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1월28일
글자를 뒤적뒤적 퇴고한 날. 중간에 을지로도 다녀왔다. 을지로 골뱅이는 안 먹고 우육면을 먹었다. 종업원이 입구 문 앞에 앉으라고 안내했는데, 추워서 옮겨 달라고 했다.
2024년11월27일
일찍 잠든 어젯밤, 오늘 새벽에 일어나니 창밖에 눈이 쌓였다. 어스름한 시간대에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도, 인근 주택 옥상에도, 인도와 차도에도 쌓였다. 올해 첫눈을 봤다.
2024년11월25일
바빠서 못 갔던 요가원을 오랜만에 다녀왔다. 아우 몸 아파…. 동작을 하면 항상 원장쌤의 위로(?) 담긴 말들이 나오는데, 오늘도 역시 좋았다.
너무 답답해하지 마세요. 마음을 몸과 분리해 보세요. 몸이 학습하는 중이니 너무 조급해 하거나 답답할 필요 없어요.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그저 동작에서 머물고 호흡하면 돼요.
2024년11월24일
21일부터 어제까지 삼 일간 친구가 연출하는 영화 촬영을 돕기 위해 현장을 다녀왔다. 하루 대략 15시간 정도씩 일하다 보니, 집에 오면 그냥 바로 뻗어버려서… 일기를 못 썻다. 사실 글 쓰느라 한창 바쁠 시기인데… 3일을 비우고 딴 일을 하는 게 괜찮을까 걱정도 됐다. 그렇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지 않은가.
뱅~ 돌아갔는데, 역시 격언에는 힘이 있다. 돌아가길 잘했다.
글 쓰는 시간은 줄었지만. 글을 써야 하는 마음은 올바로 섰다.
아름다운 추억이 생겼다.
영화인들은 대단하다. 모든 영화는 대단하다.
미술, 연출, 제작, 촬영, 배우, 각자 맡은 역할을 20여 명의 인원이 분주하게 수행한다.
주어진 시간에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려 나간다.
연출과 촬영 감독이 장면에 대해 논의하고 조명, 카메라 세팅을 한다.
배우는 대사 연습을 하면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중간중간 의상과 미술은 배우와 소품을 매만진다.
그리고 모든 스태프의 밥과 컨디션, 촬영 시간을 챙기는 제작과 연출.
짧은 독립 영화가 이런데, 스케일도 큰 장편을 찍는 현장은 어떨까.
기회가 되면 가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물론 일하는 거 말고…. 힘들어….
어떻게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가능한 걸까.
아무리 그 현장에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봐도 모르겠다.
영화는 돈으로 찍으니까, 돈이 달까. 글쎄.
영화 현장에서는 강렬한 욕망이 짧은 시간 내에 폭발하는 것 같다.
한 편의 영화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개인들의 '어떤 것'들이 뒤섞여서 앞으로 나아간다.
삼 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그 기간에도 많은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좋은 연출, 촬영 감독, 스태프와 배우들을 보고 배운다.
나도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서 글을 매만진다.
한동안 영화를 보면 이제 지난 며칠이 떠오르겠다.
2024년11월17일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볼까 싶어서 뉴스 기사를 보면, 참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아갈까 싶다. 그러고는 맛있는 밥을 먹고, 디저트로 빵또아까지 먹으면, 이게 사는 거지 싶다. 빵또아 맛있다.
2024년11월16일
생일을 보냈다. 나이를 먹으니 생일이 대단한 건가 싶지만 축해해주는 친구들 덕분에 그래도 일년에 하루정도 이벤트가 되는 구나 싶다. 진선이 끓여준 미역국, 저녁에 후무스와 피자를 먹었던 퍼멘츠, 게스트하우스 정서를 지닌 이상한 공간 호사가, 두겸의 반찬선물로 마무리. 집으로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이리끌고 저리끌고 침대에 누웠다. 하루가 지났다. 내일은 날씨가 많이 추워진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집으로 걸어올라오는 길에 가로등이 새로 생긴 것 같았다. 새로 생기면 새롭다. 졸리다.
