모르겠다. 펑펑 울고 싶지만, 여전히 눈물이 잘 흐르지 않아서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글 쓰는 지금도 마음이 말랑해서 울컥울컥한다. 읽으면서 저자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는 자신이 만든 회사를 자신이 끝냈다는 자부심이 강렬하게 느껴져서. 생각해 보면 지난 때의 나는 비겁했다. 그 끝이 얼마나 무책임했나. 잘 정리하고, 감당하면서, 당당하게 남해를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겠다는 생각은커녕, 스스로 감정을 다루기도 힘들었고, 그저 견딜 수 없이 외롭기만 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널뛰기에, 그저 빨리 이 상황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은 무력감에 혼자 산책하며 울던 때가 아직도 힘들다. 그렇게 남해를 떠나서 이제는 제주에 왔다. 그리고 제주에서 새로운 일을 다시 일구려고 한다니…. 그 고통과 괴로움을 기억하면서, 뭐가 날 여기로 이끌었을까.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는 기억, 몸과 감정이 기억하는 그 순간이 나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제대로 끝맺고 싶어서. 도망친 실패가 아니라, 끝맺는 실패를 하려고.
2025년10월23일
어제는 규성이가 친구랑 놀러 왔다.
수려도 합세.
회 먹으며 술을 한두 잔 들이켜니 피로가 밀려오더라도…. 전날에도 술을 마셨으니….아침에 다시 어제를 돌아보니 했던 얘기가, 하지 못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사람으로 즐거우면 사람으로 괴로운 게 인간이라는 것.
내가 즐기는 대상이 있다면, 동시에 나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된다는 것.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게 중요한 것인 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
2025년10월21일
저녁에는 일기를 안 쓰는 것 같아서, 아침에 써야 할까 싶다. 이것도 잘 쓰려나 모르겠지만…. ㅎ 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집에 모기가 있더라도…. 귓가에 소리가 들리면 이불을 펄럭이고 손을 휘적댔는데, 모기를 잡았는지는 모르겠다. 한 시 반쯤에 깨서 잠깐 멍때리다가 다시 잠들었다. 일어나서 뻐근한 몸을 요가하면서 살살 풀어주고 아침밥을 챙겨 먹었다. 오늘 점심은 센터 동료들이랑 중식당에 가기로 했으니 점심 도시락 준비는 패스. 저녁거리만 조금 챙기고 출근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버릇하다 보니 확실히 아침이 상쾌하고 개운한 편이다.
2025년10월19일
일기 참 안 썼네. 바쁘다는 핑계를 대기에는 민망하지만, 나름 바쁘게 지낸 것도 맞으니까…. ㅎ 9월 말에는 지인이 놀러 와서 10월 초 추석 연휴 전까지 제주 여행을 다녔다. 맛집도 다니고, 카페도 다니고, 오름도 갔네. 센터 교육 받으면서 알차게 놀았다. 지인과 얘기하다 보니 단둘이 만나서 노는 건 처음이라면서 서로 놀랬다. 제법 오래 봤는데 둘이서 논 게 처음이라니….추석 연휴는 김포와 서울에서 보냈다. 오랜만에 본가에 방문해서 부모님과 식사도 하고, 소소한 대화도 나눴다. 가끔 만날 때마다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참 복잡미묘한 감정이 든다. 건강하셨으면 하지만, 그렇게 건강관리를 하는 편도 아니신 것 같으니…. 뭐 어쩌겠나. 어릴 때는 자식이 걱정 속에서 자라는데, 나이가 들면 부모가 걱정 속에서 늙어간다.
서울로 와서는 진선과 많이 놀았다. 보고 싶던 영화 두 편(어쩔 수가 없다.&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을 몰아 보고, 집에서 밥을 해 먹기도, 시켜 먹기도, 나가서 먹기도 했다. 그 중간중간에는 은송과 팟캐스트 녹음도 하고, 불광천 앞에서 와인을 잔뜩 마시기도 했고, 두겸과 만나서 양꼬치를 배불리 먹기도 했네. 잔뜩 먹고 마시고 떠들어 댄 연휴였다. 아 기르던 머리도 깔끔하게 잘라버렸다. 조금 아깝기도 했는데, 머리는 또 자라니까. 생기 스튜디오에서 하는 공연도 봤다. 은송의 제안으로 갔는데, 추다혜차지스…. 너무 좋았다. 그리고 문제적 밴드 우륵과 풍각쟁이들... 블랙컨트리뉴로드가 떠올랐는데, 국악 베이스여서 너무 새롭게 신선하게 들었다. 나중에 공연 또 보고 싶네. 연휴는 훌쩍 지나고 다시 제주도로 복귀. 센터에서 만난 유경이 잼을 만들었다면서 빵이랑 나눠줬다. 엄청 맛있더라.…. 근데 잘 먹었다고 답을 안 했네. 연락 한번 해야겠다.
본격 창업 교육이 시작되는 첫 주였다. 강의도 있었고, 멘토링도 중간에 한번, 금요일에는 과제 발표, 이 루틴이 짧으면 4개월, 길면 6개월간 반복될 예정이다. 일찍 일어나 버릇하다 보니까 무리가 있진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요가하고, 점심 도시락 준비하고, 출근하고, 강의를 듣거나 작업을 하고서 저녁 8~9시경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자는. 매우 단순한 날들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 시간이 쌓여서 어디로 이끌까. 넉 달 후에 후회하지 않도록 하자. 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금요일 저녁에는 정현의 초대로 서귀포에 방문했다. 비가 살살 내렸고, 스쿠터로 4~50분 정도를 달렸는데, 와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날씨도 그렇고, 서귀포로 향하는 도로는 캄캄하고, 퇴근길이라 다른 차량이 비추는 도로의 불빛까지. 영화 장면 같은 모습을 잔뜩 봤다. 그렇게 도착한 정현네 집에서 치즈대란... 라클렛 치즈를 그릴에 구워서 감자와 야채에 얹어 먹었는데…. 풍미가 아주 대단했다. 그래서 인가…. 술을 잔뜩 마셨다. 취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는 산책 겸 돈내코 계곡으로 향했다. 약 15년 전에 갔던 기억이 있는데, 다시 가니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발만 담그겠다고 물에 가다가 미끄러져서 빠졌다. 에잇 그냥 수영이나 하자 해서 이번 늦여름, 초가을의 계곡 수영을 즐겼다.
주말이 끝나간다. 비가 살살 내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요가를 한참 했다. 땀이 흐르니 개운하다.
2025년9월29일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 발표한다는 것은 어렵고도 흥미로운 일이다. 마지막 멘토의 말이 인상 깊다. 누군가 노력한 결과를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만난다는 것은 인상적이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 준비하면서도 배웠고, 지켜보면서도 배웠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겠다.
2025년9월27일
새벽 다섯 시 아니 여섯 시쯤이었으려나. 창은 밝은 회색빛으로 방을 밝혔고, 비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집에 콕 박혀서 지내야지 싶어서, 다시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잠에 빠져들었다. 한참을 더 자고는 핸드폰 진동이 울려서 잠에서 깼다. 정현의 문자였다. 오늘 한림에서 열리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 소식을 전하며 관심이 있으면 놀러 오라는 초대 연락. 문자를 가만히 보다가 귀를 세우니 빗소리가 잦아들긴 했었다. 날씨를 검색하니 흐리긴 하지만 비가 많이 오지는 않을 듯싶었다. 몸을 일으키고서 점심을 먹고, 빨래를 하고, 다시 날씨를 찾아보니 확실히 비가 더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지도 앱으로 길을 볼 수 있게 거치대에 핸드폰을 올려놓고서 스로틀을 당기며 출발했다. 도심을 벗어나 주변 풍경은 풀과 나무로 가득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는데, 혹시 비가 올까 싶어서 서둘렀다. 30분을 달렸을까. 주변에 목장이 드문드문 보이고 풀 냄새가 났다. 말이 풀을 뜯어 먹고 있는 풍경, 풀이 나무를 덮어버린 원시림 같은 풍경, 짙은 회색의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나오는 풍경, 여행객 두 명이 천천히 걷는 모습, 버스 정류장에서 외국인이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지나니 미술관옆집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관계자분이 반겼다. 미국에서 온 얄비 코노넨의 오픈스튜디오였고, 작가의 말을 통역해 주셨다. 작가는 종이를 오려서 풍경에 설치하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현장에서는 직접 제작한 종이 설치물을 볼 수 있었고, 작업실 한 곳에서는 그간 작업했던 사진 아카이빙을 모니터로 볼 수 있었다. 이것저것 말하고 묻고 싶었지만, 영어가 서툴러서 그냥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작업을 보고 나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분들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는데, 오랜만에 겪는 분위기였다. 작업자들이 모이면 느껴지는 기운이 있다. 대화의 소재도 그렇고, 각자의 머릿속이 복작복작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반가웠지만 반가운 만큼 그 시간에 온전히 머물렀나 싶기는 했다. 맥주를 주셔서 맥주 마시는 것에 더 집중한 기분이 든다. 언젠가 또 만나서 이야기 나눌 일이 생기겠지. 떠나기 전까지 얄비 코노넨에게 작업을 본 소감이라도 전해야지 싶었는데, 결국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은 어두웠다. 해는 지고, 시골 도로에 차는 없었다. 제법 긴 길이었는데, 아무도 없었고 가로등도 없었다. 주변은 캄캄했는데, 무섭기보다는 신이 났다. 아무도 없는 길을 쌩쌩 달리면서 어두운 풍경에서도 흐릿한 형체를 구경했다. 나무인가 싶은 것들, 펜스인가 싶은 것들, 돌인가 싶은 것들, 풀인가 싶은 것들, 뭔지 모르지만, 그것인가 싶은 것들이 어둠 속에 흐릿하게 자리 잡았다. 큰 도로로 나오자, 차들이 늘었고, 이제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의 형체가 또렷해졌다. 집에 도착해서 오늘은 일기를 써야지 싶었는데. 썼다.
2025년9월22일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스쿠터를 타고 다니면, 찬 바람이 느껴진다. 여름을 지나고 가을에 들어선다. 옥상에서 노을이 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검붉은 하늘이 더욱 짙어지면, 도로 위 자동차 노란 전조등과 붉은 후미등이 난립한다. 노란빛과 붉은색. 쌀쌀해서 옷차림을 조금 바꿀 때가 됐나 싶다.
2025년9월20일
휴일에 늘어지는 것 같아서 억지로 억지로 요가하고, 빨래하고, 집 청소하고, 장을 보고, 밥을 해 먹었다. 그리고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했는데, 잠이 쏟아져서 낮잠을…. 두 시간을 넘게 잤다…. 겨우 일어나서 저녁 먹고 중경삼림을 봤다. 낮잠을 꽤 잤는데 밤에 잠이 잘 들려나….
머릿속 드라마에 얼마나 많은 현재의 것을 잃는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리뷰
샤워가 끝나고 몸의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닦다가 문득 옛 기억이 떠오른다. 연인에게 화를 내거나, 동료를 탓하던 순간들, 모르는 사람과도 시비가 생기면 열을 내는 상황. 지난 기억이 현재의 나에게 던진 게 돌이 아니라는 것이 다행이다. 맞아 죽지는 않을 테니. 그렇지만 기억의 파동이 죽음 못지않은 고통으로 가슴을 옥죄어 오기도 한다. 부끄러움. 죄책감. 원망. 억울함. 분노. 과거에 미련을 가지고 후회를 한다는 게 그런 거겠지.
하루가 끝나고 잠들기 전에 양치질하면서 거울을 볼 때면 앞으로의 일을 걱정한다. 당장 변변한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 많은 부모를 둔 것도 아니니,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 대단한 기술을 가진 것도 아니고, 삶의 비전이 너무나 선명해서 주변인들의 정신을 빼놓을 재능을 지니지도 못했다.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한 사람인데, 어느새 서른 중반을 지나고 있으니, 과연 시간이 더욱 흘렀을 때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불안하게 잠자리에 눕는다.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비극일지 모르겠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는 드라마에서 벗어나라고 요청한다. 삶을 인과의 관계로, 선후의 순서로, 시간의 축으로 놓지 않을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게도, 드라마에 빠진 무의식은 지금의 것들을, 현재를, 나(의식)를 잃어버리게 한다는 것이다. 삶은 과거에 있지도 않고, 미래에 있지도 않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다. 드라마에 빠져있는 건 순전히 나의 생각이고 에고이고 감정이지, 진정한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라는 것. 그 '알아차림'이 나의 의식이라는 것. 몸을 씻고 나서, 잠자리에 눕고, 과거와 미래가 여전히 나를 답답하고 고통스럽게 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진정한 나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차리게 되면, 그 의식의 공간, 그 틈, 그 여백, 그 아무것도 없음이 진정한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5년 9월에 이 책을 만나고 읽었다는 것이 반가웠다.
2025년9월18일
지난 주말에는 진선이 제주도에 놀러 왔다. 비가 오락가락 내려서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맛집 몇 군데를 다니면서 먹 투어는 했다. 첫날에는 집 근처 식당에서 각재기국이랑 멜 튀김, 소주를 안 마실 수가 없어서 몇 잔 마셨다. 둘째 날에는 태풍 쌀국수에 가서 쌀국수랑 짜조. 두 번째 방문인데 역시 맛있더라. 저녁에는 아살람에 가서 후무스랑 케밥. 존마탱... 일요일에는 집 앞 초밥집에 가서 배불리 먹고, 저녁에는 중식집에서 짜장, 만두, 탕수육에 연태 고량주를 들이켰다. 실컷 먹고서 진선은 서울로 복귀. 다시 혼자서 제주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제부터는 센터에서 18개월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교육에 맞춰서 취업을, 창업을 할 수도 있는데, 뭐가 하고 싶어서 제주에 왔으려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온 게 정답인데, 선택해야 하는 시기라는 게 곤란하게 느껴진다. 특히, 창업에 큰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주변에 함께 교육을 받는 50여 명의 친구들 역시 각자 어떻게 할지 고민도 하지만, 벌써 결정도 하고 확신을 가진 친구도 있는 듯 보인다. 상대적으로 젊은 20대 친구들은 활력이 넘친다.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적극적이고, 하고자 하는 것도 힘차게 진행하는 모습이다. 반면에 나이 꽉 차서 끄트머리로 이곳에 온 나는 상대적으로 조금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거기에 함께 반응하면서 행동하면 금방이라도 지쳐버릴 것 같은걸.
내 리듬이 여기서는 그다지 빠르지 않다는 걸 이제 깨닫기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추진력 장난 아니었는데…. 지금은 조금 다른 호흡을 하고 있나 보다 싶다. 요가를 해서 그런가…. 조금 멈춰서 생각하는 것 같기도, 예전보다 조금 더 주저하면서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나도 20대 때는 무작정 한 것들이 많았다. 어딘가로 갑자기 떠나기도 하고, 재밌어 보이면 대책 없이 시작하기도 하고…. 아니 지금도 여전히 그래서 여기 온 거려나…. ㅎ 그래도 지금은 조급한 마음이 들면 휘둘리지 않으려고 하는 의식이 생겼다는 것이 다행인 점이다. 지난 시간을 기억해 보면 그때는 참 많이도 휘둘렸다 싶다. 그 맛에 사는 재미가 있기도 했었고. 내일은 서류 작업을 한참 할 것 같은데, 머리 좀 싹 비우고 해봐야겠다.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2025년9월11일
아침에 삶은 계란 하나 오렌지 하나를 먹었다. 일리커피머신을 당근으로 구매했는데, 캡슐커피를 텀블러에 담아서 교육 참여. 점심에는 파스타를 해 먹었다. 다시 커피 한잔을 내려서 오후 교육에 참여. 저녁으로는 마파두부를 싸 왔다. 매일 배우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신경 써야 하지만, 먹는 것만큼 신경 써야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잘 먹어야 잘하게 되는 것 같다. 내일은 뭐를 먹으려나. 집에 먹을 게 떨어졌는데, 들어가면서 장을 봐야 할까.
2025년9월10일
요가 매트를 주문했는데, 도착했다. 올리브색 가네샤 요가 매트와 블록까지. 조용한 집에 매트를 깔아놨는데, 이제 진짜 아침마다 요가해야지 했다. 처음 요가를 했던 때가 생각났다. 군대를 전역하고 호주에 가기 전이었는데, 김포 본가 집 근처에 나무 요가 라는 요가원이 있었다. 왜 요가를 하겠다고 생각했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다 두 달 정도 다녔나. 지금 생각하니 선생님이 막 좋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때 그 시공간이 계속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 이후로 요가를 한 기억은 없다. 이후 대학교에 입학하고 신입생 교양수업으로 요가가 있었지만, 대충했고, 남해를 가서 유튜브를 보면서 깔짝깔짝했다. 본격 요가원에서 수련한 건 지난 서울에서 지낼 때다. 일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요가원을 다니면서 요가를 했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제주에서 요가원을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이제부터는 혼자서 하는 시기를 가져야지 싶기도 하고. 서울을 떠난 것에 아쉬운 것들 중 하나는 잘 맞았던 요가원을 다니지 못한다는 것이다.
