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6월25일

어제 킹스파크에 다녀왔다. 옛 기억이 새록새록. 켜켜이 쌓인 시간이 나뿐만 아니라 산책하며 보이는 나무들에도, 당신에게도 존재했을 텐데, 그 단면이 어떤 모양일지.

+공원에 앉아서 친구들과 닭 다리 뜯는데 새가 공격했다…
+저녁에는 소형의 요청으로 한식당에서 삼겹살에 소주... 꽤나 맛나더라.
+한인마트에 들렀는데, 안성탕면 서비스로 주심...ㅎ
+돌아와서 카르카손... 어렵다...

2025년6월23일

어제저녁 마가렛리버로 이동.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서 하루 묵었다. 집이 꽤나 좋다. 넓고 쾌적하고, 호스트 피트는 말이 많다. 영국 시리즈에 나올법한 몸짓과 말투였다. 집 청소를 설명하고, 근처 식당이나 음식을 추천하고, 영화 보는 방 시설도 안내해 주고, 고양이 흉내도 내면서 귀여운 검은 고양이 몬티도 소개해 줬다. 물론 말이 빨라서 거의 알아듣지 못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다.
친구들이 보드게임을 시작할 무렵, 나는 피곤해서 자려고 방에 누워서 방문을 닫았는데, 근처에서 방울 소리가 딸랑딸랑 났다. 뭔가 싶어서 침대방 천장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는데, 몬티가 방문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문이 닫혀서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는데, 그 모습이 귀엽고 재밌어서 몇 분간 바라만 보고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슬슬 지겨워하는 것 같아서 친구들이 노는 방에 데려다 줬다.
새벽에 배뇨감이 들어서 눈을 떴는데, 방안이 깜깜했다. 두 손을 휘적거리면서 방문을 향해 가다가 손이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났다. 놀래서 다시 조심히 화장실로 들어가서 소변을 보고 침대로 돌아와서 다시 수면 모드. 어느새 아침 시간이 되고,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피곤했는지 뒹굴뒹굴하게 됐다. 그러다가 겨우 일어나서 식탁에 앉으니, 친구들이 하나둘 일어나서 나오기 시작했다. 소형과 진선은 꿈을 꿨다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진선은 내가 짜증 나게 구는 꿈을 꿨다고 했고, 소형은 도망치는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꿈을 말하면서 개 세 마리와 염소 두 마리를 데리고 타로 가게를 들어가는 이야기를 했는데 뭔 소린지 못 알아들었다.
오늘은 와이너리를 가기로 했는데, 아마 나는 운전을 해야 해서 와인을 마시지는 못할 것 같다.

메모하는 습관

퍼스에 오기 전에 메모 습관을 잘 만들어 볼까 싶어서 작은 노트를 하나 구매했다. 남해에서 지낼 때 청년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받았던 노트가 있었는데, 사이즈도, 느낌도, 딱 좋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노트를 검색해서 찾아보는데, 계속 안 나오다가 발견! 포인트오브뷰 브랜드의 핸디노트였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에 내지가 28장. 가격은 무려 4천5백 원…. 같은 사이즈에 다른 표지 및 디자인 노트는 1천 원이면 구매할 수 있었는데…. 고민이 됐다. 원래도 가성비충이라 비싼 건 잘 안 사는데…. 이건 고민이 많이 됐다. 딱 쓰기 좋은 느낌인데…. 청년센터에서 좋은 취향으로 참여자에게 좋은 노트를 제공했었구나 싶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래, 평소에 소비도 잘 안 하는데, 이왕 사는 거라면 마음이 끌리는 걸 사야지 싶어서 5개를 구매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메모하는 습관이 딱히 잡혀있지 않다. 군생활할 때나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메모에 별다른 방법이 있나 싶지만, 다 쓰고 나면 좋은 메모였다 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좋을 텐데, 그게 가능하려나 모르겠다. 며칠간 생각나는 것, 아침에 일어나서 꾼 꿈의 기억, 글감이나 아이디어 등을 적어봤는데,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메모하는 중이다. 메모했던 몇 문장을 옮겨 볼까.

