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2월17일
이어폰을 샀다. 오전에 집 정리하다가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살짝 긁히고 까졌다. 휴지가 액체를 빨아먹듯 작은 상처에 붉은 피가 물들었다. 택배를 열어보니 빨간색 이어폰이 도착했다. 빨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김포로 향했다. 김활성 2집을 들으면서 핸드폰으로 이 메모를 남기는데, 어느새 엄지손가락 상처에 핏물은 사라지고 스스로 치유하기 위한 삼출물이 고였다.
2026년1월31일
2026년 1월이 끝났다. 한 달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지난 몇 주간 제주에서 시작하려고 하는 일을 잘 만들어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괴로웠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남해에서의 기억이 떠올라서 겁도 났는데, 그래도 해볼 수 있는 것들을 더 해보겠다는 의지와, 미래를 상상하면서 기대되는 것들이 버티게 했다. 일차적으로 12개월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 돌아보면 나는 굳이 '일' 자체를 고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이라는 것의 무거움과 심각함을 억지로 회피하면서, 나에게 중요한 건 즐거운 활동, 흥미로운 작업, 색다른 프로젝트로 만족하는 것이라며 '일'을 살살 굴렸는데, 이제부터는 진짜로 일이라는 영역이 내 삶 어디에 어떻게 위치한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일과 함께 사랑도 요동쳤다. 사랑이야 원래 복잡한 것이라고 느끼는데…. 최근의 상황이나 모습을 지켜보면, 그냥, 갑자기, 어느새, 어쩔 수 없이, 만약, 그럼에도, 와 같은 부사가 꼭 필요하다. 사랑은 모호하고 복잡해서 그 장면이 참 흐릿한데, 부사가 달라붙어서 더욱 핵심을 정확하게 하며 해상도를 높인다. 분명해지는 게 항상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요동치는 1월이 끝나고, 2월이다. 바쁜 일정 조금 정리가 됐으니, 일기도 조금 더 성실하게 써봐야겠다. 놓치지 말 것.
2026년1월15일
다리가 아픈 날이다. 하루 종일 서서 회의했고 만 보를 걸었다. 두 다리가 잘 지탱해 주고 있다니 다행이고 다행이다. 그러고 보면 이 두 다리로 참 많은 곳에서 서 있었다. 길 따라 움직이기도, 어떤 곳에 우뚝 서서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튼튼한 다리도 아닌데 지금까지 잘 기능한 게 용하다.
2026년1월14일
지금껏 살아오면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해왔고 그 와중에 나름 성장하고 돈이 오고 갔으니 창업 경험을 한 건가 싶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은 잘하고 있나? 바쁜 날들이 지난다. 지난 몇 달간 사업계획서를 쓰고 발표하고 엎고 다시 고민하고 쓰고 발표하고 엎고.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고민하고 쓰고 발표하고 방향을 틀고 다시 쓴다. 도통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느낌이다. 사실 창업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은 이제 겨우 3~4개월이 된 것 아닌가.
지난 세월 얕은 경험 때문인지, 훌륭한 결과문 보다는 내가 누군지 무슨 고민을 어떻게 하고,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알게 되는 순간만 생긴다.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게 없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지. 할 수 있을 걸 하자. 할 수 있는 걸 시작하고 잘 만들어 나가자. 그 묵묵한 걸음으로 계속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은 날을 세우고 더 벼리는 시간이니까. 할 수 있는 걸 즐겁게 하자.
2026년1월3일
새해다. 오랜만에 김포에 왔다. 어머니와 밥을 먹는데, 옛날얘기를 하시는 모습에서 뭔가 아련함이…. 어릴 적 내 모습이 계속 기억나시나 보다. 어릴 때 같이 쇼핑하면 양손에 짐을 든 모습. 외갓집을 가면서 좁은 차에 낑겨 탔던 모습. 아기 때 등에 업히고 통통한 손으로 허우적대는 모습.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엄마 눈에는 훤한가 보다. 어느새 이렇게 컸냐며 신기해 하는 엄마 표정에 주름과 검버섯이 늘었다. 시간이 또 이렇게 흐르는구나. 지난 한 주간 울컥울컥 눈물이 많이 났다. 이 눈물이 어디로 흘러가련지... 그래도 엄마 앞에서는 안 울어서 다행이다. 눈물의 이유를 잘 찾고, 잘 안고 살아야지. 올해는 복을 많이 받고 싶다. 잘 받을 준비를 해야겠다.
