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0월29일

어느덧 10월이 끝나간다.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아무것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잊지 말자.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 2을 봤다. 어제부터 시작했고, 오늘 3화를 틀었는데, 못 보겠더라. 하차. 안녕. 저번에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재밌다 그래서 시작했는데, 2화까지 보고 하차... 내 취향에 맞는 드라마는 이제 더는 나오지 않는 거니... 내가 못 찾는 거니... 내가 써야지 뭐...

취향이라는 말이 좋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이라는 사전 정의가 나온다. 아름다운 말이다. 취향.

영화나 책, 드라마를 보면, 꼭 하는 게 왓챠 별점을 매기는 행위다. 여기서 별점은 비평적 관점에서의 평가 수치라기보다는 나의 취향 수치에 가깝다. 이 영화는 내 취향 별 세 개, 저 책은 내 취향 별 두 개 라는 식이다. 이런 취향의 교집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가까운 지인은 음악 취향을 믿는다고 하더라. 음악 취향이 안 맞는 사람은 정서도 안 맞는다고 했다. 난 힙합은 잘 안 듣는다. 그럼 힙합 듣는 사람들과 정서가 안 맞으려나?

오늘은 프랑스 밴드 L'Impératrice 의 Voodoo? 라는 곡을 들었다. 예전에 드라이브 할 때 라디오로 종종 듣던 '이승열의 세계 음악 기행'에서 들었던 곡이다. 오랜 만에 들으니까 좋더라. 추천!

사람의 취향은 음악만 있는 것은 아니지. 영화도, 미술도, 드라마도, 책도, 여행도, 알고 보면 참 다양한 기준에서 취향을 쌓아간다. 그런데 지옥 시즌 2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과 또는 그런 경향과 맞지를 않아... 

2024년10월28일


브런치북을 처음 만들어봤다. 지난 6월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고서,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포스팅했다. 작업하면서 흔치 않게 찾아오는 보상이다. 쓰다 보면 종종 이런 일도 찾아온다. 알 수 없는 순간을 대비하는 방법은 없으니 계속 써야 한다. 쓰기 싫은 마음도 잘 돌봐야지.

이틀 전에 할로웨이가 첫 ko를 당했다. ufc는 세대 교체를 직유로 보여준다. 영원한 건 없다.

2024년10월26일

막걸리를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사실을 왜 막걸리를 마실 때는 잊는 걸까. 아니 잊지는 않았지. 분명히 알고는 있지만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서 마시게 된다. 어제는 막걸리를 많이 마셨다. 많이 취했고, 오늘 아침에는 머리가 아파서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계속 누워있었다. 동거인은 일하러 밖으로 나갔고, 혼자 남은 나는 침대에 누워서 릴스 따위나 보면서 시간을 축냈다. 점심쯤 되니까 뭐라도 먹어야지 하고 일어났는데, 딱히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덱시부프로펜을 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몸 상태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안 먹었다. 

배를 채우기 위해서 뭐라도 먹으려고 거실에 나오니까, 어제저녁 술자리 흔적이 밝은 햇빛에 드러났다. 식탁에는 빈 막걸릿병 6개가 라벨이 뜯긴 채로 자리하고, 다 먹고 아무것도 든 게 없는 피자 박스, 사이드로 주문한 치킨텐더, 프렌치프라이 박스도 자리했다. 막걸리를 따라 마시던 유리컵을 보니 속이 좀 안 좋은 것 같기도 했지만, 빈속이라 그렇겠지, 하면서 식탁을 치웠다. 다 치우니 뭘 해 먹기가 귀찮아서 라면을 하나 끓였다. 신라면 건면인데, 튀긴 면이 아니라서 그냥 신라면과 비교하면 열량이 낮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건강이나 다이어트랑 상관없이 건면이 입맛에 맞다. 라면을 끓이고 그릇에 덜어서 치즈 한 장을 올리니 김밥천국이 따로 없었다. 뜨끈한 라면과 고소한 치즈를 후루룩 다 먹고는 집 청소를 간단하게 했다. 설거지도 하고, 분리수거도 하고.

작업을 하려고 모니터를 보지만, 역시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냥 유튜브나 보자. 뮤지션들 라이브 영상도 보고, 개그맨들의 콩트도 보지만 감동도 없고 입꼬리도 그다지 올라가지 않는다. 오전에 머물던 침대에서와는 또 다르게 시간을 축냈다.

