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2월28일

오전에 국회에서 열리는 행사 알바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방용과 현준을 만났다. 각자 할 일을 해내는 모습이 멋졌다. 간단하게 안부를 묻고, 그들의 일상을 가늠해보기도 했다. 전과는 달라진 모습과 변화한 것들도 가볍게 생각해보는 오전이었네.
점심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서가수와 팟캐스트 녹음을 했다. 매번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는 때가 있지만, 막상 녹음을 시작하면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다. 나도 말을 하긴 하지만, 주로 서가수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즐거움이 생기는 것 같다. 서가수 같은 일상을 보내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거야... 멋진 친구다. 앞으로 20년 간 설렁설렁 열심히 녹음하자.
저녁에는 영두의 공연을 다녀왔다. 신촌극장에서 열렸는데, 작년 수려의 공연 이후 두 번째 방문. 영두의 소식은 작년 말에 낸 정규 앨범으로 접했다. 21년 남해에서 무럭무럭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처음 만났는데, 어느새 3년이 훌쩍 지났다. 영두가 단톡방에 소식을 올려줬는데, 서가수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가기로 했다. 
늦은 저녁, 공연장에 앉으니 기분이 새로웠다. 도시의 예술가들을 남해로 불러 모아서 같이 밥먹고, 놀고, 술먹고, 얘기하고, 각자의 생각을 나눴는데, 어느새 시간이 흘러 그의 작업을 만나는 시간이라니. 그리고 공연의 첫 곡이자 앨범 첫 트랙 제목은 <무지개마을_남해>였다. 영두는 남해에서 머물렀던 우리의 그 장소를 시작으로 정규앨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곡을 설명하고 연주를 시작했다. 남해의 파도소리가 들리고, 선율이 흐르니, 정말 그 장소가 기억 속에서 피어났다. 첫 곡을 시작으로 영두가 다녀왔던 지역 곳곳을 그의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와 그가 연주하는 음악으로 만났다. 이 앨범이 지역을 상징하는 것보다 그 당시의 자신을 상징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했다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한 시간 정도 됐던 공연에서 한 곡 한 곡을 통해 아름다운 곳들을 실컷 여행했는데, 그 지역들을 만났다는 것 보다는, 그와 함께 돌아다녔다는 생각이 더욱 컸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멋진 작업자인지 새삼 다시 느끼게 됐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서 서로가 반갑고, 인사를 나누고, 지나버린 몇 년의 시간을 다시금 느껴보고, 그 시간동안 변한 것 그리고 변하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고, 술도 안 마셨는데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서가수가 담배를 한 대 피우니까 나도 하나 달라고 해버렸다. 제법 오랜 시간을 금연했는데 말이야. 뭐 기분이 좋았으니까 그 정도는 가벼운 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
좋은 기분으로 공연을 다 보고서 서가수와 둘이서 간단하게 작업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가수는 삶의 어떤 것들을 정돈하고 발표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고 했다. 나도 영두의 공연을 보고 나니 작업 하고 싶다는 욕구가 크게 들었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지만, 더욱 소중하게 작업하는 시간을 다루고 싶어졌다. 그저 관성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내 삶을 잘 정돈하고,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다랄까.
늦은 밤, 집에 손님이 왔다. 일기 끝.

2025년2월26일

진선과 라이카시네마에 다녀왔다. 낮에는 <멜랑콜리아>를 밤에는 <브루스탈리스>를 봤다. <브루스탈리스>를 보러 들어가니 앞좌석에 향통이 앉아있었다. 반가워서 인사인사. 우연하게 만나서 함께 영화보고 이야기 잠깐. 집에 돌아오니 밤 12시... 졸리다. 두 편 다 재밌게 봤다. 멜랑콜리아는 세번째 보는데 극장관람으로 보니 더 좋더라. 영화얘기 더 쓰고 싶지만 졸려...

