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에 앉아서 오늘은 어떤 음악으로 시작할지 잠시 고민했다. 오랜만에 벨벳 언더그라운드 앨범을 재생했다. 산뜻하게 울리는 기타 소리와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꽤나 괜찮은 일요일의 시작이다 싶었다. 요즘에는 그리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데, 그래서인지 일요일도 푹 쉬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눈을 뜨니 8시 30분, 몸이 찌뿌둥했다. 설거지를 끝내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기지개를 켜니, 뼈와 근육 구석구석의 틈이 눌리고 펴지는 소리가 들렸다. 포털사이트 뉴스를 보니, 산불로 난리였다. 인명피해도 있다고 했는데, 피해가 더 커지지 않기를. 정치권 뉴스는 항상 시끄럽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의원이고 시민이고, 기사고 댓글이고, 모두가 치열하고 뜨겁고 과격하다. 어제저녁에는 진선과 영화를 봤다.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 치열하고, 뜨겁고, 과격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치열하고 뜨겁고 과격하다는 것이 정치가 아니라 사랑이라면, 집단이 아니라 개인이라면, 아름다움이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