카톡으로 사진 21장이 왔다. 서가수가 보낸 사진들이다. 어제는 사실 팟캐스트를 시작하는 기념으로 사진을 촬영한 날이었다. 서가수는 친구 손권에게 부탁해서 우리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나는 어제 손권을 어제 처음 만났는데, 그는 삼국지 손권 이름을 따서 별명처럼 쓴다고 했다. 왜 하필 손권이었을까. 나는 삼국지를 만화로 읽었는데, 내 기억 속 손권은 조금 애매한 인물이었다. 만화에서는 손권을 뚝심 있는 것 같지만 조금 고지식하고 우유부단한 인물로 묘사했다. 처음 보고 이야기 나눈 손권은 만화 속 손권과는 느낌이 달랐다. 그의 배경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삶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실행하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뭐 첫 만남에 사람을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마는…. 왜 손권으로 지었는지 물어볼걸…. 여하튼 나, 서가수, 손권은 술에 취해서 되지도 않는 얘기들을 떠들었다. 기억이 자세히 나는 건 아니지만, 영화 얘기가 나와서 미드소마가 어쩌고 재밌고, 유전 어쩌고 무섭고, 연극 얘기가 나와서 극단이 어쩌고, 배우가 어쩌고, 중간에는 기타치고 노래도 했었네…. 그렇게 떠들다가 자리의 목적이 우선 사진찍기였으니, 취해서 떠드는 나와 서가수의 모습을 손권이 찍었다.

어젯밤에만 해도 취해서 뭘 찍는지 어떻게 찍혔는지 대강 보고 좋네! 잘 나왔다 떠들었는데, 오늘 맨정신에 사진을 보니 술 냄새가 풍겼다. 서가수가 황정민이 조승우랑 놀러 가서 찍은 것처럼 술톤으로 찍히기를 원했던 것 같다.

다시 작업을 하려고 모니터를 보지만, 그다지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어느새 하루가 끝나가서 일기라도 남겨본다. 내일은 오전에 한강을 둘러보는 일정이 생겼다. 늦지 않게 자야지. 내일은 작업도 열심히 해봐야겠다.

2024년10월24일

아침에 미적미적 일어났다.
침대에서 나오기가 싫더라.
동거인의 도움으로 몸을 기우뚱 일으켰다.
가볍게 씻고, 설거지를 했다.
냉장고를 열어서 요거트에 믹스 견과류를 한 움큼 넣어서 냠냠.
모카포트로 커피도 내려서 한 모금.
천천히 PC를 켜서 할 일과 작업량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그냥 미루자. 귀찮다.
뭉그적뭉그적 쓰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검색도 이리저리하다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쓱 읽었다.

잘 쓰네. 재밌네. 재미없네. 별로네. 재밌다. 좋네. 부럽다. 재수 없네. 잘 썼다. 열심히 했겠지. 천잰가 재밌다. 재미없네.

질투, 시기, 존경, 유희를 오가면서 살피고는 다시 나태함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팟캐스트 녹음하는 날.
서가수가 집에 왔다.
들어오자마자 한숨을 내쉬고는, 집에 물이 안 나온다고 불평했다.
몇 년간 그 집에 살면서 물 문제가 잦았다는 걸 알았다.
페트병 3개를 들고 와서 우리 집 물을 담는 모습이 웃겼다.

자리에 앉아서 녹음 뭐할까 말을 주고받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기타를 쳤다.
서가수도 오랜만에, 나도 오랜만에, 기타도 치고 노래도 하고.
오랜만에 치니까 어색하기도 했고, 얼마 전에 쳤던 것 같기도 하고, 이상했다.

주저리주저리 팟캐스트 녹음을 마치고 서가수는 집으로 돌아갔다.
책이나 읽다가 자야지.
 

2024년10월23일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어려운가 혹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아직 모르는가.
나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혹은 표현하는 게 어려운 걸까.

에세이 수업을 위해 글을 써가니, 합평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의견이 나왔다.
그러다 찾아온 진짜 숙제는, 나 스스로를 모르는 가 혹은 꺼내기 어려워하는가였다.
사실 이 고민 탓에 수업을 신청한 거지만, 내 문제는 내가 풀어내야겠지.