2024년11월15일
한 미술가의 작업 이야기를 썼다. 무심한 성격의 미술가는 주변인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작업에 대한 열망만 있을 뿐. 그가 맞이할 결말을 비극으로 만들고 싶었으나 막상 쓰다 보니 그렇게 모질게는 안 되더라. 마냥 쓸쓸하지 않은 건 역시 사람으로 위로받을 수 있어서겠다.
근데 매달 한 편씩 쓰는 거 왜 이렇게 힘드냐…. 그래도 썼다…. 휴
2024년11월13일
종종 혼동할 수 있지만, 성취와 패배, 수치심과 자부심은 다른 영역이라고 했다. 임작가는 오늘 수업에서 이 네 가지 개념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인상 깊었다. 성취를 해도 수치심이 있을 수 있고, 실패했지만 자부심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욕망과 목표에 닿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영향을 받고 겉으로 보이는 결과와 심리적 상태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격차를 드러내는 글에서 우리는 화자와 감정적 교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수치심을 글로 드러냈을 때 그동안 내가 믿어왔던 것이 나를 배반을 할 수 있다는 임작가의 말에 나는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무엇에 수치심을 느낄까, 나는 언제 수치스러웠나, 이런 수치로 인해 나를 배반하는 될, 내가 믿어왔던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을 글로 옮길 마음의 준비가 나는 되었을까.
2024년11월12일
오한기 소설 재밌다. 방금 책모임을 했는데 그의 단편집 바게트 소년병을 읽고 있다. 황당한 전개를 유머러스하게 밀어붙이며 설득한다. 나는 설득됐다. 그의 블랙코미디를 한 주간 더 즐길 예정.
2024년11월11일
오늘은 빼빼로데이. 빼빼로 대신 맛동산을 먹었다.
아... 글이 안 써져서 스트레스 받는다...
일기도 며칠 넘겼고... 오늘도 대강 쓰네...
이번 주는 계속 이럴 것 같다ㅠ
2024년11월8일
삶에 이야기가 얼마나 쌓였나. 얼마나 차곡차곡 모았나. 매월, 매년 이야기를 잘 저축하되 너무 모으기만 하는 것도 미련하다. 죽으면 다 사라지는 걸. 적당한 때에 인출도 하자. 이야기가 빈약한 삶은 싫다.
2024년11월6일
오늘은 이동을 제법 했다. 서가수 집에서 점심을 먹자는 제안에 증산에서 목동까지 왕복, 에세이 수업으로 증산에서 신촌까지 왕복. 스쿠터를 타고 한강을 건너고, 도로를 달리는데, 와 오늘 캡짱 추웠다…. 이제 겨울이야 진짜…. 근데 오늘보다도 더 추워진다는 걸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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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책 모임을 했다. 호주로 간 소형과 오리 그리고 진선과 나까지 넷이 함께 작년부터 이어오던 책모임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채식주의자>다. 노벨문학상 기념으로 한강 소설을 읽었다. 줌으로 호주 소식도 듣고, 고양이 구경도 하고, 책 얘기도 도란도란 나눴다. 호주 집 좋더라… 날씨도 따뜻하겠지? 책 모임이 끝나고 점심은 목동에서 먹을 예정이었다.
서가수 집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서가수는 집 수도관 문제로 생활이 불편했다. 집에서 물을 쓰려면 수도 계량기의 밸브를 열었다 잠갔다 하면서 집 안과 밖을 오가야 했다. 이렇게 어떻게 사냐 싶었는데, 서가수는 나름 재밌다고 하더라. 즐기는 마음은 세계 제일이다. 아무튼 수도 공사 문제로 집주인과 소통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카톡을 뭐라고 보낼까 전전긍긍하고 있어서 내가 대신 대충 정리해서 보여주니 좋다더라. 자신은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게 돼서 집주인에게 좋은 말이 안 나간다고 했다. 내가 쓴 글은 적당히 단호하고 친절하다고 했다.
