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타인에게 너무 가혹하게 보인다.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경멸의 시선을 너나 할 것 없이 쉽게 드러낸다. 과연 타인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대하는 것이 이곳에서 가능한 것일까. 당장 나부터도 타인에게 가혹한 말과 시선을 내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인간으로 자라고 성장하는 것이 괜찮은 걸까. 권력을 잡으려는 자, 지키려는 자, 가해자와 피해자, 남자, 여자, 성소수자, 청년, 노인, 청소년, 아동, 선생과 학생, 공직자와 자영업자, 유명인과 대중, 거짓을 말하는 자와 진실을 말하는 자, 실수를 한 자와 도망가는 자, 김수현의 기자회견을 둘러싼 의견들, 장제원의 죽음과 회피를 둘러싼 말들,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시선들, 수많은 비극과 그에 뒤따른 반응들, 모두 지나치게 비난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회는 이렇게 암울해 보이는 대도 나는 일상에서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면 즐거워지고 위로받기를 멈추지 않는다. 함께 사는 연인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팟캐스트 동료 서가수와 수다 떨며,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한 달에 한 권을 읽는 것도 벅찬 책 모임의 친구들과 줌으로 근황을 나누며, 매달 쓰는 소설을 디자인하고 홍보하기 위해 띄엄띄엄 논의하고 회의하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며, 얼굴은 자주 못 보는 친구지만 인스타로 소식을 보고 가끔 디엠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죽어있는 것 같은 카톡방인데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내서 다시 살려내는 친구를 보며, 불광천 산책하면서 보이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식사 중에 영화, 드라마,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며, 아침에 모카포트로 내리는 커피의 향을 맡으며, 일상이 가라앉지 않도록 부력을 만들어내는 것들이 주변 곳곳에 자리한다.
비난이 뿌려진 곳에는 경직과 실수 그리고 오해가 금세 자라지만, 위로와 자리한 곳에는 여유와 평온함으로 가는 길이 힘겹게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