- 새소리였을까.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지만. 새소리의 기괴함이 진동한다.
- 행동 양식은 유사하지만, 동작이 다르다. 모두 일을 하고, 음식을 해 먹고, 카페를 가고, 핸드폰 스크린을 바라보지만, 신체 구조에 차이 때문일까? 걸음걸이가 미묘하게 다르고, 어깨의 사용이 다르다.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일상적인 시선의 방향이 조금 다르게 향한다.
- 같은 것보다는 다른 것에, 차이점에 진실이 있다.
- 같아서 사랑에 빠질 수는 없다.
-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사람

2025년6월21일

하루 종일 집에 있었다. 아무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다. 19일 새벽에 이곳 퍼스에 도착해서 사흘이 지났다. 약 14년 만에 다시 방문했는데, 묘한 기분이다. 스무살에 왔었는데 지금은 서른넷이다. 다시 온 이 장소는 그대로인 듯 변했다. 아득히 먼 시간이 낯설다. 나도 그대로인 듯 변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면 자는 친구들이 깨지 않게 조심이 거실로 나와서 요가 매트를 깐다. 관절 이곳저곳이 뻑뻑하고 근육이 긴장된 상태다.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지나면서 몸을 움직이면 기운이 난다. 요가를 끝내고 오전 시간을 멍하게 보내고 나면 잠이 다시 솔솔 와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책도 읽고 글도 써야 하는데 생각은 하지만 막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내일은 퍼스 남쪽으로 1박 2일 여행을 간다. 여행을 왔는데 여기서 다시 여행을 가네. 두겸이가 와이너리 가고 싶다고도 했는데, 와인도 제법 마시게 되겠다. 지난 이틀간 두겸이 저녁마다 맛있는 와인을 큐레이션에서 함께 맛봤는데, 좋더라.
앞으로 9일간 퍼스에 더 머물 텐데, 서른넷의 나는 이곳을 어떻게 남기려고 할까. 스물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서 지냈는지 까마득하다. 그때는 지금과 어떤 게 달랐을까. 과거의 시간을 생각하면 영화 <컨택트>를 떠올린다. 그때의 나는 현재도 여전히 퍼스의 이곳저곳을 오가면서 영어 공부를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의 나와 동시에 이곳에서 머무는 중일지 모른다.

2025년6월17일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신호를 느끼는 요소는 사람마다 다양할 텐데, 아침에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아, 내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구나 싶었다. 그러자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엔딩 장면이 떠올랐다. 조제가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뒷모습. 꼭 어딘가로 떠나지 않더라도, 사람을 만나는 과정 역시 여행과 같다. 권태로울 수 있는 일상에 곳곳에 환상의 빛이 비치고, 그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겨 버릴 테니까.

디엠지 피스트레인 장면 하나.
주영 공연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잘 모르는 뮤지션이었는데, 음악이 시원시원해서 얼른 보려고 다가갔다. 그때 옆에서 행사장 요원 어르신 두 분이 멀뚱하게 서서 공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신나게 뛰어노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다. 가만히 부동자세로 공연을 바라보는 두 어르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내적으로는 흥이 나지만, 복장과 역할로 인해 가만히 계셨을까. 요새 음악은 뭐 이렇냐, 하며 혀를 차고 있었을까. 과연 그 나이대가 되면 새로운 것에 어떤 감흥을 느끼게 될까. 