2025년12월27일
며칠 전 저녁에 러닝을 했다. 집 주변을 이리저리 뛰다가 저 멀리 있는 초등학교까지 달렸다. 학교 운동장에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슬쩍 구경하면서 운동장 트랙을 돌았다. 한 부부가 앞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한 번 제치고, 다시 또 제치며 계속 달렸다. 그리고 슬슬 집으로 향할까 싶어서 걷기 시작했다. 앞에 부부가 축구하는 아이들 방향을 바라보니, 축구를 하던 한 아이가 소리쳤다. "엄마 아빠, 데리러 와줘서 고마워요.". 엄마는 "그래." 하고 대답했다.
2025년12월22일
행사장에 스트레스 검사 부스가 있어서 참여했는데…. 점수가 개똥으로 나왔다. 신빙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걱정도 되고 관리가 필요한 건가 싶어서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 뛰기 시작했다. 한 30분 뛰니 몸에 열도 오르고 기분도 좋아졌다. 집 와서 씻고 나오니 무쟈게 개운하네…. 억지로 기운 내려고 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해야, 그제야 뛰나 보다. 자주 뛰자.
2025년12월21일
순간에 휘몰아치는 것들이 잔뜩이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투성이다. 어느새 차가워진 바깥바람을 맞는 것도, 생각난 김에 갑자기 산 기타를 튕기는 것도, 노래를 부르면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찾는 것도, 비대면으로 수다를 떨며 근황을 묻고 답하는 것도, 읽기로 한 책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접는 것도, 통화로 들리는 목소리를 가늠하며 괜찮다고 답하는 것도, 많은 게 뜻대로 되지를 않는다. 비행기 항공권을 찾아보며 이 날짜 저 날짜를 살펴본다. 그래도 연휴인데 서울에 가는 게 좋을까 그냥 집에 박혀서 푹 쉬어볼까. 쉬는 것마저 뜻대로 되지를 않던데. 아무도 만나지 않고 쉬는 것도, 과연 마음먹는 대로 잘 되려나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게 혼자면 뭔가 허전해서 또 어떤 유혹을 쫓게 되려나 싶기도 하고…. 항상 이것과 저것 사이를 헤매며 산다. 잠이나 자자.
2025년12월16일
지난주 저녁을 먹었던 햄버거 가게에 우산을 두고 나왔었다. 미리 연락하고, 오늘 저녁 우산을 찾으러 방문했는데, 주인 할머니가 계셨다. 보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얼굴의 주름을 구기며 웃었다. 몸을 돌려 나가려는 나에게 "다시 찾으러 와줘서 고마워요."라고 했다. 이게 무슨 뜻?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내가 잃어버렸던 물건을 찾으러 간 게 고마울 일인가. 다시, 찾으러, 와줘서, 고마워요. 찾으러 다시 와주면 고마운 건 할머닌가 우산인가. 아니면 다른 누구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교회 앞 벤치에 앉아서 잠깐 쉬었다. 성탄절이 다가오니 교회 외관을 LED 조명으로 조악하게 꾸몄다. 반짝이는 교회, 차가운 벤치 위로는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다. 얼마 전까지 빽빽하고 풍성했던 잎이 인상적이었는데, 이제는 대부분 바닥으로 떨어졌다. 눈길을 끄는 건 앙상한 나뭇가지보다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은행잎이었다. 천천히 그 위를 걸었다. 푹신한 땅을 걸었다.
2025년12월15일
기다림 또는 인내를 수행하면 성취하게 되는 것이 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가볍게 혹은 쉽게 가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더 무겁게 더욱 끈질기게 더더욱 숨을 죽이고 가다 보면 질주할 수 있다. 어제 임시극장 친구들의 공연 및 전시 <밤 흙 악몽>을 관람했다. 다시금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닿는 그곳을 살짝 엿봤다. 기다림은 누군가를 지치게도 하고, 멀어지게도 하고, 궁금하게도 하고, 유혹하기도 하고, 지겹게도 하고, 의심하게도 하고, 불안하게도 하고…. 이것저것 다 한다. 하지만 결국에 닿는 한 장면, 그 장면에 도달하면 얻게 되는 정화작용이 있다. 모든 걸 해소하게 되는. 갈망이 아닌 완결된 만족감. 오늘 밤에는 제주로 향한다.
2025년12월13일
서울에 왔다. 공기가 차다. 잠을 잘 못자서 피로함을 못이기고 낮잠을 잤다. 밤이 됐다. 내일은 아침부터 바쁘다. 얼른 자야지. 오랜만에 서울이다. 기운차게.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기분이 산뜻하다. 잠이 잘 오겠다.
