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11월17일

월요일의 시작. 마음이 좋다가도 힘들다가도 만족스럽다가도 불안해진다. 잘할 수 있을까. 새로운 일을 꾸린다는 건, 그 일의 시작을 만들어 낸다는 건, 지속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것들을 시도하고 앞으로 찾아올 문제와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건, 참 부담스럽다. 정말. 근데도 해보려는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올라오는 걸까. 가보자.

2025년11월16일

어제는 진선과 시간을 보냈다.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를 막국숫집에 가서 시원한 국물로 해결하고, 카페에서 작업을 하다가, 영화 보러 고고. <부고니아> 봤는데, 아쉬운 느낌이…. 끝나고 피자 먹으러 스파카 나폴리 합정에 갔다. 기가 막힌 피자요…. 너무 맛있게 먹고서 집으로 오니 저녁 9시가 넘었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놀았다. 

낮에 돌아다니는 중에 만원 버스 안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한 여자분이 앉아 있는 자리 앞에 서서 진선과 음악을 들었다. 진선이 추천하는 'the lemon twigs'의 음악을 들었는데 아주 만족스럽게 이동 시간을 채웠다. 아무튼 둘이서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보며 가는데, 여자분이 매우 신경질적인 행동을 했다. 머리를 뒤로 넘기는 것도 팍팍, 버스 창문도 팍팍 닫고…. 이후 진선의 표현은 예민함을 인간으로 표현하면 그런 모습이 아닐까라고….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 안에서 그런 사람을 앞에 두고 서 있으니, 서울에 와있는 느낌이 확실하게 들었다. 여하튼 좋은 음악 들으며, 사람들이 밀치는 힘에 몸을 맡기고 신나게 가는 중에,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와 그 엄마가 버스에 올랐다. 내 뒤로 그 아이가 바닥에 쿵 하고 넘어졌고, 그 엄마가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데, 내 앞에 앉아 있던 그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분이 곧바로 아이에게 '여기 앉을래?' 하면서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그러면서 버스 뒤쪽으로 사람들을 신경질적으로 밀치며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그 사람을 신기해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은 참 입체적이고 다양한 면면이 있다. 누구든 좋아할 수 있는 모습이 있고, 미워할 수 있는 모습이 있다.

2025년11월15일

어제 새벽 서울에 도착했다. 밤을 새우고 비행기를 타서 어떻게 출발하고 어떻게 도착한지도 몰랐다. 그냥 머리만 앞뒤 좌우로 흔들었을 뿐... 진선과 연락을 하면서 증산 집에 도착했다. 가구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물건들도 여전했다. 반갑고 편안한 기분이 찾아오는 와중에도 너무 졸려서 소파에 누워 그냥 자버렸다. 뒤척이며 시간을 보니 11시를 지나고 있었고, 슬슬 출출해지던 때 소형과 연락하면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뻑뻑한 눈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마치니 그제야 그래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기운을 얻었다.

합정에서 만나 최강금돈까스를 먹었다. 역시 맛도리... 한 보름 만에 만난 소형은 집에 콕 박혀서 작업하고 일상을 보낸다는 서울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나도 제주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인연, 앞으로 할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두서없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카페로 고고. 카페에서도 떠들다, 그래도 일을 해야 할 듯싶어서 작업을 살살했다. 영화 한 편 볼까 싶어서 얘기하다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상영하는 <세계의 주인>을 골랐다.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는데, 서울은 확실히 차가 많다…. 조심히 운전해서 간 극장에 이게 웬. 향통이 있었다. 우연히 만나서 반가운 사람. 영사실에서 일한다며 짧은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를 보러 입장했다. 향통도 참 신기해…. 영화를 잘 관람하고…. (영화 얘기는 따로 적어야지…. 너무 잘 봤다) 나와서 향통과 짧은 수다. 제주로 이주했다고 하니 웃더라. 웃긴 일이지…. ㅎ 

