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주

이제 일기는 잘 쓰지 않는구나. 다시 마음먹고 써봐야지 싶다. 이번 주에 제주로 이주하는 것을 결정했다. 여태껏 살면서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결정을 무겁지 않게 해왔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가, 고민이 깊어도 결국은 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런 선택을 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나도 참 나다 싶었다. 어쩔 수 있나.
월요일에는 빵형이 부른 알바 현장에서 일했다. 피곤함에 절어서 일하는 빵형을 보니 안쓰럽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런 열정과 에너지가 응원으로 이어지는 것도 같았다. 앞으로의 일들을 잘 넘고 쌓아가기를. 화요일에는 제주 부동산 매물을 살펴보고, 수요일에는 요가를 다녀왔다. 목요일에는 지영을 만나서 점심을, 단지를 만나서 저녁을 먹었고, 금요일에는 정근과 규성이가 집에 방문해서 같이 저녁 먹고 수다를 실컷 해댔다. 토요일에는 구남 공연을 지영과 봤고, 한밤에 은송, 두겸이 와서 진선과 함께 순대곱창을 먹었다. 일요일에는 산이와 향기가 놀러 와서 수다 떨고, 저녁 먹고, 홀덤까지 한게임 했네. 한 주간 쏟아지는 만남에 피곤해지기도 했지만, 모두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기도 했다. 원체 연락을 안 하는 나니까. 그래서 반가움이 더욱 큰 것 아니냐는 변명을 자주 하지만, 앞으로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도도 해야겠다. 제주도로 가면 만나는 일이 더 줄어들 테니까.

8월2주

이번 주는 일기를 하나도 못 썼네…. 조금 바쁜 일정을 보내기는 했다. 월, 화, 수는 제주도에 면접?을 다녀왔고, 목요일에 오랜만에 류진쓰만나고, 오후에는 두산아트센터 강연, 저녁에는 겸&진선과 치맥. 금요일에는 김포에서 부모님과 점심 먹고 저녁에 씨네큐브 가서 영화 관람&정성일 평론가 지브이 듣고, 토요일에는 오전-요가, 오후-집 청소, 저녁-서가수와 팟캐스트 녹음, 밤-두겸 서가수 선우 진선과 홀덤. 오늘은 오전에 요가 다녀와서 오후에 장보고 책 모임을 위해 독서하고 저녁에는 책 모임…. 일주일을 아주 그냥 꽉꽉 채워서 움직이고 활동했다. 바쁘게 보내는 와중에 앞으로 일상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생겼다. 월, 화, 수 제주도에 다녀온 일정을 계기로 9월부터 제주살이를 시작할 수도 있다는 것…. 이 갑작스러운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려나~~~ 정신없는 한 주다~~

8월1주

매주 회고 기록을 써볼까 싶다. 일기는 일기대로 열심히 써야겠지만, 지난 시간 정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달까…. 한 주 돌아보면서 드는 생각을 짤막하게 기록해 봐도 의미 있지 않을까. 

새벽 출근, 박물관 방문 등 새로운 풍경을 제법 봤던 한 주였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 <마나 모아나> 전시는 제법이나 인상적이었다. 미술관에는 종종 가지만, 박물관에 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시대와 역사를 품을 생활 유물은 본다는 건 조금 다른 감각을 만들더라. 조금 더 인간적인 삶을 상상하게 했다. 목작업 일정이 생기고 출퇴근하면서는 몇 차례 글을 보려고 했지만, 피로에 눌려서 보기 힘들었다. 몸 쓰는 일이 힘들긴 하니까. 하지만 이건 거짓일 수도…. 몸이 힘들어서 글을 안 봤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스마트폰 화면에 빠지는 시간이 늘어나서 아쉽기도 했다. 분명히 피곤했을 텐데 스크린에 빠지는 건 쉽다. 글을 보는 건 에너지를 능동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겠고, 스마트폰은 수동적으로 에너지를 뺏기는 것일 테니…. 그래도 어차피 둘 다 피로가 쌓이는 거라면 스크린보다는 종이를 보고 만지려고 해야겠다는 쓸데없는 다짐을 해본다. 한 주간 밥 먹으면서 보던 시리즈 <진격의 거인>을 다 봤다. 침착맨의 리뷰까지도 다 봤다. 백현진 음악을 제대로 듣기 시작했다. 1집 <반성의 시간>을 계속 듣는데 참 좋다. 울분에 찬 느낌이 암울하게 쌓인다. 

2025년8월9일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잠이 들면서도 퇴고 중인 소설 생각을 한참이나 했는데, 꿈도 잔뜩 꾼 것 같았다. 기억은 하나도 안 나네…. 뭔가 이야기 정리에 힌트가 있을까 싶어서 한참을 생각해 봐도 전혀 떠오르는 게 없었다. 상담받으러 가는 길에 책이나 읽어야지 하면서 조금 읽다가 덮어놨던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펼쳤다. 책을 읽는 게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한다고 어디서 봤다. 상담소에 도착해서 선생님이 스트레스받는 거 있냐고 물었는데, 잠에서 깨고 꿈이 떠오르지 않듯 기억나는 게 없었다. 아니면 책을 읽으면서 가서 다 해소가 됐으려나. 겨우겨우 생각하면서 옛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삶에서 결정했던 선택에 관해 이야기하며 과거를 살펴봤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군입대, 전역 후 호주행, 대학 진학, 창업, 취업, 남해행 등등. 그러고 보면 참 삶이 변하는 큰 기점에서 쉽게 쉽게 선택하며 살아온 것도 같았다. 거기에 어떤 스트레스가 있었을까. 한참 듣던 선생님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되물었다. 그렇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선택의 이유가 되는 생각이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을 피하려고, 무엇에 닿으려고, 그리고 지금은 어떤 길에 들어서려고. 집으로 와서 <진격의 거인> 침착맨 리뷰를 봤다. 웃기네.