2025년9월9일
생성형 ai 교육을 한다고 해서 기대를 갖고 들었는데... 콘텐츠 만드는 건 하나도 없고 무슨 개발자 된 것처럼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신기한 걸. 챗GPT에 쓸 프롬프트 방법론을 배우고 적용해 보고, MCP(Model Context Protocol)라는... 뭐 커서(Cursor)프로그램을 받아서... 환경 세팅을 하고... 제미나이가 로컬 컴퓨터에 접근이 가능한 어쩌고저쩌고... 교육을 받고서 실습을 했다. 직접 해보니 우왕... 신기하다... 했지만, 실제로 어떻게 적용이 가능하고 활용이 가능한지는 고민이 필요한 듯.... 노션API도 연결이 된다고 해서 끙끙대면서 연동을 시키니, 우왕 더 신기하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이 필요한 듯... 어렵다.
그런데 결과물들을 만나니, 정말 일할 때 효율이 올라가는 게 당연하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양한 관점에서 논리구조를 짜는 경우는 그 속도와 수준이 굉장했다. 아이디어를 내는 거나, 보고서를 쓰거나, 데이터를 분류 정리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작업은... 이제 사람이 없어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이런 시대에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까. 적극적으로 AI를 다뤄보니 신기한만큼 고민도 생긴다.
2025년9월8일
본격 교육 입소일이었다. 앞으로 18개월 간의 제주 생활과 일이 진행된다는 생각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한편으로는 짧은 시간이 되리라는 것도 생각한다. 한 달간은 임시로 조직된 팀에서 제주 원물을 이용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작업을 할 텐데, 다투지 않고 즐겁게 한 달이 마무리되기를 바라게 된다. 오랜만에 팀 작업인데, 나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잘 어울려 봐야지…. ㅎ 제주도 날씨가 참 오락가락한다. 비가 오다가, 해가 떴다가. 스쿠터 타고 이동하다 보니 우비를 입었다가 벗었다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여름이 지나면 조금 나아지려나.
9월1주
집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한 주…. 맨몸만 들고 와서 텅텅 빈 집을 채우는 중이다. 집을 보지도 않고 서울에서 계약했었다. 막상 와서 보니 괜찮네? 그래도 내려오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다. 너무 긴장돼서 밤에 잠을 못 자기도 했고, 진선한테 투정을 부리기도 했었는데, 오고 나니까 자연스레 정해지는 것들이 있다. 물론 힘들긴 하지만…. 쿠팡과 당근을 계속 들여다보면서 필요한 것을 찾고, 사고, 택배를 받으면 정리한다. 다이소를 가서 저렴하게 생필품을 구매하고, 집 근처 마트에 가서는 간단하게 해 먹을거리를 사 온다. 냉장고가 생기고, 책상이 생기고, 식탁이 생기고, 옷장이 생기니, 잡동사니 짐이 정리가 하나둘 되어간다.
첫 게스트로 제주 사는 수려가 방문했는데, 온 집안이 박스에 정리 안 된 물건들이 잔뜩이라 민망…. 계속 정리해야지. 수려가 온 날 저녁에는 짧은 공연을 봤다. 만마력이라는 공간인데, 안무가가 운영하는 곳인가 보다. 움직임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번에 본 공연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쓴 글을 낭독하고, 제주 서문시장 인근 산책을 안내해 주는 식이었다. 제주의 모습을 흥미롭게 관찰하는 시간이었는데, 현재 교육 받는 프로그램에서도 참고될 수 있는 제주의 풍경을 새롭게 만난 듯싶었다. 9월의 시작은 가볍다.
8월3주
이제 일기는 잘 쓰지 않는구나. 다시 마음먹고 써봐야지 싶다. 이번 주에 제주로 이주하는 것을 결정했다. 여태껏 살면서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결정을 무겁지 않게 해왔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가, 고민이 깊어도 결국은 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런 선택을 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나도 참 나다 싶었다. 어쩔 수 있나.
월요일에는 빵형이 부른 알바 현장에서 일했다. 피곤함에 절어서 일하는 빵형을 보니 안쓰럽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런 열정과 에너지가 응원으로 이어지는 것도 같았다. 앞으로의 일들을 잘 넘고 쌓아가기를. 화요일에는 제주 부동산 매물을 살펴보고, 수요일에는 요가를 다녀왔다. 목요일에는 지영을 만나서 점심을, 단지를 만나서 저녁을 먹었고, 금요일에는 정근과 규성이가 집에 방문해서 같이 저녁 먹고 수다를 실컷 해댔다. 토요일에는 구남 공연을 지영과 봤고, 한밤에 은송, 두겸이 와서 진선과 함께 순대곱창을 먹었다. 일요일에는 산이와 향기가 놀러 와서 수다 떨고, 저녁 먹고, 홀덤까지 한게임 했네. 한 주간 쏟아지는 만남에 피곤해지기도 했지만, 모두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원체 연락을 안 하는 나니까. 그래서 반가움이 더욱 큰 것 아니냐는 변명을 자주 하지만, 앞으로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도도 해야겠다. 제주도로 가면 만나는 일이 더 줄어들 테니까.
8월2주
이번 주는 일기를 하나도 못 썼네…. 조금 바쁜 일정을 보내기는 했다. 월, 화, 수는 제주도에 면접?을 다녀왔고, 목요일에 오랜만에 류진쓰만나고, 오후에는 두산아트센터 강연, 저녁에는 겸&진선과 치맥. 금요일에는 김포에서 부모님과 점심 먹고 저녁에 씨네큐브 가서 영화 관람&정성일 평론가 지브이 듣고, 토요일에는 오전-요가, 오후-집 청소, 저녁-서가수와 팟캐스트 녹음, 밤-두겸 서가수 선우 진선과 홀덤. 오늘은 오전에 요가 다녀와서 오후에 장보고 책 모임을 위해 독서하고 저녁에는 책 모임…. 일주일을 아주 그냥 꽉꽉 채워서 움직이고 활동했다. 바쁘게 보내는 와중에 앞으로 일상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생겼다. 월, 화, 수 제주도에 다녀온 일정을 계기로 9월부터 제주살이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려나~~~ 정신없는 한 주다~~
8월1주
매주 회고 기록을 써볼까 싶다. 일기는 일기대로 열심히 써야겠지만, 지난 시간 정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달까…. 한 주 돌아보면서 드는 생각을 짤막하게 기록해 봐도 의미 있지 않을까.
새벽 출근, 박물관 방문 등 새로운 풍경을 제법 봤던 한 주였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 <마나 모아나> 전시는 제법이나 인상적이었다. 미술관에는 종종 가지만, 박물관에 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시대와 역사를 품을 생활 유물은 본다는 건 조금 다른 감각을 만들더라. 조금 더 인간적인 삶을 상상하게 했다. 목작업 일정이 생기고 출퇴근하면서는 몇 차례 글을 보려고 했지만, 피로에 눌려서 보기 힘들었다. 몸 쓰는 일이 힘들긴 하니까. 하지만 이건 거짓일 수도…. 몸이 힘들어서 글을 안 봤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스마트폰 화면에 빠지는 시간이 늘어나서 아쉽기도 했다. 분명히 피곤했을 텐데 스크린에 빠지는 건 쉽다. 글을 보는 건 에너지를 능동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겠고, 스마트폰은 수동적으로 에너지를 뺏기는 것일 테니…. 그래도 어차피 둘 다 피로가 쌓이는 거라면 스크린보다는 종이를 보고 만지려고 해야겠다는 쓸데없는 다짐을 해본다. 한 주간 밥 먹으면서 보던 시리즈 <진격의 거인>을 다 봤다. 침착맨의 리뷰까지도 다 봤다. 백현진 음악을 제대로 듣기 시작했다. 1집 <반성의 시간>을 계속 듣는데 참 좋다. 울분에 찬 느낌이 암울하게 쌓인다.
2025년8월9일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잠이 들면서도 퇴고 중인 소설 생각을 한참이나 했는데, 꿈도 잔뜩 꾼 것 같았다. 기억은 하나도 안 나네…. 뭔가 이야기 정리에 힌트가 있을까 싶어서 한참을 생각해 봐도 전혀 떠오르는 게 없었다. 상담받으러 가는 길에 책이나 읽어야지 하면서 조금 읽다가 덮어놨던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펼쳤다. 책을 읽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한다고 어디서 봤다. 상담소에 도착해서 선생님이 스트레스받는 거 있냐고 물었는데, 잠에서 깨고 꿈이 떠오르지 않듯 기억나는 게 없었다. 아니면 책을 읽으면서 가서 다 해소가 됐으려나. 겨우겨우 생각하면서 옛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삶에서 결정했던 선택에 관해 이야기하며 과거를 살펴봤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군입대, 전역 후 호주행, 대학 진학, 창업, 취업, 남해행 등등. 그러고 보면 참 삶이 변하는 큰 기점에서 쉽게 쉽게 선택하며 살아온 것도 같았다. 거기에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을까. 한참 듣던 선생님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되물었다. 그렇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선택의 이유가 되는 생각이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피하려고, 무엇에 닿으려고, 그리고 지금은 어떤 길에 들어서려고. 집으로 와서 <진격의 거인> 침착맨 리뷰를 봤다. 웃기네.
2025년8월6일
목작업 며칠하니까 몸이 쑤신다 쑤셔.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길은 피곤하지만 신비롭다. 한낮, 저녁, 깊은 밤과는 또 다른 모습의 사람들. 모두 일하러 가는 길일테니 썩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생기가 피로함을 뚫고 삐져나오는 것도 같다. 오늘 진격의 거인을 끝냈다... 재밌지만, 역시 시리즈는 시작하지 않는 게 일상에 좋다... 멈출 수가 없어... 여하튼,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소재도 전개도 연출도, 언급할 것들은 조금 정리해서 리뷰를 남겨봐야겠다. 이제는... 책을 좀 읽자. 책 모임 친구들에게 게으른 꼴을 보였으니... 다시 회복해야지.
2025년8월2일
오랜만에 눈물이 났었다. 그리고 곧바로 울음을 삼켰다. 오늘 상담을 하면 며칠 전 울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은 잘 느껴보았냐고 물었는데, 곧바로 울음을 멈추고 싶었던 나에 대해 말했다. 언젠가부터 그랬다. 눈물이 나오면 감추고 싶고 참고 싶고 멈추고 싶었다. 감정이 올라오는 듯싶으면 억지로 머리를 더욱 굴리며 그곳에서 멀어지려고 생각했다. 뭐가 무서워서? 뭐가 두려워서? 뭐가 수치스러워서?
옥상에서 작은 공연을 봤었다. 한 명의 연극배우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소소한 대화이자 독백. 일상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그를 보며, 얼마나 마음을 쓰면서 살아가는지 느껴졌다. 가난, 공간, 사랑하는 사람과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타인이 죽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좋아하는 몸짓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많이 웃었고, 사이사이에 울었다. 노래를 불렀고, 움직였다. 그 모든 모습을 두 시간 반 동안 바라봤다.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날 밤의 옥상 풍경이었겠다.
돌아와서 진선에게 그 옥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에피소드 중 몇 가지를 들려주는데, 내가 눈물이 났다. 뭐 때문에 울컥했을까. 왜. 상담 선생님은 그때 느껴야 알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스스로 온전히 느껴야 왜 눈물이 났는지, 어떤 때에 우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다음에 상황이 되면 온전히 느껴보라고 조언했다. 멀어지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피하지 않고, 울음을 만나는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오늘 눈물은 안 났지만, 코피가 났다.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서 쉬었다. 나무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자랐고, 사람들은 나무보다 높은 곳을 걸어 다녔다. 얼마 만에 쉬는 걸까. 나는 과연 요새 쉰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냈나. 무기력하고 나태하게 보내는 시간마저도 쉰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게으르다고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거겠지.
베개 낭독회에 다녀왔다. 희곡과 시를 낭독했다. 모두 마음을 다해서 글을 쓰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인상적이었으니, 나도 그러길. 쉬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요새는 마음을 다하지 않았다. 요즘은 그냥. 그냥. 그냥 있었다.
복통
늦은 밤에 갑작스레 시작한 복통으로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 저녁에 먹었던 피자가 문제였을까. 같이 먹은 진선은 아무렇지도 않은 걸 보니 딱히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요즈음 먹은 것 중에 의심스러운 건 없었다. 배가 얼마나 아픈지 몸에 힘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종종 설사를 하기는 하지만, 이럴 때는 참 무력해진다. 그저 하염없이 아픈 배를 쥐어 잡고 항문에서 묽은 변이 흐르는 느낌을 힘없이 감각하고만 있는다. 화장실 벽을 주먹으로 꾹 누르면서 기어가는 소리로 신음한다. 흐느끼는 소리에 뜬금없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기다 정말. 똥 싸면서 신음하는 것도 똥 싸면서 웃는 것도. 배탈이 나면 정말 아무것도 중요한 게 없어진다. 과거의 후회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이, 그냥 지금 이 아픔이 얼른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한껏 쏟아내고 나서, 아무리 먹었던 걸 생각해도 문제 되는 게 떠오르지 않으니, 사실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있는 것일 수 있었다. 면역력이 떨어졌나. 스트레스 관리를 못했나, 요즘 잠을 충분히 못 자는 것 같기도 했는데, 아니다. 슬슬 한번 배탈 날 때지. 그러고 보면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꼭 이런 경험이 생긴다. 아랫배가 싸-한 느낌이 들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변기에 앉아서 정신줄을 놓으며 모든 후회와 걱정을 털어낸다. 지금을 버텨야 하니까. 그러고 나니 아픈 게 낫더라.
2025년7월30일
거짓말처럼 시간이 흐른다. 거짓말... 나는 애니를 안 보는 사람인데... 진격의거인을 시작했다. 1기 끝나고 2기 시작... 뭐 이리 재밌냐ㅎ.. 나는 분명 애니를 잘 안 보는 사람인데...
요가를 다시 잘 나가고 있고, 새벽기상은 아직 잘 안 된다. 온몸이 아프지만 기운이 나는 것 같고, 심리상담을 다닌다. 예술인대상으로 무료라서... 상담사는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와서, 스스로를 감추거나 막지말고 느끼며 말해보라고 한다. 너무 방어적으로 말하고 생간한다나 뭐라나... 그리고 좋은 감정은 잘 표현도 하고 섬세하게 느끼는데, 부정적인 감정은 잘 다루지 못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좌절감, 두려움, 실망감 등등 다양한 감정이 있을텐데 섬세하게 다루지 못하면 나중에 뭉쳐져서 분노로 표출될 수 있다고... 뭐 앞으로 애써서 시도해봐야겠다.
그동안 일기는 잘 안 썼는데, 소형이 잔소리해서 다시 써야지 싶다. 매일 일상이 비슷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삶은 계란이랑 토마토를 먹고, 모카포트로 커피를 내린다. 아, 얼마전에는 발리에서 사온 루왁커피를 내려 마셨다. 고소하고 기름진맛. 오전에는 요가도 간다. 며칠 연속으로 갔더니 구석구석 몸리 아프다. 그래서 오늘은 휴식~ 내일 다시 가야지.
2025년7월22일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났고, 오랜만에 요가원에 다녀왔다. 한 주 동안 생활이 엉망이었는데, 오늘 다시 또 마음을 먹는다. 내일부터는 다시 아침형 인간으로 태어나리라….
2025년7월21일
어제는 여기저기 많이 다녀왔다. 낮에는 연희동으로 가서 디디가 초대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어튠먼트?라는 명상 비슷한 프로그램이었는데, 행사 장소에 가니 위치가 너무 좋더라. 궁동근린공원 근처였는데, 언덕으로 쭉 올라서 도착한 건물의 3층이었다. 커다란 창밖으로 도심 풍경과 맑은 하늘이 한눈에 들어왔다. 열댓 명의 참가자와 주최자들이 있었고, 그중에 반은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패션과 분위기는 일반적인 어르신들 같지 않았는데, 대화를 나눠보니 더 그러더라. 젊은 시절 미국에서 히피 생활하셨던 분, 제주도에 공동체를 꾸린 분, 양평에서 문화원을 운영하시는 분, 모두 시대의 어른 냄새가 잔뜩 나더라. 몇 시간에 걸친 대화와 경험은 어찌저찌 마무리됐고, 저녁에는 사당으로 가서 성기웅 선생님과의 저녁 식사를 했다. 대학생 때 성기웅 연출의 연극을 처음 봤던 기억이 아직도 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눠본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더라. 사람 인연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다 정말…. 자리 만들어준 규성에게 고맙다. 연극 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극작에 대한 고민과 조언도 들었다. 그러면서 술을 엄청나게 마셨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실언을 제법 했던 것도 같다. 술 취하면 항상 이 모양이란 말이야…. 적당히 마셔야지…. 그러고 집에 들어오니 새벽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정신 차리고 이제 일상 루틴을 지켜보자~~~
2025년7월20일
며칠간 무기력했다. 늦잠은 물론, 밥도 제때 안 먹고, 요가는커녕 작업도 안 했다. 이런 때가 종종 찾아올 수 있지. 그럴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아직도, 언제까지 이러는 걸까 싶다. 가까운 사람들을 생각하고 나를 생각한다. 소형은 어제 생일이었다. 지난번에 통화를 하면서 근황을 나눴는데 잘 지내고 있더라. 그만큼 나는 나로서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조금 부끄러웠다. 며칠 전에는 은송네 지내는 선우가 집을 떠난다고 해서 작은 모임을 가졌다. 새로운 친구도 만났고 오랜만에 본 친구도 만났다. 누구는 유학을 떠나고, 누구는 워홀을 간다고 하고, 누구는 여행을 간다고 하고, 누구는 학원 다닌다고 한다. 다들 멋지게 각자의 삶을 꾸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웃고 떠드는 모습에서 아쉬움은 보이지 않았다.