나름으로 열심히 써간 글을 함께 읽고, 거기에 의견을 더하고 또 더하는 과정은 즐거웠다.
한편으로 내 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기분이 나빠질 만한 시간일 수도 있지만,
수업을 진행하시는 임 작가님의 합평 가이드라인과 분위기를 잡는 탁월한 실력으로
모두의 마음을 돌보면서 3시간을 만들어 갔다.
4편의 에세이와 9명의 의견이 시간과 장소를 꽉 채웠다.
이 시간에서 계속 이어질 나의 글쓰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수업 중에 '원하는 곳으로 미끄러지게 만드는 글'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내가 원하는 곳이 어딜까, 독자를 어떻게 그곳으로 미끄러지게 할까.
이 두 가지 질문을 잘 가지고 가련다.

2024년10월22일

화에 대하여.

내일 가는 에세이 수업을 숙제로 글을 써야 했다.
내가 감정적으로 잘 아는 것, 이라는 주제가 주어졌다.
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짧게 쓰는데, 옛 기억들이 떠올랐다.
화 많이 내면서 살았다 증말...
이제는 좀 기운을 빼고 살아보자.
글을 쓰는 것도 어떤 치유의 기능이 있으려나?
오늘 쓴 글의 한 부분...을 보면, 치유는 고사하고, 자기 반성이라도 했으면 좋겠네...

[상황에 따라서 분노가 잘 먹힐 때가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성숙한 어른이라면 감정 조절이 중요한 법이다. 이성적으로 말하고 대화하며 갈등에서 최선의 답을 찾아내야 그 마무리도 아름다운 법이니까. 그런데 어쩌나, 내가 아는 것과 나의 행실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날 탓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랴?]

2024년10월20일

고통의 재현.

국립극장 ITA live <입센의 집>을 봤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통을 겪는 이들의 서사와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괴로운 만큼 놀라웠던 작품.
세련된 무대 연출과 촬영, 리드미컬한 사건들의 연결로 숨차게 달렸다.
후반부에서는 개인적인 연극 취향으로 인해 이야기가 과열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긴 했지만,
그런 개인의 취향 문제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을 한다.
연극 보러 가자고 제안해 준 K에게 감사를...

연극 시간 앞뒤로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굴국밥과 쌀국수.
굴국밥 식당에서 굴을 소개하는 패널이 하나 있었는데, 인상적인 문구 '에로틱한 음식, 굴'

어쨌든 배 터지고, 머리 터지고, 감정 터진 날.

연극이 끝나고 호주에 간 J와 W의 소식..
길거리에서 호주 10대들에게 다굴당하고, 병원에 갔다는...
뭐야 오늘...
얘들아, 아프지 말고 놀라지 말고 건강하게 좋은 시간 보내다가 오렴...

2024년10월19일

사주팔자.

동거인 A의 초대로, 집에 방문한 손님들 3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무조림(나야 들기름), 대파찜, 샐러드, 된장찌개, 매실 장아찌, 죽순 장아찌, 쌀밥.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와인도 한 잔, 포도도 한 입.
배가 진짜 터지는 줄 알았다.

S와 D가 사주에 관심이 있고 봐주기도 한다고 했다.
나를 포함한 3명의 요청으로 사주를 돌아가며 봐줬다.
나는 을유일주란다. 나무와 닭.
큰 나무는 아니고 덩굴처럼 작고 유연한 나무.
나무는 장작불이 되고, 불은 재를 만들고, 재는 땅이 되고, 땅은 철을 만들고, 철은 물길을 내고?(여기가 기억이 안나네), 물은 나무를 키운다.
음양오행의 세계관.
파묘가 생각나네...

각자의 삶의 궤적과 운명 따위로 떠들며 많이 웃기도 했다.
불안해서 보는 게 아니라 웃음으로 봤다.
사주를 보는 그 시간이 웃음을 줬다는 게 좋은 거지.
맛있는 거 먹고, 배부르고, 웃었으니 즐거웠다.

2024년10월18일

비가 내린 날.

우산을 들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늦지 않게 도착했다.
면접장에는 N이 있었다.
우연히 만난 N은 이곳에서 전시를 준비했고, 오늘이 오프닝이라고 했다.
면접이 끝나고, 전시를 살펴봤다.
요술 같은 작품을 보고, 요술 같은 이야기를 읽었다.

오늘 다녀온 장소(문래동)는 5년 전 내가 작업하고 작품을 전시한 곳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찾으니 제법 많이 변했다.
주변에 상권도, 내가 머물렀던 건물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한 장소가 가진 분위기는 무엇으로 변하는 걸까.
기억 속과는 너무도 달라진 모습에, 살짝이나마 예전 모습이 그리웠다.