저녁 약속을 했던 단지와 정감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근황도 나누고 술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웠다. 그러다 단지가 일찍 도착해서 선물을 사봤다며 꺼낸 장갑…. 감동... 셋이서 장갑 받고 다시 즐거워했다. 2차로 근처 술집에 들어가서 또 이야기 나누다가 내가 졸려서 하품을 계속했다…. 이젠 안 되겠다 싶어서 빠빠이. 집으로 가려고 진선에게 연락했는데. 목소리를 듣자마자 더 놀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도…. 옆에서 소형이 더 놀자고 신나서 방방 뛰니…. 소형 진선 또 3차를 갔다…. 노가리 집에서 어묵탕에 소주…. 셋이서도 뭐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 각자의 고민과 서운한 것들. 어려운 것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사건과 일렁이는 감정들. 어묵탕 앞에 두고 테이블 위로 눈물도 흘렀고 웃음도 터졌다. 가게 마감 시간이라 쫓겨나와서는 집으로 왔다. 하루가 길었다. 익숙한 것들이 쌓이는데, 왜 인지 새롭게 느껴진다. 

2025년11월12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음을 살펴보는 게 얼마나 조마조마한가. 묻고 답하고 묻고 답하고. 이제는 어디로 흐르나.

2025년11월11일

피곤하당.. 일기를 써야 하는데…. 눕고 나니까 다 귀찮다. 창밖으로 회색빛이 스민다. 허리가 뻐근하고 눈이 뻑뻑하다. 출출하지만 걍 자야지. 가만히 누워서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 괜찮은 상태인가 보다.

2025년11월10일

이틀째 잠을 잘 자지 못했다. 토요일에는 잠을 어찌나 설쳤는지 한 시간마다 깨고 자고 깨고 자고를 반복했다. 어제는 그래도 잠이 든 편이었지만 역시 새벽에 서너 번은 깼다. 오늘은 잘 잘 수 있을까…. 평소 잘 자던 내가 이러니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교육받으며 스트레스받나? 지난주에 술자리를 가지면서 들쭉날쭉한 수면시간 때문인가? 애정하는 이에게 쓰이는 마음?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관계? 걱정스러운 미래? 이 모든 게 다? 오늘은 잘 자보자….

2025년11월9일

어떤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보통 일상에서 만나는 이에게 내밀한 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으니까. 그러다가 한 번쯤, 아주 직감적으로 이 사람에게는 말해도 안전하겠다는, 아니 말하고 싶다는 미묘한 감각이 찾아온다. 그렇게 꺼낸 이야기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게 되는데, 대뜸 그 사실을 깨달으면 갑작스러운 두려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만약 내가 틀렸다면. 어떤 근거도 없이 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 그냥 틀린 감각이었다면. 타인에게 나에 대한 편견과 고정된 인식이 생긴다면. 그리고…. 하염없는 걱정이 되기도 하지. 그럼에도 그 첫 느낌. 아 속 시원하게 말해도 좋겠다, 이 사람에게 말하고 대화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그때가 반가운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참 인간적인 교류가 생기기도 한다. 요즈음이 그랬는데. 반가운 만큼 혼자 걱정도 한다. 참 나도 후회나 미련이 많나 보다.

2025년11월7일

지완이 빌려준 <실패를 통과하는 일>(박 소령 저)을 방금 다 읽었다. 퍼블리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스스로 끝맺는 이야기.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넘기며, 남해에서 일하던 때가 생각나서 눈시울이 몇 번이나 붉어졌는지 모르겠다. 펑펑 울고 싶지만, 여전히 눈물이 잘 흐르지 않아서 조금 답답하기도 했다. 글 쓰는 지금도 마음이 말랑해서 울컥울컥한다. 읽으면서 저자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유는 자신이 만든 회사를 자신이 끝냈다는 자부심이 강렬하게 느껴져서. 생각해 보면 지난 때의 나는 비겁했다. 그 끝이 얼마나 무책임했나. 잘 정리하고, 감당하면서, 당당하게 남해를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겠다는 생각은커녕, 스스로 감정을 다루기도 힘들었고, 그저 견딜 수 없이 외롭기만 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널뛰기에, 그저 빨리 이 상황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은 무력감에 혼자 산책하며 울던 때가 아직도 힘들다. 그렇게 남해를 떠나서 이제는 제주에 왔다. 그리고 제주에서 새로운 일을 다시 일구려고 한다니…. 그 고통과 괴로움을 기억하면서, 뭐가 날 여기로 이끌었을까.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는 기억, 몸과 감정이 기억하는 그 순간이 나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제대로 끝맺고 싶어서. 도망친 실패가 아니라, 끝맺는 실패를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