어제부터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가원은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매트를 깔고 올라서 몸을 풀어줬다. 책 모임도 있으니 읽던 책을 펼쳐서 다시 읽기 시작하고, 끼니를 위해 요리를 한다. 진선의 제안으로 집 청소를 싹 했다. 먼지를 털고, 밀린 빨래를 하고, 환기하고, 설거지를 하고, 쓸고, 닦았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다. 밀린 작업과 앞으로 일정도 확인했다. 오늘은 오늘이지. 오늘은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다.
2025년7월17일
어젯밤 잠들기 전에 속이 안 좋았는데, 푹 자고 일어나니 괜찮아졌다. 역시 잠이 보약이구나. 진선이 출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조금 게으른 생활을 하고 있다. 누군가가 옆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생활 속 긴장감이 달라진다. 자유를 누리면서 자유로움을 완성하는 것은 어려운 법이다.
세 번째 죽음
술에 진탕 취해서 집에 돌아온 밤이었다. 분명 술자리에서는 취기로 몸이 붕~ 뜰 것도 같다 싶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이 전부 무거워서 거실 바닥에 두 다리가 꼭 달라붙은 기분이었다. 죽기 전까지는 이 무거운 몸뚱어리 누가 관리하나 내가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비틀거리며 세면을 했다. 새벽 3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집 안에는 세면대에 흐르는 물소리만 흘렀다. 세상의 정적을 뚫고 흐르는 물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물 낭비는 안 되지. 해롱거리면서 후다닥 씻고 침대에 누워서 뭔지도 모를 오늘의 것들을 전부 뒤로 미루며 잠에 빠졌다. 신촌극장에서 <사물함>을 보고 온 날, 그 하루의 마지막이었다.
임시극장 친구들의 공연 소식을 듣고 예매를 했었다. 공연 날이 됐고, 스쿠터를 타고서 극장을 향하는데, 여름 무더위가 실감 났다. 햇살이 피부를 따갑게 찔렀다. 아니 어떻게 동남아보다 한국이 더 덥냐…. 이 지구가 망할 날도 얼마 안 남았다 싶었는데, 내 생에 망할지는 미지수였다. 이왕이면 인류의 마지막을 목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뜨거운 기운 속에서 도로를 둘러보니 차가 잔뜩이었다. 이런 와중에 나도 탄소 배출하는 스쿠터를 몰고 있으니 이렇게 덥지 싶었다. 늦지 않게 공연장 앞 골목에 도착했다. 신촌극장은 세 번째 방문이었는데, 올 때마다 이 골목길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제는 먼 기억이 되어가지만, 한밤에 서로 설레던 친구와 이 골목을 산책하던 때가 떠올라서 아련하기도 했다. 극장을 향하는 길 전부가 공연이 되는 걸까.
<사물함>
4층 옥탑에 있는 극장으로 들어가니, 무대 가운데 상자 하나를 놓고 관객과 배우 모두가 둥그렇게 모여 앉았다. 객석과 상자 사이를 가르는 전선과 조명도 동그랗게 늘어진 모습이 좋아서 가만히 구경하고 있는데, 어느새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는 어두워졌다. 천장에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상자를 비췄다. 관객 사이사이에 함께 앉은 배우 세 명은 따로 또 같이 발화하면서 항해하듯 이야기를 읊었다. 1. 학생과 교수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읊고, 2 옛 설화를 읊고, 3. 학생의 죽음을 애도하는 교수의 마음을 읊었다. 희곡을 쓴 고연옥 작가와 이제는 고인이 된 그의 제자(이자 친구) 이은용 작가의 이야기였다. 애정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과 함께 자연스레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장면1
옷차림이 가벼웠던 걸로 기억하는 것을 보아 계절은 여름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과 외식하고서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나는 배가 잔뜩 불러서 천천히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점점 셋의 몸은 멀어졌지만, 그게 불안하거나 싫지 않았다. 발걸음이 나보다 빠른 부모님과 너무 멀어지지 않게 걸음 속도를 조절했다. 집 근처에는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있었다. [우리 동네 장례식장 결사반대]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서는 차분하게 혼잣말을 흘렸다. '생과 사가 다 우리 곁에 있는 걸 텐데….'
장면2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시절에 본가를 자주 방문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왜 그날은 집에 가게 되었을까. 아무런 이유도 없었는데 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늦은 밤 본가로 향했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했으니, 부모님은 잠들어 있었고, 나도 조용히 방에 들어가서 잠에 들었다. 시간이 흘렀다. 새벽 2시? 3시? 한참 잠에 빠진 고요하고 깊은 밤이었다. 날카로운 비명이 방문을 뚫고서 귀를 찔렀고, 나는 놀라서 잠에서 깼다. 심장이 두근댔다. 이어서 어머니의 갈라진 목소리가 괴성으로 들려왔다. '곧 가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내려가서 뵈려고 했는데.' 거실로 나가니 어머니는 바닥에 쓰러져서 오열하고 있었고, 아버지도 당황하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형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어머니가 현수막을 보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과, 당신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듣고서 후회하고 고통을 느끼는 것.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죽음은 분명히 서로 달랐다. 나는 왜 <사물함>을 관람하고서 이 두 번의 죽음이 떠올랐을까. 앞선 '죽음들'은 (1) 죽음이 주변에 없을 것처럼 살지 말 것. (2) 찾아올 죽음을 거리 두어 생각하지 말고, 온몸으로 느낄 것. 을 요청했고, 자연스레 이 요청은 <사물함>을 보고 난 후 이 이야기에 대한 생각을 갈무리하며 가늠하게 하는 내 나름에 태도가 됐다. 지난 '죽음들'이 나에게 없었다면, 이 연극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진정으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은 적이 나에게 있었나. 아직 없다. 그때가 찾아오면 나는 그 죽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흘려보낼 수 있을까. 어쩌면 <사물함>은 언젠가 나에게 찾아올 죽음을 준비하라고 말하는 '세 번째 죽음'일지도 모르겠다. 그 준비를 위해 이 연극은 끝없이 '죽음'을 데려왔다. 그리고 극 중 교수는 자신의 친구이자 제자가 세상을 떠났지만 사라지지 않고 이 세계를 초월한 존재로서 세상에 머물기를 바랐다. 여전히 머물면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돕고, 때로는 벌하고, 그렇게 계속해서 우리 옆에 존재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말했다. 더 이상 속세의 고통과 시련에 떠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말했다. '죽음' 이후에도 어떤 작용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말했다.
<사물함>은 은은하게 빛나는 상자 앞 캠프파이어고, 모두가 동그랗게 모여서 마음을 달래는 심리 상담이고, 세상을 초월한 존재를 탄생시키는 구전의 현장이었다. 이렇게까지 쓰고 나니까 이후 나에게 찾아올 죽음에 정말로 <사물함>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2025년7월6일
인천공항, 푸트라자야, 퍼스, 발리, 하노이를 거쳐서 여행을 끝내고 오늘 아침 8시 다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원래는 어제 도착해야 했지만, 비행기를 놓친 이슈로…. 하루 밀어서 더 놀고 오늘 도착. 오늘 오후에 안산에서 열리는 극작가 아고라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가…. 오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집 와서 짐 풀자마자 안산행…. 개피곤하다~~~~
지난 보름 참 잘 놀았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도 잘 놀아봐야지 싶다. 물론 할 일도 잘하면서. 여행이 잊히기 전에 관련한 장면이나 에피소드를 기록하고 싶은데…. 하루하루 사는 속도를 일기가 못 따라간다…. 일단 피곤하니까 내일 생각하자ㅎㅎ
타락과 구원
예전에 ㄴㄹ가 <그리스인 조르바>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들려준 얘기가 떠오를 때가 있다. 정확한 문장은 모르지만 대충 들었던 내용을 더듬어서 기억하자면 이렇다. '나는 타락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사랑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 더 좋을 정도로 타락했다.' 나는 바다에 들어가는 것보다 바다에 관한, 바다를 소재로 글 쓰는 것이 더 좋아져 버렸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문장에서 언급한 '타락'과 내 상태가 과연 가까운 감각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이것이 스스로를 파괴할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을지라도 지난 과거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는 '타락'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타락한 영혼은 어디로 흐르는 걸까. 구원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주어지는 것일까. 구원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 여행에서 아직 한 번도 바다에 들어간 적이 없다. 7월 4일이 되면 비행기를 타고 원래의 곳으로 향한다. 과연 남은 이틀간 바다에 들어갈 수 있을까.
처음 바다에 들어간 기억은 중학생 때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강화 동막 해수욕장을 향했다. 뻘이 있으니, 바닷물은 혼탁했다. 그런 바다에서도 물장구를 치고, 헤엄을 치고, 튜브를 타고 놀았다. 한 친구는 숙소에서 스크램블에그를 해주기도 했다. 당시 바다의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냄새 역시 모르겠다. 온도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차가웠을까. 미지근했나. 피부도, 혀도, 코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바다를 나는 무엇으로 기억하고 있나. 눈으로 보았던 장면이 멋대로 편집되어 머릿속에 떠다닌다. 차라리 다 잃으면 좋을 것을, 눈은 저 혼자 비겁하게 찌꺼기를 남겼다. 이런 찌꺼기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를 타락시킨 것일지 모른다. 차라리 모든 것을 상실하면 다시 처음부터 느끼면 될 텐데.
추억은 현재의 길을 잃게 한다는 점에서 타락이고, 상실은 나를 새롭게 걷게 하는 점에서 구원이다. 찌꺼기처럼 쌓인 추억은 끊임없이 상실되어야 할 것 아닐까. 하지만 추억은 사라지지 않고 끈질기게 남으며, 상실은 고독한 감정만 부추기니, 나는 영원히 타락하는 존재일지 모르겠다. 바다를 사랑으로 읽어도 같은 기분이다.
2025년7월2일
발리 2일 차. 더위에 피곤해지면, 작은 수영장에 들어간다. 확실히 물에 들어가면 정신이 또렷해진다. 집에 수영장이 있다는 건 좋은 거구나.
어제저녁은 Guan Yin Yoga Shala에서 빈야사 수업을, 오늘 아침에는 Joga Yoga에서 하타 수업을 들었다. 오랜만에 수업을 들으니까 혼자 할 때보다 배로 힘들다…. 수업 자체는 서울에서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는데, 차이라면 확실히 가동을 더 요구하고 핸즈온도 더 적극적으로 한다. 빠르게 자세를 잡게 하고 유지하게 도와주는 느낌. 속도감도 한국보다는 더 있는 것 같다. 근력을 적극적으로 쓰는 플로우 느낌. 그래서 인가…. 겨우 이틀 했다고 온몸 구석구석 근육이 다 아프다…. 오늘 저녁은 인요가 수업을 들을 예정인데 잘 풀어줘야겠다.
발리는 주로 시끄럽고 종종 고요하다.
핫한 지역이라고 해서 그런가 동서양 가릴 것 없이 사람들이 붐비고 도로는 스쿠터가 빽빽하다. 한국과는 다르게, 뭔가 게임에 들어온 것처럼 운전하게 된다. 아무래도 차보다 스쿠터가 많아서인 듯 싶다. 오늘 요가 선생님도 천천히 달리라고, 여기 사람들 다 정신 나간 듯 운전한다고 했는데, 조심해야지.
2025년7월1일
어젯밤에 십여 일 간의 퍼스 여행을 마치고 발리로 이동했다. 자정이 넘어서야 발리 숙소에 도착했는데, 고생고생해서 이동을 마친 우리(진선과 두겸)는 그 늦은 시간에 맥주와 발리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도착한 숙소는 작은 풀장을 마당에 두고, 더블 베드룸 두개, 거실과 부엌은 풀장 옆에 야외였다. 이동하면서 퍼스에서의 쌀쌀한 날씨는 점점 잊히고 후덥지근한 동남아에 적응해야 했는데, 바로 수영장이 눈에 보이니 곧바로 몸을 던져버렸다. 시원한 물에 더위와 피로가 가시니, 음식과 맥주 맛이 기가 막혔다. 늦은 새벽 피곤함에 절어서 잠에 빠지고, 일어난 발리의 아침. 퍼스에서는 새소리가 그렇게 많이 들렸는데, 오늘 아침에 개 짖는 소리가 온 동네에서 났다. 아직 밖을 나가지 않았지만, 몇 시간 만에 정서가 휙 바뀌어 버려서 하루는 적응하는 데 보낼 것 같다.
열흘이 넘는 퍼스에서의 시간이 까마득하다. 비가 내렸고, 날이 갰고, 새가 지저귀었고, 술을 잔뜩 마셨고, 음식을 잘해 먹었고, 식당에서 먹고 마시고 떠들었고, 드라이브를 했고, 보드게임을 했고, 거리를 거닐었고, 공원에 누워 하늘을 봤고, 동물과 식물을 살폈고, 친구들과 자연을 만났다. 친구들과 인사하며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고, 그렇게 다시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곳에 와버렸다.
여행을 오고 나면 글쓰기와 요가 시간을 잘 지키려고 다짐했는데, 와르르 무너졌다…. 그래도 발리에 왔으니 매일 요가하러 가는 재미가 있겠지 싶다. 시간은 쏜살같고, 체력은 중요하다…. 운동만이 살길. 여유롭게 작업하는 마음과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마음이 아직도 잘 섞이지 않는 것 같은데, 방법이 과연 있는 걸까 싶다. 그냥 새로움과 혼란, 불규칙과 희열, 자극과 혼돈을 끝없이 마주하는 게 여행이라는 것인가 생각한다. 발리에서는 뭘 만나게 되려나.
2025년6월25일
어제 킹스파크에 다녀왔다. 옛 기억이 새록새록. 켜켜이 쌓인 시간이 나뿐만 아니라 산책하며 보이는 나무들에도, 당신에게도 존재했을 텐데, 그 단면이 어떤 모양일지.
+공원에 앉아서 친구들과 닭 다리 뜯는데 새가 공격했다…
+저녁에는 소형의 요청으로 한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 꽤나 맛나더라.
+한인마트에 들렀는데, 안성탕면 서비스로 주심...ㅎ
+돌아와서 카르카손... 어렵다...
2025년6월23일
어제저녁 마가렛리버로 이동.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서 하루 묵었다. 집이 꽤나 좋다. 넓고 쾌적하고, 호스트 피트는 말이 많다. 영국 시리즈에 나올법한 몸짓과 말투였다. 집 청소를 설명하고, 근처 식당이나 음식을 추천하고, 영화 보는 방 시설도 안내해 주고, 고양이 흉내도 내면서 귀여운 검은 고양이 몬티도 소개해 줬다. 물론 말이 빨라서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다.
친구들이 보드게임을 시작할 무렵, 나는 피곤해서 자려고 방에 누워서 방문을 닫았는데, 근처에서 방울 소리가 딸랑딸랑 났다. 뭔가 싶어서 침대방 천장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는데, 몬티가 방문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문이 닫혀서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이 귀엽고 재밌어서 몇 분간 바라만 보고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슬슬 지겨워하는 것 같아서 친구들이 노는 방에 데려다 줬다.
새벽에 배뇨감이 들어서 눈을 떴는데, 방안이 깜깜했다. 두 손을 휘적거리면서 방문을 향해 가다가 손이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났다. 놀래서 다시 조심히 화장실로 들어가서 소변을 보고 침대로 돌아와서 다시 수면 모드. 어느새 아침 시간이 되고,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피곤했는지 뒹굴뒹굴하게 됐다. 그러다가 겨우 일어나서 식탁에 앉으니, 친구들이 하나둘 일어나서 나오기 시작했다. 소형과 진선은 꿈을 꿨다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진선은 내가 짜증 나게 구는 꿈을 꿨다고 했고, 소형은 도망치는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꿈을 말하면서 개 세 마리와 염소 두 마리를 데리고 타로 가게를 들어가는 이야기를 했는데 뭔 소린지 못 알아들었다.
오늘은 와이너리를 가기로 했는데, 아마 나는 운전을 해야 해서 와인을 마시지는 못할 것 같다.
메모하는 습관
퍼스에 오기 전에 메모 습관을 잘 만들어 볼까 싶어서 작은 노트를 하나 구매했다. 남해에서 지낼 때 청년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받았던 노트가 있었는데, 사이즈도, 느낌도, 딱 좋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노트를 검색해서 찾아보는데, 계속 안 나오다가 발견! 포인트오브뷰 브랜드의 핸디노트였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에 내지가 28장. 가격은 무려 4천5백 원…. 같은 사이즈에 다른 표지 및 디자인 노트는 1천 원이면 구매할 수 있었는데…. 고민이 됐다. 원래도 가성비충이라 비싼 건 잘 안 사는데…. 이건 고민이 많이 됐다. 딱 쓰기 좋은 느낌인데…. 청년센터에서 좋은 취향으로 참여자에게 좋은 노트를 제공했었구나 싶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 평소에 소비도 잘 안 하는데, 이왕 사는 거라면 마음이 끌리는 걸 사야지 싶어서 5개를 구매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메모하는 습관이 딱히 잡혀있지 않다. 군생활할 때나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메모에 별다른 방법이 있나 싶지만, 다 쓰고 나면 좋은 메모였다 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좋을 텐데, 그게 가능하려나 모르겠다. 며칠간 생각나는 것, 아침에 일어나서 꾼 꿈의 기억, 글감이나 아이디어 등을 적어봤는데,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메모하는 중이다. 메모했던 몇 문장을 옮겨 볼까.
- 새소리였을까.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지만. 새소리의 기괴함이 진동한다.
