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2월31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것,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의 차이.
올해가 끝났고, 내년이 시작된다.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려고 한다. 매일 5시 30분에 눈을 뜨면 어둑한 방이 고요하다. 몸을 일으키고 앞으로 숙여서 등과 다리를 늘리다 보면 정신이 든다. 마음을 늘리는 것보다 몸을 늘리는 게 쉽다.

2024년12월29일

28일 저녁에는 채널 1969에 방문.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서울전자음악단의 노래와 연주를 들었다. 재미나게 놀고, 오늘이 되니, 큰 사고가 났다. 힘든 겨울을 보내게 될 사람들이 늘었겠다.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쉽지 않다.

2024년12월27일

새벽요가, 오전작업, 오전요가, 점심식사, 오징어게임2 에피소드 1화 시청, 오후작업, 손님맞이 저녁식사, 보드게임(보난자)하며 와인 마시기, 취해서 헤롱거리며 취침하러 간다.

2024년12월26일

크리스마스가 후룩 지났다. 이브에는 멀리 남해에서 서울에 방문한 친구와 을지로에서 술을 마셨다. 지난 9월에 보고 3개월이 흘렀는데, 그새 서로의 삶에서 변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사랑과 이별, 권태와 설렘을 가로지르며 술과 함께 말을 주고받았다. 다음 만남을 기다린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팟캐스트 녹음을 흥겹게 했다. 첫 게스트가 출연했다. 세 명이 떠들려니 정신이 없긴 했는데, 이것도 몇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익숙해지는 게 무섭기도, 고맙기도 하다. 오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함께 일하고 생활했던 지난 얘기, 각자가 지닌 상처와 그 기억들이 슬며시 꺼내졌다. 만나서 마주 보고 대화하니 지난 시간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그때는 참 서로가 힘들기도 했을 텐데, 떨어지고 나서도 힘겨운 시간을 각자가 보냈을 텐데, 그것도 모두 지나고 지금이 왔다. 지금은 조금은 달라진 것도 같다는 서로의 말에 각자가 의심을 하기도 했다. 사실 뭐가 변한 걸까 싶기도 하니까. 그래도 무언가가 흐르고 또 계속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삼일이 후루룩 흘러가듯.

2024년12월23일

새벽요가, 점심요가, 데스커 라운지 다녀온 날. 몸이 시원하고 뻐근하고 피곤하다. 데스커 라운지 직원이 공간 투어?를 시켜줬는데 발성과 제스처가 부담스러웠다. 마치 애플스토어 직원처럼... 

2024년12월21일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 

2024년12월19일

오늘도 도서관에 다녀옴. 오전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점심먹고 다시 도서관행. 점심먹고 잠깐 진선과 얘기하다가 집을 나왔는데, 진선 기분에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는데, 마침 저녁에 열리는 북토크에 가자고 제안. 에세이 선생님이자 동료이자, 친구 임지은 작가 북토크 방문. 재미난 이야기, 흥미로운 이야기 많이 듣고서, 근처 주점 동휴에 갔다. 안주가 아주 맛났음. 취향에 딱 맞음. 보리 소주도 두잔 마시고 집으로 복귀. 제법 걸었다 오늘.
에세이를 쓰는 것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제 마음 먹고 쓰려고 하는데, 멋진 선배들 이야기 듣는 시간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도 한줄한줄 써보겠다는 힘을 얻었다. 
아 취한다.

2024년12월18일

오전에 도서관에서 책을 봤다. 평일 오전에는 사람이 참 없더라. 조용한 도서관이 더욱 적막했다. 가만히 책을 읽는 기분이 좋았다. 점심은 집으로 돌아와서 먹었다. 진선이 잡채를 했고, 은송이 술안주(팟캐스트) 녹음으로 집에 방문했다. 셋이 수다를 떨며 잡채를 냠냠. 다 먹고 녹음은 안 하고 보드게임했다…. 오랜만에 기즈모. 두 판 했는데 나만 못 이겼다. 게임이 끝나고 은송은 낮잠 좀 자겠다며 누웠고, 나는 짧은 시간이라도 작업을 할까 했는데 컴퓨터 앞에 앉아서 딴짓만 했다. 은송을 깨워서 녹음. 오늘 녹음에서 내 연애 이야기를 살짝 꺼냈다. 쉽지 않아…. 어쨌든 녹음은 잘 마치고, 은송은 빠이 집으로 갔다. 진선과 요가원에 다녀오는 길에 로또를 샀다. 1등 예감. 1등 돼서 상금 받으면 뭐 하지.

