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4월22일

비가 내린다.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집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내려서 마셨다. 느지막한 시간이 돼서야 작업을 하려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지난 며칠간 작업실에서 가구를 만들었다.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설치될 다이닝 테이블과 선반, 스툴을 아버지와 함께 만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게 묘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도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내 가족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떤 시간이 간격과 흐름을 감각하게 된다. 한 개인의 역사가 그다음, 그다음으로 이어지고 이어진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가만히 내 삶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어떤 의미도 없을 것 같다. 아니 별로 의미를 얹고 싶지 않다. 우연의 연속일 뿐. 우연히 진외증조부는 부유한 집의 개차반이었고, 그런 집에서 할머니는 도망쳐 나오셨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며 서글서글하고 순진한 성격의 할아버지를 만나 아버지를 낳으셨고, 행상으로 일하면서 자식들을 키워 나갔다. 아버지는 나름 똑똑한 지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배움에 뜻이 없어서 노동 전선에 뛰어들어서 날 것의 삶을 온몸으로 살아냈고, 그 과정에서 이 세상에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에 염세적으로 반응했다. 지금은 지난 세월을 후회하면서도 당장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하며 버티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집에서 태어난 나 역시 아직도 뭔지 모를 것들을 지나왔고, 지금도 겪는 중인데,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냥 산다. 그 옛날에도 지금도 이맘때 내리는 봄비만 계속 반복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