- 행동 양식은 유사하지만, 동작이 다르다. 모두 일을 하고, 음식을 해 먹고, 카페를 가고, 핸드폰 스크린을 바라보지만, 신체 구조에 차이 때문일까? 걸음걸이가 미묘하게 다르고, 어깨의 사용이 다르다.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일상적인 시선의 방향이 조금 다르게 향한다.
- 같은 것보다는 다른 것에, 차이점에 진실이 있다.
- 같아서 사랑에 빠질 수는 없다.
-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사람
2025년6월21일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아무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다. 19일 새벽에 이곳 퍼스에 도착해서 사흘이 지났다. 약 14년 만에 다시 방문했는데, 묘한 기분이다. 스무살에 왔었는데 지금은 서른넷이다. 다시 온 이 장소는 그대로인 듯 변했다. 아득히 먼 시간이 낯설다. 나도 그대로인 듯 변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는 친구들이 깨지 않게 조심이 거실로 나와서 요가 매트를 깐다. 관절 이곳저곳이 뻑뻑하고 근육이 긴장된 상태다.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지나면서 몸을 움직이면 기운이 난다. 요가를 끝내고 오전 시간을 멍하게 보내고 나면 잠이 다시 솔솔 와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책도 읽고 글도 써야 하는데 생각은 하지만 막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내일은 퍼스 남쪽으로 1박 2일 여행을 간다. 여행을 왔는데 여기서 다시 여행을 가네. 두겸이가 와이너리 가고 싶다고도 했는데, 와인도 제법 마시게 되겠다. 지난 이틀간 두겸이 저녁마다 맛있는 와인을 큐레이션에서 함께 맛봤는데, 좋더라.
앞으로 9일간 퍼스에 더 머물 텐데, 서른넷의 나는 이곳을 어떻게 남기려고 할까. 스물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서 지냈는지 까마득하다. 그때는 지금과 어떤 게 달랐을까. 과거의 시간을 생각하면 영화 <컨택트>를 떠올린다. 그때의 나는 현재도 여전히 퍼스의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의 나와 동시에 이곳에서 머무는 중일지 모른다.
2025년6월17일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를 느끼는 요소는 사람마다 다양할 텐데, 아침에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아, 내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구나 싶었다. 그러자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엔딩 장면이 떠올랐다. 조제가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뒷모습. 꼭 어딘가로 떠나지 않더라도, 사람을 만나는 과정 역시 여행과 같다. 권태로울 수 있는 일상에 곳곳에 환상의 빛이 비치고, 그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겨 버릴 테니까.
디엠지 피스트레인 장면 하나.
주영 공연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잘 모르는 뮤지션이었는데, 음악이 시원시원해서 얼른 보려고 다가갔다. 그때 옆에서 행사장 요원 어르신 두 분이 멀뚱하게 서서 공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신나게 뛰어노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다. 가만히 부동자세로 공연을 바라보는 두 어르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내적으로는 흥이 나지만, 복장과 역할로 인해 가만히 계셨을까. 요새 음악은 뭐 이렇냐, 하며 혀를 차고 있었을까. 과연 그 나이대가 되면 새로운 것에 어떤 감흥을 느끼게 될까.
2025년6월16일
지난 토요일, 일요일은 강원도 철원 고석정에서 열린 디엠지피스트레인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출발 전부터 날씨가 그리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기상 예보를 확인했지만, 가는 길은 맑은 날씨로 기분이 산뜻했다. 약 한 시간 반을 이동하고 도착한 고석정은 일 년 만이었다. 풍경은 여전했고, 허기진 배를 달래려 얼른 점심을 먹었다. 보리밥에 채소, 들기름을 살살 뿌리고, 비지찌개와 순두부를 맛보니 반주가 빠질 수 없었다. 진선과 가볍게 소주를 들이켜고 알딸딸하게 1일 차 공연을 즐기러 향했다. 행사장에 들어가서 자리를 깔고 행사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니, 정근과 수려가 들어왔다. 넷이서 자리에 앉아 수다도 떨고, 맥주도 마시다 보니 어느새 구남 공연이 시작하려고 했다. 펜스 앞으로 가니 옆에 젊은 친구가 혼자서 구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순간을 남기고 싶었는지 진선에게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는 요청으로 서로 인사도 나누고 가벼운 스몰토크를 했다. 딱 나랑 열 살 차이가 나는 친구였다. 대학교에 다니고, 장기하를 좋아하고, 밴드동아리를 한다는 그 친구와 공연 내내 뛰어놀고서 인사를 마치고 바이바이. 이때부터는 취기가 많이 올라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냥 계속 맥주 마시고, 앗차차 부스도 갔다가, 자리에도 앉았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저녁을 정근 수려랑 먹고 소주를 더 마시니 정신을 못 차리는 정도였나... 앗차차 부스 앞 의자에 앉아서 뻗었다…. ㅎ 다시 일어나서 놀다 보니 숙소를 향할 때. 첫날이 그렇게 끝났다. 아침 6시가 되니 잠에서 깨더라. 머리가 얼마나 아픈지…. 다시 자려고 노력해서 두어 시간 더 잤다. 일어나서 집에서 챙겨온 모카포트에 커피를 내려 마셨다. 천천히 눈을 뜨는 친구들이 생겼고, 본격 2일 차가 시작되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아침 9시 반, 철원의 한여름 날씨가 인상적이었다. 주변 풍경은 초록하고, 바람이 살랑 불었다. 아직은 아침이라 파라솔 아래 그늘은 제법 시원했다. 마침, 읽던 책의 내용이 참 공교로웠다. 한 그루의 나무 그리고 거기에 열린 열매의 의식에 대한 묘사가 있었는데, 내 눈앞에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초록 잎을 바람을 따라 흔들며 얇은 나뭇가지가 하늘로 향하는 모습이 독서하는 나를 가만히 구경하고 있는 듯싶었다. 언제부터 여기 심어졌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렇게 구경하고 보냈을까.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던 나무는 내가 마시는 커피 향을 맡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느새 다른 친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선우가 테라스로 나와서 커피를 마시며 내가 읽던 책 내용을 물었다. 그렇게 둘이 대화하다 보니 눈앞의 나무는 자연스럽게 점점 내 의식에서 벗어났고 이내 사라졌다. 모두가 준비되고 숙소를 나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두부전골과 녹두전에는 막걸리가 빠질 수 없었다. 막걸리를 몇 잔 들이켜며, 친구들과 수다를 한참 떨고서는 알딸딸한 기분으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2일 차 4-5시쯤부터는 비가 오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비 맞으며 노는 재미는 이런 페스티벌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일상에서는 이런 자유와 광기를 드러내기 쉽지 않을 텐데, 이곳, 이때는 마음껏 분출해도 누가 뭐라고 하기는커녕 더욱 신나 하는 모습으로 함께하니까. 그래서였나 비맞으면서 미친 듯이 뛰어댔다. 음악도 좋고, 비도 좋고, 신난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도 다 좋았다. 그러다가 만난, 어제 구남 펜스 옆 대학생 친구를 다시 만났다. 잔뜩 취한 그는 캠코더를 들고서 나와 친구들,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취해서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는 인터뷰어는 결국 어느새 어제의 나처럼 앗차차 부스 앞 의자에 앉아서 뻗었다. 맨정신에 그 모습을 보니 어이구…. 술을 조심해야지 싶었다.
한참을 놀고 나니 이제 집에 가야 할 때. 쏟아지는 빗속을 달리며 서울로 향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당장 내일모레 호주로 향한다. 소형과 오리 만나러. 조금만 더 일상을 미루고 특별하고 비일상적인 시간을 겪게 되겠다. 오늘은 지난 이틀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아무것도 안 했다. 내일은 짐도 정리하고, 작업도 조금 해 놔야지.
2025년6월12일
사흘간의 현장 작업을 마쳤다. 오랜만에 일하니까 삭신이 쑤시네…. 내일은 오랜만에 진득하게 자리에 앉아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날씨가 더워져서 집중이 잘 안될 것 같지만…. 며칠간 스쿠터 타고 출퇴근했는데, 정말 여름이 왔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반팔 입고 스쿠터를 타면서 도로에 서 있는 느낌이란…. 쿨토시라도 사야 하나…. 가을 언제 와...
2025년6월10일
선릉역 근처 목공 현장에 투입. 오랜만에 뚝딱뚝딱하다 보니 조금 어색했다. 많이 뚝딱댄 듯…. 사흘 작업하고 주말에는 피스트레인 행사장으로~ 이번에도 앗차차부스에 누워서 쉬다가 시원한 차 한잔하겠지. 무리하지 않으면서 놀아야겠다…. 는 다짐을 하지만 글쎄. 만취해서 뛰어놀듯…. 집으로 돌아와서 이틀 쉬고 18일에는 호주 여행! 오리 소형이 보러 간다. 돌아다니고 놀러 다니는 일정이 많은데, 아프지 말자 제발~~
2025년6월9일
이틀 전 어쩌다가 동네 인근 산 산책을 했다. 편백나무 숲이 있다길래 진선과 방문했다 웬걸 조성을 잘해 놨더라. 무장애 산책길이 있길래 쭉 걸어 올라갔는데, 편하고 경치 좋은 길을 거쳐서 전망대까지 구경을 잘했다. 슬슬 더워지는 날씨인데 선선한 바람과 나무 냄새,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신비로운 산 새소리를 들었다. 전망대쯤에는 어른들 열댓 명이 도시락 쭉 깔아놓고, 막걸리 한 잔씩 하고 있었는데, 슬쩍 구경하며 입맛을 다셨다. 멀리 남산타워도 보이고, 안산, 북악산, 백련산까지도 보였다. 다음에는 책과 간식을 챙겨서 오면 좋을 듯싶었다.
어제 파마를 했다. 빠글빠글하게 하고 싶어서 히피펌을 해달라고 했는데, 꼼꼼하게 머리를 하시더니, 끝나고서 잘 말렸다고 좋아하셨다. 정말 잘 말린 듯싶다…. 빠글빠글하네. 집에 돌아오니 진선이 머리에 뭐 얹어놓은 것 같다고, 벗을 수 있겠다며 웃었다. 거울을 보니 아직 적응이 필요한 듯싶다.
2025년6월6일
무지하게 피곤하다. 잠에 빠져있는데, 멀리서, 저 멀리서 알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너무 멀어서 그냥 무시하고 잠에 더 들 것 같았는데, 소리를 붙잡았다. 정신을 차리니 4시 55분. 이른 아침에 글 쓰겠다며 시작한 라이브를 키고 끄적끄적 이야기를 이어갔다. 몸 상태를 보니 내일은 하루 쉬었다가 모레 일요일부터 다시 라이브를 시작해야겠다. 아우 피곤해. 낮잠을 조금 자야 하려나…. 오늘 저녁에 연극도 한 편 보는데, 오랜만에 연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네. 아우 피곤해….
2025년6월3일
이틀째 새벽 기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잠을 깊게 자지 못했던 것 같아서 피곤함이 있긴 하지만, 개운함도 같이 찾아온다.
어제 새벽 요가하면서 들었던 인상적인 얘기 두 개,
'부동이지만 계속해서 진행 중인 상태.' 한 자세에서 머무는 것이 외부에서는 멈춘 것처럼 보일지라도, 수행자는 그 부동자세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
'괴롭지만 이로운 것.' 그 나아감이, 나아감에 머무름이 당장은 괴롭겠지만 결국 이롭다는 것.
종종 요가하면서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다뤄진다.
낮에는 선배 작가를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타이푸드~ 오랜만에 팟타이 먹었다. 맛있더라 고소하니. 밥 먹으면서 근황도 나누고, 어떻게 작업하고 있는지도 어렴풋이 이야기를 나눴다. 밥 먹고 나서 카페로 이동,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게 많은데 소화는 아직 안 된 것 같기도 하다. 여러 방면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당장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작업 외에 다른 일들을 해나갈 때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업계 사람들을 만나거나,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주거나,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괜찮을까 과연. 그게 내가 원하는 걸까. 글을 왜 쓰고 있는 걸까. 무슨 욕망으로? 라는 질문도 함께 따라온다.
2025년5월31일
새벽마다 글쓰기 라이브 한다고 했는데, 실패의 연속~~~ 제주도 일정이 자는 시간을 미뤄 버려서 다시 열심히 조정하고 있는데, 4시 50분 기상은…. 아직 어렵다…. 내일부터는 진짜 일어나서 해야겠는데, 매일 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30일을 채워봐야겠다. 30일 채우고 나면 다음이 또 생기겠지. 그래도 어제 일찍 잠들어서 그런지 피로가 제법 풀렸다. 6시 반 되니까 눈이 딱 떠지더라. 아침에 일어나니 몇 개월 전과는 다르게 방안에 빛이 늘었다. 블라인드 사이로 하늘이 밝아진 게 느껴지니, 몸도 조금 더 편안하게 일으켜졌다. 거실로 나오니 어제 먹었던 저녁 식사 부산물이 싱크대에 가득했다. 메뉴는 삼겹살이었는데, 그 맛이 살짝 흐릿해졌다. 맛있었는데…. 설거지부터 해야지 싶어서 설거지통에 뜨거운 물과 세제를 풀고서 식기를 쓱쓱 닦았다. 설거지가 끝나니, 어제 진선이 가스레인지를 자신이 너무 더럽게 쓰나? 라고, 물었던 게 생각났다. 요리하면 더러워지는 게 당연한걸? 내가 자주 안 닦아서 그렇지 뭐…. 그래서 가스레인지 청소도 쓱쓱 했다. 제법 깨끗해진 싱크대와 조리대를 보니 일찍 일어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조금은 개운해졌다. 뭐라도 하면 그렇게 되는 게 있다.
2025년5월29일
6주간의 희곡 수업이 오늘로 끝났다…. 왜 벌써…. 찰나다. 6주간 매주 여덟 명의 참가자가 쓴 이야기를 만났고, 나는 나대로 쓰려고 안간힘(?)을 썼다. 사실 매주 합평하면서 들은 이야기들은 너무 많고 방대해서 소화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희곡 쓰기'라는 것 하나로 모여서 서로를 응원하고 합평하면서 만들어진 순간들이 얼마나 반갑고 감사한지 모른다. 처음 신청할 때만 해도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오늘은 하길 잘했다고 생각되는 날이었다. 그동안 계속 혼자서만 자폐적으로 쓰는 시간으로부터 이제는 조금 풀려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읽히고, 평가받고, 조언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참 사람마다 이야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는 사람일까. 뭘 말하고 싶은 사람일까. 내 인생의 화두는 무엇일까.
앞으로의 숙제가 부담스러운 걸 떨칠 수가 없다…. ㅠㅠ 마지막 피드백을 받으면서 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고 생각했다…. 과제로 쓰던 장막을 앞으로 반이나 더 써야 하고, 쓰기 전에 지금껏 쓴 이야기를 갈무리하면서 정리하여 더 중요한 질문, 쓰고 싶은 이야기, 잡고 가야 할 문제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를 쓰겠다면 지금이 정말로 중요한 시기라고도 느껴진다. 그저 떠오르는 대로 마구잡이로 쓰는 것에서 그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순간. 정말로 나에게 중요한 문제를 찾아내고 깊게 파고드는 것. 거기에 앞으로가 상상될 수도 있겠다. 그러면 글 쓰는 나의 변화가 나의 일상마저도 조금은 흔들어 대기도 하겠지. 6주간 좋은 이야기 나눈 동료들, 항상 풍성한 합평 수업을 만든 김연재 작가에게 감사를….
2025년5월28일
역시 집이 최고다. 나흘간 쌓인 피로가 이제 드러난다. 아침에 제법 시간이 된 것 같았는데도 눈뜨기가 힘들었다. 겨우 일어났지만 정신이 해롱해롱하고. 시간을 보니 8시 반. 8시 전에는 일어나야지 했는데, 알람도 못 듣고 계속 자버렸다. 많이 피곤했구나. 그러고 보니 이렇게 며칠 동안 술 마시고 다음 날 생각 없이 노는 때가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서울 와서 나름 건강하게 지내긴 했나 보다. 오늘부터는 천천히 다시 회복하는 날이 되겠다. 그동안 실패했던 조간집필도 이제는 슬슬 다시 시작해야지. 내일부터…. ㅎ
2025년5월27일
24일 아침부터 낮
제주행 비행기 탑승. 점심때라서 배가 고팠지만, 워크숍 일정이 빠듯해서 버스 타고 이동. 숙소에 도착하니 참가자 5인이 원형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착석. 배가 너무 고파서 진행자에게 먹을 것 요청…. 과자와 견과류를 먹으면서 워크숍에 참여했다.
몇 주전이었더라. 정근이 집에 와서 자신이 쓴 지원 사업이 선정되었다면서 이번 워크숍에 섭외 요청을 했다. 기획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놀 수 있는 TRPG 게임을 만들어서 함께 놀아본다는 취지로 기억한다. 이번 워크숍에는 저시력자 참가자 2인을 포함해서 총 6인이 자리에 둘러앉아서 간단한 자기소개 후 게임을 진행했다. 진행자는 1박 2일간 진행되는 게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는데, 그때 문득 소년탐정 김전일이 떠올랐다. 밀실에서의 게임, 앞으로 일어날 사건의 흥미롭고 축축한 분위기가 떠올랐달까.
24일 저녁부터 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김전일에 관한 생각은 잠깐뿐이었고, 게임은 꽤나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팀을 나눠서 진행되는 게임에서는 팀원과 함께 논의하고, 전략을 구성하고, 플레이를 하기도 했고, 다음날 진행될 게임에서 사용될 더 많은 칩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했다. 플레이어 중 저시력자가 있기 때문에 게임 진행 중에는 핸드폰이나 메모를 할 수 없고, 오로지 음성으로만 게임을 설명하고 진행했다.