2024년12월17일

애프터 양, 늦은 관람. 이렇게 정적으로 흐르는 영화인지 모르고 봤다. 오랜만에 차분하게 요동치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게 반가웠다. 그의 시선을 엿보았을 때 기억나는 것, 그제야 발견되는 것들이 인물을 움직인다. 돌아보면 나도 그렇게 배우고 움직이는 게 아닐까. 사랑하는 이의 시점과 관점을 엿보면서.

2024년12월16일

다음달 소설을 겨우 겨우 써냈다ㅠㅠ 매달 쓰는데 익숙해지지를 않네... 쓰고나서 읽어보니 정말 황당한 이야기가 나왔다... 저번 책모임 때 오한기 소설 읽어서 그런듯...ㅎ

2024년12월15일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는 인상적인 순간들이 있다. 옛 기억을 꺼내며 감상에 젖은 표정을 지을 때, 후회스러운 자기 삶의 선택과 순간들을 회상할 때, 부모가 아니라 한 사람, 개인으로서 자식에게 남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때. 늙어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부모라는 역할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다시금 바라보게 되고, 모순되게도 그랬을 때 더욱 부모의 존엄을 느끼게도 된다.

2024년12월14일

탄핵소추 의결. 지난달에는 아버지 생신으로, 오늘은 어머니 생신으로 김포에 가서 식사를 했다. 국회 앞 집회를 다녀온 친구들은 신나 했다. 아랫집에서 물이 샌다고 올라왔다. 뭔지 몰라서 일단 물을 안 쓰고 있었는데, 조용한 집에 물 새는 소리가 들렸다. 보일러가 돌아가면서 물이 새는가 싶다.

2024년12월13일

요가원에 갔다. 고문당하는 것 같았던 시퀀스... 다리가 후들거리고 어깨와 고관절이 작살... 그래도 개운하다.
+이겨도 기분 좋지 않은 내기도 있다.

2024년12월12일

영화 카지노를 봤다. 스콜세지식 마피아 갱스터 무비의 틀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대체로 유사하게 인생의 허무함을 유발한다. 낭만과 쾌락으로 쌓아 올린 삶에 각종 소동에 살인과 폭력, 감정의 소용돌이 이후에 찾아오는 고요함. 그 진폭은 영화적인 설정으로 인해 허구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글쎄, 한 개인의 삶이 다 이런 패러다임이지 않을까. 보여주는 삶에 어느 정도 납득을 하니까 이렇게 재밌게 영화를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2024년12월11일

금연 1년 3개월을 지나고 있다. 처음 끊겠다고 마음먹고서도 그랬지만, 지금도 담배를 피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주변 흡연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한 번에 끊을 수 있냐고 묻기도 했는데,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냥 생각하지 않을 뿐. 그동안에 두어 번 정도는 친구들과 폈던 적도 있긴 했는데, 오랜만에 맡는 냄새나 맛이 역했다. 이전에는 어떻게 피면서 지냈을까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앞으로는 다시 피지 않을 듯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습관이 생겨서 그런 걸까. 몸에 안 좋은 것에 거부반응이 제법 강하게 올라온다. 수면 습관도, 식습관도, 운동 습관도 마찬가지. 좋은 컨디션과 상태를 만들기 위한 관성이 생긴 것도 같다. 주변에도 종종 말한다. 좋은 습관을 잘 만들어가고 싶다고. 이 하루, 이 순간의 나를 잘 제어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절하게 누리면서 사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물론 의지를 잃고 몸이 퍼지는 때도 당연히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신념이 그다지 강한 사람은 아니라서, 삶의 태도를 엄격하게 지키지는 못한다. 모순된 내 생각과 행동도 잘 합리화한다. 다만, 습관이라고 일컫는 내 신체가 움직이는 방향성만큼은 꾸준히 챙겨가려고 노력한다.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습관들은 개인의 정서를 여유롭고, 건강하게 만든다. 사회도 마찬가지. 집단으로서 좋은 선택을 만들어낼 습관, 혹은 그 습관 전에 그 방향으로 향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모순되는 마음들이 충돌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 의지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기가 찾아온다. 힘겹게 가다 보면, 어느새 관성이 생기고, 습관이 만들어지고, 집단에 해가 되는 것들에 역하게 반응할 수 있겠지. 안정적인 상태는 하나의 요소로 결정되지 않는다. 밥도 잘 먹고, 운동도 하고, 잠도 잘 자고, 청소도 부지런히 했을 때, 그제야 나(또는 집단)를 괴롭게 하는 것으로부터 멀어질 수도 있겠다.

