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11월7일

지완이 빌려준 <실패를 통과하는 일>(박 소령 저)을 방금 다 읽었다. 퍼블리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스스로 끝맺는 이야기.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넘기며, 남해에서 일하던 때가 생각나서 눈시울이 몇 번이나 붉어졌는지 모르겠다. 펑펑 울고 싶지만, 여전히 눈물이 잘 흐르지 않아서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글 쓰는 지금도 마음이 말랑해서 울컥울컥한다. 읽으면서 저자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는 자신이 만든 회사를 자신이 끝냈다는 자부심이 강렬하게 느껴져서. 생각해 보면 지난 때의 나는 비겁했다. 그 끝이 얼마나 무책임했나. 잘 정리하고, 감당하면서, 당당하게 남해를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겠다는 생각은커녕, 스스로 감정을 다루기도 힘들었고, 그저 견딜 수 없이 외롭기만 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널뛰기에, 그저 빨리 이 상황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은 무력감에 혼자 산책하며 울던 때가 아직도 힘들다. 그렇게 남해를 떠나서 이제는 제주에 왔다. 그리고 제주에서 새로운 일을 다시 일구려고 한다니…. 그 고통과 괴로움을 기억하면서, 뭐가 날 여기로 이끌었을까.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는 기억, 몸과 감정이 기억하는 그 순간이 나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제대로 끝맺고 싶어서. 도망친 실패가 아니라, 끝맺는 실패를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