첫날의 모든 게임이 종료되고 나서 저녁 식사를 했다.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 정근이 직접 요리를 해줬는데, 기가막혔다…. 역시 최고의 요리사…. 메뉴는 돼지고기 덮밥과 당근라페. 냠냠.
게임을 끝내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유로운 시간에는 사람들이 움직인다. 담배를 피우러 우르르 나가고, 소파에 앉아서,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한다. 각자 작업하는 것을 꺼내 들고 자기 일에 시간을 쓰기도 하고, 각자의 행동 사이로 대화도 끼어든다. 묻기도, 대답하기도, 웃기도, 자연스레 이 시간이 지나면서 술 마실 준비를 한다. 사람들이 모이면 술이지 뭐…. 정근은 맥주와 안줏거리로 쓸 과자를 잔뜩 사 왔다. 며칠 지나고 생각하는데, 술 마시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했나 가물가물하다. 다만, 과반이 넘는 사람들이 공연계에 있다 보니 그런 작업 얘기를 했던 것도 같고, 낯선 이가 있으니, 각자의 성향을 알게 하는 정보도 교류가 됐던 것 같고, 한참 맥주를 마시며 떠들고 떠들었다. 헛소리도 많이 했던 것 같고, 아 연애 얘기도 했다. 연인이 한 쌍 있어서 그랬는지, 자연스레 연애 관계에 관한 얘기도 꺼내졌고, 술도 마셨고, 또 마시고, 계속 마시고, 누군가는 방으로 들어가서 잠에 빠지고, 남은 사람들은 말하고 듣고 웃고 다시 술 마시고, 또 누군가는 침구를 깔고 잠에 들고, 남은 사람들은 말하고, 듣고, 웃고, 다시 또 술 마시고, 맥주가 다 떨어지니, 요리용으로 쓰려던 사케를 까서 마시고, 말하고 듣고, 웃고, 또 술 마시고, 담배도 태우고, 다시 술 마시고, 말하고 듣고, 뭔 얘기를 그렇게 했을까. 시간은 새벽 4시 50분을 지났다. 원래는 기상 시간으로 정했는데, 깨어 있었네. 그제야 잘 때가 됐다고 다들 느끼고 잘 준비를 했다. 양치를 치카치카. 여럿이 모여서 양치하더니 각자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다락방에 누워서 그래도 일찍 일어나야지 하는 마음으로 9시 반 알람을 맞췄다.
25일 아침부터 낮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잠깐 깼다. 술 마시고 자면 꼭 중간에 깨더라. 다시 눈을 감고 자려고 하다 보니 알람이 울렸다. 9시 반. 모두 잠에 빠져있거나 깨어있더라도 누워있는 시간. 그제야 숙소의 모습이 눈에 잘 들어오기 시작했다. 침실이 두 곳. 화장실이 두 개. 거실과 부엌, 다락방, 그리고 뒷마당 테라스. 테라스에 햇볕이 산뜻하게 들었다. 뻐근하고 피곤한 몸을 풀어주려고 테라스에 드는 햇빛 안으로 들어가서 앉았다. 혼자서 이리저리 몸을 늘리고 비틀며 스트레칭했다. 숨도 크게 들이마시고, 뱉고, 그 숨소리를 둘러싼 새소리가 들렸다. 제주의 아침은 좋구나. 한 이십 분 정도 흘렀을까. 늦게까지 술을 마셨던 친구 한 명이 일어났다. 테라스에 앉아서 나는 요가하고 그 친구는 담배 피우고. 어제 처음 본 친구인데, 제법 가까운 느낌도 든 건, 역시 술이지. 지난밤에 자전거 타고 바다에 간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물어보니 같이 가자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삼양해수욕장은 검은 모래사장이었다. 이런 색도 있다고 신기해 하며 구경하고, 카페에서 커피와 빵을 사 들고 바다 경치가 계단 한편에 앉아서 대화를 나눴다. 친해졌다고는 하지만, 하루 본 사이니 서로 모르는 것도 많았는데, ㅎㅈ는 이런저런 얘기를 꺼낼 줄 아는 친구였다. 자신의 얘기도 하고 내 얘기도 묻고, 작업 얘기도 나누고 바다를 보며 수영하고 싶다는 얘기도 하고. 나는 잘 안 들어가는 편이지만. 어쨌든 나란히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한참 얘기를 나누다가 다시 숙소로 향했다.
언덕길을 끙끙대며 돌아온 숙소에는 모두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메뉴는 돼지고기 튀김이 들어간 오일 파스타. 후추도 살살 뿌리고 미나리도 위에 올려졌다. 보기도 좋은 게 맛도 좋았다. 정근 최고... 냠냠 점심을 먹고 나서 게임 시간 전 잠시 휴식 시간. 사람들은 다시 각자 할 일을 했다. 나도 자리에 앉아서 정리할 원고를 쓱쓱 봤다. 바다에 같이 다녀왔던 ㅎㅈ는 배우로 일하고 있는데, 내가 쓰는 중인 희곡을 보여주기로 했다. 옆에서 읽고 난 ㅎㅈ는 이런저런 피드백을 해줬는데, 좋았다. 누가 읽어주고 감상을 얘기해주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뭐 어쨌든 계속 써야지.
어느새 게임이 다시 시작되었고, 룰 설명과 함께 진행됐다. 2시부터 3~4시간 정도 했던 것 같다. 각자의 전략에 따라서 말도 많이 하고 이해하고 암기해야 할 것도 있었다. 끝나고 나니 얼마나 피로하던지…. 그래도 재밌었다. 1박 2일간의 생활과 게임을 통해서 장애에 대한 경험이 독특하게 형성된 것도 같았다. 인상적인 건 ㅎㅈ와 ㅎㅂ의 모습이랄까. 저시력자 두 분(성ㅅ, ㄱㅇ)과의 관계가 이미 있는 사이였지만, 어쨌든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그들에게 현재 상황과 조건을 안내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나는 약간의 어색함과 낯섦을 지니고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입장이었는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많이 배우고 생각하게도 됐다.
25일 저녁부터 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저녁때에는 제주로 취업해서 생활하고 있는 친구가 한 명 더 왔다. 함께 저녁 준비를 했고, 뭐 게임 끝났으니 다시 술이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소주였다. 미쳤지. 진짜…. 술도 줄여야겠어... 저녁 메뉴는 육회와 가지튀김. 감태 주먹밥 등이었다. 정근이 최고…. 자리에 앉아서 술과 육회, 소주 한잔, 육회 한입, 소주 한잔, 가지 튀김 한입, 계속 마시고 말하고 듣고, 먹고 마시고. 게임이 끝났으니 보다 편안하고 속 시원하게 대화하는 모습들이었다. 식사는 식사대로 끝났고, 어느샌가 술자리로 변했던 걸로 기억한다. 술 마시고, 안주 먹고, 대화하고, 다시 술 마시고 무한 반복. 그사이에 자리로 들어가서 잘 사람은 자고, 마실 사람은 계속 마시고, 나는 왜 항상 계속 마시는 쪽일까?…. 그러던 중에 한 명이 눈물을 보이는 상황도 생겨서 마음이 출렁이는 때도 생겼고.
이번 워크숍에서 만난 ㅎㅈ, ㅎㅂ과 얘기하는 시간이 제법이나 즐거웠다. 결국 셋이서 마시고 먹고 떠들어 대며 날이 밝아왔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한참이나 마시고 취했는데, 담배를 피우러 테라스에 앉아 있던 때. 밤이 끝나고 흐릿하게 밝아오는 하늘이 저기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이 느껴질 때. 다들 취했는지 조용히 담배를 피우면서 각자의 내면으로 들어가니 고요하던 때. 그런 인상적인 순간이 찰나로 지나고 ㅎㅈ는 완전한 꽐라가 되었다... 남은 ㅎㅂ과 얘기하던 중에 정근이가 일어나서 셋이 다시 얘기했던 것 같은데, 나도 기억이 흐릿하다. 결국 너무 피곤해서 소파에 눕고, 잠에 들고, 오전에 사람들이 다들 비행기 타러 떠나던 것 같은데,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26일 아침부터 낮.
10시 반이 되어 피곤한 눈을 떴다. 숙소는 고요했고, 이제 막 성ㅅ, ㄱㅇ이 비행기를 타러 떠날 때였다. 인사를 나누고서, 숙소 정리를 정근과 간단하게 하다 보니, 퇴실 시간이 됐다. ㅎㅂ을 깨우고 우리 셋은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지난밤 ㅎㅂ은 비행기 시작을 늦춰서 제주에 하루 더 머물기로 했고, 나도 하루 더 있을 생각이어서 ㅎㅂ의 별장으로 가서 하루 묵기로 했다.
점심 식사는 막국수와 만두. 잠도 못 자고, 숙취도 있고, 피곤하고, 힘들고 지친 몸에 끼니를 집어넣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다 먹고서 바다를 향해 걸었다. 삼양해수욕장 근처 카페에 빈백이 있었다. 앉아서 바다 풍경을 앞에 두고 몇 시간을 누워서 잤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정근은 공항으로, ㅎㅂ과는 숙소로 다시 향했다.
26일 저녁.
별장의 위치는 스위스 마을. 지역에는 꼭 이런 마을이 있더라.…. 남해에도 미국마을, 독일마을이 있던데. 왜 만드는 걸까…. 같은 모양과 색의 건물이 주르륵 늘어진 스위스 마을은 뭔가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숙소 1층 카페 공간에서 디비져 누워서 쉬었다... 넘나 피곤했으... 그러다 저녁 식사를 하러 다시 함덕으로 고고. 함덕에서 쭈꾸미 철판볶음을 먹으며 ㅎㅂ과 이야기를 더 나눴다. 이틀간 얘기를 나눴지만, 그 시간에 한 인간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새로운 이야기도 나누고, 서사도 알게 되고, 각자의 어려움과 힘든 시기를 털어놓은 저녁 식사 자리가 됐다.
나를 찾아오는, 나에게 들이닥치는 사건들이 자신을 주저앉히고 좌절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누구나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기운을 차리고 다시 일어나서 걸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를 필요도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정신을 환기할 필요도 있고, 운동을 하며 몸을 쓸 필요도, 맛있는 밥을 먹기도, 여행을 떠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기도, 글을 쓰며 마음을 정리하기도,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와 안전한 대화를 하기도, 심리 상담을 받기도,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을 지니기도, 사랑하는 이와 산책하기도 한다. ㅎㅂ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서 다시 숙소로 고고. 맥주를 사다가 간단하게 한잔하면서 남은 이야기를 털어 놓고는 지쳐서 잠에 들었다. 삼 일간의 피로가,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의 흥미가, 하루 뒤부터 다시 찾아올 일상의 것들이, 나를 잠들게 했다.
그리고 27일
자고 일어나서 고요한 공간에 살살 움직이며 요가를 했다. 뻐근한 몸. 피곤한 몸을 다시 움직일만하게 만들어 내는 일. 서울로 돌아가면 다시 요가원을 잘 가야겠다. 스위스 마을을 둘러봤다. 아직 휴가철이 아니라 그런가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건물 사이사이에 풀이 막 자라났고, 비둘기가 건물의 중간중간 창가로 날아들어 산책하는 나를 바라보는 듯했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췄고, 붉은 꽃이 초록 잎 사이사이에 존재감을 뿜었다. 한 바퀴 마을을 둘러보니, 참 괴상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숙소로 들어와서 일기를 쓴다. 며칠간 파괴적으로 놀았다 정말….
이제 다시 제자리에서 글을 쓰고, 요가를 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해야겠다. 즐거운 시간과 새로운 인연이 생긴 것, 잘 모르는 행동을 경험한 것, 멋진 친구의 작업에 참여한 것,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기억할 장면이 생긴 것, 초여름의 제주를 바라본 것. 오늘 밤 비행기에서 잘 갈무리해야지.
2025년5월23일
이른 아침 글쓰기를 실패…. 시작한 지 5일 만에 첫 실패다. 뭐 내일 다시 일어나 봐야지. 어제 너무 늦게 잔….. 아니 며칠간 계속 잠이 부족했던 것 같다. 계속 자다가 8시 넘어서도 피곤함이 계속됐고 햇빛이 창으로 비치길래 안대 끼고 더 자버렸다. 어제는 늦은 밤까지 희곡 수업이 있었다. 김연재 작가의 수업은 마치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다. 과제로 쓴 희곡마다 관련된 레퍼런스를 방대하게 꺼내준다. 듣는 맛이 아주 좋다. 그러면서 그의 연극관 혹은 희곡관이 머릿속에서 흐릿하게 그려지기도 하는데, 배운다는 것을 오랜만에 경험하는 것도 같다. 다음 주면 6주 차로 수업이 끝난다. 장막을 써보려고 시도했고, 쓰고 있는데, 어제의 피드백은 지금껏 쓴 장막 이야기 전재가 아직 반도 안 간 것 같다는…. 청천벽력…. 더 써야지…. 반 정도 썼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6주간 다음 이야기를 더 써야 하겠다. 엔딩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해줬는데, 인상적인 말은 '선택한 이야기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갔다'라는 느낌이 왔을 때 결말이 찾아오는 것 같다는 말. 생각해 보면 나는 그 정도까지 이야기를 써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항상 분량에 맞춰서 끝내는 습관이 있던 것 같았는데, 내가 선택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어디까지 갈지를 고민해 보면서 이번 장막을 마쳐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2025년5월21일
새로 시작한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심리 상담. 다른 하나는 이른 아침에 글 쓰는 유튜브 라이브.
예술인 대상으로 무료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 있어서 신청했다. 총 12회를 진행하는데, 지난 19일에 다녀왔다. 대변으로 상담하는 경험은 처음이고, 긴장도 조금 됐다. 왜냐하면 심리적, 정서적으로 내가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그냥 지원해 준다길래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신청한 경우랄까. 그렇지만 막상 상담한다고 생각하니, 나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긴 세월은 아니지만 제법 삶을 살아왔고, 우여곡절을 겪었고, 여전히 지속되는 것들이 있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하고, 내 미래, 나에 관한 판단 등에서 나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거니까. 생각해 보니, 지난 일 년간 의욕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전만 해도 사람들 만나서 대화하고 이야기하고 무언가 함께 하는 걸 즐겼던 것 같은데, 뭐가 변했는지 지금은 딱히 그런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하는 일에 큰 의욕을 가지면서 해나가고 있지도 않다. 일상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지만, 딱히 만족하는 것 같지도 않은 상태랄까. 흥미로운 사람이나 멋진 사람, 함께 있으면 즐거울 사람에게 끌림을 많이 느끼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를 만나서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에 고민한다. 그렇다고 마냥 혼자 있는 걸 원하는 건 아니겠지만, 예전보다는 확실히 관계의 지형이 좁아졌다. 서울이라는 장소의 영향이 있는 걸지도. 거대한 도시에서는 오히려 고독해지기 쉬운 법이니까. 여하튼 내 삶과 정서적 상황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서 상담사와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나에 관한 이야기, 또 나의 이야기, 또 내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고, 상담사는 필요한 만큼, 적절하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나를 안내했다. 나는 충실하게 그를 따라 이야기를 꺼냈고, 한 시간이 지났을 때는 앞으로 12회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가늠하게도 됐다. 온전히 스스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때는 제법 유익하게도 느껴졌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르겠다는 게 많네…. 에세이를 쓰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랄까? 에세이 쓰기로 마음먹었었는데 실패 중이네... 올해 하반기에는 쓰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아침마다 글 쓰는 라이브 챌린지는 오늘이 사흘 차다. 30일간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매일 오전 5시에 라이브를 시작하고 40분간 글을 쓴다. 내가 과연 잘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는데, 작심삼일은 지났다. 내일까지 성공한다면 말이지. 이른 아침에 일어난 집의 풍경과 라이브를 키고 글을 쓰는 시간이 피곤하고 졸리지만 제법 집중이 되기도 한다. 어떤 동기부여가 생기는 것 같기도 하네. 다만, 이런 것들이 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의욕으로 작동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있다. 의욕적으로 아침 글쓰기를 시작해야지!~ 는 아니다. 그러면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냥 한다? 그냥 하는 느낌. 뭔가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걸 수행하는 느낌이랄까. 도움 되는 게 있다는 느낌. 남은 27일 잘 버티고 해봐야겠다. 그러면 뭘 알 수도 있지 않을까.
2025년5월18일
음식물 쓰레기 봉투, 버릴 때를 놓쳐서 악취를 풍기는, 지독한 방귀 냄새, 근래 외식이 잦았나,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싫다. 재빨리 눈을 감아버리는 습관. 자고 일어나면 좋은 습관을 만들기 힘들다. 좋은 습관이 뭘까 생각해 보면, 온갖 나쁜 습관들만 떠오른다.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얼마나 무거운지, 옮겨 담다가 허리 다친다. 그렇지만 잘 다치지 않는다고 요가 선생님이 말했다. 유연함을 위해서 잘 써주라고, 안 쓰고 굳었을 때, 좋지 않은 자세로 굳어지면 그게 편해지면 굽은 허리와 삐뚤어진 허리가 남는다. 사랑을 말하면서 사랑하지 않는 순간들을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 포털 뉴스 헤드라인에 정신 팔린 순간들을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 노랫소리가 은은하게 들리는 집에 햇살이 비추면 쌈 채소와 허브가 잘 자란다. 음악은 포크 음악이 잘 어울린다. 취향을 바꾸기는 어려운가 보다. 어떤 사상가들은 취향과 이데올로기를 엮었다. 개인의 취향마저 집단의 것으로 가져가면 뭐가 남아. 악취만 남는다. 제때 버려야 한다.