2025년12월12일
계속해서 요동치는 것들에 멀미가 난다. 피곤한 몸은 잠자리에 뉘이면 회복되는 것만 같다. 마음은. 지치는 마음은 어떻게 챙길 수 있는지…. 아직도 쉽지가 않다. 자신을 제법 다스릴 줄 안다고 생각했었나.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은 자랐다고 느꼈나. 사실 여전히 몸도 마음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타인에게 민감하지만, 나에게는 둔한. 너는 괜찮니? 너는? 너는 어떠니? 근데 나는 어떻지. 나는 괜찮은가. 단단하게 굳어진 습관이 저주가 되는 때는 자신을 괴롭게 만들 때가 아닐까.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괴로움이 결국 나를 파괴하게 된다면. 구원의 존재가 내 앞에 찾아왔을 때 과연 알아차릴 수 있을까. 고통을 버티라고 다그치는 것은 해답이 되지 못한다. 사랑으로 감싸는 건 많은 것을 감춘다. 찰나의 깨달음은 다시금 혼란하게 무의식의 길로 들어선다. 나는 구원의 손을 잡기에 너무 취해버렸다. 술이 깰 때까지 잠을 자야지.
잠이 안 와서 끄적이게 되네. 지금이 언제쯤인지 어딘지 뭐 하는 중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게 좋은 게 아닐지…. 항상 무언가를 알아야 좋다고 생각했던 게 나를 괴롭게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2025년12월8일
종종 아버지와 연락한다. 별일 없으시냐는 내 질문에, 별일이야 많지. 라는 대답을 듣는다. 별일 없이 산다는 장기하 노래가 있다. 별일은 '드물고 이상한 일', '특별히 다른 일'을 뜻한다. 별일 사실로 존재한다기보다는 내 주변 사건과 내 상황을 인지하는 관점이다.
어제 낮, 오현네 방문하자마자 재현까지 셋이서 회의하고 서는 장례식장과 화장장에 방문했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이 거기에 있으니까. 별일이다 싶게도 장례 산업과 관련해서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다. 장례지도사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화장장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대화를 나눴다. 죽음은 별일 같은데, 막상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별일이 아니라는 느낌으로 말하고 움직인다. 한 발짝 다가가면 풍경이 변하고 사건이 바뀐다.
2025년11월17일
월요일의 시작. 마음이 좋다가도 힘들다가도 만족스럽다가도 불안해진다. 잘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일을 꾸린다는 건, 그 일의 시작을 만들어 낸다는 건, 지속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것들을 시도하고 앞으로 찾아올 문제와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건, 참 부담스럽다. 정말. 근데도 해보려는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올라오는 걸까. 가보자.
2025년11월16일
어제는 진선과 시간을 보냈다.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를 막국숫집에 가서 시원한 국물로 해결하고,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가, 영화 보러 고고. <부고니아> 봤는데, 아쉬운 느낌이…. 끝나고 피자 먹으러 스파카 나폴리 합정에 갔다. 기가 막힌 피자요…. 너무 맛있게 먹고서 집으로 오니 저녁 9시가 넘었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놀았다.
낮에 돌아다니는 중에 만원 버스 안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한 여자분이 앉아 있는 자리 앞에 서서 진선과 음악을 들었다. 진선이 추천하는 'the lemon twigs'의 음악을 들었는데 아주 만족스럽게 이동 시간을 채웠다. 아무튼 둘이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보며 가는데, 여자분이 매우 신경질적인 행동을 했다. 머리를 뒤로 넘기는 것도 팍팍, 버스 창문도 팍팍 닫고…. 이후 진선의 표현은 예민함을 인간으로 표현하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라고….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 안에서 그런 사람을 앞에 두고 서 있으니, 서울에 와있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여하튼 좋은 음악 들으며, 사람들이 밀치는 힘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가는 중에,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와 그 엄마가 버스에 올랐다. 내 뒤로 그 아이가 바닥에 쿵 하고 넘어졌고, 그 엄마가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데, 내 앞에 앉아 있던 그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분이 곧바로 아이에게 '여기 앉을래?' 하면서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그러면서 버스 뒤쪽으로 사람들을 신경질적으로 밀치며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그 사람을 신기해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은 참 입체적이고 다양한 면면이 있다. 누구든 좋아할 수 있는 모습이 있고, 미워할 수 있는 모습이 있다.