2025년6월16일

지난 토요일, 일요일은 강원도 철원 고석정에서 열린 디엠지피스트레인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출발 전부터 날씨가 그리 좋지 않을 것 같다는 기상 예보를 확인했지만, 가는 길은 맑은 날씨로 기분이 산뜻했다. 약 한 시간 반을 이동하고 도착한 고석정은 일 년 만이었다. 풍경은 여전했고, 허기진 배를 달래려 얼른 점심을 먹었다. 보리밥에 채소, 들기름을 살살 뿌리고, 비지찌개와 순두부를 맛보니 반주가 빠질 수 없었다. 진선과 가볍게 소주를 들이켜고 알딸딸하게 1일 차 공연을 즐기러 향했다. 행사장에 들어가서 자리를 깔고 행사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니, 정근과 수려가 들어왔다. 넷이서 자리에 앉아 수다도 떨고, 맥주도 마시다 보니 어느새 구남 공연이 시작하려고 했다. 펜스 앞으로 가니 옆에 젊은 친구가 혼자서 구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순간을 남기고 싶었는지 진선에게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는 요청으로 서로 인사도 나누고 가벼운 스몰토크를 했다. 딱 나랑 열 살 차이가 나는 친구였다. 대학교에 다니고, 장기하를 좋아하고, 밴드동아리를 한다는 그 친구와 공연 내내 뛰어놀고서 인사를 마치고 바이바이. 이때부터는 취기가 많이 올라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냥 계속 맥주 마시고, 앗차차 부스도 갔다가, 자리에도 앉았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저녁을 정근 수려랑 먹고 소주를 더 마시니 정신을 못 차리는 정도였나... 앗차차 부스 앞 의자에 앉아서 뻗었다…. ㅎ 다시 일어나서 놀다 보니 숙소를 향할 때. 첫날이 그렇게 끝났다. 아침 6시가 되니 잠에서 깨더라. 머리가 얼마나 아픈지…. 다시 자려고 노력해서 두어 시간 더 잤다. 일어나서 집에서 챙겨온 모카포트에 커피를 내려 마셨다. 천천히 눈을 뜨는 친구들이 생겼고, 본격 2일 차가 시작되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아침 9시 반, 철원의 한여름 날씨가 인상적이었다. 주변 풍경은 초록하고, 바람이 살랑 불었다. 아직은 아침이라 파라솔 아래 그늘은 제법 시원했다. 마침, 읽던 책의 내용이 참 공교로웠다. 한 그루의 나무 그리고 거기에 열린 열매의 의식에 대한 묘사가 있었는데, 내 눈앞에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초록 잎을 바람을 따라 흔들며 얇은 나뭇가지가 하늘로 향하는 모습이 독서하는 나를 가만히 구경하고 있는 듯싶었다. 언제부터 여기 심어졌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이렇게 구경하고 보냈을까.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던 나무는 내가 마시는 커피 향을 맡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느새 다른 친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선우가 테라스로 나와서 커피를 마시며 내가 읽던 책 내용을 물었다. 그렇게 둘이 대화하다 보니 눈앞의 나무는 자연스럽게 점점 내 의식에서 벗어났고 이내 사라졌다. 모두가 준비되고 숙소를 나서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두부전골과 녹두전에는 막걸리가 빠질 수 없었다. 막걸리를 몇 잔 들이켜며, 친구들과 수다를 한참 떨고서는 알딸딸한 기분으로 행사장으로 향했다. 2일 차 4-5시쯤부터는 비가 오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비 맞으며 노는 재미는 이런 페스티벌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일상에서는 이런 자유와 광기를 드러내기 쉽지 않을 텐데, 이곳, 이때는 마음껏 분출해도 누가 뭐라고 하기는커녕 더욱 신나 하는 모습으로 함께하니까. 그래서였나 비맞으면서 미친 듯이 뛰어댔다. 음악도 좋고, 비도 좋고, 신난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도 다 좋았다. 그러다가 만난, 어제 구남 펜스 옆 대학생 친구를 다시 만났다. 잔뜩 취한 그는 캠코더를 들고서 나와 친구들,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취해서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는 인터뷰어는 결국 어느새 어제의 나처럼 앗차차 부스 앞 의자에 앉아서 뻗었다. 맨정신에 그 모습을 보니 어이구…. 술을 조심해야지 싶었다.

한참을 놀고 나니 이제 집에 가야 할 때. 쏟아지는 빗속을 달리며 서울로 향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당장 내일모레 호주로 향한다. 소형과 오리 만나러. 조금만 더 일상을 미루고 특별하고 비일상적인 시간을 겪게 되겠다. 오늘은 지난 이틀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 아무것도 안 했다. 내일은 짐도 정리하고, 작업도 조금 해 놔야지.

2025년6월12일

사흘간의 현장 작업을 마쳤다. 오랜만에 일하니까 삭신이 쑤시네…. 내일은 오랜만에 진득하게 자리에 앉아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날씨가 더워져서 집중이 잘 안될 것 같지만…. 며칠간 스쿠터 타고 출퇴근했는데, 정말 여름이 왔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반팔 입고 스쿠터를 타면서 도로에 서 있는 느낌이란…. 쿨토시라도 사야 하나…. 가을 언제 와...

2025년6월10일

선릉역 근처 목공 현장에 투입. 오랜만에 뚝딱뚝딱하다 보니 조금 어색했다. 많이 뚝딱댄 듯…. 사흘 작업하고 주말에는 피스트레인 행사장으로~ 이번에도 앗차차부스에 누워서 쉬다가 시원한 차 한잔하겠지. 무리하지 않으면서 놀아야겠다…. 는 다짐을 하지만 글쎄. 만취해서 뛰어놀듯…. 집으로 돌아와서 이틀 쉬고 18일에는 호주 여행! 오리 소형이 보러 간다. 돌아다니고 놀러 다니는 일정이 많은데, 아프지 말자 제발~~