2025년5월15일
5월도 보름이 지났다.
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전집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송명섭 그리고 느린마을. 새우미나리전과 녹두전 그리고 꽃게라면. 봉천동에 있는 집이었는데 맛이 아주 좋더라. 실내포장마차 맛있는 집이 있다고 해서 가려다가 손님이 많아서 발길을 돌렸었는데, 제법 좋은 선택. 한 친구는 현재 카페를 운영한다. 5년 전에는 개인 작업을 하며 자유롭게 사는 친구라는 생각을 했고, 지금은 자영업자의 색도 스며들었다. 자유로운 자영업자 느낌? 보기 좋았다. 스스로는 힘들겠지만... 다른 친구는 음악을 만들고 영상 작업을 한다. 5년 전에는 멋진 예술가의 모습을 가진 친구라고 느꼈고, 지금은 그사이에 그려지고 진해진 나이테가 보여서 더 단단해진 느낌이었다. 스스로는 흔들리겠지만...
막걸리도 마시고 전도 먹으면서 각자 연애 얘기를 떠들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쉽지 않다는 걸 계속 듣고 계속 말했던 것 같다. 조금 취했던 것 같기도 했는데, 일기 쓰는 지금 그 모습을 돌아보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누구랑 사랑이 어쩌고저쩌고 얘기하면서 술 먹고 울고 웃고 한다는 건 영화가 아닐까.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 나랑 딱 열 살 차이가 나는 친구들이라서 더 그런 느낌도 든다. 나이가 뭐라고 싶지만, 10년 전의 내 모습을 돌아보는 순간이 자연스레 생긴다. 흐릿해지는 기억에서 그나마 선명한 것들이 남아 있다면 사랑하는 순간들 아니었을까.
2025년5월12일
코 옆 그리고 이마에 뾰루지가 났다. 건드리기만 해도 아픈 이 두 놈이 어느 정도 익어서 어제 진선이 면봉으로 짜줬다. 얼마나 아프던지…. 뾰루지를 본 진선은 이불, 베갯잇, 헬멧, 안대 등 외부 요인을 말하면서 빨래할 때가 됐다고 했고, 나는 피곤해서, 스트레스받아서 난 것 아닌가 했다. 같은 걸 보고 다른 원인을 찾는 게 신기했다.
며칠 전부터 거실에 식구가 생겼다. 바질, 루꼴라, 딜. 모종을 주문했다는 진선은 집에 도착한 식구들을 화분에 잘 옮겨 심었다. 창가에 자리 잡은 친구들은 파릇파릇했다. 바질 맛을 봤는데, 향이 좋더라. 딜은 시들시들해서 오늘 아침부터 진선은 다시 다른 곳에 옮겨 심을까 했다. 딜은 조금 예민한 친구라서 따로 심는 게 좋다고 했단다. 나는 너무 자주 옮겨 심는 게 더 안 좋지 않을까, 알아서 튼튼해지게 일단 둬보라고 했는데, 결국 방금 다른 곳에 옮겨 심더라. 같은 현상을 보고 다른 행동을 생각하는 게 신기했다.
오늘 새벽에 요가를 다녀왔다. 고관절을 아주 아작내는 시간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요가원 다닌 지도 일 년이 넘어가는데, 아직도 몸은 갈 길이 멀다.
2025년5월11일
어제 진선이 요즘 어떠냐고 물었다. 무슨 질문인지 되물으니, 요즘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 같냐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별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뚜렷한 목표가 생각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불안하거나 걱정이 많아서 생활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지도 않고, 불만족스러운 것도 없고, 그렇다고 막 만족스러운 것도 아닌, 무언가를 치열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게으르고 나태한 것도 아닌…. 그냥 산다. 기억력도 감퇴했나, 지난 세월은 어떻게 살아왔나 생각해 보면 막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도 없다. 그동안에도 이렇게 살아왔던 걸까? 그래도 돌아보면 과거에는 무언가 욕망하는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그런 것도 없는 것 같은 느낌. 아니 없다기보다는 거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거부한다는 것. 거부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 과연 어디로 이끌어가려나.
2025년5월9일
비가 오면 왜 항상 늦잠 자는 것 같지... 몸도 더 쑤신 것 같은 기분... 며칠 전 구입한 샌달우드향 인센스콘이 마음에 든다. 매일 아침 환기를 하며 향을 피우고, 모카포트로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면 제법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인간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여유를 좇는 허영가. 허영가라는 말은 없는데, 있을 법한 말이네. 허영가. 노래 제목 같기도 하다.
어제 낯선 사람과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노래 추천을 받았다. 'Sibylle Baier - forget about'. 취향 저격. 아니 앨범 전체가 미쳤네... 연습하고 싶은 곡이 생겼다. 아침에 정말 오랜만에 들어봤는데, 종종 딩가딩가 해야 잊어버리지 않을 텐데 말이지. 손끝은 말랑해져서 잔잔한 곡에도 상처를 입을 것 같다. 연습해 봐야지.
어제저녁에는 희곡 수업을 듣고 왔다. 매주 과제를 끙끙거리면서 해가면 그것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제법 흥미롭다. 그리고 수업 진행하는 작가님의 피드백이 아주 섬세하고, 정확하고, 세련됐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느끼는 만큼 좌절감이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지... 항상 부족하니까 제안하는 피드백이 좋게 들리지ㅠ 얼마나 써야 그런 통찰이나 감각이 생겨나는 걸까. 사실 기간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겠지만, 이번 수업을 들으면서 그 방향을 흐릿하게나마 잡아갈 수 있기를... 계속 써야지 뭐.
2025년5월6일
어제저녁에 두겸이 직접 만든 강된장을 들고 방문했다. 진선과 셋이 저녁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각자의 근황이나 사건으로 인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는 참 요새 별다른 이슈가 없는 삶을 사는 것도 같다. 뭔가 자극적인 게 필요하려나... 싶었지만 귀찮은 걸~ 가만히 평온하게 지내는 게 좋은 것도 같고. 그래도 감정이 요동치는 사건 한두 개쯤 일상에 뿌려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건 그거대로 즐거운 삶이겠지. 그렇게 대화 나누다가 슬슬 뭐 할 거 없나 싶어서 게임을 하려고 다른 이를 부르려고 했다.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부를 사람 없나 찾았다. 연휴다 보니 주변 지인들은 다들 일정이 있었고, 결국 우리 셋은 틴더를 켜서 사람을 찾아봤다. 그러다 진선이 매칭된 한 사람을 불렀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 보드게임을 위해 성산동에서 온 ㅈㅇ은 위스키 한 병 들고 집에 방문! 넷이서 홀덤을 했다. 룰도 설명해 주고 이리저리 게임을 하다 보니 은송도 일 끝나고 집에 방문! 다섯이 홀덤했다...ㅎ 한번 돌고 나니 지쳤는데, 아쉬워서 보난자를 두 판 돌았다. 잠자리에 누우니 새벽 2시... 그래도 오전 요가를 다녀왔다. 피곤하지만 개운한 하루의 시작!
2025년5월1일
일어나서 하늘을 보니 구름이 꿀렁꿀렁 흐린 티를 냈다. 비가 쏟아지고 천둥이 쳤다. 5월이 됐고, 새로운 소설을 쓸지, 지난 소설을 퇴고 할지 고민했다. 출출해서 시간을 보니 12시였고, 라면을 하나 끓여 먹었다. 계란과 대파를 넣어서. 역시 라면 맛있다. 어제저녁, 요가를 두 타임 이어서 했더니 아침부터 몸이 아주 흐늘흐늘 아프다. 그래도 종종 이렇게 몰아서 하는 것도 개운하다. 오늘은 쉬고 내일 새벽 요가를 가야지 생각했다. 저녁에는 희곡 쓰는 수업을 들으러 간다. 과제를 급하게 해서 냈는데, 괜히 찔린다... 오늘 가서 열심히 수업 들어야지.
2025년4월30일
4월도 끝났다. 이번 달에는 바쁜 일정이 제법 있어서 일기를 꾸준하게 못 썼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니 겨울에서 봄으로 급변하는 날씨를 온몸으로 살았던 한 달이었다. 제주도에 들렀고, 서울과 김포를 오가면서 작업했고, 영월 깊은 산속에 가구를 설치했다. 4월 중순, 영월의 산과 계곡 풍경은 겨울의 끝을 보이고 있었는데, 4월 말에 가서는 그 모습이 파릇하게 탄생의 풍경으로 변했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눈에, 생각에, 글에, 잘 담아야 했는데 라는 후회가 든다. 매시간 분주하게 몸을 쓰면서 흘려보낸 것 같아서 아쉬움이 든다. 일기라도 잘 써야 했지만, 뭐 지나가는 것들은 담지 못하는 게 더 많은 게 당연한 거니까 라는 위안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담지 못하는 게 더 많으니까, 계속해서 지금이 괜찮고, 계속해서 지금이 소중한 때가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
요즘 바쁘게 지내서 그런가? 일상이 팍팍한 마음이 들어서 저번 주는 영상자료원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오랜만에 보는 <좋은 친구들>. 새로운 음악도 찾아 들었다. 김정미 앨범 좋더라.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그 순간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조금 빡빡한 일상에 균열을 내서, 그 사이사이에 기름칠하는 것 같다. 인간이라는 신체와 정신은 참 오묘하다. 종종 점심을 먹고 산책하던 날도 있었는데, 그때의 자연은 좋은 영화이자 음악이 돼 주었다. 무언지도 모를 시간의 흐름을 겪다 보면 삐걱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요즘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5월은 또 어떠려나.
2025년4월26일
오랜만에 모니터에 앉아서 작업하는 것 같다. 캘린더 보면서 일정도 조정하고, 밀린 글쓰기도 고민하고, 음악도 잔잔하게 깔아 놓았다. 루시드폴 듣는 중. 어제는 영월에 다녀왔다. 카페 공사 설치로 지난 4월 초에 현장 방문하고 다시 갔는데, 그 사이에 산과 강, 계곡 풍경이 변했다. 푸릇하고 파릇하고. 이제 봄이고 금방 여름이 오겠다. 4월도 끝나간다.
사는 데 특별한 목표가 없다는 것을 요새 들어 많이 느낀다.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 들지만, 목표가 없다는 것. 이런 생각을 대학생 때 자주 했던 것 같은데, 시간은 흘렀지만, 지금과 그때와 생각은 그다지 변한 것 같지는 않다. 드러나는 표현들은 조금 변했으려나. 한동안 못 보고 지낸 친구나 가족들을 만나면 알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변했는지 그대로 인지.
2025년4월24일
작업실에서 가구 설치할 준비를 마쳤다. 내일 영월로 새벽같이 출발한다. 지난 일주일간 작업했던 것들이 잘 설치되기를 바라며...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끝이 난다. 그 끝이 어떤 모습이 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게, 그 불확실성이 즐거움이자 심리적 부담을 만든다. 아직 초보 목수다 보니, 나무 작업을 하면서는 어떤 예상도, 어떤 상황도 가늠할 수가 없다. 그저 몸을 쓰면서 자르고 붙이고 닦고 깎는다. 그러다 보면 덩어리가 만들어지고, 기능이 달라붙는다. 기능이 보이면, 이후에 적절한 미적 요소가 담겨있는지 판단하게 된다. 손에서 시작하고 눈으로 끝낸다. 손은 나무를 만지며 감각하기만 한다. 눈은 매섭게 손의 결과를 꾸짖는다. 자괴감이 따라오지만, 그저 반복하면서 조금 덜 부끄러운 손이 되는 수밖에. 글도 비슷하겠다.
2025년4월22일
비가 내린다.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집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내려서 마셨다. 느지막한 시간이 돼서야 작업을 하려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지난 며칠간 작업실에서 가구를 만들었다.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설치될 다이닝 테이블과 선반, 스툴을 아버지와 함께 만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게 묘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도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내 가족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떤 시간이 간격과 흐름을 감각하게 된다. 한 개인의 역사가 그다음, 그다음으로 이어지고 이어진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가만히 내 삶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어떤 의미도 없을 것 같다. 아니 별로 의미를 얹고 싶지 않다. 우연의 연속일 뿐. 우연히 진외증조부는 부유한 집의 개차반이었고, 그런 집에서 할머니는 도망쳐 나오셨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며 서글서글하고 순진한 성격의 할아버지를 만나 아버지를 낳으셨고, 행상으로 일하면서 자식들을 키워 나갔다. 아버지는 나름 똑똑한 지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배움에 뜻이 없어서 노동 전선에 뛰어들어서 날 것의 삶을 온몸으로 살아냈고, 그 과정에서 이 세상에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에 염세적으로 반응했다. 지금은 지난 세월을 후회하면서도 당장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하며 버티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집에서 태어난 나 역시 아직도 뭔지 모를 것들을 지나왔고, 지금도 겪는 중인데,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냥 산다. 그 옛날에도 지금도 이맘때 내리는 봄비만 계속 반복됐겠다.
2024년4월18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는 중이다. 3일 전부터 목공 작업이 한창이고, 어제는 희곡 쓰기 수업에 다녀왔는데, 매주 한 편씩 쓰는 과제가 있고, 단편소설 마감이 지나서 얼른 끝내야 하고, 요가는 못 간 지 며칠 지나버렸다. 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 일정을 잘 정리하고 체력 관리가 중요하겠지. 근데 해낼 수 있는 절대적인 양이 있는 거잖아…. 너무 무리하는 건가 싶지만 일단 급한 것들이 잘 처리해 봐야지. 그렇지만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기운이 쭉 빠져서 뭘 하기가 어렵다. 오늘도 마찬가지. 그래도 써야지…. 쓰자. 희곡 수업에 다녀오니 각자 위치에서 쓰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동안 혼자서 희곡을 써왔는데, 그래도 함께 쓰는 사람도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수업에 신청했었다. 첫 수업 소감으로는 도움 될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 그동안 참 모르면서 써왔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런지, 나름 열심히 써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욕심도 조금 들었다. 김정미 노래 '고독한 마음'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음악 좋네.
2025년4월14일
어제 은송네 갔다. 5시부터 막걸리를 마시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가 됐다. 8시간을 마셨네... 참네. 아침에 일어나니 아주 죽을 맛... 그러고 나서 또 한다는 말이 앞으로 술 진짜 안 마신다는 말... 10시쯤 일어난 것 같다. 비몽사몽 오전을 보내고 낮잠도 자고, 안 되겠다 싶어서 진선과 합정으로 나가서 작업을 했다. 보름 전 즈음에 소형이 인스타로 공유해준 희곡 창작 클래스를 신청했었다. 고민을 한참 했었는데, 제대로 희곡을 배워본 적도 없고, 관련해서 글 쓰는 사람도 만나보고 싶고 해서 큰마음 먹고 신청... 목요일이 첫 수업인데, 숙제도 있고, 참고 문헌도 읽어 오라 그래서 합정 교보문고에 갔다. 찾은 책은 비닐에 쌓여 있어서 직원에게 내지를 볼 수 있냐고 물으니 비닐 포장된 책은 뜯어 볼 수 없다고 했다. 에? 내 기억에 2012년인가 2013년에는 직원이 직접 뜯어서 내지를 볼 수 있게 도와줬는데…. 세상이 언제 바뀌었나. 다시 책을 꽂아 놓고,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10프로 할인...ㅎ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으로 잡채 먹고, 청소도 하고, 딴짓 많이 했다... 그럴 시간에 잠이나 일찍 잘껄... 이제 자야겠다. 짱 피곤하네...
2025년4월10일
지난 화요일에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에 다녀오고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이전에 하던 것들을 다시 시작해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설거지하고, 커피를 내리고, 간단하게 먹고,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할 일을 찾아 헤맨다. 한편으로, 방향감은 흐르는 시간처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중인데, 돌아온다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궁금해진다. 다시 돌아온 집은 제주를 다녀오기 전이 아닌 장소일 텐데. 그래서인지 집 앞 불광천에 만개한 벚꽃이 신비롭게 보인다.
2025년4월6일
어제는 제주북페어에서 시간을 보냈다. 부스를 지키면서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그동안 쓴 글과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도 했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그 많고 많은 팀을 지나 나와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내 글을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이 고맙다. 참 묘한 인연이다. 1일 차를 마치고 맥파이에 가서 맥주와 피자를 먹었는데 진선이랑 감탄을 했다... 존맛탱... 배 터져 죽을 것 같았지만, 마트에서 와인 한 병 사서 집으로 돌아오고 민정과 더 마시며 이야기 나눴다. 오늘도 한라체육관에 자리 잡고 사람들을 만난다. 더 잘 설명하고 대화하고 싶은데 여전히 쉽지는 않다. 잘 꾸려봐야지. 저녁에는 신설오름~~ 몸국 먹으러 간다. 술 진탕 마시겠네….