2024년12월9일

5~6일 충북 진천, 7일 부산을 다녀와서 몸이 축 늘어졌다. 어제는 작업을 하겠답시고 자리에 앉았지만, 별 소득은 없고, 머리가 조금 멍했다. 버스랑 기차를 오래 탔나 싶었다. 국내 지역을 오가는 동안 핸드폰을 들고 실시간으로 뉴스를 살폈고, 사람들은 TV 모니터 앞에 삼삼오오 모였다.

진천은 아름다운 곳이었다. 처음 방문했고, 진천에 대해 아는 건, 무빙에 나온 캐릭터 진천(백현진 배우)정도…. 20여 명의 인원이 함께 다니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라, 따로 개인적인 시간이나 여유는 없었지만, 다음에 다시 혼자 들러서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면 좋을 듯싶었다. 산도, 강도, 시골 풍경도 가만히 앉아서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부산은 구경할 새도 없이 북토크 참석만 하고서, 밥을 먹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몇 주 전 내가 만들었던 잡지를 중심으로 지역 소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북토크 제안 메일이 왔다. 남해를 떠나온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는 게 걸려서 거절할까 싶다가, 현 상황을 공유했는데, 흔쾌히 지금의 이야기를 꺼내도 좋다는 회신이 왔다. 당신의 책갈피 관계자분들의 초대에 감사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싶어서 지난 책들을 살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 것 같기도 했는데, 만들었을 당시보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이 내게 읽히고 감각되는 것들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서, 책 내용보다는 지금 책을 읽는 나와 내 판단에 관한 이야기를 더 준비했던 것 같다. 참석자분들과의 대화는 인상적이었다. 한동안 의식적으로 남해에서 지냈던 기억을 뒤로 미루고, 지금 내가 진행 중인 작업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었는데, 오랜만에 옛 기억을 꺼내게 되는 시간이었다.

에세이 수업도 끝이 났는데, 이제 정말 써야 할까 싶은 순간들이 생긴다. 지난 시간을 갈무리하고, 내가 뭘 느꼈는지도 모르게 지나온 것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잘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2024년12월6일

어제 충북 진천에서 하루를 지내고 서울에 왔다. 진천에 생긴 스토리 창작 공간을 방문하고, 진천의 곳곳을 구경하는 팸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지금 너무 피곤해서 못 쓰겠다ㅎ 내일 아침 일찍이 부산에 가야 해서... 일단 자고 나중에 적어야겠다.

2024년12월4일

어제저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관련 뉴스를 시청하다가 새벽 4시에 잠들었다. 원래는 새벽 6시 요가를 가야 했는데…. 그놈의 계엄 소식 살피다가 늦게 자고, 요가도 못 가고 12시가 넘어서 일어났다. 내 일상…. 일어나서 뒹굴뒹굴하다 밥 먹고 진선과 집 청소를 한창하고, 에세이 수업을 다녀왔다. 수업에 참여한 지 어느새 8주가 지났다. 뭘 했다고? 많이 배웠지만, 참 짧다…. 마지막 날이라고 뒷풀이에 가서 맥주도 벌컥벌컥, 이야기도 도란도란 나눴다. 이제부터는 정말 혼자서 써야 한다. 함께 하던 동료가 사라진 기분. 몇 번이나 겪어봤지만, 이 기분이 마냥 즐겁지는 않다. 그래도 글쓰기는 혼자 하는 거겠지. 이제 마음 단단히 먹고 쓰자.

2024년12월3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문예지 좀 읽어야지 싶어서 낮에 이발을 하고 도서관에 갔다. 조용하고 아담한 도서관 3층에서 현대문학을 펼치고 읽는데, 도서관이 조용하더라. 도서관에 가는 일이 없는 일상이었는데, 막상 가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교양도 챙기는 것 같고 좋더라. 12월에 도서관 가는 일정을 캘린더에 채웠다. 

2024년12월2일

오전 요가... 고관절 부셔져... 점심 짜파게티, 낮에 진선 스쿠터 연습을 하던 중 넘어졌음ㅋㅋ 저녁 라따뚜이랑 바케트 그리고 와인 한 잔. 저녁 미친 듯이 에세이 퇴고... 하루 끝...

2024년12월1일

12월이 시작됐다. 정말로 2024년이 끝나간다. 딱 10년 전, 2014년에 처음 만났던 친구 W를 오랜만에 만났다. 피자와 맥주를 마시며, 각자의 안부와 근황을 묻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자연스레 지난 시간도 오랜만에 문득문득 떠올렸는데, 그제야 내가 요즘에는 한창 작업을 하고 현재를 살았나보다 싶었다. 종종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