2025년8월6일

목작업 며칠하니까 몸이 쑤신다 쑤셔.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길은 피곤하지만 신비롭다. 한낮, 저녁, 깊은 밤과는 또 다른 모습의 사람들. 모두 일하러 가는 길일테니 썩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생기가 피로함을 뚫고 삐져나오는 것도 같다. 오늘 진격의 거인을 끝냈다... 재밌지만, 역시 시리즈는 시작하지 않는 게 일상에 좋다... 멈출 수가 없어... 여하튼,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소재도 전개도 연출도, 언급할 것들은 조금 정리해서 리뷰를 남겨봐야겠다. 이제는... 책을 좀 읽자. 책 모임 친구들에게 게으른 꼴을 보였으니... 다시 회복해야지.

2025년8월2일

오랜만에 눈물이 났었다. 그리고 곧바로 울음을 삼켰다. 오늘 상담을 하면 며칠 전 울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선생님은 잘 느껴보았냐고 물었는데, 곧바로 울음을 멈추고 싶었던 나에 대해 말했다. 언젠가부터 그랬다. 눈물이 나오면 감추고 싶고 참고 싶고 멈추고 싶었다. 감정이 올라오는 듯싶으면 억지로 머리를 더욱 굴리며 그곳에서 멀어지려고 생각했다. 뭐가 무서워서? 뭐가 두려워서? 뭐가 수치스러워서?
옥상에서 작은 공연을 봤었다. 한 명의 연극배우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소소한 대화이자 독백. 일상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그를 보며, 얼마나 마음을 쓰면서 살아가는지 느껴졌다. 가난, 공간, 사랑하는 사람과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타인이 죽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하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좋아하는 몸짓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아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많이 웃었고, 사이사이에 울었다. 노래를 불렀고, 움직였다. 그 모든 모습을 두 시간 반 동안 바라봤다. 아름다움이 있다면 그날 밤의 옥상 풍경이었겠다.
돌아와서 진선에게 그 옥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에피소드 중 몇 가지를 들려주는데, 내가 눈물이 났다. 뭐 때문에 울컥했을까. 왜. 상담 선생님은 그때 느껴야 알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스스로 온전히 느껴야 왜 눈물이 났는지, 어떤 때에 우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다음에 상황이 되면 온전히 느껴보라고 조언했다. 멀어지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피하지 않고, 울음을 만나는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오늘 눈물은 안 났지만, 코피가 났다.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서 쉬었다. 나무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자랐고, 사람들은 나무보다 높은 곳을 걸어 다녔다. 얼마 만에 쉬는 걸까. 나는 과연 요새 쉰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냈나. 무기력하고 나태하게 보내는 시간마저도 쉰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러니까 게으르다고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거겠지.
베개 낭독회에 다녀왔다. 희곡과 시를 낭독했다. 모두 마음을 다해서 글을 쓰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인상적이었으니, 나도 그러길. 쉬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요새는 마음을 다하지 않았다. 요즘은 그냥. 그냥. 그냥 있었다.

복통

늦은 밤에 갑작스레 시작한 복통으로 화장실 변기에 앉았다. 저녁에 먹었던 피자가 문제였을까. 같이 먹은 진선은 아무렇지도 않은 걸 보니 딱히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요즈음 먹은 것 중에 의심스러운 건 없었다. 배가 얼마나 아픈지 몸에 힘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종종 설사를 하기는 하지만, 이럴 때는 참 무력해진다. 그저 하염없이 아픈 배를 쥐어 잡고 항문에서 묽은 변이 흐르는 느낌을 힘없이 감각하고만 있는다. 화장실 벽을 주먹으로 꾹 누르면서 기어가는 소리로 신음한다. 흐느끼는 소리에 뜬금없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기다 정말. 똥 싸면서 신음하는 것도 똥 싸면서 웃는 것도. 배탈이 나면 정말 아무것도 중요한 게 없어진다. 과거의 후회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이, 그냥 지금 이 아픔이 얼른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한껏 쏟아내고 나서, 아무리 먹었던 걸 생각해도 문제 되는 게 떠오르지 않으니, 사실 문제는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있는 것일 수 있었다. 면역력이 떨어졌나. 스트레스 관리를 못했나, 요즘 잠을 충분히 못 자는 것 같기도 했는데, 아니다. 슬슬 한번 배탈 날 때지. 그러고 보면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꼭 이런 경험이 생긴다. 아랫배가 싸-한 느낌이 들면,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변기에 앉아서 정신줄을 놓으며 모든 후회와 걱정을 털어낸다. 지금을 버텨야 하니까. 그러고 나니 아픈 게 낫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