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4월30일

4월도 끝났다. 이번 달에는 바쁜 일정이 제법 있어서 일기를 꾸준하게 못 썼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니 겨울에서 봄으로 급변하는 날씨를 온몸으로 살았던 한 달이었다. 제주도에 들렀고, 서울과 김포를 오가면서 작업했고, 영월 깊은 산속에 가구를 설치했다. 4월 중순, 영월의 산과 계곡 풍경은 겨울의 끝을 보이고 있었는데, 4월 말에 가서는 그 모습이 파릇하게 탄생의 풍경으로 변했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눈에, 생각에, 글에, 잘 담아야 했는데 라는 후회가 든다. 매시간 분주하게 몸을 쓰면서 흘려보낸 것 같아서 아쉬움이 든다. 일기라도 잘 써야 했지만, 뭐 지나가는 것들은 담지 못하는 게 더 많은 게 당연한 거니까 라는 위안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니까, 담지 못하는 게 더 많으니까, 계속해서 지금이 괜찮고, 계속해서 지금이 소중한 때가 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
요즘 바쁘게 지내서 그런가? 일상이 팍팍한 마음이 들어서 저번 주는 영상자료원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오랜만에 보는 <좋은 친구들>. 새로운 음악도 찾아 들었다. 김정미 앨범 좋더라.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음악을 들으면 그 순간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조금 빡빡한 일상에 균열을 내서, 그 사이사이에 기름칠하는 것 같다. 인간이라는 신체와 정신은 참 오묘하다. 종종 점심을 먹고 산책하던 날도 있었는데, 그때의 자연은 좋은 영화이자 음악이 돼 주었다. 무언지도 모를 시간의 흐름을 겪다 보면 삐걱대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필요한 것들이 있다면 요즘 그런 것들을 알아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5월은 또 어떠려나.

2025년4월26일

오랜만에 모니터에 앉아서 작업하는 것 같다. 캘린더 보면서 일정도 조정하고, 밀린 글쓰기도 고민하고, 음악도 잔잔하게 깔아 놓았다. 루시드폴 듣는 중. 어제는 영월에 다녀왔다. 카페 공사 설치로 지난 4월 초에 현장 방문하고 다시 갔는데, 그 사이에 산과 강, 계곡 풍경이 변했다. 푸릇하고 파릇하고. 이제 봄이고 금방 여름이 오겠다. 4월도 끝나간다.
사는 데 특별한 목표가 없다는 것을 요새 들어 많이 느낀다.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할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 들지만, 목표가 없다는 것. 이런 생각을 대학생 때 자주 했던 것 같은데, 시간은 흘렀지만, 지금과 그때와 생각은 그다지 변한 것 같지는 않다. 드러나는 표현들은 조금 변했으려나. 한동안 못 보고 지낸 친구나 가족들을 만나면 알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변했는지 그대로 인지. 

2025년4월24일

작업실에서 가구 설치할 준비를 마쳤다. 내일 영월로 새벽같이 출발한다. 지난 일주일간 작업했던 것들이 잘 설치되기를 바라며...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끝이 난다. 그 끝이 어떤 모습이 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게, 그 불확실성이 즐거움이자 심리적 부담을 만든다. 아직 초보 목수다 보니, 나무 작업을 하면서는 어떤 예상도, 어떤 상황도 가늠할 수가 없다. 그저 몸을 쓰면서 자르고 붙이고 닦고 깎는다. 그러다 보면 덩어리가 만들어지고, 기능이 달라붙는다. 기능이 보이면, 이후에 적절한 미적 요소가 담겨있는지 판단하게 된다. 손에서 시작하고 눈으로 끝낸다. 손은 나무를 만지며 감각하기만 한다. 눈은 매섭게 손의 결과를 꾸짖는다. 자괴감이 따라오지만, 그저 반복하면서 조금 덜 부끄러운 손이 되는 수밖에. 글도 비슷하겠다.