사람도 비슷하겠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 그가 겪은 세월의 풍파, 기쁨과 슬픔은 예전과는 다른 어떤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변한 모습을 만나면, 새로움과 함께 그리워지는 것도 생기겠지.

반면에 스스로에게는 오랜만이 없어서 그리움이 없다.
내가 날 그리워하는 방법은, 지난날 머물렀던 장소를 가는 것과, 그때의 날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겠다.

잠시 그리워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어느새 비가 그쳤다.

2024년10월17일

결말까지 쓰였다.

하루 종일 집에서 작업했다.
어떻게 결말을 지어야 하나 지난 며칠 동안 고민하던 내용이 끝났다.
어떤 때에는 결말이 잘 그려지지만, 어떤 때에는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을 때는 괴롭다.
어디를 향해 가는 건지 흐릿한 채로 방향을 잃고 허우적거린다.
걷다 보면 어디든 도착하는 것처럼, 도착한 곳이 목적지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그곳이 운명으로 남는 것처럼, 이야기에 결말도 그렇게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퇴고하면서 수정될 수 있겠지만...ㅎ


2024년10월16일

자괴감에 빠졌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니 A가 반겨줬지만, 자괴감이 든다.

오늘 저녁은 에세이 쓰기 첫 수업을 다녀왔다.
평소에도 일기를 계속 쓰려고 하고, 브런치 연재도 잘하고 싶어서, 희곡, 소설과는 별개로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항상, 관심을 가지는 대상은 어렵다.
일기 쓰기도 어려웠는데, 에세이는 말해 뭐하나.
일단 뭐라도 써 갔지만, 수업을 들으니,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내 글의 문제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런데 자괴감이 드는 사실은, 선생님의 방법론을 들으면 얼추 아는 사실이라는 거다.
희곡을 쓰면서 항상 주의 깊게 신경 쓰는 사실, 이야기가 리얼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메커니즘.
물론 안다고 다 적용이 가능한 건 아니다. 그게 됐으면, 뭐든 다 기가 막히게 썼겠지...
도저히 적용이 안 된다.
에세이는 쓰는 게 왜 이리 어려운 걸까.

오늘 받았던 질문, 내가 생각한 에세이란? 
내 대답, 일기와 비교해서, 일기는 그날에 딱 달라붙은 감상이라면, 에세이는 그 하루하루의 일기를 실로 잘 꿰어 내는 의식의 작업.

뭐 어쨌든 이런 자괴감 타임도 필요하지.
오히려 적절한 때에 찾아온 것도 같다.
얼른 자고 내일 일어나서 써야겠다.
쓰자... 뭐라도 쓰자...
다음 주 수업 때 다시 자괴감에 빠져야지...ㅎ

2024년10월15일

며칠간 일기는 안 썼지만, 일상에 충실했다.

오랜만에 연극 공연을 봤고,
친구들과 술을 진탕 마시고 4컷 사진을 남긴 후 다음 날 숙취로 고생했으며,
긴 여행을 떠나는 친구들과 간장게장을 먹었다.
에세이 쓰기 수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숙제로 짧은 글을 썼고,
매월 한 편씩 쓰는 단편 소설에 집중하는 중이다.

오늘은 J를 인천공항에 바래다줬다.
그리고 10월 15일 오늘은 그와 만난 지 8주년이 된 날이다.
8년을 만났는데, 1년이나 떨어져 지내게 되는 건 처음이다.
J는 워낙 활기차고 열심히 하는 친구라서 크게 걱정되는 건 없다.
그저 좋은 시간을 겪고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나도 호주에 놀러 가고 싶다…
잊고 지내던 호주에서의 시간이 드문드문 떠오른다.

얼마 전부터는 만나면 즐거운 친구 S와 함께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매주 녹음을 하고, 현재 업로드된 에피소드는 3개.
인스타스토리에 알림 겸 소식을 올렸는데, 정말 오랜만에 L에게 전화가 왔다.
L은 지난 군 생활할 때 선·후임으로 만난 사이다.
팟캐스트를 너무 재밌게 들었다며, 계속 응원한다는 말을 듬뿍 받았다.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냥 유쾌한 L을 못 본 지 6년이 지났다.
시간을 헤아리니 더욱 보고 싶었다.
울산에 있어서 쉽게 만나지는 못하지만, 곧 얼굴 보고 떠드는 시간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인연의 시간이 쌓일수록 아름다운 추억이 남는다.
그리고 지금 오늘부터 이어지는 앞으로도 그러하도록 애써야겠다.

