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를 느끼는 요소는 사람마다 다양할 텐데, 아침에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아, 내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구나 싶었다. 그러자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엔딩 장면이 떠올랐다. 조제가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뒷모습. 꼭 어딘가로 떠나지 않더라도, 사람을 만나는 과정 역시 여행과 같다. 권태로울 수 있는 일상에 곳곳에 환상의 빛이 비치고, 그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겨 버릴 테니까.
디엠지 피스트레인 장면 하나.
주영 공연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잘 모르는 뮤지션이었는데, 음악이 시원시원해서 얼른 보려고 다가갔다. 그때 옆에서 행사장 요원 어르신 두 분이 멀뚱하게 서서 공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신나게 뛰어노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다. 가만히 부동자세로 공연을 바라보는 두 어르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내적으로는 흥이 나지만, 복장과 역할로 인해 가만히 계셨을까. 요새 음악은 뭐 이렇냐, 하며 혀를 차고 있었을까. 과연 그 나이대가 되면 새로운 것에 어떤 감흥을 느끼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