2025년2월23일

오랜만에 머리를 잘랐다. 진선 추천으로 간 미용실로 매번 갔는데, 지난번 예약 날짜를 보니 12월3일…. 석 달이 다 돼가도록 머리를 안 건드렸네. 왜 이렇게 지저분했는지 알겠다. 산발이 된 머리를 챙겨서 가니, 원장님이 많이 자랐다고 놀라더라. 덥수룩한 것들 다 잘라달라고 요청했고 한 시간 정도 자르고 감고 매만지니 깔끔해졌다. 역시 잘 자르셔ㅎ 깨끗한 모습이 되니 마음가짐도 다시 새롭게 깨끗하게 가져야겠다. 글 좀 쓰자 이제 진짜...ㅎ 그래도 3월에 보낼 서류뭉치가 나쁘지는 않은 듯하다. 지난 서류뭉치에서 몇 편을 골라서 출판사 문학상에 보내보려고 한다. 상반기에 접수할 것들이 많으니 할 일 미루지 말고, 해보자. 머리도 깨끗해졌잖어.

2025년2월20일

양천구 목동 현장 작업이 한창이다. 사흘이 지났네. 작은 학원이 될 현장이다. 첫날 철거부터 자재 양중까지가 진짜 힘들었는데 그래도 삼 일 차가 되니 몸이 적응한다. 작업은 작업인데,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 그런가, 노가다꾼을 인물로 하는 소설을 생각해 보고 있다. 무슨 이야기가 되려나. 우선 남은 이틀 열일하고 본격 집필을 시작해 봐야겠다. 3월 서류뭉치 편집 시안을 정근이 보여줬다. 항상 멋지게 작업물을 보여주는 정근과 소형에게 감사를...♥ 그러면서 정근이 지금까지의 소설과 앞으로의 서류뭉치의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회의를 제안했다. 그러게, 어느새 11편의 소설을 채워가고 있다. 일 년이 금방 흐르네. 앞으로도 글을 쓸 텐데, 한해의 방향을 잘 잡고 작업하면 좋을 듯싶다. 일기는…. 매일 써보자…. ㅎ

2025년2월17일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니 온몸이 뻐근했다. 등, 허리, 어깨, 가슴, 팔 곳곳…. 새벽 요가를 갈까 말까 고민고민 하다가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출발. 요가원 끄트머리에 누워서 흉곽을 열어젖히는데 평소보다 몸이 많이 불편했다. 원장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는지, 평소와 다르게 몸이 불편하고 굳어있는 것 같으면 이완하는 자세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굳은 상태에서 누적이 된다며. 한 시간 동안 몸의 곳곳을 이완하고 풀어주고 나니 조금 개운한 기분이다. 일어날 때마다 몸의 컨디션이 참 다르다. 어느 날에는 가뿐하고, 어느 날에는 한없이 무겁고, 날마다 다른 몸처럼 기분도, 마음도 날마다 다를 텐데, 굳어있는 상태에서 누적되지 않도록 이완하고, 여유를 챙겨주는 연습도 필요하겠다.

2025년2월14일

낮에 팟캐스트 녹음을 했다. 서브스턴스 본 이야기를 떠들었는데, 재밌게 녹음이 됐는지 모르겠네. 서가수는 막걸리 이야기를 했다. 각자 실컷 떠들고 서가수는 일하러 가고 집에 혼자 남아서 작업을 했다. 날짜를 보니 오늘이 밸런타인데이였네. 저녁 먹을 때쯤 진선이 집에 들어왔다. 무인양품 초콜릿을 사 왔다. 달달하니 맛있는 초콜릿을 우유랑 같이 먹었다. 오늘 날씨가 좋았다고 하던데. 작업하느라 화면만 보고, 손가락만 두들겼다. 하루가 금방 끝나네. 저녁 요가를 갈까 말까 고민 중이다. 하면 개운할 텐데. 가는 건... 귀찮다. 이럴 때 일수록 가야겠지. 몸을 움직이면 힘든만큼 생기가 돌기도 하니까.