2024년10월11일

하루종일 글은 안 쓰고 딴 짓만 한다.
이소라 3집 <슬픔과 분노에 관한>을 방금 다 들었다.
좋네.
슬프고, 분노가 인다...
얼른 글쓰자...ㅠ

2024년10월9일

한글날이다.
일주일 전 즈음인가, 오늘 열리는 예술인 대상 라운드 테이블을 신청했었다.
당시에는 쉬는 날에 열리는 행사인지 몰랐지...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참여하는 행사였는데, 너무 가기 귀찮았다.
당시에는 이렇게 귀찮을지 몰랐지...
그래도 신청을 했으니 가야지 싶어서 무거운 몸을 지하철에 실었다.

막상 현장에 가니 그래도 잘 왔다 싶었다.
십여 명의 낯선 예술인들이 둥그렇게 자리에 앉았다.
자본주의가 어쩌고 예술인이 저쩌고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려는데, 예전에 애정하던 친구와 너무도 닮은 분을 봤다.
말하는 투나 목소리까지도 비슷했다.
분명 다른 사람이지만 이렇게 비슷한 사람도 있구나 신기했다.
이후에는 참여자 각자가 자기소개도 하고, 자본주의와 예술의 관계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경험을 나눴다.
나도 작업을 한답시고 활동을 하니까 이런저런 말을 덧붙였었는데, 끝나고 나서는 내가 한 말들이 별로 쓸모가 없을 것 같아서 민망했다.
웃겨 보겠다고 예술가는 돈이 없으니까 지출을 줄이자는 시답잖은 얘기도 꺼내고...ㅎ
어쨌든 예술 작업하는 한 명의 예술인으로서 경제적 조건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에는 관심이 많다.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을 들으니, 나만 하는 고민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데 또 이와 비슷한 자리를 찾아서 갈 것 같지는 않다.
적어도 지금 내가 겪는 경제적 조건 그대로라면 더욱 찾아가지 않겠다.
우선 내 작업에 집중하고, 소득의 선순환을 고민하고 만들어 내는 게 우선순위에 맞겠지.

라운드 테이블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봤던 그 사람을 통해서 옛 친구의 생각이 났다.
공식적인 연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당시의 서로를 대하는 마음은 연인으로 만났던 것 같다.
지금도 잘 지내고 있겠지 생각하며 집 근처에 왔는데, 이게 웬걸... 영화 촬영하는 젊은 예술인들이 집 앞 골목에 있었다.
5-6명의 젊은 친구들이 카메라 앞에서 서성였다. 한 명은 붐 마이크를 들고, 한 명은 카메라를 들고, 연출인 것 같은 한 명은 중년의 남자 배우가 쪼그려 앉아서 담배 피우는 모습을 찍으려고 연기 가이드를 하고 있었다.
무슨 날인가 오늘...
어떤 영화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 영화를 보게 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하겠지만, 영화 찍는 그 젊은 예술인들을 응원한다.
좋은 결과물로 많은 관객을 만나길...

2024년10월8일 (2)

저녁에 북토크를 다녀왔다.
남해에서 일하며 독립출판사를 운영할 때 인연을 맺은 K가 기획한 행사였다.
약 3년 전에는 나는 편집자로서 K에게 연락했었다.
K의 글을 우연히 읽고 마음에 들어서 원고를 청탁했다.
당시 기획했던 잡지에 K의 소설 두 편을 실었다.
지금 K는 출판사 대표로 일하고, 나는 소설을 쓴다고 소개하니 입장이 바뀌었다. 

조용한 책방에 수십 명이 모여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기하게도 행사 진행을 작가의 연인 분이 맡으셨다.
둘의 가까운 관계에서 풍기는 말의 분위기가 다정했다.
한편으로는 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행사가 끝나고 K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본 지 한두 달 정도가 지났던 것 같았다.
각자 일상을 공유하면서 쭈뼛댔는데, 누군가 옆에서 보면 인사치레로 느껴질 말들이 오고 갔다.
나는 소셜미디어로 소식을 잘 보고 있다고 말하며, 한동안 바빴을 것 같다고, 고생 많으셨다고 했다.
K도 종종 여기에 쓰여진 내 일기를 보고 있다고 하며, 나 역시 바빴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나는 바로 민망해졌다.
이곳에 일기를 원래도 그다지 정성스럽게 쓰는 편이 아니기는 했지만, 요즘은 더욱 열심히 대충 쓰면서 지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을 이리저리했다.
앞으로도 그다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면서 일기를 쓸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누군가 보고 있으니 몇 가지는 노력해 봐야지 했다.