2025년4월22일

비가 내린다. 오늘은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집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내려서 마셨다. 느지막한 시간이 돼서야 작업을 하려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지난 며칠간 작업실에서 가구를 만들었다.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설치될 다이닝 테이블과 선반, 스툴을 아버지와 함께 만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게 묘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도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내 가족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떤 시간이 간격과 흐름을 감각하게 된다. 한 개인의 역사가 그다음, 그다음으로 이어지고 이어진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가만히 내 삶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어떤 의미도 없을 것 같다. 아니 별로 의미를 얹고 싶지 않다. 우연의 연속일 뿐. 우연히 진외증조부는 부유한 집의 개차반이었고, 그런 집에서 할머니는 도망쳐 나오셨고, 어려운 시기를 지나며 서글서글하고 순진한 성격의 할아버지를 만나 아버지를 낳으셨고, 행상으로 일하면서 자식들을 키워 나갔다. 아버지는 나름 똑똑한 지능을 가지고 있었으나, 배움에 뜻이 없어서 노동 전선에 뛰어들어서 날 것의 삶을 온몸으로 살아냈고, 그 과정에서 이 세상에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에 염세적으로 반응했다. 지금은 지난 세월을 후회하면서도 당장의 오늘과 내일을 고민하며 버티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집에서 태어난 나 역시 아직도 뭔지 모를 것들을 지나왔고, 지금도 겪는 중인데, 여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냥 산다. 그 옛날에도 지금도 이맘때 내리는 봄비만 계속 반복됐겠다.

2024년4월18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는 중이다. 3일 전부터 목공 작업이 한창이고, 어제는 희곡 쓰기 수업에 다녀왔는데, 매주 한 편씩 쓰는 과제가 있고, 단편소설 마감이 지나서 얼른 끝내야 하고, 요가는 못 간 지 며칠 지나버렸다. 해야 할 것들이 많으니, 일정을 잘 정리하고 체력 관리가 중요하겠지. 근데 해낼 수 있는 절대적인 양이 있는 거잖아…. 너무 무리하는 건가 싶지만 일단 급한 것들이 잘 처리해 봐야지. 그렇지만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기운이 쭉 빠져서 뭘 하기가 어렵다. 오늘도 마찬가지. 그래도 써야지…. 쓰자. 희곡 수업에 다녀오니 각자 위치에서 쓰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동안 혼자서 희곡을 써왔는데, 그래도 함께 쓰는 사람도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수업에 신청했었다. 첫 수업 소감으로는 도움 될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 그동안 참 모르면서 써왔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런지, 나름 열심히 써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는 욕심도 조금 들었다. 김정미 노래 '고독한 마음'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음악 좋네.

2025년4월14일

어제 은송네 갔다. 5시부터 막걸리를 마시고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가 됐다. 8시간을 마셨네... 참네. 아침에 일어나니 아주 죽을 맛... 그러고 나서 또 한다는 말이 앞으로 술 진짜 안 마신다는 말... 10시쯤 일어난 것 같다. 비몽사몽 오전을 보내고 낮잠도 자고, 안 되겠다 싶어서 진선과 합정으로 나가서 작업을 했다. 보름 전 즈음에 소형이 인스타로 공유해준 희곡 창작 클래스를 신청했었다. 고민을 한참 했었는데, 제대로 희곡을 배워본 적도 없고, 관련해서 글 쓰는 사람도 만나보고 싶고 해서 큰마음 먹고 신청... 목요일이 첫 수업인데, 숙제도 있고, 참고 문헌도 읽어 오라 그래서 합정 교보문고에 갔다. 찾은 책은 비닐에 쌓여 있어서 직원에게 내지를 볼 수 있냐고 물으니 비닐 포장된 책은 뜯어 볼 수 없다고 했다. 에? 내 기억에 2012년인가 2013년에는 직원이 직접 뜯어서 내지를 볼 수 있게 도와줬는데…. 세상이 언제 바뀌었나. 다시 책을 꽂아 놓고,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10프로 할인...ㅎ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으로 잡채 먹고, 청소도 하고, 딴짓 많이 했다... 그럴 시간에 잠이나 일찍 잘껄... 이제 자야겠다. 짱 피곤하네...

2025년4월10일

지난 화요일에 서울로 돌아왔다. 제주에 다녀오고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이전에 하던 것들을 다시 시작해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설거지하고, 커피를 내리고, 간단하게 먹고,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할 일을 찾아 헤맨다. 한편으로, 방향감은 흐르는 시간처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중인데, 돌아온다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일까 궁금해진다. 다시 돌아온 집은 제주를 다녀오기 전이 아닌 장소일 텐데. 그래서인지 집 앞 불광천에 만개한 벚꽃이 신비롭게 보인다.

2025년4월6일

어제는 제주북페어에서 시간을 보냈다. 부스를 지키면서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고, 그동안 쓴 글과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도 했는데, 역시 쉽지 않았다. 그 많고 많은 팀을 지나 나와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내 글을 돈 주고 사는 사람들이 고맙다. 참 묘한 인연이다. 1일 차를 마치고 맥파이에 가서 맥주와 피자를 먹었는데 진선이랑 감탄을 했다... 존맛탱... 배 터져 죽을 것 같았지만, 마트에서 와인 한 병 사서 집으로 돌아오고 민정과 더 마시며 이야기 나눴다. 오늘도 한라체육관에 자리 잡고 사람들을 만난다. 더 잘 설명하고 대화하고 싶은데 여전히 쉽지는 않다. 잘 꾸려봐야지. 저녁에는 신설오름~~ 몸국 먹으러 간다. 술 진탕 마시겠네….