2025년2월12일

새벽 요가를 가려고 나왔는데, 눈이 흩날렸다. 스쿠터를 타고 다니다 보니 갈까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일단 나온 김에 출발했는데, 가길 잘했다. 몸 쓰고 나니까 정신도 들었고. 그런데 항상 새벽 요가 나오는 한 분이 신경이 쓰인다. 공용 매트를 사용하고 닦지 않는 분…. 왜 안 닦을까? 새벽에 7명이 나왔고, 6명이 닦는데 그 한 분만 왜…. 신경이 쓰인다. 왜 안 닦지? 알코올 스프레이 뿌리고 천으로 쓱쓱 닦으면 끝인데…. 약 두 달간 보아왔지만, 항상 닦지 않는 그분을 보면서…. 궁금증이 들지만, 따로 말을 꺼내진 않는다. 나는 왜 말을 안 꺼낼까? 귀찮은가. 별 상관없는가. 아니 상관있는데. 왜 안 닦지. 자기가 썼으면 닦는 게 배려 아닌가... 왜 안 닦을까…. 너무 궁금한데 굳이 말 섞어서 번거로워지기는 싫고….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남을 배려하기 위한 행동이 그렇게 중요한 가 싶기도 하네. 나도 그렇게 누구 배려하면서 살아온 사람은 아닌 듯 싶고. 그런데 신경이 쓰이는 이 마음.... 이기적인 내 마음~~~ 

2025년2월10일

https://www.youtube.com/watch?v=qZkR9EXx150
작업 시작할 때 듣는 플리.

음악이 있거나 없거나 작업은 해야지~~~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라이카 시네마를 갔고,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서브스턴스>. 지영이 강력하게 추천도 했고, 요즘 소셜미디어에서도 계속 관련 콘텐츠가 뜨길래 궁금하기도 했다. 보고 나서 첫 느낌은... 힘들다~~~ 하루가 지나고 다시 생각해도 영상이나 미술, 사운드가 참 강렬했다는 생각. 고어물...이 취향은 아니지만, 주제 의식을 캐릭터와 서사, 이미지로 표현하는 방식은 주의 깊게 볼만 했다. 편안한 음악으로 정화해야지...

2025년2월7일

새벽에 지진 재난 문자로 깜짝... 잠을 조금 설쳤는지 피곤한 하루였다. 점심 때 오랜만에 요가원에서 몸을 풀었다. 몸에 힘도 더 생긴 것 같고, 2주간 못 갔던 것 치고는 많이 굳지도 않았다. 그런데 몸의 근육이나 관절이 무리하는 것 같은 느낌... 조심히 몸 다루고 관리해야겠다. 오늘 날씨 짱추웠음. 오자크 시즌4를 챙겨보는 중인데, 너무나 재밌는 것... 

2025년2월6일

첫(?) 현장 작업이 오늘로 끝났다. 11일간의 여정…. 힘들었지만 많이 배우고 나름의 즐거움도 확인했던 시간. 올해 에세이를 쓴다고 다짐했는데, 어느새 2월이 시작되고 6일이 지났네. 시간은 빠른데, 겨울은 길다. 요즘 너무 추워…. 한동안 못가던 요가원도 내일부터 출석해야겠고, 글쓰기도 다시 시간 들여서 시작해야지.
저녁은 김포에서 부모님과 함께했는데, 가만히 둘을 보고 있으면, 새삼 나이를 많이 드셨다고 생각한다. 주름도, 흰머리도, 동작 하나하나에서 느껴진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부모는 옆에서 함께 놀듯이 챙겨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저렇게 천진한 때가 있었겠지, 우리 부모님도 그때의 날 챙기듯이 놀던, 놀듯이 챙기던 시절이 있었겠지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스케이트를 아버지와 함께 탔던 겨울이 떠오른다. 빙판을 달리다가 근처에서 컵라면을 먹었는데, 아버지는 그 시절을 기억할까. 한번 물어볼걸 그랬다. 다음에 만나서 물어봐야지.

2025년2월3일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출근하는 새벽길이 아주 차가웠다.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 돌아오는 길에 우체국에 들러서 서류뭉치를 발송했는데, 서초동 우체국은 자판기(?)가 있더라. 키오스크로 몇 번 버튼을 누르면 우표가 나오고, 붙여서 다시 집어넣으면 끝. 이제 우체국도 일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걸까. 당장 10년 뒤에 어떤 풍경들이 나타날까. 오늘 지하철을 타면서 원고를 꺼내서 퇴고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읽어본 희곡인데, 고칠 것들이 많이 보였다.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