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3월27일

책상 정리를 하고 싶어서 작업실에서 소소하게 만든 서류함을 집으로 가져와서 칠했다. 작은 플라스틱 통에 스테인을 붓고, 바닥에 박스를 깔고, 장갑을 손에 끼고, 붓에 스테인을 묻혀서 합판에 쓱쓱 발랐다. 얼마 만에 붓을 들고 칠을 해보는 건지, 평소에는 하던 행위가 아니라서 조금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던 그동안의 일상은 권태로웠던 것이 아닐까 싶기까지 했다. 평소, 보통, 주로, 자주 따위를 의식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새로운 자극을 받으니, 일상의 권태감을 생각하게 됐다. 딱히 권태롭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생각해 보니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는데, 그것도 권태라는 이유가 있는 거였을까. 일상과 권태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쓱쓱 도장 작업을 마치고 나니 개운해졌다. 장면으로서의 일상, 어떤 장면을 쌓아갈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