2025년4월4일
일 년 만에 다시 방문한 제주는, 그때와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어서일까, 여전해 보였다. 바람이 제법 불고, 햇살은 좋고, 음식은 맛있고, 거리는 차분했다. 민정네 집에서 지내고 있다. 이곳에 처음 방문한 건 21년 겨울로 기억한다. 당시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유진의 초대로 방문했고, 민정을 알게 됐다. 그때도 지금 여기 거실의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었다. 희곡을 집필 중이었나. 한창 글 쓰는 중에 집으로 들어온 민정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허스키하고 감각적인 목소리를 지닌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처음 보는 이를 보고도 놀란 내색 없이 편안하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주도했다. 이후 유진과 함께 술과 이야기로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22년, 23년, 24년, 그리고 올해까지 제주북페어에 참여하거나 제주도에 놀러 올 때면 이곳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이제 민정은 제주를 떠나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준비한다. 앞으로 제주도에 오면 어디서 머물지 아쉽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곳으로 간 민정의 집과 생활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곳으로 놀러 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2025년4월1일
우리 사회는 타인에게 너무 가혹하게 보인다.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경멸의 시선을 너나 할 것 없이 쉽게 드러낸다. 과연 타인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대하는 것이 이곳에서 가능한 것일까. 당장 나부터도 타인에게 가혹한 말과 시선을 내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인간으로 자라고 성장하는 것이 괜찮은 걸까. 권력을 잡으려는 자, 지키려는 자, 가해자와 피해자, 남자, 여자, 성소수자, 청년, 노인, 청소년, 아동, 선생과 학생, 공직자와 자영업자, 유명인과 대중, 거짓을 말하는 자와 진실을 말하는 자, 실수를 한 자와 도망가는 자, 김수현의 기자회견을 둘러싼 의견들, 장제원의 죽음과 회피를 둘러싼 말들,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시선들, 수많은 비극과 그에 뒤따른 반응들, 모두 지나치게 비난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회는 이렇게 암울해 보이는 대도 나는 일상에서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면 즐거워지고 위로받기를 멈추지 않는다. 함께 사는 연인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팟캐스트 동료 서가수와 수다 떨며,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한 달에 한 권을 읽는 것도 벅찬 책 모임의 친구들과 줌으로 근황을 나누며, 매달 쓰는 소설을 디자인하고 홍보하기 위해 띄엄띄엄 논의하고 회의하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며, 얼굴은 자주 못 보는 친구지만 인스타로 소식을 보고 가끔 디엠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죽어있는 것 같은 카톡방인데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내서 다시 살려내는 친구를 보며, 불광천 산책하면서 보이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식사 중에 영화, 드라마,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며, 아침에 모카포트로 내리는 커피의 향을 맡으며, 일상이 가라앉지 않도록 부력을 만들어내는 것들이 주변 곳곳에 자리한다.
비난이 뿌려진 곳에는 경직과 실수 그리고 오해가 금세 자라지만, 위로와 자리한 곳에는 여유와 평온함으로 가는 길이 힘겹게 난다.
2025년3월30일
언제 꿨던 꿈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문득 지난 꿈이 기억날 때가 있다. 지금도 그렇네. 입술이 튼 꿈이었다. 한 겨울이었을까 옷차림새는 따뜻한 패딩을 입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찬 기운이 피부 속까지 스몄다. 그 차고 건조한 공기 때문인지 입술에 심하게 터서 입을 살짝만 벌려도 찢어지는 감각이 들었다. 손으로 입술을 만지면 오돌토돌한 것이 잔뜩 올라왔다. 근데 내 입술인데 꿈에서는 왜 입술이 보이지? 왜 내가 옷을 여미는 행동이 보이지? 거울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나는 다른 존재가 돼서 내 입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가 입술을 만지는 데 그 느낌이 나한테 왔다. 립밤을 집에서 가지고 나와야 했는데 하며 후회하는 표정도 보인다. 표정을 보면서 그의 생각을 동시에 나도 똑같이 한다. 그 인물이 과연 나였을까. 아침 공기가 으슬으슬하다.
2025년3월29일
집 근처 양꼬치 식당에 갔다. 맛이 좋더라. 꿔바로우도 맛있었다…. 맥주 좀 마셨네. 양꼬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던 진선도 맛이 괜찮다면서 먹었다. 맥주 한 잔, 양꼬치 한입, 꿔바로우 한입, 수다 한입. 향기가 와서 오랜만에 근황도 나누고 취업 축하 짠도 하고. 다시 맥주 한잔, 양꼬치 한입, 꿔바로우 한입, 수다 한입. 별 얘기 안 떠는 것 같다가도 시간이 금방 흐른다. 식당을 나와서 집까지 걸어오는 길.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의 찬 기운을 느꼈다. 수개월이 지나야 다시 만날 찬 바람. 차가운 거리를 걸으니 북촌방향이 생각났다. 조만간 다시 봐야지.
2025년3월27일
책상 정리를 하고 싶어서 작업실에서 소소하게 만든 서류함을 집으로 가져와서 칠했다. 작은 플라스틱 통에 스테인을 붓고, 바닥에 박스를 깔고, 장갑을 손에 끼고, 붓에 스테인을 묻혀서 합판에 쓱쓱 발랐다. 얼마 만에 붓을 들고 칠을 해보는 건지, 평소에는 하던 행위가 아니라서 조금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던 그동안의 일상은 권태로웠던 것이 아닐까 싶기까지 했다. 평소, 보통, 주로, 자주 따위를 의식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새로운 자극을 받으니, 일상의 권태감을 생각하게 됐다. 딱히 권태롭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생각해 보니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는데, 그것도 권태라는 이유가 있는 거였을까. 일상과 권태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쓱쓱 도장 작업을 마치고 나니 개운해졌다. 장면으로서의 일상, 어떤 장면을 쌓아갈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2025년3월26일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커피를 마시면 몸에 좋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마셨지. 델로니어스 몽크를 듣는 중이다. 이제는 6시 반에 일어나도 창밖이 밝다. 겨울이 끝나긴 했나 보다.
2025년3월25일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이다. 창밖 하늘이 뿌옇고, 멀리 흐릿하게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얼마 전에 당근으로 사들인 공기청정기가 열심히 돌아간다. 공기질이 좋지 않으면, 자고 일어나서도 목이 칼칼했는데, 공기청정기 덕분인가, 요즘은 조금 나은 느낌이다. 멀리서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사라진다. 아침뉴스를 보니 명일동에 싱크홀이 생겼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빠졌다는데, 날벼락이 따로 없다. 세상이 이렇지만, 나는 오늘은 똑같이 일어나고 글 쓰고 작업하고 책 읽고 영화 보고 음악 듣고 밥 먹고 웃고 심각하고 좋고 나쁘다. 공기가 나쁘니 외출하고 싶지 않은데, 작업실은 내일 갈까... 고민이 된다.
2025년3월23일
자리에 앉아서 오늘은 어떤 음악으로 시작할지 잠시 고민했다. 오랜만에 벨벳 언더그라운드 앨범을 재생했다. 산뜻하게 울리는 기타 소리와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꽤나 괜찮은 일요일의 시작이다 싶었다. 요즘에는 그리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데, 그래서인지 일요일도 푹 쉬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눈을 뜨니 8시 30분, 몸이 찌뿌둥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기지개를 켜니, 뼈와 근육 구석구석의 틈이 눌리고 펴지는 소리가 들렸다. 포털사이트 뉴스를 보니, 산불로 난리였다. 인명피해도 있다고 했는데, 피해가 더 커지지 않기를. 정치권 뉴스는 항상 시끄럽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의원이고 시민이고, 기사고 댓글이고, 모두가 치열하고 뜨겁고 과격하다. 어제저녁에는 진선과 영화를 봤다.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 치열하고, 뜨겁고, 과격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치열하고 뜨겁고 과격하다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사랑이라면,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라면, 아름다움이 비친다.
2025년3월22일
어제는 점심을 먹고 불광천 산책을 했다. 날이 얼마나 따뜻해졌는지, 금세 여름이라도 찾아올 것 같았다. 파릇한 느낌이 물씬 났다. 새들이 보였다. 왜가리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네 마리. 오리가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왜가리를 보니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어떻게 살아야 하려나.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니, 계절이 바뀌는 게 실감 난다. 매해 반복되는 이 기분. 그렇지만 지금의 이 기분은 그때의 그것과는 다를 텐데. 그 이유는 불광천을 산책하면서 보이는 동물들, 식물들, 사람들이 담긴 풍경 때문이지 않을까.
2025년3월21일
욕망의 크기를 다루는 방법이 인간성을 만드는 걸까. 욕망은 보통 현재의 능력보다 지나친 면이 있다. 이 차이로 인해서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이 차이를 잘 다루지 못한다면, 결국 경솔해지고, 무리수를 두고, 실수를 하게 된다. 이런 인간성은 과연 비극일까. 비극에도 진실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2025년3월19일
설거지하면서 든 생각.
쓰고 싶은 이야기가 흐릿하게 나타난다. <귀신들의 땅>을 읽어서 그런가 가족에 대해서 쓰고 싶어졌다. 가정은 끊임없는 희비극의 장소, 각자의 터널로 들어간 가족들, 서로를 결코 알 수 없는,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들, 나에게 커다란 사건이 발생해야만 존재감이 커지는, 가까워서 함부로 하고, 멀어서 솔직할 수 없는, 그렇게 끈적하게 생에 달라붙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 어린 시절에 가족들, 청년이 되어서 만나는 가족들, 결혼하며, 자식을 키우며 다시 만나는 가족들. 어떤 이야기가 되려나 기다려봐야겠다.
2025년3월17일
서가수와 팟캐스트 녹음이 끝나고 두겸, 진선을 포함 넷이서 보드게임을 신나게 했다. 끝나고 보니 새벽 1시... 무리하지마 성민아... 그래도 재밌었다. 근데 게임은 다 졌다... 쉽지 않어... 피곤해서 일기는 길게 못 쓰겠다. 낮에는 집에서 작업을 하고, 밥을 해먹고, 저녁 먹기 전에 끝난 녹음에서는 요가 이야기를 실컷 떠들었다. 끝날 즈음에는 거의 요가 찬양을 한 것 같기도... 내일은 일정이 있고, 모레부터는 다시 요가 나가야지.
2025년3월15일
새로운 기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학창 시절에는 기르던 머리를 종종 빡빡 밀었고, 산책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하염없이 걷는 시간을 가졌다. 성인이 되고 본가에서 나오고는 다양한 동네에 머물고 구경하는 것에 새로움을 느꼈고,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나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지식을 지닌 것을 즐겼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건 집의 가구 위치를 바꾸는 것으로 새로운 기분을 얻는다. 오늘은 한나절 동안 집의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며 청소도 하고, 새로운 자리를 만들고, 이전과는 다른 시야를 찾았다. 익숙하지만 낯선 공간이 되어 버렸다. 좋다.
2025년3월14일
날씨가 가벼워져서 그런가, 집중하는 시간이 평소보다도 더 짧아지는 듯하다. 오전에는 오랜만에 진선과 장을 보러 나갔다. 자그마치 19만 원어치의 식료품을 구매…. 그동안 자주 배달시켜 먹었으니, 앞으로는 잘 해 먹어야지. 오징어 손질을 처음으로 해봤다. 몸을 가르고 내장을 빼내고, 입과 눈을 제거하고, 차갑게 미끈거리는 오징어 손질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작업실 의자에 앉아서 글을 다듬다가 점심을 먹으면서 봤던 유튜브 광고 때문에 갑자기 인터넷 신규 가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정도 끝났으니, 사은품도 받으면 좋으니까. 한 곳에서 현금 사은품이 26만 원이라고 하길래 접수했다. 옆에 있던 진선은 더 알아보자며 다른 곳에 전화하니 40만 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접수했다. 원래 접수했던 곳에 취소해달라고 하니, 이유를 계속 묻길래 혜택이 더 괜찮은 곳에서 하기로 했다고 하니, 45만 원 사은품으로 맞춰줄 테니 자기와 하자고 했다. 아주 양쪽에서 계속해서 자신과 거래하자고 문자를 몇 통이나 보내든지…. 너무 덥석 접수한다고 하니 피곤해진 상황이 돼버렸다. 한편으로는 여기서 더 싸게 해준다고, 저기서 맞춰 줄 테니 자신과 하자고, 문자를 계속 주고받는 상황이 웃기기도 했다. 뭐 결국 어찌저찌 45만 원에 접수가 됐는데, 처음 26만 원에서 10분 만에 사은품이 14만 원이 늘었다. 이게 제정신인 상황인가 싶기도 했다. 모르면 그냥 넘어갈 것들이 이 사회에는 참 많이 널려있는 것 같다. 나는 귀찮음이 많아서 애써 무시하고 넘기는 편이지만, 잘 찾으면 쏠쏠한 게 많기도 하고. 어쨌든 작업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목공 작업 견적 문의를 했다. 자재 산출도 하고, 견적서도 쓰고, 의뢰자와 소통도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작업은 못 하고…. 저녁 식사로 오징어 숙회를 먹었는데, 맛이 좋았다. 밥 먹고 꼭 글 써야지 했는데, 피곤하기도 해서 그냥 영화 한 편 보고 자야겠다. 내일 일찍 일어나서 글 써야지…. 그래, 차라리 아침 일찍 작업하는 습관을 잘 만드는 게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낮에는 집중을 흩트리는 게 많다. 오늘 날씨도 그랬고, 광고도 그랬고, 일도 그랬다. 다들 활발히 깨어있는 시간은 내 것에 시간 쓰기가 쉽지 않다.
2025년3월13일
지난 월요일부터 오후 시간에는 목공 작업실에 나가서 두세 시간이라도 뭘 만들어보자고 마음먹고 오늘까지 다녀왔다. 집에서 글을 쓰면서 출력되는 서류들을 정리할 서류함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간단하게 도면 작업을 하고서 제작을 시작했다. 아직도 미숙해서 그렇지만 막상 나무를 자르고, 깎고, 붙이다 보면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치수 계산을 잘못했다거나, 나무의 특성에 맞춰서 설계한 것이 아니라 수정해야 하거나 등등. 하루에 두 시간, 길어야 세 시간 작업이다 보니 일이 더디기도 하고, 막상 작업실에 도착하면 정리하고 치우는 데 시간을 잔뜩 쓰기도 한다. 그렇게 오늘 만들어서 결과물을 보니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 엉성한 느낌도 들었고…. 그래서 그냥 연습할 겸 다시 하나 만들어보자 해서 다시 처음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처음 작업하던 때와는 다르게 능숙하게 만들어졌다. 제작 시간도 단축되고, 이음새도 더 깔끔하고, 완벽하진 않지만, 당장 몇 시간 전보다 나은 결과물이 눈앞에 나왔다.
십여 년 전 대학 시절에 밥을 몇 번 얻어먹었던 선배가 생각났다. 학과에서도 조금 독특한 선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밥을 먹으며 해줬던 얘기가 있었다. 자신은 과제로 작업을 할 때 항상 재료를 두 배로 산다고 했다. 하나는 그냥 만들고, 두 번째가 진짜 과제물이라고 했다. 그때는 이 사람 열정이 대단하다고 하고 넘겼다. 나는 그 대화 이후에도 작업했던 것을 다시 그대로 반복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무엇이든 반복하는 것에 쉽게 싫증을 느낀다는 핑계를 대기만 했던 것 같다. 항상 새로운 것, 두근거리게 하는 것만 쫓으며 결정하고 행동했다. 그로 인해 얻는 것도 있었겠지만, 오늘에서야 삶의 다른 면도 다시 보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글쓰기는 또 다른 느낌이다. 목 작업이야 청사진이 준비돼 있으니까, 결과물에 대한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의 판단이 용이하다. 그러나 글쓰기는 애초에 수치화된 도면이 없거니와, 쓰다 보면 의도한 길을 벗어나기도 하고, 오히려 그랬을 때 얻게 되는 것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글쓰기에 반복이 중요하지만, 목공 작업의 반복으로 얻는 숙련도와는 결이 다르다. 마치 조소, 조각과 같이 하나의 덩어리를 다듬고, 다시 다듬고, 다시 다듬어 가면서 얻게 되는 디테일이 중요하달까.
글이든 물건이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내려놓고 다시 새롭게 쓰고 만드는 행위를 시작할 때면 정말 막막하기 그지없다. 사실 막막하다는 건 무엇이든 시작할 때만 찾아오는, 내가 아직도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을 갖게 하는, 끝이 아니라 시작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는 순간이기도 하겠다.
2025년3월12일
새벽에 잠에서 깨니 컨디션이 상당히 별로였다. 머리도 아프고, 온몸에 근육통,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기도. 요가는 건너뛰고 잠을 더 잤다. 일어나서도 계속 아픈 머리 때문에 진통제도 하나 먹었다. 미친 듯이 아프지 않지만, 살살 아픈 게 뭔가 마음에 안 든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아프면 그것도 싫겠지. 친구들과 만나면 농담 삼아서 건강하자 건강하자 하는데, 진짜 건강하자... 사실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막상 아프면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건강이 최고야…. 그러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결국에는 잃게 될 것이 건강인데, 이런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삶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으려나. 왔다리 갔다리 한다. 아픈 것에서 나오는 좋은 영향도 있으려나.
2025년3월11일
어제부터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한동안 못 가던 새벽 요가를 위해서 5시 반 기상을 시도했다. 어제 새벽 요가를 다녀와서 오후에 작업실로 이동했다. 일이 없는 날에는 작업실을 나가기로 다짐. 가서 자재 및 공구들을 정리했는데, 어휴 정리만 하루 종일 했네. 오늘은 나가서 간단하게 서류함 제작을 하려고 한다. 글 쓰면서 날아다니는 출력물을 좀 정리해야지. 시도와 다짐이 반복된다. 너무 힘주면 힘든데... 적당히 하자.
