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는 패기롭게도 헤어짐을 기회로 여기는 생각마저도 했다. 고통이라는 터널을 지나 한층 성숙해지는 인간을 환상했다. 헤어짐을 미리 두려워하는 친구, 헤어진 후 고통 안에 머무는 친구에게 하는 위로라는 게, 아름다운 경험이라는 말, 이 상처가 아물고 흉터가 새겨지면 더욱 멋있어질 거라는 잡히지도 않을 막연한 말뿐이었다. 그런 말은 내뱉은 지도 십여 년이 지나버렸다.
세월을 따라 몇 차례 헤어짐을 겪고 나니 밀려오는 파도처럼 과거가 지금으로 덮친다. 죄의식도 딸려온다. 과거를 막기 위해 끝없이 지금으로 나를 대피시킨다. 지난 시간이 흘러오지 않게 지금에 숨는다. 지금을 살아야 흐려지는 것들이 있다.
헤어지면 끝일까. 누구는 그렇고 누구는 아니다. 나만 해도 여전히 관계를 맺으며 지내고 있으니까. 누군가는 욕심이라고, 누군가는 쿨한 척이라고, 누군가는 미련이라고 하겠다. 연인 관계에는 수많은 관행과 사회적 규범이 들어선다. 그래야 유지되는 게 보통의 연인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기에서 얼마나 멀어지고 얼마나 가까워져야 하는 걸까. 얼마나 나 개인으로 사랑을 하고, 얼마나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사랑을 해야 하는 걸까. 답 없는 질문에 머물지 않으려고 애쓰며 생활해야지.