2025년6월9일

이틀 전 어쩌다가 동네 인근 산 산책을 했다. 편백나무 숲이 있다길래 진선과 방문했다 웬걸 조성을 잘해 놨더라. 무장애 산책길이 있길래 쭉 걸어 올라갔는데, 편하고 경치 좋은 길을 거쳐서 전망대까지 구경을 잘했다. 슬슬 더워지는 날씨인데 선선한 바람과 나무 냄새,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신비로운 산 새소리를 들었다. 전망대쯤에는 어른들 열댓 명이 도시락 쭉 깔아놓고, 막걸리 한 잔씩 하고 있었는데, 슬쩍 구경하며 입맛을 다셨다. 멀리 남산타워도 보이고, 안산, 북악산, 백련산까지도 보였다. 다음에는 책과 간식을 챙겨서 오면 좋을 듯싶었다.
어제 파마를 했다. 빠글빠글하게 하고 싶어서 히피펌을 해달라고 했는데, 꼼꼼하게 머리를 하시더니, 끝나고서 잘 말렸다고 좋아하셨다. 정말 잘 말린 듯싶다…. 빠글빠글하네. 집에 돌아오니 진선이 머리에 뭐 얹어놓은 것 같다고, 벗을 수 있겠다며 웃었다. 거울을 보니 아직 적응이 필요한 듯싶다. 

2025년6월6일

무지하게 피곤하다. 잠에 빠져있는데, 멀리서, 저 멀리서 알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너무 멀어서 그냥 무시하고 잠에 더 들 것 같았는데, 소리를 붙잡았다. 정신을 차리니 4시 55분. 이른 아침에 글 쓰겠다며 시작한 라이브를 키고 끄적끄적 이야기를 이어갔다. 몸 상태를 보니 내일은 하루 쉬었다가 모레 일요일부터 다시 라이브를 시작해야겠다. 아우 피곤해. 낮잠을 조금 자야 하려나…. 오늘 저녁에 연극도 한 편 보는데, 오랜만에 연극을 보는 것 같기도 하네. 아우 피곤해….

2025년6월5일

어제 채널1969에 다녀왔다. 우희준씨와 김일두씨 공연까지 보고 나왔다. 정근을 통해서 우희준씨를 만났는데, 베이스 연주를 하며 노래하는 모습이 특별하고 인상적이었다. 김일두씨는 만취였다. 취한 아저씨가 신나서 말하고 노래했는데, 왜 좋지. 보따리란 곡이 인상적이었다. 채널1969 13주년을 축하하는 그의 술냄새나는 말이 좋았다. 공연 중간 우희준씨에게 조언 아닌 조언도 하더라. 음악하면서 돈 못버니까, 여기서 친구 많이 사귀라는 말. 그래 그런 거지.

2025년6월4일

어제 개표 방송을 저녁까지 보다가 조금 늦게 잤다. 눈뜨니 6시 30분... 새벽 글쓰기 라이브를 못했당... 오늘 저녁 일정이 생길 수도 있는데, 내일은 일어날 수 있겠지...ㅎㅎ 피곤해도 해보자~~~

2025년6월3일

이틀째 새벽 기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잠을 깊게 자지 못했던 것 같아서 피곤함이 있긴 하지만, 개운함도 같이 찾아온다. 
어제 새벽 요가하면서 들었던 인상적인 얘기 두 개, 
'부동이지만 계속해서 진행 중인 상태.' 한 자세에서 머무는 것이 외부에서는 멈춘 것처럼 보일지라도, 수행자는 그 부동자세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 
'괴롭지만 이로운 것.' 그 나아감이, 나아감에 머무름이 당장은 괴롭겠지만 결국 이롭다는 것.
종종 요가하면서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다뤄진다.
낮에는 선배 작가를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타이푸드~ 오랜만에 팟타이 먹었다. 맛있더라 고소하니. 밥 먹으면서 근황도 나누고, 어떻게 작업하고 있는지도 어렴풋이 이야기를 나눴다. 밥 먹고 나서 카페로 이동,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눈 게 많은데 소화는 아직 안 된 것 같기도 하다. 여러 방면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했던 것 같은데, 어쨌든 당장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작업 외에 다른 일들을 해나갈 때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업계 사람들을 만나거나, 누군가에게 글을 보여주거나,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는 게 필요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괜찮을까 과연. 그게 내가 원하는 걸까. 글을 왜 쓰고 있는 걸까. 무슨 욕망으로? 라는 질문도 함께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