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십여 일 간의 퍼스 여행을 마치고 발리로 이동했다. 자정이 넘어서야 발리 숙소에 도착했는데, 고생고생해서 이동을 마친 우리(진선과 두겸)는 그 늦은 시간에 맥주와 발리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도착한 숙소는 작은 풀장을 마당에 두고, 더블 베드룸 두개, 거실과 부엌은 풀장 옆에 야외였다. 이동하면서 퍼스에서의 쌀쌀한 날씨는 점점 잊히고 후덥지근한 동남아에 적응해야 했는데, 바로 수영장이 눈에 보이니 곧바로 몸을 던져버렸다. 시원한 물에 더위와 피로가 가시니, 음식과 맥주 맛이 기가 막혔다. 늦은 새벽 피곤함에 절어서 잠에 빠지고, 일어난 발리의 아침. 퍼스에서는 새소리가 그렇게 많이 들렸는데, 오늘 아침에 개 짖는 소리가 온 동네에서 났다. 아직 밖을 나가지 않았지만, 몇 시간 만에 정서가 휙 바뀌어 버려서 하루는 적응하는 데 보낼 것 같다.
열흘이 넘는 퍼스에서의 시간이 까마득하다. 비가 내렸고, 날이 갰고, 새가 지저귀었고, 술을 잔뜩 마셨고, 음식을 잘해 먹었고, 식당에서 먹고 마시고 떠들었고, 드라이브를 했고, 보드게임을 했고, 거리를 거닐었고, 공원에 누워 하늘을 봤고, 동물과 식물을 살폈고, 친구들과 자연을 만났다. 친구들과 인사하며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고, 그렇게 다시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곳에 와버렸다.
여행을 오고 나면 글쓰기와 요가 시간을 잘 지키려고 다짐했는데, 와르르 무너졌다…. 그래도 발리에 왔으니 매일 요가하러 가는 재미가 있겠지 싶다. 시간은 쏜살같고, 체력은 중요하다…. 운동만이 살길. 여유롭게 작업하는 마음과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마음이 아직도 잘 섞이지 않는 것 같은데, 방법이 과연 있는 걸까 싶다. 그냥 새로움과 혼란, 불규칙과 희열, 자극과 혼돈을 끝없이 마주하는 게 여행이라는 것인가 생각한다. 발리에서는 뭘 만나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