2025년3월8일
사촌동생 결혼식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 얼굴이 좋더라. 교회에서 진행하는 식이라서 목사님의 주례가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예배듣는 느낌. 끝나고 에무시네마로 향하는데 광화문에서 집회가 있었다. 수많은 태극기와 성조기가 이순신 동상 아래에서 흔들렸고, 젊은이의 목소리가 스피커로 쩌렁쩌렁 울렸다. 사람들은 환호하고 소리쳤다. 마치 연상호의 그것을 떠올리게 했다. 에무시네마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열심히 했다. 시간이 되고 상영관으로 입장. 미키17을 봤다. 끔직한 이야기를 스릴러로 또 블랙코미디로 잘 풀어내는 봉감독이었다. 끝나고 나오는데 익숙한 얼굴, 지영을 만났다. 브루탈리스트 보러왔다고 했다. 재밌는데... 미키17 이야기를 잠깐 나누며 결론은 로버트 패틴슨 잘생겼다...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고 쉰다. 하루가 길었다.
2025년2월28일
오전에 국회에서 열리는 행사 알바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방용과 현준을 만났다. 각자 할 일을 해내는 모습이 멋졌다. 간단하게 안부를 묻고, 그들의 일상을 가늠해보기도 했다. 전과는 달라진 모습과 변화한 것들도 가볍게 생각해보는 오전이었네.
점심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서가수와 팟캐스트 녹음을 했다. 매번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는 때가 있지만, 막상 녹음을 시작하면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다. 나도 말을 하긴 하지만, 주로 서가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즐거움이 생기는 것 같다. 서가수 같은 일상을 보내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거야... 멋진 친구다. 앞으로 20년 간 설렁설렁 열심히 녹음하자.
저녁에는 영두의 공연을 다녀왔다. 신촌극장에서 열렸는데, 작년 수려의 공연 이후 두 번째 방문. 영두의 소식은 작년 말에 낸 정규 앨범으로 접했다. 21년 남해에서 무럭무럭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처음 만났는데, 어느새 3년이 훌쩍 지났다. 영두가 단톡방에 소식을 올려줬는데, 서가수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늦은 저녁, 공연장에 앉으니 기분이 새로웠다. 도시의 예술가들을 남해로 불러 모아서 같이 밥먹고, 놀고, 술먹고, 얘기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눴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그의 작업을 만나는 시간이라니. 그리고 공연의 첫 곡이자 앨범 첫 트랙 제목은 <무지개마을_남해>였다. 영두는 남해에서 머물렀던 우리의 그 장소를 시작으로 정규앨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곡을 설명하고 연주를 시작했다. 남해의 파도소리가 들리고, 선율이 흐르니, 정말 그 장소가 기억 속에서 피어났다. 첫 곡을 시작으로 영두가 다녀왔던 지역 곳곳을 그의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와 그가 연주하는 음악으로 만났다. 이 앨범이 지역을 상징하는 것보다 그 당시의 자신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했다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한 시간 정도 됐던 공연에서 한 곡 한 곡을 통해 아름다운 곳들을 실컷 여행했는데, 그 지역들을 만났다는 것 보다는, 그와 함께 돌아다녔다는 생각이 더욱 컸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멋진 작업자인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됐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서 서로가 반갑고, 인사를 나누고, 지나버린 몇 년의 시간을 다시금 느껴보고, 그 시간동안 변한 것 그리고 변하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고, 술도 안 마셨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서가수가 담배를 한 대 피우니까 나도 하나 달라고 해버렸다. 제법 오랜 시간을 금연했는데 말이야. 뭐 기분이 좋았으니까 그 정도는 가벼운 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
좋은 기분으로 공연을 다 보고서 서가수와 둘이서 간단하게 작업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가수는 삶의 어떤 것들을 정돈하고 발표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고 했다. 나도 영두의 공연을 보고 나니 작업 하고 싶다는 욕구가 크게 들었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지만, 더욱 소중하게 작업하는 시간을 다루고 싶어졌다. 그저 관성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내 삶을 잘 정돈하고,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랄까.
늦은 밤, 집에 손님이 왔다. 일기 끝.
2025년2월26일
진선과 라이카시네마에 다녀왔다. 낮에는 <멜랑콜리아>를 밤에는 <브루스탈리스>를 봤다. <브루스탈리스>를 보러 들어가니 앞좌석에 향통이 앉아있었다. 반가워서 인사인사. 우연하게 만나서 함께 영화보고 이야기 잠깐.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 졸리다. 두 편 다 재밌게 봤다. 멜랑콜리아는 세번째 보는데 극장관람으로 보니 더 좋더라. 영화얘기 더 쓰고 싶지만 졸려...
2025년2월23일
오랜만에 머리를 잘랐다. 진선 추천으로 간 미용실로 매번 갔는데, 지난번 예약 날짜를 보니 12월3일…. 석 달이 다 돼가도록 머리를 안 건드렸네. 왜 이렇게 지저분했는지 알겠다. 산발이 된 머리를 챙겨서 가니, 원장님이 많이 자랐다고 놀라더라. 덥수룩한 것들 다 잘라달라고 요청했고 한 시간 정도 자르고 감고 매만지니 깔끔해졌다. 역시 잘 자르셔ㅎ 깨끗한 모습이 되니 마음가짐도 다시 새롭게 깨끗하게 가져야겠다. 글 좀 쓰자 이제 진짜...ㅎ 그래도 3월에 보낼 서류뭉치가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지난 서류뭉치에서 몇 편을 골라서 출판사 문학상에 보내보려고 한다. 상반기에 접수할 것들이 많으니 할 일 미루지 말고, 해보자. 머리도 깨끗해졌잖어.
2025년2월20일
양천구 목동 현장 작업이 한창이다. 사흘이 지났네. 작은 학원이 될 현장이다. 첫날 철거부터 자재 양중까지가 진짜 힘들었는데 그래도 삼 일 차가 되니 몸이 적응한다. 작업은 작업인데,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 그런가, 노가다꾼을 인물로 하는 소설을 생각해 보고 있다. 무슨 이야기가 되려나. 우선 남은 이틀 열일하고 본격 집필을 시작해 봐야겠다. 3월 서류뭉치 편집 시안을 정근이 보여줬다. 항상 멋지게 작업물을 보여주는 정근과 소형에게 감사를...♥ 그러면서 정근이 지금까지의 소설과 앞으로의 서류뭉치의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회의를 제안했다. 그러게, 어느새 11편의 소설을 채워가고 있다. 일 년이 금방 흐르네. 앞으로도 글을 쓸 텐데, 한해의 방향을 잘 잡고 작업하면 좋을 듯싶다. 일기는…. 매일 써보자…. ㅎ
2025년2월17일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니 온몸이 뻐근했다. 등, 허리, 어깨, 가슴, 팔 곳곳…. 새벽 요가를 갈까 말까 고민고민 하다가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출발. 요가원 끄트머리에 누워서 흉곽을 열어젖히는데 평소보다 몸이 많이 불편했다. 원장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는지, 평소와 다르게 몸이 불편하고 굳어있는 것 같으면 이완하는 자세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굳은 상태에서 누적이 된다며. 한 시간 동안 몸의 곳곳을 이완하고 풀어주고 나니 조금 개운한 기분이다. 일어날 때마다 몸의 컨디션이 참 다르다. 어느 날에는 가뿐하고, 어느 날에는 한없이 무겁고, 날마다 다른 몸처럼 기분도, 마음도 날마다 다를 텐데, 굳어있는 상태에서 누적되지 않도록 이완하고, 여유를 챙겨주는 연습도 필요하겠다.
2025년2월14일
낮에 팟캐스트 녹음을 했다. 서브스턴스 본 이야기를 떠들었는데, 재밌게 녹음이 됐는지 모르겠네. 서가수는 막걸리 이야기를 했다. 각자 실컷 떠들고 서가수는 일하러 가고 집에 혼자 남아서 작업을 했다. 날짜를 보니 오늘이 밸런타인데이였네. 저녁 먹을 때쯤 진선이 집에 들어왔다. 무인양품 초콜릿을 사 왔다. 달달하니 맛있는 초콜릿을 우유랑 같이 먹었다. 오늘 날씨가 좋았다고 하던데. 작업하느라 화면만 보고, 손가락만 두들겼다. 하루가 금방 끝나네. 저녁 요가를 갈까 말까 고민 중이다. 하면 개운할 텐데. 가는 건... 귀찮다. 이럴 때 일수록 가야겠지. 몸을 움직이면 힘든만큼 생기가 돌기도 하니까.
2025년2월12일
새벽 요가를 가려고 나왔는데, 눈이 흩날렸다. 스쿠터를 타고 다니다 보니 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나온 김에 출발했는데, 가길 잘했다. 몸 쓰고 나니까 정신도 들었고. 그런데 항상 새벽 요가 나오는 한 분이 신경이 쓰인다. 공용 매트를 사용하고 닦지 않는 분…. 왜 안 닦을까? 새벽에 7명이 나왔고, 6명이 닦는데 그 한 분만 왜…. 신경이 쓰인다. 왜 안 닦지? 알코올 스프레이 뿌리고 천으로 쓱쓱 닦으면 끝인데…. 약 두 달간 보아왔지만, 항상 닦지 않는 그분을 보면서…. 궁금증이 들지만, 따로 말을 꺼내진 않는다. 나는 왜 말을 안 꺼낼까? 귀찮은가. 별 상관없는가. 아니 상관있는데. 왜 안 닦지. 자기가 썼으면 닦는 게 배려 아닌가... 왜 안 닦을까…. 너무 궁금한데 굳이 말 섞어서 번거로워지기는 싫고….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남을 배려하기 위한 행동이 그렇게 중요한 가 싶기도 하네. 나도 그렇게 누구 배려하면서 살아온 사람은 아닌 듯 싶고. 그런데 신경이 쓰이는 이 마음.... 이기적인 내 마음~~~
2025년2월10일
https://www.youtube.com/watch?v=qZkR9EXx150
작업 시작할 때 듣는 플리.
음악이 있거나 없거나 작업은 해야지~~~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라이카 시네마를 갔고,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서브스턴스>. 지영이 강력하게 추천도 했고, 요즘 소셜미디어에서도 계속 관련 콘텐츠가 뜨길래 궁금하기도 했다. 보고 나서 첫 느낌은... 힘들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생각해도 영상이나 미술, 사운드가 참 강렬했다는 생각. 고어물...이 취향은 아니지만, 주제 의식을 캐릭터와 서사, 이미지로 표현하는 방식은 주의 깊게 볼만 했다. 편안한 음악으로 정화해야지...
2025년2월6일
첫(?) 현장 작업이 오늘로 끝났다. 11일간의 여정…. 힘들었지만 많이 배우고 나름의 즐거움도 확인했던 시간. 올해 에세이를 쓴다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2월이 시작되고 6일이 지났네. 시간은 빠른데, 겨울은 길다. 요즘 너무 추워…. 한동안 못가던 요가원도 내일부터 출석해야겠고, 글쓰기도 다시 시간 들여서 시작해야지.
저녁은 김포에서 부모님과 함께했는데, 가만히 둘을 보고 있으면, 새삼 나이를 많이 드셨다고 생각한다. 주름도, 흰머리도, 동작 하나하나에서 느껴진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부모는 옆에서 함께 놀듯이 챙겨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저렇게 천진한 때가 있었겠지, 우리 부모님도 그때의 날 챙기듯이 놀던, 놀듯이 챙기던 시절이 있었겠지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스케이트를 아버지와 함께 탔던 겨울이 떠오른다. 빙판을 달리다가 근처에서 컵라면을 먹었는데, 아버지는 그 시절을 기억할까. 한번 물어볼걸 그랬다. 다음에 만나서 물어봐야지.
2025년1월30일
어제는 유진네 집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난 유진은 건강해 보였고, 제주를 떠나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내려준 차를 마시고, 두부과자를 먹고, 쌀국수를 시켜먹고, 수다를 잔뜩 떨었다. 각자의 일상을 다시 잘 지내야지. 오늘은 본가에 다녀왔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점심 밥상을 시작으로 끝없는 식고문... 배터져... 집에 돌아와서도 배가 꺼지질 않는다... 이제 곧 책모임을 하는데, 다 읽고 책의 리뷰를 써오기로 했다.
『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저자 강원택)
한줄평 : 한국 정치라는 커다란 코끼리의 뒷다리를 더듬는 시간
대통령제, 선거, 정당, 민주화라는 네 덩어리를 더듬고 한국 근현대사를 가늠하게 해준 정치 입문서.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각자의 위치, 시선과 감각에 따라 다르게 유추할 것으로 보인다. 다 읽고 난 후 한국 정치는 비극의 산물이라는 생각에 닿았다. 한일합병, 미군정을 시작으로 끝없는 비극적인 선택 또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강물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현재까지 이어진 과거들이 지금의 한국 정치 지형도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흐르고 변화하는 것 아닐까.
정치는 본질적으로 기분 좋은 상황이나 사건을 만들 수 없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말은 결국 어떤 손해만 느끼게 한다. 완전한 이익이 되는 타협은 없으니까. 정치적 성공이라고 해도, 항상 누군가의 양보, 누군가의 패배와 좌절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정치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나와 나를 둘러싼 사회의 움직임을 감각하는 일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건 뭣 때문일까. 지금 현 시국이 그 대답이 될 수 있으려나.
2025년1월28일
오랜만에 오전을 집에서 시작한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집안일을 잠깐 하고, 뻐근한 몸을 요가하며 푼다. 요가원보다 집에서 하는 요가가 힘들다. 동작을 기다리게 할 의지가 부족… 삼십여 분 간 몸을 풀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진선이 해준 스무디와 후무스를 빵과 함께 냠냠.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은 열심히 글을 끄적여 봐야겠다.
2025년1월27일
눈이 내렸다. 연휴가 시작되니 거리에 사람들이 줄었다. 지하철도 그렇고. 날씨는 계속 추워진다. 추운 날에도 현장에서 뚝딱뚝딱 작업을 했다. 슬슬 일찍 일어나고 작업하는 것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 때문인가, 인스타 알고리즘에 인테리어 관련 콘텐츠가 계속 뜬다. 참고해야지. 설 연휴기간에 계속 춥다고 한다. 내일은 추운 날 집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글쓰기에 전념할 듯 싶다.
2025년1월26일
요 며칠간 바빠서 일기를 쓰지 못했다…. 아침 5시에 기상, 일을 하고 집으로 오면 저녁 6시, 밥 먹고 쉬다 보면 잠이 쏟아진다. 10시 전에 잠들고 다시 5시 기상. 다시 일하러…. 지난 일 년간 글쓰기에 매진했고, 통장은 탈탈. 돈벌이가 필요했는데, 때마침 목공 일을 하게 됐다.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할 때 한창 가구나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던 시절도 떠오른다. 이후 컴퓨터 앞에서만 작업하던 십여 년을 지나서 본격 현장 일을 시작하려니 몸이 어색하긴 하다. 이곳저곳 안 쑤시는 데가 없기도 하고, 그런데 이 단순한 시간을 며칠 보내니, 참 새롭다. 사무실에서 머물던 시기와는 다르게 눈앞에서 뚝딱뚝딱 공간과 가구가 만들어진다. 그러기 위해 10여 명의 각종 기술자가 모여서 먼지를 마신다. 목수가 나무를 자르고, 가벽을 세워두고, 그 안에 전기공이 배선을 깔고, 문이 달리고, 완성된 벽체에 타일공이 조심스레 타일을 붙여 마감을 한다. 다시 목수는 가구를 짜고, 조명이 달리고, 에어컨이 설치된다. 작업 중간중간 수시로 각자의 위치에서 소통하며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 준비된다. 아직 며칠간 더 작업을 하겠지만, 한 공간에 참 많은 기술이 구현된다. 올해는 인테리어 현장에서의 배움 그리고 일을 수주하기 위한 영업이나 기타 프로젝트로 정신없이 흐르겠다. 뭐 시간이라는 게 다 그렇게 흘러가는 거지. 글쓰기도 소홀하지 않게 집중해야겠다.
2025년1월20일
조금 갑작스럽게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시간을 쓰는 게 뒤죽박죽이 됐다. 출퇴근 하는 일도 아니라서 시간 관리가 어렵기도하고... 새로운 상황이 계속해서 찾아오는구나. 그래도 오늘 하루는 새벽 요가로 가뿐하게 시작.
2025년1월18일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몸을 일으키고, 오전 요가를 다녀왔고, 팟캐스트 녹음을 했고, 하려는 일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 중이다. 일에 관한 이야기로 녹음했는데,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요즈음에는 일하는 나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모두 일을 하고 일을 고민하면서 살 텐데. 대단하다 모두들.
2025년1월12일
어제는 진선과 함께 정근 수려네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가는 길에 보드게임(뱅)도 사서 선물했다. 정근은 육회와 마파두부를 준비해 줬다. 세비체 풍으로 소스와 함께 먹는 육회 맛이 기가막혔다...ㅎ 밥 먹고 실컷 대화하다가, 보드게임도 몇 판 하고,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신년이다 보니 올해 어떻게 살지, 요즘 느끼는 것들과 생각하는 것들도 나눴다. 어느새 새벽 3시…. 더 버티기가 힘들어서 잠에 들었고, 오늘 점심때가 돼 서야 일어났다. 석계역 근처 무명칼국수에서 손칼국수와 손만두 냠냠. 카페에서 생크림 딸기 케이크 냠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청소했다. 작업 좀 하려고 했지만, 그냥 자야겠다…. 내일 새벽 요가를 시작으로 다시 일주일을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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