읽을만한 것을 제공하기는 해야지, 원래 다짐했던 것처럼 조금 더 솔직한 나의 일상과 생각을 담아봐야지, 모호하고 추상적인 사념의 전시가 아니라, 내가 본 것, 겪은 일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낼 수 있게 노력해야지, 그렇다고 너무 정제된 글보다는 휘갈긴 글로 남겨둬야지, 따위의 생각을 했다.

이 마음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사 왔다. 
한잔하고 자야지.

2024년10월8일

사람들이 우루루 몰리면 어색하다.
각자가 어색한 상황에서 하는 생각과 행동이 있겠다.
그게 그 사람의 본이 아닐진대, 시도 때도 없이 가늠하는 버릇이 있다.
이야기가 얕다.
헤어짐의 결과는 만남일 수도 있겠다.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침에 일어나서 삶은 달걀 하나와 바나나 한 개를 먹고, 커피를 한 잔을 내려 마셨다.
피로가 은은하게 몸에 쌓인다.
이 피로가 언젠가 풀리기는 하는 걸까.
등 허리가 뻐근하다.
내가 말하는 투가 마음에 안 든다.
마음에 안 드네...

2024년10월6일

어제도 하루종일 장막 희곡을 퇴고를 하다가 늦은 밤, 마침내, 탈고했다.

그렇게 열심히 고치고, 쓰고 하던 글을 제출했다.
몇 가지 추가 서류가 필요했는데, 한 꼭지에 작품 의도를 쓰란다.
의도라...
과연 의도라는 것이 명확할까.
언어화하는 순간 진짜 의도는 바로 숨어버리는 게 아닐까.
그래도 형식을 맞추기 위해서 작성해야 하니...

오늘부터는 다시 소설을 써야지. 

2024년10월4일

하루 종일 퇴고 한 날...
글자 많이 봤다...
중간에 요가 다녀왔는데, 고관절 부서진다...

2024년10월3일

어제 에세이 쓰기 수업을 신청했다.


요 근래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결국 결정을 했다.
소설과 희곡을 주로 쓰니 관련한 수업을 듣는 게 좋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내 스스로 잘 따라가면서 배울 것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 왜지... 이미 꾸준히 써오고 있어서 일지도...

내가 이야기를 만들고 쓰려고 하는 동기, 계기, 목적이라 불리 우는 '정체성'을 탐구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에세이가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정체성은 시간이 지나고 상황과 조건에 따라서 계속 변할 수 있다. 
아닌가... 변하지 않는 것일지도...

그저 모호한 것들이 많은 지금의 상태를 조금은 분명하게 만들고 싶다.
혹은 더욱 분명하게 모호해지고 싶은 걸지도...

2024년10월2일

어제 늦은 밤, 근처 영화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 조커를 봤다.
전작의 흥행과 논란으로 많은 이들이 후속작에 관심을 가졌다.
막상 보니 영화는 그저 그랬지만, 그 시간, 친구들과 쪼로록 앉아서 극장에 앉아있는 그 모습이 재밌었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와서는, 새벽 기운에 각자가 피곤함을 안고서 몇 마디 말을 나눴고 웃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잠에 들고 아침이 되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오전 시간을 푹 쉬고 점심이 지나고 나서야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려고 한다.
집중하자.

2024년10월1일

10월이라니, 2024년이 저물어간다.

오늘 날씨는 흐리지만, 오전에 한강에서 요가하고 차 마시는 피크닉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가기 전에 일기 쓰기...

어제는 작업하고 밥 해 먹고 책 읽느라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일정도 정리하다 보니까, 많이 밀렸다... 부지런하게 글을 써야 한다...

10월 중에는 서류뭉치 11월 편 소설도 쓰기 시작 해야 하고, 집필 중인 희곡도 이번 주 중에 탈고해야겠고, 지난 서류뭉치 소설들도 몇 편 골라서 퇴고를 하려고 한다. 단막극도 하나 쓰려고 했는데... 이게 가능한 일정이니...?

새로운 달이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얼른 써 재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