배불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진선은 몸이 안 좋아서 쉰다고 했다. 나는 작업을 하려고 했는데, 목동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니 벌써 수업에 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에세이 수업에 갈 준비를 느릿느릿했다. 그리고 수업에 다녀왔는데…
아 너무 피곤하다. 자야지.
2024년11월5일
조용하게 소주 한 잔과 고기 한 점. 조용한 고깃집에 한두 팀이 더 들어왔다. 소란스러워도 소주 한 잔과 고기 한 점. 오늘 꽤나 게을렀다. 맛있게 먹었으니 내일 하자.
2024년11월4일
오늘은 우체국 방문의 날. 한 달간 준비했던 짧은 소설을 서류뭉치 구독자에게 보냈다. 매월 이렇게 보내는 것도 어느덧 7개월이 지나간다. 잊을 만하면 우체국에 들어간다. 지금 우편물을 부치면 수신자가 받기까지 약 일주일간의 시간 공백이 생긴다. 요즘에는 메신저로 발송 및 수령 여부를 추적하기도 하지만, 내가 이용하는 일반 우편 서비스는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오늘 보낸 우편물이 구독자들에게 언제 어떻게 닿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어서, 미지의 어떤 모습 때문에 약간의 두근거림이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편지도 함께 써볼까 싶다. 아무것도 알 수 없어서 일어난 고요한 설렘이 담긴 몇 마디.
2024년11월3일
저녁 산책을 하는데 날씨가 너무 딱 좋았다. 다음 주 화요일에는 5도까지 떨어진다는데, 상상이 안 된다. 수많은 해의 겨울을 겪었는데도 상상을 못 하겠다니…. 여하튼 오늘 날씨 너무 좋았다. 출근 시간대의 사람들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저녁에는 활기차 보인다.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빠르게 걷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사람 모두 살맛 나 보인다. 나도 하루 종일 모니터 보면서 글을 쓰고 매만질 때는 표정이 퀭했던 것 같은데, 나가서 걷다 보니 속이 풀리는 것도 같다. 더 자주 걸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 올해 가기 전에 며칠이라도 더 걷자.
2024년11월2일
오랜만에 영상자료원에 다녀왔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관람. 예전에 봤었지만, 촬영감독 정일성 회고전으로 기획되어, 영화 상영과 함께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강연 프로그램도 있어서 다녀왔다. 영화를 보고서 정성일 평론가의 강연은 장장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진행됐다. 알았으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겠지만, 몰랐다. 한 시간 하려나 했는데 3시간…. 힘들더라. 그래도 오랜만에 품격 있는 영화 이야기를 들었다. 에이포 용지를 몇 장을 준비했는지, 3시간 동안 계속해서 종이를 한 장씩 들고 내리는 모습이 인상 깊더라. 다시 본 영화는 정성일 평론가의 강연으로 더욱 풍성하게 기억될 듯싶다. <취화선>이 내 취향에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임권택과 정일성(촬영감독)에게 선사하는 듯한 강연은 취향을 넘어서는 품위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기억에 남는 몇몇 문장. (맥락은 따로 있으나 기록하지 않겠음)
―서사에 복종하지 않는 화면
―시행착오로 영화를 발전시킨 이
―영화를 아프게 만드는 건 연출의 일이지만, 화면을 아프게 만드는 건 촬영이 할 일
―화면비의 변화는 촬영의 입장에서는 구도의 문제, 연출의 입장에서는 동선의 문제다
―어떤 말들은 촬영이 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화면에 아픔이 담겨야 한다는 말.
―촬영이 감각이 아니라 감정을 목표로 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사후적 표현은 가능하겠으나, 찍어야 하는 대상에 아픔을 둔다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걸 찍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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