2024년4월5일

어제는 오전 기상해서 짧게 작업하고, 다정이네 김밥 포장해서 녹고뫼오름까지 드라이브하며 탄핵 심판 선고 청취하고, 녹고뫼오름 오르며 풍경 구경하고, 내려와서 카페 닐스로 드라이브하고, 카페에서 책 읽고, 협재해수욕장 산책하고, 흑돼지 냠냠 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뻗었다. 오늘은 제주북페어가 시작된다. 가서 준비하고 사람들 맞이해야겠다.

2025년4월4일

일 년 만에 다시 방문한 제주는, 그때와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어서일까, 여전해 보였다. 바람이 제법 불고, 햇살은 좋고, 음식은 맛있고, 거리는 차분했다. 민정네 집에서 지내고 있다. 이곳에 처음 방문한 건 21년 겨울로 기억한다. 당시 이곳에서 지내고 있는 유진의 초대로 방문했고, 민정을 알게 됐다. 그때도 지금 여기 거실의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었다. 희곡을 집필 중이었나. 한창 글 쓰는 중에 집으로 들어온 민정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허스키하고 감각적인 목소리를 지닌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처음 보는 이를 보고도 놀란 내색 없이 편안하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주도했다. 이후 유진과 함께 술과 이야기로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22년, 23년, 24년, 그리고 올해까지 제주북페어에 참여하거나 제주도에 놀러 올 때면 이곳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이제 민정은 제주를 떠나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준비한다. 앞으로 제주도에 오면 어디서 머물지 아쉽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곳으로 간 민정의 집과 생활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곳으로 놀러 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2025년4월2일

올해 사분의 일이 지났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또다시 느낀다. 요즘 이승열 앨범을 계속 듣는다. 자연스레 유앤미블루 앨범도 듣게 되고. 지난 시간을 지닌 앨범을 듣고 있으면 또다시 시간이 훌쩍 지난 것을 깨닫는다. 오랜 시간을 품에 지닌 것들에 대한 애정도 생기는 것 같다. 내 몸에 밴 시간도 잘 우러나오는 때를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잘 지내야겠지.

2025년4월1일

우리 사회는 타인에게 너무 가혹하게 보인다.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경멸의 시선을 너나 할 것 없이 쉽게 드러낸다. 과연 타인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대하는 것이 이곳에서 가능한 것일까. 당장 나부터도 타인에게 가혹한 말과 시선을 내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인간으로 자라고 성장하는 것이 괜찮은 걸까. 권력을 잡으려는 자, 지키려는 자, 가해자와 피해자, 남자, 여자, 성소수자, 청년, 노인, 청소년, 아동, 선생과 학생, 공직자와 자영업자, 유명인과 대중, 거짓을 말하는 자와 진실을 말하는 자, 실수를 한 자와 도망가는 자, 김수현의 기자회견을 둘러싼 의견들, 장제원의 죽음과 회피를 둘러싼 말들,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시선들, 수많은 비극과 그에 뒤따른 반응들, 모두 지나치게 비난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회는 이렇게 암울해 보이는 대도 나는 일상에서 주변에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면 즐거워지고 위로받기를 멈추지 않는다. 함께 사는 연인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팟캐스트 동료 서가수와 수다 떨며,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한 달에 한 권을 읽는 것도 벅찬 책 모임의 친구들과 줌으로 근황을 나누며, 매달 쓰는 소설을 디자인하고 홍보하기 위해 띄엄띄엄 논의하고 회의하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며, 얼굴은 자주 못 보는 친구지만 인스타로 소식을 보고 가끔 디엠으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죽어있는 것 같은 카톡방인데 뜬금없이 메시지를 보내서 다시 살려내는 친구를 보며, 불광천 산책하면서 보이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식사 중에 영화, 드라마,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며, 아침에 모카포트로 내리는 커피의 향을 맡으며, 일상이 가라앉지 않도록 부력을 만들어내는 것들이 주변 곳곳에 자리한다.

비난이 뿌려진 곳에는 경직과 실수 그리고 오해가 금세 자라지만, 위로와 자리한 곳에는 여유와 평온함으로 가는 길이 힘겹게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