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도 끝났다. 이번 달에는 바쁜 일정이 제법 있어서 일기를 꾸준하게 못 썼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니 겨울에서 봄으로 급변하는 날씨를 온몸으로 살았던 한 달이었다. 제주도에 들렀고, 서울과 김포를 오가면서 작업했고, 영월 깊은 산속에 가구를 설치했다. 4월 중순, 영월의 산과 계곡 풍경은 겨울의 끝을 보이고 있었는데, 4월 말에 가서는 그 모습이 파릇하게 탄생의 풍경으로 변했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눈에, 생각에, 글에, 잘 담아야 했는데 라는 후회가 든다. 매시간 분주하게 몸을 쓰면서 흘려보낸 것 같아서 아쉬움이 든다. 일기라도 잘 써야 했지만, 뭐 지나가는 것들은 담지 못하는 게 더 많은 게 당연한 거니까 라는 위안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담지 못하는 게 더 많으니까, 계속해서 지금이 괜찮고, 계속해서 지금이 소중한 때가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
요즘 바쁘게 지내서 그런가? 일상이 팍팍한 마음이 들어서 저번 주는 영상자료원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오랜만에 보는 <좋은 친구들>. 새로운 음악도 찾아 들었다. 김정미 앨범 좋더라.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그 순간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조금 빡빡한 일상에 균열을 내서, 그 사이사이에 기름칠하는 것 같다. 인간이라는 신체와 정신은 참 오묘하다. 종종 점심을 먹고 산책하던 날도 있었는데, 그때의 자연은 좋은 영화이자 음악이 돼 주었다. 무언지도 모를 시간의 흐름을 겪다 보면 삐걱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요즘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5월은 또 어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