2025년11월15일
어제 새벽 서울에 도착했다. 밤을 새우고 비행기를 타서 어떻게 출발하고 어떻게 도착한지도 몰랐다. 그냥 머리만 앞뒤 좌우로 흔들었을 뿐... 진선과 연락을 하면서 증산 집에 도착했다. 가구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물건들도 여전했다. 반갑고 편안한 기분이 찾아오는 와중에도 너무 졸려서 소파에 누워 그냥 자버렸다. 뒤척이며 시간을 보니 11시를 지나고 있었고, 슬슬 출출해지던 때 소형과 연락하면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뻑뻑한 눈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마치니 그제야 그래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기운을 얻었다.
합정에서 만나 최강금돈까스를 먹었다. 역시 맛도리... 한 보름 만에 만난 소형은 집에 콕 박혀서 작업하고 일상을 보낸다는 서울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제주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인연, 앞으로 할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카페로 고고. 카페에서도 떠들다, 그래도 일을 해야 할 듯싶어서 작업을 살살했다. 영화 한 편 볼까 싶어서 얘기하다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는 <세계의 주인>을 골랐다.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는데, 서울은 확실히 차가 많다…. 조심히 운전해서 간 극장에 이게 웬. 향통이 있었다. 우연히 만나서 반가운 사람. 영사실에서 일한다며 짧은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를 보러 입장했다. 향통도 참 신기해…. 영화를 잘 관람하고…. (영화 얘기는 따로 적어야지…. 너무 잘 봤다) 나와서 향통과 짧은 수다. 제주로 이주했다고 하니 웃더라. 웃긴 일이지…. ㅎ
저녁 약속을 했던 단지와 정감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근황도 나누고 술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웠다. 그러다 단지가 일찍 도착해서 선물을 사봤다며 꺼낸 장갑…. 감동... 셋이서 장갑 받고 다시 즐거워했다. 2차로 근처 술집에 들어가서 또 이야기 나누다가 내가 졸려서 하품을 계속했다…. 이젠 안 되겠다 싶어서 빠빠이. 집으로 가려고 진선에게 연락했는데. 목소리를 듣자마자 더 놀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도…. 옆에서 소형이 더 놀자고 신나서 방방 뛰니…. 소형 진선 또 3차를 갔다…. 노가리 집에서 어묵탕에 소주…. 셋이서도 뭐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각자의 고민과 서운한 것들. 어려운 것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건과 일렁이는 감정들. 어묵탕 앞에 두고 테이블 위로 눈물도 흘렀고 웃음도 터졌다. 가게 마감 시간이라 쫓겨나와서는 집으로 왔다. 하루가 길었다. 익숙한 것들이 쌓이는데, 왜 인지 새롭게 느껴진다.
2025년11월11일
피곤하당.. 일기를 써야 하는데…. 눕고 나니까 다 귀찮다. 창밖으로 회색빛이 스민다. 허리가 뻐근하고 눈이 뻑뻑하다. 출출하지만 걍 자야지. 가만히 누워서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 괜찮은 상태인가 보다.
2025년11월10일
이틀째 잠을 잘 자지 못했다. 토요일에는 잠을 어찌나 설쳤는지 한 시간마다 깨고 자고 깨고 자고를 반복했다. 어제는 그래도 잠이 든 편이었지만 역시 새벽에 서너 번은 깼다. 오늘은 잘 잘 수 있을까…. 평소 잘 자던 내가 이러니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교육받으며 스트레스받나? 지난주에 술자리를 가지면서 들쭉날쭉한 수면시간 때문인가? 애정하는 이에게 쓰이는 마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관계? 걱정스러운 미래? 이 모든 게 다? 오늘은 잘 자보자….
2025년11월9일
어떤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보통 일상에서 만나는 이에게 내밀한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다가 한 번쯤, 아주 직감적으로 이 사람에게는 말해도 안전하겠다는, 아니 말하고 싶다는 미묘한 감각이 찾아온다. 그렇게 꺼낸 이야기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게 되는데, 대뜸 그 사실을 깨달으면 갑작스러운 두려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만약 내가 틀렸다면. 어떤 근거도 없이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 그냥 틀린 감각이었다면. 타인에게 나에 대한 편견과 고정된 인식이 생긴다면. 그리고…. 하염없는 걱정이 되기도 하지. 그럼에도 그 첫 느낌. 아 속 시원하게 말해도 좋겠다, 이 사람에게 말하고 대화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그때가 반가운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참 인간적인 교류가 생기기도 한다. 요즈음이 그랬는데. 반가운 만큼 혼자 걱정도 한다. 참 나도 후회나 미련이 많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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